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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바둑사

캐나다 로키에 가다!

- 캐나다 그 두번째 이야기

2013-05-29 오전 10:24:45 입력


▲ 시애틀(Seattle) 미국 최단 서북부 도시

■ 캐나다 로키에 가다

미국으로 갈 적에는 동 쪽으로 가기 때문에 밤이 빨리 지나간다. 우리가 날짜변경선을 지나왔기 때문에 미국에 도착해 보니 현지시간이 어제아침 8시 반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다시 잃어 버리겠지만 우선 하루를 벌어서 기분이 좋다. 오늘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입국절차와 보안검색이 철저하다. 미국이 9.11사태로 한번 당하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나 보다. 나도 몸 검색을 철저히 당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얀 볼리(Jon Boley 6단, 시애틀 바둑센터 매니저)와 장비 사범을 앞세우고 시애틀 시내 렌터카 에이비스(Avis)에 갔다.

내가 "이왕이면 국산차를 타자" 해서 흰색 소나타를 빌렸다. 우리는 이 차로 앞으로 3주 동안 7천 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계획이다. 화나는 얘기지만 이 곳에 수출된 한국 차는 국산 용 보다 좋다. 미국표준(American Standard)을 통과 하려면 차의 철판 두께부터 여러 가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 차도 6기통으로 3천CC가 넘어 힘이 좋다. 빌린 차를 내가 먼저 운전하고 얀을 따라 시애틀 바둑센터(Seattle Go Center)로 갔다. 센터는 워싱턴대학 입구에 있어 대학가에 가까이 있다.

이 곳은 일본의 이와모토 9단이 사재를 털어 세계 4곳에 세운 바둑센터 중 하나다. 매니저 얀은 내가 2년 전에 와서 강력하게 권해 한국 양재호 도장에서 3개월간 바둑수업을 하고 온 경험이 있다. 서부 챔피언이며 그의 친구 아들인 매튜 버럴도 같이 데리고 왔다. 서울서 나와 같이 지내서 가깝다. 얀을 열 받게 하는 방법을 내가 잘 안다 ^^

▲ 시애틀 바둑센터 앞: 안영길 7단, 필자, 얀 볼리 매니저, 이하진 3단, 장비 아마7단

"내가 젊어서 뉴욕에서 1년쯤 살았는데 미국 서부는 동부에 비해 문화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면 서부 출신인 그가 반박을 하는데 그 태도가 너무 심각해서 옆에서 듣는 사람들이 다 웃는다. 내가 영어 발음이 틀리면 그가 "동부에선 그렇게 발음하는지 몰라도 서부에선 이렇게 한다"며 고쳐준다. 그러나 솔직이 말해서 내 기준으론 확실히 동부가 문화수준이 높고 더 세련 됐다. 영어도 서부는 너무 굴리는 싸구려 영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로키 산맥(Rocky Mountains)은 북미대륙 서쪽으로 흐르는 산줄기다. 캐나다에서 미국까지 4,800km에 걸쳐 뻗어 있다. 나는 젊어서 몬태나 주와 와이오밍 주에서 미국 록키를 봤고 20년쯤 후에야 캐나다 록키를 처음 봤다. 그리고 반했다. 내가 여길 좋아해서 5~6번을 더 오게 된다.

시애틀 총영사배 바둑대회에 파견된 안영길, 이하진, 두 사범은 내가 자식처럼 사랑하는 제자들이다. 시애틀 사범인 장비도 그렇다. 나는 며칠 일찍 와서 이들에게 캐나다 로키를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식구를 데리고 겨울에 캐나다 로키를 찾아 왔다가 실패한 경우가 있었다. 많은 길이 차단되어 있고 호수도 얼어 붙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제대로 돌아다닐 수 조차 없었다. 그래서 7월인 여름으로 이번 여행을 잡았다. 내 첫 여행이 7월이었고 그 땐 너무 좋았었다.

아침 8시에 캐나다 로키로 떠나기로 계획했는데 30분이 늦은 8시 30분에 출발했다. 장비까지 우리 일행은 4명이 되었다. 장거리 고속도로 운전은 영길이와 비가 번갈아 했다. 조수석 사람은 항해사(옆에서 지도를 읽어주는 Navigator) 역할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진이도 좋은 항해사가 된다. 우리는 두 시간 이상 고속도로(I-5 North)를 달려 미국-캐나다 국경에 도달했다. 통과절차가 꽤 까다롭다. 원래 밴쿠버를 피해서 지름 길로 가기로 했는데 운전사와 항해사의 실수로 밴쿠버 외곽으로 돌게 되어 거의 한 시간을 잃었다.

