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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정이' 기억 하세요?

설 특집-여류명인 최정과의 만남

2013-02-11 오전 11:38:39 입력 / 2013-02-11 오후 3:07:08 수정

2010년 5월 여자연구생 생활 1년 6개월 만에 프로면장을 받은 그녀는 당시 최연소 기사(만 13세 7개월)로 이름을 올려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학생답게 통통한 볼살이 너무나 귀여웠던 소녀는 웃을 때 자연스레 보이는 새우눈으로 보이는 이들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말 재주도 좋던 소녀는 개인 인터뷰는 물론이고 공개 질문에도 재치있는 멘트로 많은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녀를 귀여워하는 동문 오빠기사들은 그녀와 대국할 때 바둑판만 보려 애쓴다고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는 대국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승부욕이 떨어진다는 것, 둘째로는 멍하니 있다가 전신 조훈현 9단도 한 방 먹은 적 있을 정도로 매서운 공격력을 지닌 그녀에게 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여류명인전 최종국이 종료된 후 의견을 나누는 최정(오른쪽)과 박지연

이렇듯 귀여운 외모 뒤에 무시무시한 펀치를 가진 소녀는 지난 1월 31일 제14기 STX배 여류명인전에서 박지연 3단의 도전을 물리치며 대회 2연패를 일구어냈다. 이 정도면 소녀의 정체를 아실 것이다. 바로 입단 후 무럭무럭 성장해 어느 새 한국 여자바둑계의 권력으로 성장한 최정 3단이다.

지난해 한국여자바둑계의 화두는 지난 10여년간 국내 여자바둑계를 평정한 루이나이웨이 9단이 고향인 중국으로 복귀한 그 공백을 어느 기사가 차지하느냐였다. 

이런 가운데 입단한 지 만 3년이 되지 않은 최정 3단은 2011년-지지옥션배 8연승, 여류기성전 준우승, 2012년 여류명인전 우승, 지지옥션배 우승 견인, 스포츠어코드 페어전 우승, 황룡사쌍등배·궁륭산병성배 한국대표 등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설을 맞이해 최정 3단을 타이젬이 만나봤다.

(참고로 이번 인터뷰는 되도록 최정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애썼음을 사전에 밝힌다. 다소 거칠거나 장난기 어린 표현은 오타가 아니다.^^)

part.1 조금은 부담됐던 여류명인전 승부
- 다시 한 번 여류명인 2연패 축하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도장에서 똑같이 공부했죠. 모.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 부모님과 도장에서의 반응은. 한턱은 냈나요?
김다영, 장혜령 등 여자연구생 애들에게 샀어요. 기숙사에서 제가 제일 언니예요. 세월이 무서워요.(웃음)

- 여류명인전이 종료된 후 시간이 좀 흘렀잖아요. 여류명인 최정과 여류국수 박지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그 승부를 돌이켜보면 느낌이 어떤가요?
지면 1년 동안 아른거릴 것 같아서 부담이 있었어요. 음. 유리한 첫판을 그렇게 져서 많이 아팠는데 계속 역전승했죠. 사실 흑번 필숭이 이어져서 최종국에서는 백이기를 바랬는데 (다행이) 이겼네요.

- 부담이 됐다고 했는데, 박 3단이 압박감이 있는 상대였나요?
원래 부담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닌데…. 사실 지연언니가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까(5살) 부담되는 상대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지연언니가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 여류명인전 진짜 못 뒀어요. 지연언니도 실력만큼 두지 못 했고요.

▲진지한 표정의 최정. 

part.2 타이젬 아이디 '꿈꾸는정이'가 바로 저예요!

- 그간 빼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최정 3단의 스토리가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더군요. 입단 스토리부터 다시 듣고 싶습니다. 처음 배운 것은 2002년 3월 전라남도 광주 굿모닝바둑교실에서 (김석미 원장) 배웠다고 들었어요. 배우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말해준다면요.
바둑광이신 아빠가 엄마와 노년에 취미로 바둑을 함께 즐기시고 싶어서 엄마를 바둑학원에 보내셨는데, 어려워서 금방 그만 두셨어요. 그래서 당시 7살이던 제가 대신 배우게 됐는데, 선생님이 제가 잘한다고 하셔서 유학을 오게 됐죠.
아빠가 타이젬 2~3단이신데 제가 배운지 얼마 안됐을 때 9점 깔고 이길 때까지 뒀대요. 제가 그때는 그런 열정이 있었는데….

