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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기사 휘호 속의 불문율

[한국] 프로기사 휘호 속의 불문율

2005-06-11 오전 10:49:10 입력

[바둑] 프로기사 휘호 속의 불문율

[연합뉴스 2005-06-10 15:26]
(서울=연합) 양형모 객원기자= 최근 P기자는 한국기원으로부터 작은 바둑판 하나를 받았다.

바둑을 담당했던 P기자가 지방으로 발령나게 되자 한국기원에서 그간의 노고에 대한 답례로

마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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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기자는 바둑판 뒷면에 평소 좋아하던 프로기사 두 명의 사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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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관왕 최철한 9단과 바둑 방송 진행자로 잘 알려진 여자 프로기사 한해원 2단의

사인이었다. 두 프로기사의 사인은 요즘 세대에게는 낯설기만 한 붓에 먹물 묻혀 쓴 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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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보다 키보드 자판에 익숙한 세대들로선 일종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 프로기사들은

종종 바둑판에 사인을 해야 할 일이 생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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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 음반에, 작가가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는 경우와 유사할 것이다. 프로기사들의

바둑판 사인. 그런데 여기에는 묘한 불문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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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반드시 붓으로 남긴 `정식 휘호’여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반드시

한문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바둑판에 사인해야 할 일이 잦은 유명 프로기사

들은 평소 시간을 내 붓글씨 연습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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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는 타인의 바둑판에 이왕이면 멋지게 이름

석자 남겨 주고픈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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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는 확실히 일본 바둑계가 한 수 위이다. 일본 유명 프로기사들의 휘호를

보면 전문 서예가들 솜씨 뺨치는 고수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예전에는 우리

바둑계에도 휘호의 달인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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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바둑의 전도자 조남철 9단의 휘호는 검의 명인이 쳐낸 매화가지를 보듯 날카로우

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골계미를 자랑했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의 서체는 뭉툭한 가운데

 은근한 품위와 힘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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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행마'의 거장답게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한 조훈현 9단의 서체 역시 수준급.

조9단은 왕년에 자신의 휘호를 담은 도자기 전시회를 연 일도 있으니 휘호에 관한

한 준프로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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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9단의 영원한 라이벌 서봉수 9단의 휘호는 언뜻 평이한 가운데 비범함을 담은 느낌.

마치 서9단의 바둑을 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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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요즘 젊은 기사들은 아무래도 휘호의 수준이 선배들에게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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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서체에 익숙지 않은 데다 평소 거의 잡아보지 못한 붓으로 쓰자니 영 쉽지 않은

노릇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바둑판에 사인을 해야 할 때면 언제나

붓과 한문을 고수한다. 초등학교 1학년생의 글씨를 연상케 하는 조악한 서체일 망정,

 그것이 예의요 관례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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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몇몇 기사들은 평소 휘호를 대비해 '특훈'을 받고 있다는 소문. 그러고 보니 근래 눈에

 띄게 휘호 솜씨가 좋아진 기사들이 없지 않다. 근래 부쩍 사인 기회가 늘어난 최철한 9단이

대표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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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년 가까운 공력(?)이 쌓인 이창호 9단 역시 나날이 휘호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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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들의 휘호와 한문체 고집은 스포츠화 되어 가고 있는 바둑이 지닌

예와 도의 이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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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스포츠냐, 예술이냐의 케케묵은 물음이 우문인 이유. 바둑은 스포츠

이자 예술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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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스포츠와 같되, 그 누구도 사인펜보다는 묵향이 배인 휘호 바둑판을 갖고 싶어할

것이기에.

[관련기사]

http://www.tygem.com/news/writer/viewpage.asp?pagec=3&seq=364&gubun=W001

[i진선 한 마디]

제가 바둑판 서명에 대한 기사를 두어번 기사화한 적이 있었죠.

겨우 명예기자라는 사람이 감히 프로기사들의 휘호에 딴지걸고, 한글로도

쓰라고 협박(?)성 기사를 계속 올리니 기가 막혔을지도^-^::

아마도 그 기사에 대한 한국기원의 답변(?)으로 보여집니다.

 

이왕 언급이 되었으니 의문이 있네요.

 

그럼 순수 한글 이름을 가진 사람도 억지 漢字로 만들어서 서명해야하는 것 인지요?

그리고 한글로 서명하면 예와 도의 이면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서명은 반드시 漢字로만 해야한다는 분들께 묻고싶습니다.

 

꾸벅 

 

불문율을 깰, 백마타고 나타날 초인을 기다립니다. 

TYGEM / i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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