이럴 때는 입으로만 하는 운전자(영어로는 Back Seat Driver)인 내가 영길이와 비를 구박한다. 제자들과 여행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의 젊음, 호기심, 미숙함 등이 어느새 나까지도 젊음에 전염되게 만든다. 내 제자들이고 가깝기 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별 심한 소리를 다해가며 나의 타학성을 즐긴다(억울하면 선생이 돼라)^^ 나는 일이 잘 못 되면 자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주로 타학을 한다. 캐나다 로키 까지는 왕복 3천5백km가 넘는 대 장정이다. 가는 길에 큰 도시는 없고 작은 마을뿐이다.

우리는 가끔 도중에 있는 마을에 들려 조금씩 쉬어가며 달리고 또 달렸다. 작은 시골 마을에 들리는 낭만과 가는 길 경치 때문에 지루한 줄 모르는 코스다. 캐나다 1번 고속도로 중간에 산맥을 통과하는 부분에서는 통행료 10불을 받는다. 선진국 고속도로는 다 무료인 줄 알지만 이와 같이 험난한 코스는 추가경비가 많이 들어 보통 민간업자가 공사를 하고 그들이 통행료를 받아 공사비를 뽑아낸다. 중간에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 레블스톡 마을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에서 앨버타(Alberta)주로 넘어가기 전 레블스톡(Revelstoke)이란 마을에서였다. 조금 후에 들어갈 앨버타 주는 석유가 발견되어 부자가 된 후 세금(Sales tax)을 안 받는 곳이다. 내가 "휘발유도 앨버타 주가 더 쌀 테니까 갈 수 있을 만큼만 넣자" 하고 지도를 읽고 있는 하진이에게 다음 마을이 어딘지 확인 하라고 했다. 하진이가 "곧 주 경계선이 나오는데 얼마 안 가서 도날드(Donald)란 마을이 있어요" 한다. 거리를 보니까 가깝다. 그 걸 믿고 우리는 10불만 주유했다.

그런데 웬 걸 도날드를 벌써 지나칠 거리를 달렸는데도 마을이 안 보인다. 내가 하진이에게 "너 도날드가 나온다더니 어떻게 됐니?" 하니까 하진이가 "여기 지도에는 분명히 있는데 마을이 안 나오는데요. 이상하네요" 하며 난감해 한다. 이러는 동안 얼마 후 차 연료 게이지에 빨간 불이 들어 왔다. 그리고 10마일쯤 달린 후에야 제일 가까이 있는 마을인 골든(Golden)이 38마일이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상식대로라면 빨간 불이 들어오고 나서 차가 약 40km를 간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부터 또 38마일을 가야 한다면 가망이 없다. 1 마일이 1.6 킬로미터니까 앞으로 골든 까지 60킬로쯤 된다는 얘기다. 이 때부터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 경치고 무어고 아무 것도 눈에 안 들어 온다. 이 때 우리를 살리는 기적이 일어 난다. 60 킬로미터란 긴 거리가 거의 내리막 길만 계속 되는 기적이다.

▲ 필자의 가슴을 태운 골든으로 가는 길

차를 가만 놔두어도 100킬로미터 이상 속도로 혼자 달린다. 운전하고 있던 비가 "차가 혼자 잘 가서 저는 아무 것도 안 밟고 있어요" 하길래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반가와 "네가 운전을 잘해 차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구나" 하며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속으로 혹시 차가 다음 도시까지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 지 중간에 서 버릴지 몰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애들은 무어가 좋은지 "저기 경치가 끝내 준다" 하며 웃음 꽃이 만발한다.

