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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리저, '암연이일장'의 '군자의 도'를 보여준 신진서 - 1편

'신진서 지금까지 인간 바둑의 최고 수준에 도달'

2024-02-28 오후 1:11:13 입력 / 2024-02-28 오후 3:43:22 수정

▲북경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무한대학 체육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인 리저.

 

 

중국 프로기사 리저(1989년생)가 농심신라면배에서 신진서의 활약을 지켜본 소회를 밝힌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저는 2012년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북경대학 철학과에 입학해 바둑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2017년 북경대학 체육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으며, 2022년부터 무한대학 체육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중국갑조리그 구이저우 소속의 리저는 MVP를 차지할 정도로 주목받던 프로기사였다. 리저는 바둑의 길로 선택하면서 학업의 기회를 놓쳤는데 이에 그는 시간이 남는 저녁 시간에 항상 책을 읽었다. 그는 각종 문학 소설을 읽고 침상에는 항상 책이 놓여 있었다. 매일 훈련을 마치고 난 후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취미로는 탁구를 좋아했는데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AI와 ChatGPT 등을 바둑과 연계하여 많은 공부를 하며 각종 매체에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리저는 이번 농심신라면배를 보면서 신진서에 대해서 자신이 느꼈던 점을 각 언론 매체에 소개한 내용을 번역해서 정리했다. 

 

신진서가 농심신라면배에서 끝내기 6연승을 거두어 대회 16연승을 기록하며 당초 이창호의 14연승 대기록을 뛰어넘었다. 주장으로서 중국 참가 기사들을 모두 꺾고 4회 연속 농심신라면배 우승을 이끌면서 세계 일인자임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위 참고도에서는 신진서에 대한 인상, 그의 기예와 성품을 포함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둑은 신진서가 어느 정도 앞서 있고 AI 훈련 방법 및 바둑 기술 분야의 이론적인 측면에서 간략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이 부분의 지식 이론에 기반한 분석은 우리의 일선 기사들 더 나아가 젊은 신예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바둑의 기예 외에 성품을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상급 고수의 품격과 기예는 반드시 바둑의 기예와 상통한다고 믿으며,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지난 몇 년 동안 실제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바둑을 배우는 아이와 부모 등은 물론 많은 기사들 스스로에게 '바둑을 잘 두는 것과 e스포츠를 잘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는 등의 의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신진서가 일단 그런 신념을 어느 정도 만회한 것 같다.

 

많은 기사들이 오청원 선생의 부채를 좋아하는데 부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암연이일장(暗然而日章)'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여러분은 아마도 오청원의 뛰어난 업적에 감탄하여 오청원 선생이 왜 이 다섯 글자를 부채에 썼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암연이일장'은 중용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도(君子之道)는 처음은 암연하지만 해가 떠올라 빛이 나고, 소인의 도(小人之道)는 처음은 겉으로 빛나지만 그 속으로는 공허하여 겉으로는 무실하여 나날이 쇠퇴한다'는 의미이다. 오청원 선생은 말년에 21세기 바둑을 상상하며 바둑은 '중화(中和)'의 길이라며 '중용(中庸)'을 추앙했고, '暗然而日章'을 부채에 새겨 세상에 그의 인생 철학과 바둑관을 분명히 전했다.

 

신진서는 2000년에 태어나 기예의 최고봉에 오르면서 암이일장의 군자의 도를 보여주며 큰 기사로 거듭남과 동시에 훗날 바둑을 배우는 많은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바둑계 전체에 행복한 일이다.

 

신진서의 경이적인 통치력은 적어도 하나의 오류를 입증했다. 바둑 AI가 대중화되면서 AI가 기사들 간의 수준 차이를 좁혔다는 이론이 있었는데, 다들 AI를 따라 하니 수준이 비슷해진 것 같다. 신진서는 올해 90%에 가까운 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과거 이창호의 통치력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AI를 배운다고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중국) 기사들은 더 이상 이 주장에 속지 말아야 한다. AI가 엄청난 평등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평등은 주로 훈련하는 조건의 평등(모두가 강한 AI를 일상 훈련으로 사용한 이후)이지 훈련 효과의 평등이 아니다. AI의 등장은 실제로 기사의 능력에 더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선 기사들과 경기에 주력하는 어린 기사들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신진서가 지금까지 인간 바둑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물론 인간 바둑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왔으며 미래에는 틀림없이 더 높은 수준의 기사가 나올 것이다). 신진서 어떻게 이 정도 높이에 도달했을까? 바둑의 최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그는 어떤 슬럼프와 곤경을 겪었는가? 그의 기술은 주로 어떤 부분에서 앞서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주목했다. 신진서 최근 대국은 당시의 전투형 스타일에서 벗어나 판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농심신라면배의 6연승 중 마지막 중국의 주장 구쯔하오를 상대로 한 대국에서 비교적 큰 고비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신진서도 패배의 원인이 될 만한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 나머지 5연승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에게 조금의 기회도 없었던 대국이었다.

