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따따부따

희망확인, 한중교류전

안성준 이동훈 신민준, 中국가대표와 9연전

2014-04-20 오후 3:57:31 입력 / 2014-04-26 오전 12:03:20 수정

▲ 소규모의 한중교류전이 열리고 있는 중국기원. 얼굴이 보이는 쪽이 한국선수들이다. 이동훈 신민준 안성준.


2000년대 초의 일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중국기원을 방문했을 때 샤오웨이강(73년생), 류징(75년생), 창하오(76년생), 저우허양(76년생), 뤄시허(77년생), 왕레이(77년생) 등 중국의 '6소룡(六小龍)'으로 불리던 이들이 모두 중국기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국가대표를 하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어렸던 구리(83년생), 쿵제(82년생), 치우쥔(82년생), 후야오위(82년생) 등은 '10소호(十小虎)'라 불리며 국가대표보다 아래 급인 국가소년대 소속이었다.

한낮인데도 저 멀리 청바지 차림에 잠바를 입은 뤄시허는 걸음을 제대로 못 걷고 있었다. 뒷주머니에 술병을 차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기숙사로 올라가다 결국 왕루난 원장에게 걸려 혼나고 있었고, 류징의 방에 놀러 가면 담배연기가 벽지에 찌들어있었다.

8세 연상의 장쉔(68년생)과 결혼한 창하오는 결혼을 핑계로(?) '너구리굴' 생활을 청산했다. 그런 말썽 많은 후배들을 챙기는 건 여전히 귀여운 아줌마 화쉐밍(현 국가대표 단장)의 몫이다. 그 땐 모든 것이 이창호로 시작해서 이창호로 끝나는 시대였고 중국 국가대표 시스템은 우리에게 전혀 위협요소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 국가소년대 선수 중 가장 나이 어린 선수는 천야오예로 지금의 신진서 못지않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우위린 국가소년대 감독은 이 어린 보물을 어르고 달래며 바둑만 열심히 할 수 있게 성심 성의껏 보살폈다.

하루는 우위린 감독이 필자에게 천야오예와 한판을 지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치수는 정선이었는데 1집을 꼬마가 패하자 돌을 쓸어 담는 것과 동시에 다시 화점에 돌을 놓았다. 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판 두자는 뜻이다. 이 맹랑한 꼬마에게 안 둬 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한판 더 두어서 이번엔 패했다. 12살 꼬마는 승리에 만족한 것인지 고마움을 생략하고 인사 없이 휑하니 가버렸다.

▲ 안성준 이동훈 신민준과 함께 2월 한중교류전에 참여했다. 사진은 베이징역 광장.

2007년 최철한 김지석과 함께 행현연구실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신입회원으로 들어 온 박정환도 그때의 꼬마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필자에게 연습바둑에서 첫판을 지자 바로 화점으로 한판을 더 두자는 무언의 표시를 했다. 천재들은 묘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금껏 나에게 'one more time' 을 외친 기사는 이 둘 뿐이다. 아마도 필자 정도는 져서는 안 될 상대라고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 1월 필자는 30명 정도의 평가전을 중국기원에 제의했지만 시합 스케줄을 이유로 불발되었다. 스케줄이 이유였긴 하지만 세력이 약해진 한국과 연습바둑(교류전)을 거부하는 듯하여 기분이 팍 상했다.

아쉬움으로 2월에 소규모 원정단을 차렸다. 변상일 신진서에게도 같이 갈 것을 제의를 했지만 3월에 있는 바이링배가 얼마 안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가겠다는 회신이 왔다. 어쩔 수 없이 안성준 이동훈 신민준과 함께 평가전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김포공항에서 오전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기 때문에 오후부터 바로 대국에 들어갔다. 자비로 교류전을 하러 온 입장에서 한 시간도 아쉬운 상황. 피곤함을 생각할 여유는 애초부터 없었다.

매년 갈 때 마다 느끼는 건 항상 우리가 약간은 질 것 같다는 점이다. 소속 감독이 작성한 전력분석 내용을 보고 총감독이 대진표 짜는 회의를 할 뿐만 아니라, 교류전도 랭킹 점수에 늘 반영이 되므로 중국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대국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약간의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해 1판에 100위안(약17000원)의 사이드 머니를 걸었다. 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면 상대에게 공물을 갖다 바쳐야 하는 그 기분이 아주 '더티하다.'

