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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李古10번기 감상법 10가지

70년만의 빅 매치를 흥미롭게 감상하는 법 10가지

2014-04-25 오후 11:45:57 입력 / 2014-04-27 오전 12:38:39 수정

▲ 10번기의 분수령이 될 4국이 신안군 증도에서 27일 개최된다.


2014년 최고의 월말드라마, 이세돌-구리 10번기 4국이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증도에서 개최된다. 이번 10번기를 좀 더 흥미롭게 즐기는 10가지를 꼽아보았다. 이세돌과 구리는 한국과 중국에서 만나보고 여러 바둑인들과 얘기를 나눠본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타이젬 유저들도 이 10가지 화두를 가지고 10번기를 접근한다면 보다 흥미로운 관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① 10번기의 상징성
10번기의 상금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을 누가의 차지일까. 바둑올림픽이라고 하는 응씨배 세계대회 우승상금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일반인이 평생 벌어도 벌기 어려운 상금에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있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지난 10년간 이세돌과 구리에 버금가는 라이벌은 없다. 1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처음 5년은 이세돌을 필두로한 한국이, 그 다음 5년은 구리의 중국이 약간 앞섰다고 표현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거기에 두 기사의 맞대결도 20승 1무 20패(비공식 포함)로 똑 같다. 그렇다면 이 두 기사의 대결은 지난 10년간의 한중바둑 자체를 집대성하는 상징성이 부여된다. 이른바 한중통합타이틀전으로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② 몇 승이 목표인가
2국이 벌어졌던 두 달 전. 구리와 이세돌은 가릴래야 가리지 못한 긴장과 초조함으로 안색 자체가 흙빛이었다. 그것이 바둑 내용으로도 많이 나타났는데, 중요한 순간이 되자 두 기사 모두 집중력이 흐트러져, 급기야 누가 마지막에 실수하지 않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정도.

2국을 두기 전 이세돌은 "많이 앞서 나가면 오히려 한 두 판 집중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왜 일까? 그는 10번기는 다들 6승하면 이긴다고 하지만 자신은 5승이면 이긴 것이라 했다. 프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것도 소중한 명제다. 10판 중 6승을 하는 것과 5승을 해도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다.

10번기는 두 기사 모두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다. 1년에 최소 5억 정도의 상금을 벌어들이는 기사 입장에서는 9억이라는 상금이 은퇴를 각오할 만큼 큰 액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몽백합 니장건 회장이 타이젬과의 인터뷰에서 5:5가 될 경우엔 단판승부 내지 3번 승부를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도, 두 기사는 10번기가 끝나고 난 후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그것은 굳이 6승을 해야 되는 부담을 스스로 만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와 같다.

▲ 이세돌은 매 대국마다 먼저 착석하여 맘을 가다듬는다.


③ 배수의 진
10번기 3국이 벌어지기 1주일 전. 중국에서 만난 이세돌의 얼굴이 밝았다. 초상부동산배에서 공교롭게 구리와 만나서 패배했을 때는 이세돌이 연습바둑을 두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춘란배에서 다시 한 번 구리와 만났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 개인전이라는 점도 그랬고(초상부동산배는 단체전) 10번기 3국이 벌어지기 이틀 전이라는 점이 기세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보았을 수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종국엔 반집패. 끝내기가 약한 구리도 그날만큼은 빈틈없는 끝내기 실력을 보여줬다.

그 이전, 초상부동산배에서 구리의 모습은 2국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고, 10번기 연패의 부담이 가슴을 더 짓누른 것 같았다. 바이링배에서 멍타이링에게 패배, 초상부동산배 1차전 변상일에게 당한 패배는 그의 호탕한 웃음을 완전히 멈추게 했다. 따라서 이세돌에겐 가벼운 경기였는지 모르지만, 초상부동산배 2차전 승리는 그를 압박감에서 해방시켜준 느낌이었다.

우선 저녁 만찬에서 예전의 구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단에게 건배 제의도 하고 한국 단장에게 별도로 축하 인사를 할 여유가 생길 만큼 그는 뭔지 모를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 그는 필자에게 다가와 10번기 3국도 오느냐고 물어왔다. 시간만 되면 갈 생각이라고 하자 이번엔 6개월 된 딸과 아내를 3국에 데리고 올 예정이라고 했다. 인사시켜 줄 테니 꼭 오라는 부탁까지 했다. 자신이 패하면 가족의 생사까지 위태로운 장수의 절박한 심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까지 데려 갈만큼 배수의 진을 친 구리는 냉정하게 시종일관 판을 이끌며 3국에서 승리했다.