- 광주 신동이었네요?
음. 사실 너무 어렸을 때(7살)라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요. 몇 살 많은 오빠가 저보다 먼저 배웠는데, 나중에 저한테 4점을 접히고 진 다음 바로 그만두더라고요. 아마 여자 꼬맹이에게 접히고 지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 여류명인이 바둑의 저변확대를 막았을 줄이야. (최정 웃음.)그래서 유학을 오게 됐군요. 바둑을 배운지 3년 만에 분당 유창혁 바둑도장으로 옮겼죠. 실력은 어느 정도였나요?
3학년이었는데, 실력은 한바연 5조 정도였어요

- 유학을 왔다고는 하나 너무 어린 나이라 프로기사의 꿈이 바로 생기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언제쯤 입단에 도전하기 위한 결심이 섰나요.
음. 분당으로 유학 오기 전이니 2학년이었을 거예요. 아빠가 "바둑공부하러 서울 갈까?"라며 자주 물어보시던 때였는데, 당시 저는 매일 저녁 인터넷 바둑을 뒀어요. 그런데 하루 대충 둔 날이 있었는데 그런 저를 바라보시던 아빠가 "이런 식으로 할꺼면 바둑 때려쳐라!"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울면서 "아니라고! 전 서울 갈꺼예요!"라고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 아버지께서 바둑광이시군요. 기력은 어느 정도 되세요?
아빠가 타이젬 2~3단이시고, 지금도 타이젬에 자주 접속하시죠. 주말마다 집에 가면 바둑 두고 계세요. 가끔은 훈수도 해달라고 하시기도 해요.
당시 저도 다른 사이트에서도 뒀지만 대부분 타이젬에서 두면서 실력을 키웠어요. 어휴. 그 때 제 아이디가 얼마나 유치한지 아세요? 하나만 공개하자만 '꿈꾸는 정이' 가 있구요. 정이 시리즈로 몇 개 더 있었어요.

- 하하. 아이디에서 딸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져서 좋은걸요? 분당 유창혁 바둑도장에 유학을 와서는 어땠나요? 아무래도 바둑학원과 바둑도장은 문화도, 실력도 천지 차이였을 텐데요.
처음엔 도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동갑내기 남자애들 5명이 있어 자연스럽게 독수리 6남매가 됐죠. 제가 한명에게만 지고 다 이겼던 기억이 나네요. 그해 9월인가 분당으로 옮겼고 독수리 6남매 외에도 가끔 오빠들과도 두고 그랬어요. 도장이 급수제여서, 두 점 놓고 두고 그랬죠.

- 연구생은 2008년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1년 6개월 후인 2010년 입단면장을 쥐었죠. 굉장히 빠른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자연구생에 들어가자마자 1조에 올라갔고, 첫 리그에서는 7승 2패를 했죠. 그 후로는 2009년까지 중위권을 유지했고요. 그러던 중 2009년 입단대회 4강에서 떨어졌어요. 김나현 언니(현 프로 2단)에게 유리한 바둑을 졌죠. 이전까지 제가 바둑지고 운 적이 없는데, 그 때 처음으로 펑펑 울었죠. 정말 길에서 주저앉아 펑펑 울었어요. 그 때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아요. 그 후로는 계속 여자연구생 리그에서 1등을 했거든요.


▲2011년 7월 5기 지지옥셔배에서 8연승을 기록하며 바둑인들을 놀래킨 최정

- 입단한지 만 3년이 채 안됐어요. 사실 처음으로 바둑팬들에게 인상을 남긴 것은 2011년 제5기 지지옥션배에서 거둔 8연승이 아닐까요? 그 여세를 몰아 그 해 제5기 부안 여류기성전 에서도 준우승(대 루이 0-1)을 거뒀고요.
사실 저는 그게 그렇게 대단한 성적인지 몰랐어요. 제가 열심히 두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나니까 아저씨 팬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확실히 지지옥션배가 인기가 많은가보다 했죠.
제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명인전 본선 진출이예요. 예선 결승에서 조한승 9단을 이겼거든요. 조 사범님이 너무 강해서 '배워야지'라는 생각으로 대국에 임했는데 어쩌다보니 바둑이 계속 좋은 거예요. '진짜 이기는 거 아냐?'이러면서 뒀는데 정말 이겼죠. 에구. 그 뒤로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13기 stx배 여류명인전에서 생애 첫 프로기전 우승의 감격을 맛본 최정

- 최정에게 있어 2011년이 바둑팬들에 눈도장을 찍은 해였다면 2012년은 여류명인전 우승, 지지옥션배 우승 견인, 스포츠어코드 페어전 우승 지난해 정말 확 성장한 모습을 보였죠.
사실 저는 만족을 못했어요. 여류명인전 외에는 황룡사쌍등배, 궁륭산병성배에서도 첫판에 지고, 스포츠 어코드도 개인전 성적은 3위였어요. 여류국수전도 일찌감치 떨어졌죠. 특히 황룡사쌍등배는 너무 말도 안 돼는 바둑을 졌어요.그런데 (성적은)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금은 많더라고요.

