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 칼럼 '세계바둑사'를 인기리에 연재한
한상대 교수. 그가 내년 1월 제1회 호주바둑콩그레
스를 개최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상대 교수(73)는 다재다능하다. 차분한 저음 바리톤으로 성악활동도 했고, 바둑은 이미 평생의 반려이며, 젊을 때는 당구도 곧잘 쳤으며, 지금도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길 좋아한다. 쉽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점잖은 사람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던가. 한동안 '세계바둑사' 연재하여 타이젬에서도 유명인사인 그는 코스모폴리탄이다
1995년부터 그는 수많은 젊은 바둑인들에게 바둑영어와 구미문화를 가르쳐 해외로 내보냈다. 독일에서 보급전선에 뛰어든 윤영선, 현재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 안영길,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이 된 이하진을 비롯하여, 조미경 고주연 강승희 등 프로와, 홍슬기 장비 황인성 등 뭇 아마고수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최근 호주바둑콩그레스를 내년 1월부터 개최한다며 유인물을 들고 세계아마바둑선수권 경주대회에 나타났다. 물론 경주대회에 호주 대표선수로 출전했다. 기자와는 작년 말 중국 광저우에서 벌어진 주강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조우했고 이번 경주대회에 또 회포를 풀었다. 그의 근황과 호주바둑콩그레스 경과를 들어보았다.
▲ 세계아마바둑선수권 경주대회에 호주대표로 출전한 한상대 교수(73 오른쪽)와 베트남의 12세 소년. 작년 주강배 때 뵙고 처음입니다. 현재 어디에 살고 계신지요?
학교에서 은퇴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호주에 살고 있습니다. 또 무슨 바람이 불면 한국으로 돌아올지 모르죠.
호주에서 직업은 구하셨습니까? 근황을 들려주시죠.
은퇴했으니 백수죠. 다만 지금 교민들 상대로 강의하는 게 몇 개있어요. 교양강좌로 재외동포 이주사, 오페라음악사, 세계문화사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부 교수생활 할 때 가르치던 것들이지요. 수입은 한번 강의에 100호주달러(10만 원 정도)씩 받아요. 뭐, 그냥 용돈 정도죠.
연세대 멜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는데 음악을 하시는 줄을 몰랐습니다. 멜본 음대 성악대학원을 다녔어요. 성악을 조금 하죠. 제가 독창회도 한 10회는 했을 걸요.
호주바둑협회 일은 여전히 하고 계십니까?호주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일을 하죠. 특별위원회 같은 것인데 거기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호주바둑콩그레스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고, 한인바둑회 고문입니다.
대회 팸플릿에 교수님 연세가 63세라고 나와 있는데, 이거 오타 아닙니까?
10년은 젊게 본 모양인데, 그냥 통과하죠. 하하. 작년 광저우 주강배 때 헤이자자와 호주대표로 출전했는데, 광저우신문에 최고령 출전자라고 요란하게 났어요. 여기 경주서도 미국에서 온 양반이 자기는 75년도에 대학 들어갔다고 '나이자랑'을 하길래, 나는 59년도에 경험했다고 말해주었죠.
호주 생활과 한국 생활을 비교한다면?한국은 다이내믹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심심하지 않죠. 그런데 호주는 굉장히 평온하고 자연환경이 좋아서 또한 살기 좋은 곳이죠. 호주에선 주로 여행 다니는 걸 많이 합니다. 호주로 간 이유 중 하나가 생활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은퇴하고 나면 할 게 없어요.
박교수님(한교수의 부인)께서도 은퇴하셨나요?그 사람이 지금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죠. 아내는 최고급 통역자이며 가장 중요한 법정 통역을 맡고 있어요. 한국 호주간 중요한 일이 있으면 동시통역도 하곤 하죠. 동시통역은 하루에 3000달러(300만원) 받습니다.
