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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의 패인은 향수병과 고독?

불과 5일 사이 '천국과 지옥' 경험한 박정환의 '상하이 대첩'

2013-03-11 오전 10:16:41 입력 / 2013-03-11 오후 10:51:45 수정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약 10여일간 세계바둑계의 시선은 온통 약관(弱冠)의 한 한국기사에게 쏠렸다. 바로 첫 출전한 농심배에서 주장의 중책을 맡아 역전우승을 일궈낸 박정환. 이창호-이세돌이 빠진 한국팀에게 우승을 안겨준 그는 그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적지에서 잉씨배 결승을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갔고, 이내 그처럼 무리한 일정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 결승4국 결과 확인 직후. (사진 출처 www.sina.com)

[잉씨배 결승] 박정환, 잉씨배 제패 실패… 기나긴 원정이 패인

◇… 아직은 국제 경험이 일천한 박정환에게 홀로 11박12일의 기나긴 원정 일정을 치러내기엔 무리였을까. 박정환은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3월 3일과 5일 상하이에서 속개된 제7회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 5번기에서 박정환은 중국의 신예 판팅위(范廷鈺)에게 3, 4국을 연이어 내주며 1대3으로 분패했다.

돌이켜보면 농심배 최종 라운드부터 이어진 무리한 일정이 패인이라고 할까. 2월 27일 농심배 최종 라운드에 출전하기 위해 상하이로 날아간 박정환은 극심한 부담 속에 농심배 13국과 14국(2월 28일, 3월 1일)을 치르며 한국의 역전우승을 결정지었다. 이어 빗발치는 한국과 중국 언론의 인터뷰 세례를 치른 후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곧바로 3월 3일 잉씨배 결승 3국에 임했으니, 어린 나이에 극도의 긴장감 속에 이어진 빡빡한 스케줄이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

이에 비해 판팅위는 중국기원의 배려 속에 별다른 스케줄없이 홈그라운드에서 운기조식하며 오로지 잉씨배 결승 준비에만 집중해왔으니, 이러한 차이가 결국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평소 대국 환경에 대해 전혀 말이 없던 박정환이 국후 "컨디션 관리를 잘 못해 아쉽다"고 제일성을 토로한 것만 보아도 무리한 일정의 폐해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제한시간이 없는 잉씨배는 아침부터 시작하여 저녁 7시나 되어서야 끝나기에 최근 대세가 돼버린 일반 속기기전 대국을 하루에 서너 판 두는 만큼의 체력와 정신력이 소모된다. 몸이 지치면 마음은 서두르게 되는 법. 중반까지 필승지세를 구축했으나, 중반 이후 돌연 서두르다 어이없이 무너진 결승 4국은 피로누적에 따른 페이스조절 실패의 극명한 실례였다. "중반까지 천천히 두다 후반에 갑자기 경솔하게 빨리 두어버린 데 대해 스스로 실망했다"는 박정환의 자책은 그가 얼마나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는지 미루어 짐작케 한다. 

▲ 최종국 장면.

농심배 우승 이틀 만에 잉씨배 결승 … 무리한 일정이 '비극' 초래

체력저하와 큰 승부에 대한 정신적 부담 외에도 긴 원정에 따른 고독감과 향수병도 경기력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게 틀림없다. 열흘이 넘는 이국생활동안 밤마다 잠못 이루고 전전반측한 데다 배앓이까지 했다고 하니 최악의 컨디션에서 일생일대의 큰 승부에 임한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랴.

실제 최철한을 비롯한 한국 동료들과 어울렸던 당시의 농심배 대국와 말 동무 한 명없이 혈혈단신이던 잉씨배 대국의 내용은 바둑의 완성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평이다. 평소 말없던 박정환이 패배가 확정된 날 밤 열 살 이상 차이나는 한국기원 직원에게 술 한 잔을 청했다는 에피소드는 그의 고독감과 향수병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비록 이번에 잉씨배 정복에는 실패했지만, 박정환에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기량으로는 이미 세계정상급에 도달한지 오래인 그로선 큰 승부, 긴 원정 일정에 대한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승부세계에선 때로 기량 외의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향후 그가 한국은 물론, 세계 정상을 지키는 데 무엇보다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 또한 틀림없으리라.


▲ 판팅위.

