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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으로 함께 하는 기도(祈禱)

-제1회 종교 문화예술인 화합 바둑축제

2012-10-21 오전 9:50:29 입력 / 2012-10-21 오전 10:15:14 수정


S#1. 나누면 더 해집니다.

가을 한 모퉁이에 이색적인 바둑축제가 열렸습니다.
10월 20일 토요일. 충남 서산시 서광사에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문화예술인들이 수담을 나눴습니다.
네 팀은 각각 사랑, 자비, 평화, 예술 팀으로 출전했지요.
팀은 그리 구분했지만 종파 관계없이 뒤섞여 화합했습니다.
1위부터 4위까지 300만원~50만원의 상금이 책정되어 있었으나 상금 전액을 참가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 이한영 동문동 신부와 도신 스님 대국

스님과 신부님의 대국, 참 보기 좋습니다.
갈등의 시대에 바둑은 소통의 매개체로 아주 유용합니다.
바둑판 앞에서 이념이나 종파를 따질 일이 없습니다.
40명이 두는 스무 개의 반상에서 돌 소리와 덕담이 오갑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몸을 굽힙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둑은 사납지 않고 대개 평화롭게 흘러갔습니다.


▲ 김인 국수

이 자리에는 김인 국수가 찾아와 응원했습니다.
"나눔과 소통에 바둑이 역할 할 수 있다니 실로 기쁜 일입니다. 시작이라 힘들겠지만 걸음을 뗐으니 앞으로는 더 풍성한 축제가 되고 더 많은 종교인, 문화예술인들이 바둑으로 하나 될 것입니다."
종교인들의 바둑축제는 도신스님이 아주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입니다.
절친한 신부님, 목사님들을 초청해 자리를 만들려 했지만 종교지도자들의 시간을 하나로 엮는 일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훗날의 창대함을 기원하며 일단 멍석을 편 것입니다.
아마국수 박성균 사범이 실무를 맡아 열심히 뛰었습니다.

▲ 개회식 장면.

S#2. 따뜻한 전야제

축제 참가자들 중 꽤 많은 이들이 하루 전날 서산에 도착했습니다.
서광사의 템플스테이 숙소에 여장을 풀고 부춘산 오솔길을 한 바퀴 돈 다음 공양을 하고 사찰을 벗어나 7080 선술집에 모였습니다.
바둑관전기로 명성을 날렸던 필자들이 관철동시대를 회고합니다.
대구매일신문에 20여 년 동안 관전기를 집필했던 양현모 선생은 프로기사들과의 에피소드를 몇 가마니쯤 보유하고 있는 듯 싶더군요.
처음 얼굴 보는 이들도 이미 서로 이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둑계의 미덕인지도 모릅니다.
어찌 보면 좁은 바닥이라 글을 통해 소문을 통해 지인이 되어있는 거지요.
각각 바둑을 접하게 된 사연을 털어 놓습니다.
"학생 때 바둑을 배웠는데 하도 재미있어서 기원까지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원에서 김희중 사범님을 만났지요. 당시에 기원 3급이 짱짱한 실력이었는데 그 분이 대뜸 6점을 깔고 둬보라더군요. 생전 그런 치수는 둬본 적이 없던 터라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6점으로 둬서 6집을 졌습니다.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요."
타이젬에 엽편소설을 연재하는 화천풍류객의 고백입니다.
"저는 일곱 살 때 관철동 한국기원에 외할아버님 손을 잡고 드나들었습니다.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었지만 어깨너머로 7급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시골로 이사 가는 바람에 바둑판 구경을 제대로 못했지요. 그때 서울에만 살았어도 1급을 됐을 텐데."
이건 필자의 썰(^^)입니다.

전 월간바둑 편집장이었던 정용진 사이버오로 이사도 모처럼 출장을 내려와 기자 시절의 낭만과 애환을 털어놓았습니다.
서로 매체는 달라도 바둑 글을 쓰는 이들의 추억과 소망은 한 방향이라고 느껴집니다.
가을밤은 점점 깊어가고 이야기꽃도 만발합니다.
일요신문의 이광구 위원은 항상 천진난만한 미소로 구석에 앉아 있지만 이 번 행사에 큰 몫을 해낸 일꾼입니다.
문화예술인 팀은 이 위원이 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글도 많이 발표했지만 바둑동호인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바둑계 일각을 지키도 있는 장승과도 같은 분입니다.
추억은 풍성하지만 미래는 예측하기 힘든 바둑이란 화두를 놓고 논객들은 탄식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기가 단 한 번도 좋았던 적 없으면서 잘 굴러왔던 것처럼 바둑계 또한 늘 위기 속에서 호흡해 왔습니다.
사방에 이처럼 우국지사들이 많은데 어찌 바둑이 무너질까요?

▲ 1등을 차지한 사랑팀.

S#3. 소통의 강물이 되기를

지구촌을 돌아 다녀 봐도 대한민국처럼 다양한 종교가 번창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개 국교라는 것이 있거나 아니면 민간신앙인데 우리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심지어 생활 속에 유교까지 종교의 바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덕목은 사랑인데 이상과 달리 종파 간에 갈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종교의 자유만큼 타 종교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님과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바둑 두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소통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서광사의 1회 축제에 4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런 축제가 명동성당에서도 열리고 대형교회에서도 열리고 비무장지대에서도 열린다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요?
많은 바둑애호가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종교. 문화예술인 바둑축제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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