▲ 주유소 골든 마을

골든이 몇 킬로미터 안 남은 곳까지 차가 오자 내가 "이제는 차가 서서 너희들이 몇 킬로 뛰어가서 휘발유를 사 들고 오면 좋겠다" 하며 나 혼자 속 태운 데 대한 앙갚음으로 짓궂은 희망을 가졌으나 무심하게도 차는 안 서 주고 기어이 골든 주유소에 도달 하고 말았다. 애들은 환호를 올리고 나도 그제서야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렸다. 차가 중간에 서서 구조대를 부르는 경우 경비도 문제지만 보통 몇 시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나면 정신적 만복감을 얻는다. 마침 주유소 옆에 맥도날드가 있길래 우리는 저녁을 '빅맥'으로 때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밴쿠버에 있는 최종성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우리가 모레 밴쿠버로 돌아 올 때 바둑인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 바둑영어 교실 1회 졸업생인 중소기업은행 바둑팀 주장이었던 박형준 지점장이 여러 번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안 된다. 그는 2년 전에 밴쿠버로 이민 왔다. 내가 온 걸 알면 그도 반가와 할 텐데…. 밤 8시 반이 넘어서야 우리는 루이스 호수(Lake Louise)에 도달했다.

▲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루이스 호수(Lake Louise)

2년 전에 왔을 때 최종성씨가 해준 말이다. 그가 우리나라 대통령 중 한 명을 안내하고 여길 온 일이 있다고 한다. 그 대통령이 이 곳에 오더니 "이거 바위하고 눈하고 물 좀 있는 거 아냐? 이 걸 보고 뭘 대단하다고 했나?" 그래서 자기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운 걸 보면 사람이 마음까지 숙연해진다. 정서적 색맹이 대통령이라니 이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루이스 호수(Lake Louise)

여기는 위도가 높아 밤 9시가 된 지금도 잘 보이나 땅거미가 이미 지기 시작하여 호수 물빛이 낮에 보는 에메랄드색깔이 덜 나오고 건너편 봉우리도 구름에 쌓여 있어 루이스 호수의 진수가 덜 들어 난다. 원래 이 호수는 인디언들이 '작은 물고기 호수'라고 불렀으나 영국인들이 들어와서 빅토리아 여왕이 딸 루이스를 안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이름을 루이스로 바꿨다고 한다.

내가 올 때마다 창가에서 호수를 보며 커피를 한잔했던 루이스 호텔엘 들어 오니까 중국 사람들로 꽉 찼다. 투숙객이 아닌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모든 의자는 다 차지하고도 모자라 카펫 바닥까지 앉아 있다. 그들은 너무 시끄럽다. 중국인들이 단체로 모이면 고급 분위기를 금방 격하시키고 온 주위를 후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우리나라도 저럴 때가 있었나? 이곳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루이스 호수엔 내일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숙소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밴프(Banff)로 향했다.

밤 11시가 넘어 마을에 들어 온 우리는 잘 곳을 찾기 시작했다. 가는 호텔마다 50~60만원 정도의 방 값을 요구한다. "그 돈이면 차라리 차에서 자겠다" 하며 여러 곳에서 묻고 물어 12만원 하는 '항해자 숙소(Voyager’s Inn)'를 찾아갔다. 내가 "내 아들 두 명과 딸 한 명이 함께 사용할 가족용 방을 달라"고 한 후 애들에게 내 자식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우리가 성인 4 명이라고 말하면 방 두 개를 준다.

짐을 푼 후 우리는 먹거리를 사려고 수퍼를 향해 걸었는데 생각보다 멀어 30분쯤 걸어가서야 간신히 찾아 들었다. 이 덕에 동화 속 마을 같은 마을 밴프를 늦은 밤이었지만 좀 볼 수가 있었다. 수퍼에서 일하고 있는 잘 생긴(하진이 생각) 한국 아르바이트 학생이 우리를 보고 반긴다. 우리는 빵, 햄, 피클 등 몇 가지를 사 들고 숙소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묻었다. 오늘 쉬는 시간 빼고 차로 달린 시간만 12시간이 넘는다.

다음 글은 내가 처음 밴프에 와서 쓴 건데 당시 꽤 인상이 깊었나 보다:
나는 저녁식사 전에 무얼 사려고 밖으로 나왔다. 문득 형용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나를 감싼다. 눈을 들어 보니 이 게 꿈인가 생신가? 보이는 것이 다 황홀하다. 마을이 흰 눈 덮인 산으로 병풍처럼 싸여 있고 깎아지른 산과 황혼에 물든 거리. 냉랭한 공기. 동화 같은 집. 골목마다 풍기는 커피 향. 고급 카페 속 선남선녀. 겨울 옷의 멋쟁이들. 너무 감명이었다.

