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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공정한 경기를 위한 제언

스포츠바둑 시점에 ‘규정강화론’ 힘 얻어

2014-05-28 오전 11:39:24 입력 / 2014-05-28 오후 3:45:08 수정

▲ LG배 본선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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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심판이 필요 없는 공정한 경기라고 말들 한다. 그만큼 반상에서 일어나는 돌발 건은 반상에서 거의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둑이 스포츠화 되면서 규정이 좀 더 엄격해 져야 하고 이전의 방식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아마추어 대국까지 엄격한 규정을 만들 이유는 전혀 없지만, 승부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시합이라면 프로든 아마든 모두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은 바꾸려는 과정에서, 지난주에 두 가지 문제점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왔다.

1. 경기 중 점심시간
5년 전만 해도 '이게 왜 문제야'라고 했을 것이다. 제한시간 1시간 이하의 경기는 점심시간과 관계없이 대국을 진행한다.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리는 시합에는 식사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제한시간이 2시간이 넘을 때는 점심시간을 둔다. 총 경기시간이 5시간을 훌쩍 넘기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를 들어 식사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반전이 한창 치열할 때 점심시간 1시간동안 진행을 멈춘다면,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은 1시간을 더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웬만한 프로라면 자신의 머릿속 바둑판에다 일일이 참고도를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다. 심지어 호텔방으로 가서 바둑판에 실제로 놓아 볼 수도 있다.

90년대 한국에서 경기를 한 일본기사들은 점심을 일행과 같이 먹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고상하게 룸서비스를 했지만, 관계자들은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 연구를 할 것으로 짐작했고, 또 실제로 그랬다. 그런 점에서 불리하다고 느낀 한국기사들도 집이 서울이면서도 대국장 호텔에 숙박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을조리그는 제한시간이 2시간이 넘는다. 예전엔 2시간45분이었지만 올해는 2시간25분의 제한시간을 두었는데 12시에 시작해 중단 시간이 없다. 이세돌-구리의 10번기의 경우도 10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리지만 정 허기가 진다면 자신의 제한시간을 사용해서 요기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삼성화재배가 제한시간을 2시간으로 줄이면서 이 제도를 처음 시작했고 6월에 벌어지는 LG배에서도 제한시간 3시간 바둑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점심시간을 휴식을 주지 않는다. 이 부분 만큼은 자연스럽게 규정이 바뀌는 과정에 있다.

▲ 각종 계시기 형태-독일제 체스시계 바둑TV용, 나무색 EU체스시계, 벽돌색 대만 응씨배용 시계, 회색-한국기원 시계, 남색–일본기원 시계, 하늘색-중국기원 시계.

▲ 박카스배 천원전 예선에서 자신이 계시기를 누르고 있는 모습.

2. 일시 정지 문제 (일명: 화장실 문제)
지난 주 한국기원을 뜨겁게 만든 규정 중 하나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문제라는 건지 짐작이 안 될 수도 있다. 지난주에는 박카스배 천원전 예선이 있었다. 대국료 0원 시대에 몇 안 되는 대국료가 지급되는 시합이었기 때문에 참석률은 매우 높았다.

박카스배 대국장엔 프로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방이 하나 붙었다. 7월1일 이후 벌어지는 프로경기에서는 계시기를 정지하고 화장실을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프로들이 시합하는 초시계는 버튼이 2개가 있다. 자신이 둔 다음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자신의 시계는 정지하고 상대의 시간이 간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 때는 괜찮지만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을 때는 상황이 좀 복잡하다.

대개 1분 이하의 초읽기 상황에서 화장실이 급하다면 곤혹스럽다. 그래서 마지막 초읽기 상황에서 자신의 시간이 가는 것은 중단하고 몇 번이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룰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지금와서는 문제가 된다.

▲ 스마트폰으로 타이젬 기보 놓아보기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이 스마트 폰이다. 방송 대국은 웬만하면 인터넷 중계를 동시에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 폰으로도 자기 바둑의 중계를 볼 수가 있다.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스마트 폰만 있다면 5초안에 접속할 수 있다. 거기에는 놓아보기 기능이 있다. 마지막 초읽기인데 수상전에 몰렸다고 가정하자 타협해야 할지 아니면 수상전 해야 할지 갈림길에서 40초 초읽기다. 그렇다면 고의적으로 화장실에 가 문을 걸어 잠그고 몇 분 간 놓아보기를 통해 수상전을 해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해 굳이 바둑판이 없이도 놓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일단 규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말 급한 경우가 있을 것에 대비해 혹시 모르니 물도 안 마셔야 되고 식사도 배탈 염려가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이런 점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귀찮아 지는 것이다.

15년 전 대국장 금연제도가 생길 때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국수의 계보는 골초의 계보라고 할 만큼 담배와 바둑은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지금은 원로들도 대국장에서 담배 피우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애연가인 이세돌이 3억짜리 삼성화재배를 두면서 정히 생각이 난다면 복도까지 나와서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즉, 자신이 가진 제한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일시정지 문제도 점심시간 문제와 함께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이세돌-구리 10번기도 스스로 계시기를 작동한다.

▲ 김인-조남철 대국 모습. 이 시절엔 당연히 계시는 계시계가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3. 초읽기 문제
공식경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초를 읽어주는 계시기다. 자연스레 예선은 기능 초시계. 본선 이상은 사람이 읽는 '구형 초시계'를 사용한다. 항상 누가 초를 읽어 주는데 익숙했던 조훈현은 10년 전쯤엔 예선 대국이 많아지면서 시계를 누르는데 익숙지 않아서 시간패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남이 시계를 눌러 주고 읽어 주는 게 편한 세대가 분명이 존재했다.

올해 10번기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이세돌과 구리가 직접 시계를 누른다는 점이었다. TV에서 흔히 보는 계시계는 전문직업인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고 해도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바둑계는 큰 승부일수록 기록자와 계시원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일본바둑이 했던 점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이세돌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하는 입장에서 바둑외적인 일로 승부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보다 억울할 일은 없다고 했다. 당연히 시계는 당사자가 눌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초시계를 대신 눌러주는 시합이 없기 때문에 계시원이 필요 없다. 비근한 예로써 바둑보다 먼저 스포츠의 길을 간 체스의 경우 유치부 아이들도 시계를 스스로 누르며, 상금 30억짜리 세계대회 결승도 스스로 시계를 누른다고 한다.

지난 25일 바둑리그에서 시간패가 나왔다. '아홉에 뒀니, 열에 뒀니' 아직도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9억짜리 시합하는 사람도 셀프서비스를 하는 마당에 20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경기에서 '억울한' 스토리가 기사화 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올해 당장 바둑은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이 되었다. 앞으로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이상해 보이지 않고 선수들이 시합 외적인 부분으로 승부에 영향을 받게 해서도 안 된다. 어떤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하려면 불편하다. 하지만 프로라면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승부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당분간은 불편을 참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작년 인천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체스 경기 모습. 체스에서는 계시기 작동은 물론 심지어 수순기록도 스스로 한다. 계시기 옆에 필기구와 기록지가 있다.
TYGEM / 김성룡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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