16세 판팅위, 바둑올림픽 제패 센세이션 … '95后' 시대 열어

◇…사실 이번 대회 뚜껑이 열릴 때만 해도 16세 판팅위가 정상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마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판팅위의 바둑올림픽 제패는 센세이션 그 자체다. 우선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라던 이창호의 '최연소 세계제패(3회 92년 동양증권배, 만 16세6개월)'에 불과 1개월 차로 근접한 대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혹자는 세계 정상의 저변이 넓고 치열해진 지금의 기록이 21년전 이창호가 세운 기록보다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명의 신예가 뭇 세계정상급 기사를 차례로 연파하고 우승까지 해낸 기적같은 사실이 더욱 놀랍다. 판팅위는 이번 대회 본선에서 이세돌, 탄샤오(檀嘯), 셰허(謝赫) 등 한국과 중국의 전·현 1인자들을 차례로 연파한 데 이어 결승에서 3대7정도의 열세 예상을 뒤엎고 박정환마저 제치고 우승했으니, '명실공히 바둑올림픽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부족함이 없는 위업이다.

올 들어 열린 세계대회 결승에서 중국 '90后'가 연이어 우승(1월 바이링배-저우루이양, 2월 LG배-스웨)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술 더 떠 '90后'가 우승함으로써 중국 신예들의 저변이 생각보다 훨씬 두텁고도 막강하다는 사실이 새삼 입증됐다. 또한 이는 세계바둑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었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불과 일주일 전 농심배 우승으로 환호하던 한국바둑으로선 이번에 좀 더 엄중한 과제를 받아든 형국이다. 바야흐로 세계정상을 휩쓸기 시작한 중국의 신세대, '90后'로 통칭되는 그들의 비약적인 신장에 속절없이 밀려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눈앞의 성적과 떡 나눠먹기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보다 중장기적인 백년대계를 세워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소명이 바로 이번 잉씨배 결과가 한국바둑계에 던지는 메시지 아닐까.

▲ 시상식 모습. 왼쪽부터 박정환, 조인현 총괄상무, 김인 단장, 최철한.

[농심배 최종라운드] 박정환-최철한 투톱, 농심배 우승 일궈내

◇… 잉씨배에 가려져 김 빠진 뉴스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 농심배에서 이창호-이세돌이 빠진 가운데 한국이 농심배를 석권한 것은 기념비적인 쾌거였다.

'농심배 수호신' 이창호도 빠지고 1인자 이세돌도 제외된 대표팀 선발 당시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바둑의 차세대 주자들이 중국의 최정예에 맞서 이긴 사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장거였다. 특히 대회 중반까지 절대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최철한이 3연승, 박정환이 막판 2연승하며 짜릿한 역전우승을 일궈내 오랜만에 국내 바둑팬들을 열광시켰다. 농심배 데뷔 무대에 한국팀의 주장까지 맡아 막판 중국의 최강자들을 연파하고 우승을 결정지은 박정환은 그 실력과 위상을 세계무대에 떨치면서 '포스트 이세돌'의 선두주자임을 확고히 했다.

▲ '빅대결'

[맥심배 결승 전망] 1·2인자 결승… '이세돌 VS 박정환' 빅카드 성사

◇… 잇단 국제기전 러시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으나, 한국 1·2인자가 맥심배 우승을 다투게 된 사실은 뉴스가 분명하다. 국내 랭킹 1~3위가 모두 4강에 오른 맥심배 입신최강전에서 No.2 박정환이 No.3 최철한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데 이어 1인자 이세돌이 강동윤을 따돌리고 결승에 합류한 것.

이 대회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하는 이세돌과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박정환이 모처럼 결승에서 맞대결하는 것은 한국팬 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빅게임이다. 주지하다시피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6승2패로 이세돌이 꽤 앞서는데, 가장 최근 벌어진 KBS바둑왕전 패자결승에서는 오히려 박정환이 이겼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당시 박정환은 그 여세를 몰아 최종결승에서 이창호를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그런데 이세돌-박정환이 결승 무대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새삼 눈길을 끈다. 이미 수년전부터 국내바둑계를 호령해온 두 기사가 아직 한 번도 결승에서 격돌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퍽이나 흥미롭다. 뿐더러 최근 뜸한 대국 일정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이세돌과, 그 반대로 최근 농심배, 잉씨배 등 큰 승부를 잇달아 치른 박정환이 상반된 상황에서 벌이는 대결이라 더욱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결승1국은 3월 16일(토) 오후 1시 바둑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개막된다.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잇단 큰 승부의 경험으로 승부감각이 업그레이드되었을 박정환의 2대1 승리에 조심스레 한 표!

▲ 김혜민 6단.

[여류국수전 결승 전망] '중고 유망주' 김혜민, 첫 우승 비원 이룰까

◇… 그동안 국내 여자바둑 정상권 주변에서 맴돌면서도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던 김혜민(27)이 드디어 생애 첫 우승의 비원을 풀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승후보 박지은과 최정이 나란히 1회전에서 탈락한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박지연과 김혜민이 우승을 다투고 있는 제18기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에서 김혜민이 첫 판을 따낸 가운데 오는 12일부터 결승2국과 3국(19일)이 속개된다.

