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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에 죽음에 관한 의학적 견해

애제자 잃은 슬픔에[ 자살 선택

2014-03-10 오전 10:15:45 입력 / 2014-03-11 오후 9:14:10 수정

▲ 한국바둑의 간판스타 조훈현.

1953년 오늘(3월 10일) 전쟁의 상처가 진물을 흘리고 있던 전남 목포에서 신동이 태어났습니다.

바둑천재 조훈현. 여섯 살 때 서울로 올라와 본격 바둑수업을 받고 아홉 살 때 최연소 프로기사가 됩니다. 이듬해 일본 세고에겐사쿠(瀨越憲作, 1889~1972) 9단의 제자가 됩니다. 세고에겐사쿠는 평생 3명의 제자만 뒀습니다. 조훈현과 일본의 하시모토우타로, 중국의 우칭위안(吳淸源)이었습니다.

1972년 3월 조훈현은 군대에 가기위해 귀국합니다. 스승은 하늘이 무너진 듯 한숨을 쉽니다. 한국 병무청에 직접 탄원서를 내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7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고에는 두 통의 유서를 남겼는데, 한 통은 가족에게 '
노구로 더 이상 신세지기 싫어 먼저 떠나고자한다'는 내용이었고 또 한 통은 친구와 후배들에게 '조훈현을 꼭 다시 데려와 대성시켜 주기 바란다'는 간절한 부탁이었습니다.

일본 신문은 일제히 세고에가 한 달 전 가스를 마시고 자살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따라 자살했다고 보도했지만, 제자를 그리다 자살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세고에는 제자 조훈현이 군대에 간 후에 자살했다'고만 돼 있습니다.

얼마 전 동아일보 김화성 기자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훈현은 이렇게 말했더군요. "스승의 죽음을 듣고 한동안 머릿속이 하얗고 멍했다. 그분은 대들보에 목을 매단 게 아니라 앉아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졸라 돌아가셨다고 했다.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스스로 손을 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스승은 대꼬챙이 같은 분이셨다. 친구 가와바타의 자살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아마도 나의 귀국이 90% 쯤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느낀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구나 그 몇 달 뒤에 내가 강아지 때부터 키웠던 아키다견 벵케이가 밥을 안 먹고 비실거리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 이야길 듣고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스승의 죽음에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나왔다. 내가 떠나는 날 낮게 낑낑대며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고에가 자살하자 당시 일본 언론은 사람이 자신의 목을 졸라 죽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논란을 보도합니다. 사람은 목을 조르다 무의식중에 손을 놓아버리게 돼 있다는 겁니다. 세고에는 초인적 정신의 소유자이므로 이런 자살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최근의 법의학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로 봅니다. 법의학에서는 목이 눌리면 숨을 못 쉬어 죽기보다는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생기거나 목에 있는 굵은 신경이 자극받아 심장에 부정맥이 일어나 숨진다고 해석합니다. 목뼈 손상도 사인입니다. 고령의 세고에가 목을 눌렀을 때 급성 신체 반응에 의해 숨졌던 것이지요.

어쨌든, 스승의 간절한 바람대로 조훈현은 세계적 기사가 됩니다. 그 또한 '돌부처' 이창호의 스승으로 대한민국 바둑의 격을 높입니다. 제자가 떠난 자리를 보면서 가슴 아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스승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스승이 있고, 천재는 훌륭한 스승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위 기사는 3월10일자 코미디닷컴에 실린 의학전문칼럼리스트 <이성주의 건강편지>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TYGEM / 이성주 코미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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