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1> 안성준(흑)-이호범(백). 백1은 A로 나오는 수와 B로 잡으러 가는 수를 맛보기로 충분하다는 뜻. 이 바둑 최대 위기를 맞이한 흑. 하지만 흑2로 공배를 메우는 수가 묘수가 되었다. 이 수는 백이 A로 나오면 2로 둔 수가 도움이 되어 촉촉수로 잡을 수 있다. B로 흑을 잡으러 가도 2로 공배를 메운 수에 의해 C가 선수가 되면서 산다. 첫 번째 공배의 묘수가 위기의 안성준을 살렸다.
실수 했지만 바둑은 그래도 백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냉정을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찾느냐 인데, 이호범은 부족함을 드러냈다. 종반으로 갈수록 흑의 우세로 변해간 바둑이 이호범에게는 천금 같은 마지막 찬스가 다시 생긴 줄 알았다.
<장면도2> 백1로 어떻게든 패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 같이 보였기 때문. 이 장면은 흑의 뒷 공배가 많지 않아 패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흑2가 두 번째 공배의 묘수다. 촉촉수가 걸리기 때문에 백은 3으로 둬야 한다. 그 때 흑4로 단수 치면 6으로 들어가는 패가 있어 양패로 살 수 있다.
안성준의 묘수는 누가 봐도 좋은 수라고 할 만한 묘수다. 여기서 문득 어릴 적 보았던 공배의 묘수 하나가 생각났다. 고전 중에 고전으로 불리는 묘수인데 1812년 일본에서 벌어진 바둑에서 나왔다.
당시 본인방(本因坊) 가문의 장문인 겐죠오(元丈. 본인방 죠와(丈和)의 스승) 대 야스이(安井) 가문의 후계자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 흑)의 대국. 한 살(겐죠오가 1년 연상) 차이인 두 기사는 평생의 라이벌이면서 기력도야의 상대방으로 인식하며 평생 72차례의 많은 시합을 했다고 전해진다.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명인이 되기를 서로 포기해 8단에서 생을 마쳤다. "명인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장면도3> 바로 흑1이 공배의 묘수라고 불리는 한 수. 중앙에 떠 있는 흑 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어떤 수를 둘까 고민하던 차에 나온 한 수다. 그 곳을 굳이 두지 않아도 사실 흑이 끊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볼 때 사활에 대한 찜찜함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고 덤이 없다는 점이 흑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가. 공배의 묘수, 이해가 되는가?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의 한 수는 예전 표현 그대로 한다면 불가해(不可解)의 한 수다. 지금 이 수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자고 한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당대 최고수들의 시합에서 상대가 인정한 한 수라면 더 이상 이견을 말 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묘수는 바둑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즐거움을 준다.

▲ '공배의 묘수'로 유명했던 야스이지도쿠(安井知得) 전집.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