이 후 나는 집 사람에게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마을에 곧 데려 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는데 3년이 걸렸다. 우리 가족이 미국 서부를 차로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할 적에 국경을 넘어 이 곳까지 왔다. 이 때 집사람도 내 얘길 듣고 감명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가 처음 받았던 느낌을 비슷하게 받는다. 집사람은 계속 "마을이 정말 황홀(Enchanting) 하네요"하며 중얼거리듯 반복했다.

그런데 다시 우리 식구와 같이 온 10년 전만 해도 내가 처음 왔을 때 보다 관광객이 많아졌다. 2006년엔 더욱 상업화되어 옛날 벤프의 매력은 반감되었다. 내가 이 얘기를 호텔 주인에게 했더니 "캔모어(Canmore)에 가면 20년 전 밴프와 같을 거"라고 한다. 돌아가기 전에 캔모어에서 하루 밤 자야지!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로키 마을들에게 그렇게 감명 받은 것은 눈 덮인 산 때문이었다. 눈 산을 빼면 이보다 아름다운 도시는 전 세계에 얼마던지 찾아 볼 수가 있다.

▲ 벤프 거리

▲ 밴프 마을

▲ 밴프 겨울

■ 장엄한 로키

새벽에 새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나는 잠에서 깼다. 특히 까마귀(Crow) 우는 소리는 아주 듣기 싫게 크다. 새 소리는 하진이가 자고 있는 소파 식 침대 머리맡에서 나고 있는데 하진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창문은 열려있고 하진이 얼굴에서 불과 2~3 미터 거리에 새가 열 마리쯤이 모여 시끄럽게 우리가 산 햄을 쪼아 먹고 있다. 여기 까마귀는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크고 생긴 것부터 무섭다. 양(羊)의 등에 상처가나면 이 놈들이 몰려와 양이 뼈만 남을 때까지 파 먹는다.

"하진이가 어제 몹시 피곤했나 보다" 내가 베란다로 나가 까마귀들을 쫓고 보니까 새 들이 어제 우리가 산 햄을 반쯤 먹어 치웠다. 어제 밤 냉장고가 없는 방이라 내가 음식을 베란다로 내 논 것이 문제였다. 이 햄을 새들이 먹은 곳을 자르고 나머지를 먹자는 설과 새들이 무슨 병균이 있을지 모르니까 다 버리자는 설로 설왕설래하다가 아까운 햄을 버리기로 했다. 이 바람에 아침 식사가 약간은 초라해 졌다.

▲ 서양 까마귀

식사 후 내가 전에 갔던 밴프의 스프링호텔(Hotel Spring)로 우리 일행을 데려갔다. 호텔이 거의 2백 년이 된 고급호텔이라 그 자체가 구경거리다. 내가 15년 전쯤 왔을 때 온천이 호텔 내부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온천은 케이블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 근처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호텔 뒤에 있는 보우폭포(Bow Falls)를 찾아갔다.

폭포는 낮았으나 이 곳이 1950년대 명화 '돌아 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의 촬영장소다. 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와 로버트 미첨(Robert Mitchum)이 주역이었는데 특히 당시 섹스 심볼인 마릴린 몬로의 연기는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녀는 영화의 주제 곡을 직접 불렀다. 나도 고등학생 때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이 영화를 모른다고 한다.

▲ 스프링 호텔(왼쪽), 폭포로 가는 길에 내가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 돌아오지 않는 강 촬영지

폭포로 걸어 내려가는 길에 캘거리에서 왔다는 노부부를 만났는데 할머니와 내가 대화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나에게 이 곳이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장소라며 캘거리에 가면 찾아가 볼 만한 곳을 10분쯤 쉬지 않고 얘기해 준다. 좋은 영어를 쓰는 걸 보니까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다. 할머니에게 얻어들은 정보 중 아주 중요한 것은 어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캘거리 스템피드(Calgary stampede)'가 시작 되었다는 사실이다. 열흘간 이어지는 이 축제에 대한 얘기만 전에 몇 번 들어 봤지 나도 그 축제기간에 오긴 처음이다.

