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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칼럼-시간운용의 노하우도 실력이다

중국기전은 세계대회에 맞춰 진행

2014-04-30 오후 2:46:09 입력 / 2014-04-30 오후 4:53:10 수정

▲ 최대기전인 바둑리그가 제한시간에 변화를 주었다. 사진은 박정환-조한승 1라운드 경기.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중국에게 밀리면서부터 일기 시작한 속기논쟁이 화두가 되는 요즘이다. 속기가 한국바둑의 몰락의 큰 원인이 된 것 같다. 아울러 '시청자가 원해서'라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속기 제작에 앞장서온 바둑TV도 난처한 입장이다.

속기바둑의 문제는 바둑의 질적 하락과 국가경쟁력 문제로 귀결된다.

바둑의 질적 하락 부분은 장고바둑이 속기바둑보다 내용면에서 나을 것이라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의 시간이 주어지면 바둑의 내용이 좋아질 것인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제한시간 3시간의 여류국수전 결승3국에서 박지은이 '다 이긴 바둑'을 마지막에 자충수를 둬서 대마가 잡히는 바람에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한국은 3시간 바둑에서, 그것도 비중 있는 대국에서 점심시간 전에(대국 시작 후 3시간 경과) 100수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반에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그 다음 중반, 종반 순이다. 중반과 종반의 비율을 바꾸는 기사도 있지만 초반에 시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국가대표의 공동연구가 활성화되어 있는 중국은 포석에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중반 종반 초반 순으로 시간 분배를 주로 한다. 포석연구가 잘 되어 있으면 중 후반을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말하나 마나.

이세돌에게 10번기 지금보다 제한시간을 1시간 더 써서, 만약 5시간이면 보다 더 좋은 바둑이 나오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하루에 선수가 견딜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을 감안한다면, 둘이 합치면 10시간을 넘기는 경우 과연 좋은 내용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세돌은 비중 있는 시합일 경우 4시간이 좋다고 했다. 제한시간 4시간 바둑은 초읽기를 감안한다면 최대 10시간, 만약 5시간 바둑이라면 최대 12시간 정도 걸린다. 반면 박정환은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는 쪽이다. 만약 구리에게 물어봤다면 아마 3시간이 좋다고 했을 것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류시훈에게 이틀바둑은 어떤 느낌인지 물어 본 적이 있다. 류시훈은 1996년 본인방전 도전자가 되어 조치훈과 7번승부를 겨룬 경험이 있었다. 그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집중력을 잃기도 한다고 했다.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라고 했다. 작고한 '괴물' 후지사와슈코도 기성전 도전기 한판을 두면 3kg이 줄만큼 체력부담이 크다고 했다. 3kg이라면 야구에서 투수가 한 경기를 완투하게 될 때 체력손실과 맞먹는다. 제한시간은 분명 길면 좋지만 또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제한시간 3시간의 여류국수전 결승3국에서 김채영-박지은.

두 번째 국가경쟁력이다. 한국이 분명 앞서갔음에도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첫 세계대회였던 후지쯔배는 당시만 하더라도 파격적으로 짧은 3시간을 들고 나왔다.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고 방송중계 역시 어려웠기 때문에 신문 보도가 유일한 홍보 수단이었다. 각자 3시간은 대국을 끝내고 저녁이나 다음날 오전 신문에 기사(記事)를 내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이었다. '이중허리' 린하이펑은 당시 3시간 바둑이 정착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고 별도의 속기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것이 결국 세계대회에서 경쟁력을 다시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1,2회 후지쯔배 준우승과 3회 대회 우승.)

제한시간 3시간은 오늘날 세계대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20년 전만에도 4시간, 5시간 시합이 주류이던 국내기전은 발 빠르게 세계대회 기준인 3시간으로 통일되면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바둑계를 지배했다. 분명 철권통치였다.

2000년대 들어 바둑TV의 발전과 함께 방송바둑이 주류가 되다 보니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게 시합을 볼 수 있는 속기바둑이 대세가 되었다. 세계대회는 가만히 있는데 한국만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멀쩡하던 기전도 모조리 속기로 다 바꾸었다. 속기가 아닌 것은 국수전과 여류국수전밖에 없다. 한국기원에 4층에 명당으로 존재하던 특별대국실이 급기야 사라졌다.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10년 이상 계속 이어지자 속기는 기본 토양이 되었다. 장고의 씨가 자라기 어려워진 것이다. 심각성을 느끼게 된 것은 작년이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한 차례도 하지 못했고, 급기야 LG배에서는 16강전에 한국기사들이 모조리 나가 떨어졌던 'LG배 참사'도 겪었다.