④ 한국 팬의 뜨겁지 않은 반응
10번기는 대회 시작 두 달 전(2013년 11월24일)에 10번기 발표회라는 공개행사를 했다. 그 때는 두 기사 모두 세계대회 결승(이세돌-삼성화재배, 구리-몽백합배)에 진출해 있어 우승을 통해 10번기가 더 빛이 날 것으로 여긴 것 같다. 결승 상대가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상대라는 점도 그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이세돌의 경우는 중국의 신예 탕웨이싱, 구리 역시 상대가 96년생 미위팅이기 때문에 두 기사 모두 승산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두 기사 모두 패배를 했다. 한중1위끼리의 대전이면서 역사상 최고의 빅카드를 만들려 했던 10번기는 이렇게 삐걱 거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한중3위끼리의 10번기가 되버린 것이다.

2014년 1월 한국 바둑계엔 10번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박정환이랑 스웨도 아니고 3위끼리 10번기를 왜 하지' 이런 비아냥거리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리는 중국에게 세계대회 개인전을 모두 헌납했다. 이세돌의 삼성화재 결승패배의 충격은 몹시 컸다. 2013년 마지막 세계대회라는 의미가 너무 컸고 팬들이 반드시 이겨 줄 거라 믿었기 때문에 패배로 인한 배신감이 너무나 컸다. 이것은 한국에서 10번기 열기가 식은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 작년 말 10번기 조인식에서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쳤다.

▲ 그러나 구리는 식전행사에서도 좀체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다.


⑤ 구리의 부담감
구리 역시 몽백합 결승전 패배는 상대가 '애송이'였다는 점에서 이세돌 못지 않은 충격이 있었다. 중국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10번기의 열기가 식은 것과는 반대로 중국은 다르게 흘러갔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이 세계타이틀을 모두 가져가면서 바둑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10번기의 열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불이 붙었다.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도 10번기 승부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두 사람은 10번기 전 정확히 50%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10번기도 막상 막하여야 할 것이다. 바둑이 아닌 올림픽이나 중요한 시합에서도 부담이 너무 큰 쪽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수 없이 많이 봐 왔다. 바둑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담이 넘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제 기량은 나올 수 없다. 그것이 구리가 1국을 무기력하게 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2국 역시 구리는 너무 큰 압박감으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 못했다.

⑥ 제한시간
10번기가 시작되기 전 누가 유리할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5:5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시선이 많았다. 필자는 이세돌이 당연히 이긴다는 쪽이었다. 현재 유리한 상황(2:1 이세돌 앞선 상황)에서 이 글을 쓰기 때문에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유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합은 제한시간이 4시간이다. 10번기가 시작되기 전 두 기사의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자리가 별도로 있었다. 이세돌의 요구 조건은 제한시간 4시간 바둑으로 해달라는 뜻을 강력하게 내세웠다고 했다. 그런데 비교적 속기파인 구리는 왜 찬성했을까? 그것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일까? 이세돌은 구리가 다른 제안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 조건 없이 순순히 응해 줬다. 왜 그랬을까?

샅바 싸움에서 구리가 밀린 것이 아닌가 싶다. 제한시간이 왜 중요한가는 1국이 끝나고 나서 말한 이세돌의 인터뷰 내용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구리는 중국리그나 기존의 세계대회 시합 시간에 적응해서인지 4시간바둑의 활용을 잘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중국기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합인 중국리그는 2시간45분을 사용한다. 세계대회 역시 2시간 내지 3시간을 기본으로 하는데 구리는 그 시간으로도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한다. 문제는 플러스 1시간이 그에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세돌은 초반에 구리에게 항상 밀리는 바둑을 중후반에 역전을 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플러스 1시간은 집으로 따질 수 없는 심리적인 안도감이 있다. 이세돌이 초읽기에 빨리 몰리면 후반이 약한 구리에게 포인트를 얻기 어렵지만 시간이 많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생 최대의 경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힘에서 구리는 실패하고 있는 게 아닐까.

▲ 10번기는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개시된다.

