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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 다시 비상하라!

국가대표상비군 유창혁 감독을 만나다

2014-04-18 오후 2:13:05 입력 / 2014-05-11 오후 6:21:59 수정

▲ 세계제패 6회를 달성하며 한국바둑의 도약을 이끌었던 '일지매' 유창혁. 이제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맡아 한국바둑의 재도약을 이끈다.

작년 6월 'LG배 참사'를 기억할 테다. LG배 16강전에서 이세돌을 위시해서 6명이 8강에 도전했으나 한국은 6전 전패로 완전 탈락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8강조차 1명도 오르지 못한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근 20여 년간 세계바둑계의 코어로서 늘 당당했던 한국바둑이 대체 왜 이리 쪼그라들었을까.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극에 달해 국가대표 상비군이 급조되어 훈련을 개시한 것이 작년 8월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고, 이제 한국기원은 2기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가 유창혁 최명훈 코칭스텝을 필두로 새롭게 비상을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타이젬은 새로운 태극호의 선장 유창혁 감독을 만나 상비군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이창호 이세돌의 기술위원 합류소식이 들려왔다. 준비된 질문이 있지만 먼저 이들에 관한 질문부터. '양이'가 상비군에 전격 합류한 것은 코칭스텝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가.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물론 그렇다. 이창호 이세돌은 '랭킹 몇 위'로 따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기사들이다. 어차피 모든 상비군 훈련을 동등하게 참가하기는 힘들지 않겠나. 먼저 이창호가 코칭스텝과 논의에서 기술위원으로 상비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서 이세돌도 영재를 키우는 데 평소 관심이 많아서 기술위원을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이들이 성심 성의껏 돕겠지만 코칭스텝의 일원은 아니다. 그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멘토링 역할을 하지 않겠나 싶다.

유창혁 최명훈 코칭스텝에다 기술위원 이창호 이세돌 전력분석관 김성룡. 이 정도면 충암연구회의 부활같은 느낌이 들고 기대가 몹시 되는데?
과거 충암연구회 시절엔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선배가 이끌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선배들이 개인적인 희생을 많이 했다. 상비군이 제대로 되려면 어차피 위에서 희생을 해야 한다. 희생이 없이는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코칭스텝 그리고 기술위원들과도 공감했다.

80년대 중반, 당대 최고수였던 이창호 유창혁을 비롯하여 최규병 양재호 등 한국바둑의 주축들이 충암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충암연구회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공동연구가 1990년대 세계제패의 힘이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이후 소소회로 명칭은 변경되었지만, 결국 2000년대까지 그 저력은 이어졌다.

▲ 상비군 운영계획을 차분히 설명하는 유창혁. 희생이 없으면 조직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제패 6회에 빛나는 유창혁의 카리스마에 많은 기대가 있다. '일지매 사단'은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작년의 경우는 실내무도아시안게임도 있고 해서 임시로 조직된 상비군이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최강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가는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양이'도 예전처럼 순수한 분위기는 아니지 않느냐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하되,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하려고 한다. 상비군과 여자대표들은 매일 훈련을 한다. 국가대표팀은 충암연구회처럼 1주일에 1회는 꼭 하려고 한다. 아마 '양이'도 참가하게 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는가.

감독으로 모셔간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맡고 싶어 했나?
둘 다다. 시기적으로 맡아주어야 한다는 기원 측의 요구도 있었고 나 스스로 생각도 있었다. 지금 고삐를 죄지 않으면 패배가 습관이 되어버릴 지 모른다고 보았다. 그리고 내 나이나 위치에서 꼭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다.

상비군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몇 년은 걸려야 할 것 같은데 임기가 연말까지인데?
상비군 운영위원회에서 체육회 보고차원도 있고 해서 임기는 1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4월인데 연말까지 몇 달간해서 달라지길 기대하긴 당연히 어렵다. 임기는 개의치 않고 국가대표 상비군체계를 확립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해설도 많이 했고 도장도 하면서 기재들의 기량이나 장단점을 거의 파악했을 것이라고 보는데?
많이 지켜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옆에서 보는 것을 관전이라고 하질 않나. 실제로 들어가서 보면 많이 다를 것이다. 어느 부분이 문제점인지 각 개인별로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려고 한다.