- 설 연휴를 보내고 곧 황룡사쌍등배에 출전하네요. 함께 출전하는 한국팀은 박지은, 김채영, 문도원, 김혜림 이네요. 타이틀은 가지고 있지만 나이는 막내라 초반 출전도 예상되네요. 몇 장으로 출전하고 싶어요?
1장만 빼고요. 저번에 그렇게 져서 안 내켜요. 그래도 초반에 나가고 싶기는 하네요. 상금을 쫙(웃음) ~

▲"노~코멘트라구요!" 인터뷰 도중 최정.

PART.3 낭랑 18세 최정, 바둑계에서 좋아한 사람 있냐구요? 노코멘트
- 이전에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한다고 했잖아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집과 도장(충암바둑도장)이 멀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8시에 기상해서 밥 먹고, 씻은 다음 9시에 충암바둑도장에 나가요. 동문 프로오빠들은 주로 기보를 보는데요. 저는 (기보 보는 것이) 재미도 없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 아니면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아서 가끔 놔보고 있지요.
원래 사활 푸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데 조금 줄이고 최근에는 끝내기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도장에 끝내기 책이 많은데 정묘수관같이 수순을 추리해서 푸는 문제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 사실 바둑 두는 것이 직업인 프로기사야 좋든 싫든 공부에 매진해야 하지만 기자같이 바둑이 취미인 아마추어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바둑공부를 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래도 바둑이 늘고 싶어 선택과 집중의 여류명인의 공부법을 추천한다면요.
음. 아마추어분들은 사활을 많이 푸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사활만 풀면 안 되겠지만요. 저 같은 경우는 사활을 풀다가 너무 안 풀리면 다른데도 보고, 머리를 식힌 다음 다시 풀고 있죠.

- 바둑을 업으로 삼기에 다 안고가야 하는 프로기사이지만, 때때로 질리고, 힘들 때도 있지 않나요. 또 최정 여류명인은 질풍노도의 시기 10대인만큼 한창 놀고 싶기도 할텐데요. 최정 여류명인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다면요.
연구생들과는 달리 저는 매주 주말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견딜만해요.
예전에는 오빠들이랑 농구도 자주 했는데 지금은 추워서…. 잘하는 농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 중에서는 짱짱한 편이예요. 참 최근 헬스도 끊었어요.
책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네요. 아. 취미가 없나..(괴로워함) 예전에 헬스장에서 댄스를 해서 몇 번하기도 했는데 몸치까지는 아니에요.화장은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요. 나중에 커서 하려고요.
쇼핑은 엄마와 가끔 하는 정도예요. 옷은 살을 빼야 되는데….

- 한창 이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데요. 전에 연하는 싫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떤 스타일이 좋나요.
일단 연상이 좋아요. 연예인 중에서 유승호와 송중기가 좋아요. 으. 영화 늑대소년 아세요?. 정말 짱인데! 전 드라마와 영화의 배역을 보고 그 인물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바둑계에서는 김지석 사범님(8단)이 멋있었는데 이제 품절남이라….

- 최근 최정 3단이 모 9단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바둑계에서 좋아한 사람은 없나요?
윽. 누가 그래요? 그 기사는 아닌데. 말도 제대로 한 적 없어요. 바둑계에서 좋아한 사람은 노코멘트. 없어요. 없어요.

- 말을 얼버무리는 투가 수상해요. 농담이고요. 평소 최정 여류명인을 보면 톡톡 튀는 말투와 활발한 성격이 참 좋아요. 그런데 이는 제가 보는 성격일수도 있고, 본인이 평하는 자신의 성격은 어때요?
남이 보는 저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침착하다는데요. 사실 저는 덜렁거리고, 활발해요. 일단 여성스럽지는 않아요. 아빠가 남자 성격이래요. 그런데 그 말이 싫진 않아요. 평소에도 칠칠맞은 성격인가. 털털한 성격이나. 비슷한 거 같아요.

-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네요. 조혜연 9단(고려대), 이다혜 4단(한국외국어대)은 학업도 열심히 했죠. 수능도 내년에 봐야되는데, 최정 여류명인은 이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음. 사실 지난해 9월 세명컴퓨터 고등학교를 자퇴했어요. 학교에서 편의를 봐주다가 시합이 없으면 학교를 매일같이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병행하다가 고민 끝에 자퇴한거죠. 스무살 되기 전에 검정고시를 볼 생각이에요.

- 여류명인전 우승 후 올해 목표가 삼성화재배 16강 진출이라고 했잖아요. 그 목표는 변함이 없나요?
네. 그리고 바둑은 둘 수 있을 때까지 두고 싶어요. 나중에 나이 들면 루이 사범님(루이나이웨이 9단)까지는 못 되더라도, 오래도록 두고 싶어요.

- 끝으로 타이젬 회원 여러분에게 설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류명인 최정입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YGEM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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