폭포에 있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 전망대에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곧장 재스퍼(Jasper)를 향해 달렸다. 어제는 밤이라 안 보였지만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길은 숨막히는 절경의 연속이다. 길 양측으로 전나무 숲이 있고 그 위로는 흰 눈으로 덮여 있는 해발 3~4 천 미터의 산봉우리들이 계속된다. 중간 중간에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와 강이 보이고 엘크(Elk), 무스(Muss), 불곰(Grizzly bear), 흑곰(Black bear), 산양(Mountain Goat), 비버(Beaver)가 숲 속에 살고 있다. 또 20여 개의 산 속 마을이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 전망대에서 보는 밴프 마을

대부분 이 마을들은 만년설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엔 수 많은 스키, 래프팅, 등반,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특히 유럽인에게 인기가 좋다. 북미의 로키는 미국 동부의 아팔라치아(Appalacia)나 유럽의 알프스(Alps)에 비해 더 남성적이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따라 흐르는 이 산줄기는 미국측 보다 캐나다 쪽이 더욱 그 웅자를 뽐낸다. 캐나다 쪽에는 빙하가 흐르며 산을 깎아 산봉우리가 높고 삐죽삐죽 하다. 그래서 훨씬 드라마틱하다. 미국 쪽은 주로 강이 흐르며 생긴 계곡이라 완만하다.



▲ 위 사진 두 장은 롭슨(Robson 3,954m)봉. 바위가 빙하에 깎이며 만들어져 일반 산과는 사뭇 다르다

재스퍼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20불이나 받는다. 캐나다 록키는 네 개의 국립공원으로 나뉘어 있으나 중심부는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이다. 재스퍼에 있는 컬럼비아 빙원으로 가는 길에 호수를 두 군데 들렸다. 하나는 모레인이고 또 한군데는 페이토란 호수였다. 모레인은 길 가에 있고 페이토는 주차하고 산 길을 15분쯤 걸어 올라가야만 했다. 올라가서 전망대에서 보는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는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 모레인 호수(Lake Moraine)

하진이는 페이토 호수 모양이 '이태리' 같다 하고 영길이는 '세 잎 클로버' 같다고 한다. 누구 눈이 더 삐뚤어 졌을까? 재스퍼로 넘어가는 언덕 길에서 우리는 산양(山羊) 무리를 만났다. 차도를 걸으면서 사람이 다가가서 사진도 찍고 하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지난 번에 와서는 흑 곰을 만났고 그 전에는 순록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산양이다.

▲ 에메랄드 빛깔의 페이토(Lake Peyto)

▲ 길에 나타난 산양

페이토에서 내려온 우리는 서둘러 컬럼비아 빙원을 향해 달렸다. 우리는 빙하 아사바스카(Athabasca)에 가기 위해 재스퍼(Jasper) 'Ice Field' 매표소에 가서 빙하만 가는 특수 버스 표를 끊어야 한다. 부지런히 달린 덕에 운 좋게 6시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이 곳으로 올 때는 비가 왔었는데 지금은 그쳤다. 로키 산맥은 기후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차에서도 하늘의 먹 구름 때를 볼 수 있다. 여기는 햇살이 쨍쨍한데 저 쪽에는 비가 오는 모습이 보인다. 내 제자들이 다 바둑 고수들이지만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 처음 경험하는 멋진 공간에서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모습이 나를 흐뭇하게 만든다. 젊을 때 이런 여행은 그 사람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 재스퍼로 넘어가는 고개 길

제스퍼로 넘어가는 고개 길은 바위산의 계속이다. 길 양 옆으로 전나무들만 늘어서 있을 뿐이다. 넓은 공간에 오면 하늘이 넓게 보인다. 또 로키산맥 때문에 구름 모습이 아주 드라마틱하다. 애들이 "여긴 하늘이 왜 이렇게 커요?" 한다. 우리는 먼저 일반 버스로 아사바스카 빙하까지 가고 그 곳에서 얼음 위를 다니는 특수 버스로 바꿔 탔다. 바퀴가 엄청나게 크고 가파른 언덕도 잘 다닌다. 여자 운전사 에밀리 말에 의하면 전 세계에 이런 차가 30여대 밖에 없고 한 대 가격이 3백만 불(당시)이 넘는다고 한다. 빙하에 도착하여 자유시간 20분을 준다.