상비군의 현 위치를 코칭스텝에서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국가대표들은 분위기를 맞춰주고 자신감이나 하고자 하는 의지만 좀 다듬으면 될 듯하다. 그 아래는 중국보다는 많이 약하다. 상비군의 수준을 국가대표 급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예전부터 한국은 뛰어난 몇 명이 우승을 했다. 이창호 시대에도 과거 한중대항전 같은 기전에서 7명, 5명이 단체로 붙으면 중국에게 지곤 했다. 지금은 통합예선시대라 많이 위로 올라가지는 못할 것이니, 우승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중국도 세계대회를 석권했다지만 절대자가 나타난 것은 아니질 않은가.

▲ 재도약을 이끌 유창혁 감독 최명훈 코치.

유감독은 낙관파였는데 상비군의 색깔은? 그리고 상비군의 현재 분위기는?
아직은 색깔을 나눌 계제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할 예정이다. 이것은 이창호 이세돌도 공감한 부분이다. 멘토링을 통해서 당장의 성적보다는 경쟁력 강화 영재육성 등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낙관적으로 본다. 중국이 지금 잘나가지만, 과거 이창호 시대처럼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선배들이 했던 것만큼만 우리 후배들이 분발해준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재주는 다들 있는 기사들이다. 무엇보다 상비군 한명 한명이 해보자는 열의가 매우 강하다.

훈련 이외에 다른 계획도 있나?
다른 계획에 포함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연수를 연말까지 세 번 정도 잡혀있다. 5월 중에 먼저 떠날 예정인데, 선후배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멘토링하는데 그처럼 좋은 게 없다. 과거 나도 연수를 많이 다녔다. 충암연구회 소소회 등 1년에 두 세 번은 다녔던 것 같다. 끈끈한 선후배관계를 지금 상비군도 함께 느껴보아야 한다. 상비군체제에서 그러한 좋은 환경을 복원하는 게 과제다.

중국대표팀을 보면서 꼭 본받고자 하는 점이라면?
가장 부러운 것은 정상들이 신예에게 바둑을 지도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선배들이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고, 그래서 나도 후배에게 해준다는 것이 오랜 전통이 되었다. 나중 상금을 따게 되면 일정 정도 고마움의 표시로 내놓기도 하는 등 선후배의 지도가 시스템화 되어 있다. 중국은 근 20년 전부터 한국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난 후 후배들을 키워서 한국에 대항하려고 했다. 마샤오춘 위빈의 헌신적인 노력이 급기야 빛을 보고 있다. 이후엔 아마 창하오가 맡을 것으로 본다. 무너진 것을 복원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상비군 훈련일정
상비군은 남녀 국가대표 1개조와 상비군 3개조(A팀, B팀, 여자)로 30명 안팎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18세 이하의 영재들을 대상으로 육성군을 조직해 강화훈련에 들어간다.

우선 남자국가대표는 랭킹 최상위권 기사 7명이 포함됐다(군 입대자 제외). 상비군 A팀은 89년생 이후 출생자로 나현 이지현 안성준 김정현 등 4명을 우선 뽑았고, 4명은 선발전을 통해 추후 발탁 예정. 상비군 B팀은 96년생 이후 출생자로 변상일 이동훈 신진서 신민준 김진휘 한승주로 구성했다. 여자국가대표 4명은 랭킹으로 최정 박지은 김혜민 조혜연이 선발됐다. 나머지 4명은 역시 선발전을 통해 선정한다.

상비군 선발전은 21일부터 시작해 3차례로 나뉘어 열리며 1차전은 리그, 2∼3차전은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펼쳐진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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