부랴부랴 한국기원은 속기타개책을 들고 나왔다. 방송중계가 되지 않는 예선전만이라도 시간을 늘리는 형태로 전환하는 고육지책을 들고 나온 것. 이 또한 급조한 대책에 다름 아닌 것이, 상금이 적거나 없는 예선전은 장고로 두고, 본선과 결승은 속기로 두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14년 전체기사가 참여하는 첫 기전은 KBS바둑왕전이었다. 대국통지서에는 이전과 다른 문구가 있었다. 예선전 1시간 40초 3회, 본선 결승 각자 5분 30초5회. 혹시 모르고 지나칠까봐 예선전부분은 빨간 글씨로 쓰여 있었다. 예선 당일 대국장은 술렁거렸다. 경쟁력차원에서 장고대국을 늘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만 상금이 많은 본선 시간을 늘려야지 왜 애꿎은 예선전만 늘리는가 하는 원성이었다.

▲ 작년 6월 LG배 참사의 현장. 8강 진출자들중에 한국기사는 없다.

▲ 30일 끝을 맺은 중국을조리그 현장. 그들은 국내기전을 세계기전의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보다 잘나가는 중국의 예를 보자. 현재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는 2시간 45분 1분 초읽기를 사용한다. 가장 비중 있게 여기는 중국리그가 2시간 45분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리그는 속기 바둑이 한판 끼어있는데, 농심신라면배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1시간 1분 초읽기로 제도를 바꿨다. (한국은 작년까지 바둑리그 장고대국이 1시간이었다.)

중국의 속기기전은 2개(CCTV, 이광배)뿐이다. 이 두 대회의 방식도 단순히 속기가 아니라 미니 세계대회인 TV아시아선수권전을 대비한 30초 초읽기로 대회 방식을 바꿨다. TV아시아는 제한시간 운용이 바둑TV에서 흔히 보던 속기와는 좀 다르다. 제한시간은 없으며 기본적으로 한수의 착점은 30초이내에 둬야 한다. 단, 생각이 좀 더 필요하다면, 1분 단위로 추가로 생각할 수 있고, 그 회수는 10번까지 주어진다.

한국의 경우는 이런 복잡다단한(?) 룰의 대회가 없는 관계로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계시기마저 없다. 이 문제점을 눈치 챈 신임 유창혁 국가대표 감독은 며칠 전 중국제 초시계를 5개를 구입했다. 5월에 열리는 일본 주최의 글로비즈배도 이 방식으로 확정되면서 앞으로 속기세계대회는 30초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처럼 크고 작은 세계대회를 고려해 국내기전을 세계대회 제한시간에 맞춘다. 우리가 90년대 국내대회를 세계대회 시간과 맞춘 것과 거짓말처럼 똑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전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고 그 기전에 맞춰 평소 트레이닝이 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 올초 벌어진 농심신라면배 최종국 박정환-스웨.

그렇다면 한국도 현실적으로 시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화재배는 2시간이며 LG배는 3시간이다. 따라서 예선전 절반은 2시간으로 하고 나머지 절반은 3시간으로 하는 경우가 한 예가 될 수도 있다. 불가피하게 시간을 줄여야 한다면 농심배 방식의 1시간으로 하면 될 것이다.

바둑리그는 올해 1시간30분, 40초 초읽기 방식으로 장고바둑을 확대했다. (과연 1시간 30분을 장고바둑이라고 하는 표현이 옳은지 모르지만, 하여튼 속기는 아니다.) 문제는 세계대회에서 이 방식으로 두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LG배(3시간) 삼성화재배(2시간) LG배(1시간) 농심배 중 한 기전이라도 이 방식을 시행하는 대회는 없다. 방송시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1시간 1분1회의 농심배 방식이 선수들에겐 세계대회와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차라리 내년부터는 1~3시간까지 다양하게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현재 우리는 외우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제한시간을 사용한다. 프로 선수들에게 육상으로 치면 70m, 150m, 250m 같이 규정에도 없는 시합을 모두 연습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장고 바둑이 필요하다면 국내대회 시합만으로도 세계대회에서 별도의 적응이 필요 없는 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의 젊은 기사들은 중국에 비해 숫자도 부족하고 군대문제의 핸디캡도 있다. 안 그래도 중국기사들을 이기기 쉽지 않은데, 그러한 혼란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바둑계가 할 일이다.
TYGEM / 김성룡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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