안성준의 상대는 전원 국가대표면서 랭킹도 엇비슷한 선수다. '설마 반타작 이상은 하겠죠!' 자신하는 그에게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그러나 필자의 속으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성준의 상대는 탕웨이싱 저우허시 당이페이 등 만만치 않았다. 이동훈은 97,98년생들과의 대결이다. 오히려 97년생보다 '98년생 트리오'로 불리는 양딩신 셰얼하오 리친청 등이 우리에게 더 알려진 기사.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신민준은 98년생 중 랭킹 하위권과 99년생 쉬자양 저우전위 00년 리웨이칭과의 대국이다.

▲ 중국 국가대표팀 연구실. 중국기원 3층에 위치해있다.

중국기원 안에 있는 추억의 기숙사는 예전과 달리 방이 많이 비어 있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모든 선수가 기숙사 생활 하는 것이 아닌 자율로 바뀐 것이다. 요즘은 어린 선수들의 부모가 고향에 있는 남편이나 부인과 떨어져 아이들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중국기원 근처엔 프로기사 아파트촌이 생겼다.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릴 법한 분위기다.

우리는 주로 남자가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아 엄마가 서울로 올라와 공부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은 맞벌이인 경우가 95%를 넘기 때문에 비율이 엄마가 절대적이지 않다. 한 예로 판팅위의 경우는 어머니가 일하면서 아버지가 뒷바라지 한 경우다. 이런 비율이 6:4정도 어머니 쪽이 많다고 한다. 아버지가 키우는 프로들이 훨씬 독하다고 중국기원 관계자가 귀띔.

국가대표(여자대표 포함)와 소년대는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매일 같이 의무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그 의무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모든 대회에 시드나 출전 자격을 주는 당근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가 갑조리그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프로가 되어 시합에 자유롭게 나가려면 8월에 열리는 입단대회 이후 9월 국가대표와 소년대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낮에는 앞으로 벌어질 시합에 맞게 짜여 진 훈련을 하고 밤에는 타이젬 대국을 통한 속기 훈련을 한다. 중국기사들이 장고와 속기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다.

교류전은 고참들이 주로 대국하는 3층 룸에서 치러졌다. 남자대표팀 감독과 총감독의 방 사이에 껴 있다. 3층에서 가장 큰 방은 국가대표 훈련실이다. 리그전표와 훈련계획표가 붙어 있다. 총감독은 각 부문 감독들에게 상황 판단을 맡기고 그에 따른 훈련 스케줄을 만든다. 매일 같이 기원에 나와 근무하면서 관찰하고 상시 체크가 들어가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완벽하리만큼 잘 되어있다. 훈련 시간에는 다음 주 어떤 기전이 진행 되는가를 살펴 그에 맞는 제한시간과 리그전을 통해 훈련한다.

첫날 1판, 둘째 날 2판, 이동훈이 3연패를 당했다. 가장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몹시 당황스럽다. 안성준도 마찬가지로 3연패. 그러나 이동훈과 다르게 씩씩하다. 매년 교류전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교류전 이후 한국에만 돌아가면 성적이 좋아진다. 본인들도 중국에서 교류전을 하고나면 자신의 나태함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교류전은 가능하면 자주 하는 게 좋단다. 반면 신민준은 3연승을 거두며 아주 신났다. 중국음식은 어찌도 그리 잘 먹는지 살이 도저히 안 빠진다^^. 가끔 신민준은 중국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이동훈과 셰얼하오의 대국.

베이징 숙소는 기원에서 30분 정도 걷는 거리. 운동도 할 겸 30분이 좋을 줄 알았다.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경보 수준이라는 것을 뉴스로 알기 전 까지는. 호텔은 패밀리 룸으로 방이 2개다. 미닫이를 열면 4명이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처음엔 안성준과 필자가 룸메이트였는데 이틀 만에 이동훈으로 바뀌었다. 안성준 신민준은 소치올림픽 연아 누나와 함께 새벽 1시까지 TV에 빠졌고, 이동훈은 혼자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했다.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교류전 마지막 날. 계속해서 정신 못 차리고 지고 있는 안성준은 이미 외상을 크게 입은 상태. 이동훈은 방을 바꾸더니 4연승을 거두며 완전 회복했고, 신민준도 5승1패로 아주 좋다. 오전대국이 끝나자 안성준을 빼고 이동훈 신민준만 대국을 가졌다. 그리고 이겼다.

