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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생애를 새기다

-영림임업 황복현 회장

2013-02-09 오전 11:05:13 입력 / 2013-02-09 오전 11:41:55 수정

(사진출처- 네이버)

S#1. 사랑의 리사이클링

나무는 청년의 가슴에 꿈을 새겼다.
청년은 그 꿈에 생애를 새겼다.


경기도 포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그 포천의 한 마을에서 성장기를 보낸 청년이 있었다.
성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주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많이 도와주었다.
청년은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했고 사회로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무역상사 목재수입본부에서 일하며 전 세계 목재시장의 윤곽을 파악했다.
훗날 독립해서 목재납품으로 시작해 건축내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만들어 백전백승 CEO로 우뚝 섰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영림임업은 인테리어 내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국적으로 1천 여 개의 대리점이 있으며 30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성장해 온 강소기업이다.

▲ 영림임업 황복현 회장.

영림임업의 황복현 회장이 오늘 타이젬스페셜의 주인공이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는데 음으로 양으로 많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지요.”
성공 인들의 전형적 인터뷰 같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고백이었다.

▲ 인천대공원 숲속도서관.

숲 생태 프로그램에 어린이들을 초청해 경비 전액을 지원하고 인천대공원에 숲속 도서관을 만들어 기증했다.
서울대, 한양대, 인천대, 강원대 등에 장학금을 기부했다.
서울대학교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강의실이 만들어졌다.
지방대인 강원대와의 인연은 더 아름답다.
강원대 출신 직원 한 사람이 너무 성실해 매년 신규채용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강원대 출신으로 뽑았다.
현재 영림에 100명 정도 강원대 출신이 포진해있다.
월미공원에 식수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때를 맞춰 사랑의 쌀가마를 지역 불우이웃들에게 돌린다.

▲ GBC과정 친선리그.

S#2. 아직 바둑을 잘 모르지만

“어이구, 저는 바둑을 잘 모릅니다.”
그의 기력은 기원 10급 정도.
대학 시절 선배와 문방구 바둑판으로 무작정 따먹기를 했던 경력이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환갑이 된 시점에서 바둑이 치매에 좋다는 정보를 접하고 다시 시작해볼까 맘먹었다.

▲ GBC 친선의 밤 행사 전경.

지인의 소개로 명지대에서 개설한 GBC(글로벌 바둑 CEO)과정에 등록했다.
4기 멤버들 중에서 기력이 가장 낮았다.
그런데 덜컥 원우회장으로 추대됐다.
“아무 것도 모르는데 등 떠밀려 과대표가 된 거지요. 그렇지만 임무를 맡은 이상 제 역할은 최선을 다해 할 겁니다.”
황복현 회장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가식과 수사(修辭)가 없고 느낌대로 표현한다.

▲ 필자와 인터뷰 장면.

책상 위에서 서류를 빼내 필자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번 겨울에 수료식을 마친 GBC 4기의 소식지였다.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하하하 환갑이 넘은지라 눈도 침침한데 숙제하는 아이처럼 자판을 쳤다니까요.”
소식지 내용을 소개하는 황복현 회장의 표정이 환하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강렬해보였다.
이렇게 한 사람의 기업인이 바둑의 성(城) 안으로 들어왔다.
과연 이방인이었던 그에게 바둑계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조훈현, 조치훈, 이창호, 이세돌 등등 우리 바둑기사들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습니까? 저는 바둑계가 굉장히 거대한 사회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둑계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의외로 바둑 경제가 빈약하더군요. 모든 시스템이 스폰서에 의존되어 있어 스폰서의 상황에 따라 부침이 좌우되는 구조이니 어려울 수밖에요.”
대화의 물꼬가 트이자 기업가 입장에서 바둑경제의 확장을 위한 제언이 쏟아진다.
애초에 정한 인터뷰 시간을 넘어 두 시간으로 이어졌다.
밖에 면담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도 양해를 구하고 계속 나눈다.
바둑은 참 이상한 것.
갓 입문을 한 사람에게도 이렇게 묘한 열정을 심어주니까.

▲ 영림임업 E-카탈로그 중 일부.

S#3. 나무 안으로

영림임업, 영림몰딩은 6개의 공장과 2개의 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또 화학공장에서 PVC제품을 생산한다.
인테리어 장식재가 주력상품이므로 디자인개발에 힘을 쏟는다.
중국, 몽골, 베트남에 수출을 하고 미국과 멕시코 시장을 개척하며 연1,800억 매출을 기록, 순항 중이다.

▲ 영림임업 황복현 회장.

“나무를 만지는 기업이라 나무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숲속 도서관이나 숲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후원한다고 했다.
영림 황복현 회장의 성공비결은 ‘나무를 보는 눈’이 아니었나 싶다.
나무 시장의 흐름을 볼 줄 알았기에 목재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으리라.
“이쪽 시장은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습니다.”
영림의 직원복지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교육지원이다.
직원이 대학 MBA과정을 원하면 수료까지 회사에서 적극 지원한다.

▲ 그의 사무실에서.

서해와 면한 인천 남동공단의 영림임업 공장에서 엄청난 목재들을 보고 바둑판을 생각한다.
세계의 숲과 목재를 주시하며 한 평생 기업을 이끌어 온 황복현 회장의 눈앞에 두어 뼘 밖에 안 되는 바둑판이 놓여졌다.
그 나무 판에 그려진 열아홉 씨줄 날줄에서 과연 그는 어떤 가치를 읽어낼지 궁금하다.
나무에 생애를 새긴 기업가에게 바둑판이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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