 

현대 바둑의 프로 경기에서 전체 판세의 흐름을 장악할 통치력이 가장 강한 기사가 승패를 장악할 확률이 높다.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이후 나는 바둑 기술 분야의 이론으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나중에 설명하겠다.

 

물론 신진서의 전투력과 계산력은 매우 강하다. 그가 세계바둑대회에 막 출전했을 때에 전형적인 전투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패배는 대부분 우세한 상황에서 행마가 지나치게 강해서 부러진 것이었다(첫 번째 신아오배 8강전에서 나와 신진서는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했다. 추첨식에서 나는 그와 한번 붙어보기를 바랐다. 그는 당시 유일하게 중국선수가 아니었고 아주 어렸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오랫동안 훈련을 하지 않았고 가끔 시합에 참가하고 있어 점차 일선에서 물러날 때였고, 신진서는 풋내기라고 할 수 있다).

 

바둑 AI가 나온 뒤(특히 2019년 카타고 소스 오픈 이후) 신진서는 AI를 통해 학습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갔고, 전체 국면을 제어하는 기풍의 '플레이메이커'로 변하면서 놀라운 승률을 기록했다.

 

사실 바둑의 여러 가지 '기풍'이라는 말은 재미있게 표현한 것일 뿐 정확하지는 않다. 이른바 '플레이메이커'는 복잡한 계산에서 인간의 불가피한 파동을 피하고 국면을 매끄럽고 매우 높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지만 플레이메이커로서 그렇게 높이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최고의 상위 플레이메이커는 단연 이창호다. 이창호의 전성기는 밋밋해 보이지만 상대가 찬스로 잡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 뛰어나다. 지금 AI로 다시 이창호가 가장 강했던 부분을 분석해 보면 끝내기가 아니라 형세 판단 능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창호가 역전한 대국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결코 역전한 것이 아니라 이창호는 이미 훨씬 정확하게 실제 우세한 참고도의 결과를 더 정확하게 분석해 냈던 것이며,  대국 상대와 관전자는 국면을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이창호의 프로생애 말기에 '전투형'에 가까운 스타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이창호의 영향을 받은 젊은 기사들의 형세 판단력과 승부감각도 강해졌고, 젊은 기사들과의 판단능력에 큰 차이가 없게 되자 판세를 쉽게 장악하지 못하고 늘 전투를 해야 했고, 그 단계에서 승률과 지배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전체 판세의 흐름을 장악하는 열쇠는 '판단력'이다. 오늘날 신진서가 가장 앞서고 있는 부분은 분명히 그가 AI 훈련으로 향상시킨 '판단력'때문이다. 프로기사들은 흔히 "판단력은 바둑에서 가장 어렵다. 판단력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왜 가장 어렵고, 또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중영바둑용어사전'을 출판할 때 나는 바둑의 많은 용어들이 엄밀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엄밀하지 않은 용어들은 엄밀한 지식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둑 기술 분야를 말할 때 '중반 능력'이라는 단어는 명확성이 떨어지고, '판단'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명확하다.

 

7년 전, 나는 '알파고-미래의 바둑'이라는 글에서 바둑 기술의 3요소인 기감(棋感, 바둑에 대한 직감), 계산, 판단(이 3가지는 마침 알파고의 알고리즘 구조에 대응한다)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이 세 가지 개념의 틀 안에 인간의 바둑 능력과 기술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지난해 나는 "바둑의 지식구조 분석"이라는 논문을 썼다. 논문의 주제 외에도, 문말에 인간 기사가 AI를 사용하여 학습함으로써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얼마나 진보와 진보의 공간을 가져올 수 있는지 언급했다. 결론은 기감에서는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계속 진보할 것이고, 계산에서는 진보의 공간이 매우 작으며, 판단에서는 진보의 여지가 매우 크며, 미래에는 이론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석을 기억하는 것도 기감의 하나로 분류된다. 바둑에서 AI를 배우는 첫 단계는 AI의 기감, 즉 AI의 착수법을 많이 보고 동일하거나 비슷한 국면에서 기존보다 더 나은 국면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인데 바둑은 포석 단계에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국면'이 가장 잘 나타나기 때문에 기감 부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것은 정석을 암기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인간 기사는 다시 정석을 배우고 프로기사로서 꼭 필요한 과목이 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포석 이외에도 중반으로의 전환에 대한 기감, 전체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감, 두터움과 엷음의 관계 그리고 언제 손을 뺄 것인지 등은 모두 업데이트의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의 훈련은 주로 경험의 축적에 기초하며, 많이 보면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많이 본 것부터 진정한 이해까지 모르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분석이 있어야 진정으로 자신의 바둑 감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다.

 

일부 기사와 바둑팬은 AI와 학습하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AI가 있으면 바둑을 잘 둔다고 믿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다. 낡은 정석을 없애고 AI의 새로운 정석을 배우는 것도 새로운 기감을 익히는 일이다. 이는 단지 기사들이 AI 시대에 기예를 향상시키는 첫 단계일 뿐이다. (2편에서 계속)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에서 구쯔하오와 대국하고 있는 신진서.

 

 

▲'영원한 전설' 이창호와 미래의 전설 신지서. 

TYGEM / 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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