⑦ 홈 어드밴티지
어떤 스포츠건 홈 팀이 유리하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너무 당연한 것처럼 보이니까 그 정도는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가 최근 벌어졌던 소치올림픽 얘기를 하면 열 받아 할 말이 많지만 반대로 서울올림픽 얘기하자면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구리에게 홈 어드밴티지는 무엇인가. 우선 이동거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 사는 이세돌과 베이징에 사는 구리는 1국(베이징) 4국(전남 신안군)이 서로의 홈으로서 상쇄했다고 치자. 그러면 나머지 8곳인데 물론 직항 편이 많은 구리의 이동거리가 약간은 짧을 수 있지만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은 어차피 같고 비행시간 차이도 1시간 미만이니 이점이 거의 없다.

다음은 음식이다. 초창기 중국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던 이세돌에겐 큰 핸디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진출 10년이 넘은 지금은 2국 때 저녁식사로 개구리 요리를 시켜 먹을 정도로 중국 음식에 불편함이 없다. "한국요리는 맵다 짜다 투정을 하지만 중국요리는 그런 얘기를 안 한다"는 그의 매니저의 전언이다.

숙소는 두 기사 모두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이다. 부인과 딸이 캐나다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사는 한국의 집보다는 스위트룸과 매니저가 챙겨주는 중국 생활이 못할 것이 없다. 룰 부분 역시 중국 룰로 두는 것은 이미 중국에서 시합만 몇 백판 둔 이세돌에겐 불편함이 없다. 한마디로 홈 어드밴티지 란 것이 구리에겐 전혀 없는 셈이다.

⑧ 흡연
이세돌은 담배를 피운다. 엄청난 골초는 아니지만 하루 최소 몇 개비에서 많이 피우면 반 갑 정도는 피운다. 반면 구리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모든 시합 장소가 금연이다. 대부분 건물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10시간 가까운 승부에서 흡연가가 한 개비의 담배도 안 피우고 대국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5성급 호텔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10번기 장소엔 대국실 옆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따로 있다.(2국은 호텔 구조상 없었다.) 그곳에서는 담배를 피우는데 제약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 피우려면 시간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자신의 제한시간이 그렇게 사라진다면 4시간짜리 시합이라 해도 실제 시간은 구리 4시간, 이세돌 3시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흡연 천국인 중국은 이세돌에게 이런 점이 한국에서의 시합보다 훨씬 유리하다.

▲ 이세돌에 대한 응원을 아낄 이유가 없다. '파이팅! 이세돌!'

⑨ 월드컵 변수
10번기 일정을 살펴보면 5월 말까지 5국을 두고 2달 후인 7월말에 6국이 진행된다. 이세돌과 월드컵 휴식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몇 대 몇 상황에서 월드컵 휴식을 가졌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세돌은 아마 4:1 상황에서 두 달간 쉬게 되면, 지고 있는 사람은 그 두 달간이 마치 지옥처럼 느껴질 거라고 했다. 실제 현장에 가서 두 대국자를 보면 한 달에 한판도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고 있는 쪽이 감내하고 있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4:1 상황이 되어서 두 달을 기다리는 상황이 진짜로 나온다면 형 집행 날짜를 기다리는 사형수 신세가 아닐까.

3월은 마침 세계대회가 몰려있어 0-2로 지고 있던 구리에게 바둑을 두면서 초조함과 긴장감을 치유해줬다. 5월부터는 중국리그가 또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판 적당하게 2시간45분 바둑을 두면서 감을 잡을 수 있다. 10번기의 연습으로는 그만이다. 문제는 월드컵 휴식기에 누가 앞서든 3:2로 간다면 모르지만 4:1이 나오면 7월 달에 벌어질 6국은 폐인의 모습이 된 기사를 우리는 볼 수도 있다. 구리일 가능성이 크다.

⑩ 4국 전망
이런 빅 이벤트 시합을 한국과 중국이 반반 스폰서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4국은 유일하게 한국에서 한번 열린다. 3:0이 아닌 2:1이 오히려 흥행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현재 기전이 축소되는 어려움에 있다. 중국 쪽 10번기 기획사에서는 한국에서의 4국 개최 조건으로 10번기의 서브 스폰서 개념을 한국기원에 요청했다. 다행히 신안군의 협조로 이세돌의 생가가 있는 비금도는 아니지만 증도 엘도라도리조트에서 27일 10번기가 열린다.

그가 말했듯이 한 판 앞서고 있는 것은 오히려 추격을 당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많이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꼭 이겨야 하는 한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4국 뜨거운 관심과 함께 이세돌이 '통합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는 응원과 성원을 바둑 팬 여러분에게 부탁드린다.
TYGEM / 김성룡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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