위빈 총감독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다. 더군다나 믿었던 중국랭킹 12위 양딩신(98년생)이 이동훈에게 진 것에 큰 충격을 받았나 보다. 갑자기 급 친절 모드로 바뀌며 점심을 사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은근히 밤에 속기로 두 판을 더 하자는 것이 아닌가. 뭐, 내가 두는 것도 아닌데 'OK!' 그런데 이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밤에 삼겹살과 발마사지를 기대했던 우리 삼총사가 여기서 무너졌다. 마지막 날 밤 10시까지 네 판의 대국은 무리였다.

오후 대국이 벌어질 때의 일이다. 2층에서는 중국 용성전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우승자는 구리, 준우승은 리저로 시상식은 조촐했다. 구경하고 다시 3층에 올라갔더니 신민준이 빠르게 한판을 기부하고 아무도 없는 국가대표 훈련실에서 혼자 조용히 복기를 하고 있었다. 대만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입단대회를 통과해 소년대에 뽑힌 98년생 천정쉰에게 패한 것이다.

"1시간 바둑을 왜 이리 금방 졌어!" 했더니 "농락당했다"고 한다. 얼굴이 어둡다. 이럴 때는 피해 주는 것이 상책. 신민준의 장점은 지면 바로 복기를 한다. 자신이 실수 한 곳을 찾아내고 납득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 듯이 진 것을 잊어버린다. 이것은 스승인 이세돌의 특기 중 하나다.

▲ 커제와 안성준의 대국.

▲ 신민준-리웨이칭 대국. 리웨이칭은 신민준보다 1살 아래인 2000년생.


반면 안성준의 바둑은 한창이다. 엊그제 벌어진 LG배 통합예선을 통과한 안동쉬. 1년 전만 해도 항저우 출신의 국가2팀 소속이었다. 국가2팀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돋움 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3명만이 국가대표로 올라왔을 뿐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본 안동쉬의 눈빛이 좋아졌다. 국가2팀에 있을 때 느꼈던 패배자와 같은 얼굴이 아니다. 이 바둑에서 결국은 안성준을 이겼다.

다시 신민준에게 갔더니 "방금 구리가 어떤 사람이랑 포석 연구하다가 갔어요!"하는 것이 아닌가(지 선생이랑 대결한다고 말끝마다 구리라고 반말로 얘기합니다!) "어, 그래 뭐라고 하던?"하니까 하나의 포석을 쫙 펼친다.

알고 보니 구리가 용성전 시상식이 끝나고 훈련실로 찾아와 리저와 이틀 후 10번기에서 쓸 포석을 연구한 것이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신민준이 호기심에 끼어든 것인데, 실제 그곳에서 연구된 포석이 10번기 2국에 나올 뻔 했다.

교류전 최종 결과는 이동훈 4승5패, 신민준은 6승3패, 안성준은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4박5일 동안 각자 9판씩, 1시간 1분 초읽기 바둑을 통해 서로 간의 실력 차이를 간접 체험해 봤다.

▲ 밤을 밝히며 트레이닝 대국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영재들은 걱정과는 달리 중국의 또래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강점이 있었다. 많은 인원의 영재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경쟁을 하다 보니 우리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이런 비슷한 수준의 경쟁시스템은 대국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실전 공부 양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안성준에게 물었다. 작년에 둔 시합 중에 '거져'(쉽게 이기는 판이란 뜻의 은어) 빼면 몇 판이냐다. "잘해야 절반 정도예요"라고 했다. 지난해 둔 안성준의 대국 수는 총 57국이다. 그렇다면 좀 얹어 줘서 1년에 30판정도 승부 판을 뒀다고 한다면 그는 중국의 비슷한 랭킹의 기사에 비해 승부 판을 절반 밖에 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본 공부 양을 제외하고도 실전 공부 양에서도 밀리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가 되기 이전과 이후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

교류전을 끝내며 다음 일정을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0번기가 벌어지는 핑후 일정은 안성준 신민준이 함께 이동했고, 시합이 아닌 관전은 사양하며 이동훈은 서울로 향했다. 변상일과 신진서가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한중교류전 일정은 조촐하게 마무리 됐다.
TYGEM / 김성룡 프로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