▲ 버스 타고 가는 길에서 보이는 아사바스카 빙하

20분쯤 지나면 누구나 추위로 더 이상 있기가 싫어지는 시간이다. 이 곳 전나무는 3백 년이 되었다는데 키가 나만하다. 모진 추위와 바람에 못 커서 그렇다. 전에는 내가 올 때마다 강한 햇살이 눈에 반사되어 눈을 못 뜰 정도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전혀 다른 분위기다. 바람에 검은 먼지가 날라와 눈 위에 많이 깔려 있어 전보다 깨끗한 맛도 덜 하다. 그러나 얼음은 쉬지 않고 녹아 개울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날센돌이 비가 먼저 개울을 건너 뛰어 건너편 언덕으로 올라가자 다른 관광객들도 앞 다투어 건너 간다. 나는 샌들을 신고 있어 발이 시려왔으나 역시 개울을 건너가서 같이 어울렸다. 영길이와 비는 얼음 위에서 달리기 내기까지 하는데 용케 아무도 안 넘어진다. 누가 넘어져 주어야 놀릴 수 있는 건데. 이 지역 전체를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 field)라고 부르는데 재스퍼 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북극 남쪽에서 얼음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이 곳 빙원의 크기가 서울 면적의 반만하다. 넓이는 325 평방 킬로미터, 8개의 빙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찾아 간 아사바스카(Athabasca)였다. 길이 6킬로미터, 너비 1킬로미터이다. 우리가 서 있던 곳도 얼음두께가 300미터나 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마다 이 곳 얼음이 많이 녹는다. 빙하가 매년 10여 미터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15년 전에 내가 봤던 까마귀 발자국 모양의 두꺼운 얼음 층 형태가 많이 녹아 이제는 안 보인다.

▲ 빙하에 와서 신이 난 영길과 비가 개성 있는 포즈라고 취했는데 내 눈엔 둘 다 개 폼이다 ㅎㅎ

▲ 빙하 용 버스

이렇게 녹는 물이 개천에서 강으로 커지며 흐르고 있다. 이 물은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로 흘러 들어가 해수면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지구 오염과 온난화 때문인데 제일 큰 주범은 미국과 중국이다. 30%씩 두 나라가 지구 온난화의 60%를 차지한다. 어느 학자는 북극이 빠르면 5년 내로 녹아 없어진다고 예상했다.

여기서 쯤 인류가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흐르는 물을 마셨는데 에밀리가 그 물이 약 15만년 전에 얼은 걸로 추정 된다고 한다. 오염도 0%. 15만년 전에 지구에 무슨 오염이 있었겠는가? 모두들 마시는데 하진이만 찜찜하다며 안 마신다. 조심성인가 모험심 부족인가?

▲ 달리는 차에서 내가 찍은 Mt Castle 성– (산이 성(城)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늘 밤 우리가 자기로 한 캔모어가 여기서 서울-대전 거리쯤 된다. 벌써 저녁 8시라 서둘러야 한다. 부지런히 달리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운전자와 나만 빼고 나머지 2명은 이 아까운 경치를 안 보고 잘 때가 많다. 캔모어에 도착해서 내가 전에 묵었던 곳에 가니까 주인이 바뀌어 날 못 알아 본다. 숙소 가격이 밴프 못지 않게 비싸다. 누가 "교수님, 이럴 바에는 큰 도시인 캘거리까지 가서 자면 어때요?" 한다.

▲ 캔모어(Canmore) 마을

▲ Mt. Stanley

내가 이 말에 "가자" 해서 우리는 다시 달렸다. 젊은 사람과 여행할 때는 이런 게 좋다. 에너지가 넘쳐서 필요하면 언제나 밤도 새울 수 있다. 캘거리에 다가오자 시내 야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그 불빛의 화려함에 이 촌놈들이 와~ 하며 탄성을 지른다. 캘거리에 들어와 3번째 찾아간 모텔인 '붉은 카펫(Red Carpet Inn)'이 제일 싸다. 같은 이름의 모텔이 밴프에선 비쌌다. 모텔 주인 인도사람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 이름까지 알고 있다. 밤 11시. 우리는 자기 전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부터 서둘러 스탬피드도 보고 시내 관광도 해야 한다. 밴쿠버에 잡아 놓은 바둑 프로그램 때문에 시간에 쫓기면서 봐야 한다.

▲ 캘거리(Calgery)의 밤

( 캐나다 3 편에 계속…… )
TYGEM / 한상대(전 시드니대학 교수 sd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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