입단 14년차의 중고참 김혜민은 그동안 늘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2007년 대리배 세계여자선수권(폐지)에서 일약 결승에 올라 주목받았으나, 당시 박지은에게 패해 준우승했으며, 지난해 여류십단전 결승에서도 조혜연에게 져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또한 2008년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에는 한국대표팀으로 출전해 여자 단체전 준우승에 일조했으나, 정작 우승컵을 들어본 적이 없다.

김혜민에게 첫 판을 내준 박지연은 지난 이 대회에서 최강 박지은을 꺾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주목받은 여류바둑 세대교체의 선두주자. 얼마 전에는 최정과 여류명인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박지연이 대회 2연패를 선선히 포기할 리 없기에 결승 2국에서는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생애 첫 타이틀의 의욕이 넘치는 김혜민이 동기와 의욕면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국에서 박지연이 반격에 성공할 경우 오히려 지난 여류명인전 같은 역전극이 탄생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 초상부동산배 한국대표들. 왼쪽부터 박정환, 최철한, 조한승, 김지석, 김승재.

[초상부동산배 전망]
2년간 중국에 완패 … 한국, 이번엔 설욕할까?

◇… 어느덧 3회째를 맞이하는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단체대항전이 오는 3월 19일 막을 올린다. 한국과 중국의 5인 대표가 상대를 바꿔가며 두 번씩 맞대결해 총 10판의 승패로 자웅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최철한, 박정환, 박영훈, 강동윤, 윤준상이 대표로 나선 1회 대회에선 구리(古力)-쿵제(孔杰)가 주축이 된 중국팀에 4승6패로 밀린 데 이어 박정환, 최철한, 김지석, 원성진, 조한승이 대표로 나선 지난 대회에서도 이번 잉씨배 우승자 판팅위, LG배 우승자 스웨(時越) 등 90后가 주축이 된 중국팀에 3승7패로 크게 패했다. 한국이 설욕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데다 농심배와 잉씨배 직후에 열리기에 이번 대회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랭킹 순서에 의해 선발되는 3인의 랭킹시드에는 박정환(2위) 최철한(3위) 조한승(5위)이 일찌감치 선발됐다. 1위 이세돌이 출전을 고사한 가운데 4위 원성진마저 군 입대로 제외되는 바람에 5위 조한승이 대표팀에 무혈입성하는 행운을 누렸다.

한편, 랭킹 6위부터 4배수 인원이 참가해 토너먼트로 치러진 선발전을 통해 김지석과 김승재가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특히 관심을 모은 이창호는 1회전에서 김승재에게 반집패하며 탈락한 데 이어 최근 10연승의 상승세를 구가하던 박영훈도 1회전에서 이영구에게 패해 탈락한 것이 눈길을 끈다.

중국팀의 진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해처럼 신예들의 경험 축적을 위해 90后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이세돌이 빠진 한국과 또다시 향후 세계바둑계의 판도를 점칠 수 있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세번만에 한국이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보면서 19일과 21일 베이징에서 펼쳐질 결전에 주목해본다.

            ●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

이세돌 (◑ 구름 약간)
1인자가 이처럼 대국이 뜸한 것도 이상하다? 2월 한 달 동안 한 판도 두지 못해 손이 몹시 근질거리던 차에 공교롭게도 3월 첫 판(맥심배 준결승)이 몸도 채 풀치 못한 채 단명국으로 끝난 게 아쉽다.

박정환 (◉ 갬)
농심배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잉씨배 실패의 아픔을 겪었으니, 불과 5일새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겸손하고 덤덤한 성품이기에 아픔을 금방 딛고 일어날 듯~

최철한 (○ 맑음)
'상하이 대첩' (농심배 우승)의 일익을 담당했기에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더욱 듬직하다. 이번 초상부동산배에서도 사실상 주장으로서 큰 역할 기대!

김혜민 (○ 맑음)
여류국수전 결승3번기에서 선승, 입단 15년만에 첫 타이틀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필생의 기회를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지~

판팅위 (○ 맑음)
16세 소년이 바둑올림픽을 제패하다니~. 20년전 이창호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소년답지 않게 전혀 흔들림없는 그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이야마 유타 (○ 맑음)
일본 7대 기전 가운데, 5관왕을 싹쓸이한 채 최대기전 기성마저도 삼킬 태세다. 앞으로 세계무대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TYGEM / 志石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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