한교수의 부인 박화서(62) 교수는 연세대 정외과 후배이며 함께 호주로 유학을 가 결혼했다. 오랜 외국생활과 경험을 토대로 재외동포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으며 명지대에서 이민학과를 만들기도 했다.
▲ 호주의 상징 코알라.(호주콩그레스 홈페이지)
▲ 호주의 또다른 상징 오페라하우스.(호주콩그레스 홈페이지)
자, 호주바둑콩그레스 얘기 좀 할게요. 호주 바둑열기로 볼 때 개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신 겁니까?호주로 가서 바둑인들에게 내가 은퇴하고 왔으니까 마지막으로 뭐 하나 저질러 봐야 할 텐데 뭘 하면 좋겠냐 했더니, '무엇을 생각하세요' 하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유럽도 콩그레스가 있고 미국도 콩그레스가 있는데 호주도 콩그레스가 있어야 될 거 아니겠냐 했죠. 그랬더니 회원들이 못 할 것 없다고 했고, 특히 신명길 호주바둑협회장(아마7단)이 적극 찬성했습니다.
제1회 호주바둑콩크레스 내년 1/25~1/31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교
대회를 개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텐데, 어떻게 조달했습니까?
처음에 바둑대회를 개최하려고 하니까 호주바둑협회에서 못 한다고 했어요. 협회예산이 6000달러 밖에 없는데 무슨 바둑대회를 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예산을 따져보니 기본만 3만 달러가 들어가더군요. 그래도 신회장에게 우리 둘이 한 번 일을 저질러 보자고 했죠. 일단 3만 달러를 모아보고 조금 부족하면 사비를 틀어서라도 하자고 했죠. 내가 그 자리에서 1만 달러로 기숙사를 예약해버린 겁니다. 대회를 안 하면 1만 달러 날아가니까, 2만 달러를 기필코 마련했죠. 이럴 땐 저질러놓고 보자는 한국식배짱이 통하더라고요.
자, 그런데 콩그레스가 Go가 아니고 Baduk입니다. 이거 그냥 해본 것인가요, 아니면 의식적으로 한 것인가요?
후원하는 사람도 한국인이고 대회조직도 한국인인데 왜 대회 이름을 Go라고 하느냐. 이왕이면 Baduk이라고 하자고 얘길 했죠. 호주 친구들이 벌레 씹은 표정을 하더라고요. 국제적으로는 중국도 한국도 다 Go라고 부르고 있는데 Baduk으로 할 수 있느냐 하길래, 돈 내는 사람 맘이라고 했죠. 오죽했으면 스폰서까지도 저더러 'Go라고 안 해도 될까요?'하고 우려했죠. 제가 주장해서 대회명칭이 Baduk Congress가 됐습니다.
그럼 유럽과 미국은 Go Congress입니까?
그럼요. 유로피안 Go 콩그레스, US Go 콩그레스, 다 그렇게들 합니다. 지금은 Go냐 Baduk이냐 중국어 weiqi냐 이런 것은 이미 서양인들도 알고 있어요. Baduk이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하는 대회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대회장에 있는 외국 선수들은 다 아는 사람입니까?
거의 다 알죠. 폴란드 선수는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까지 다 압니다. 그 친구는 9살 때 처음 만났고, 프라하에서 11살 때 봤지요. 러시아에서도 강한 친구가 왔어요. 그 선수의 별명이 '러시아의 서봉수'입니다. 워낙 괴초식을 구사해서 그렇죠.
한교수님도 이 대회에 꽤 오랫동안 나온 것으로 아는 데요?제가 이 대회 7번째 출전입니다. 호주챔피언을 12번 했는데, 한번 나가면 한번은 쉬어달라고 애원을 하길래, 그래서 내가 12번 우승했지만 6번 나오고 이번이 7번째 출전입니다. 7번 출전 중에 5승3패로 10위를 한 적이 있어요. 마지막 판만 이기면 내가 4위가 되는 것이었는데 가장 아까워요. 1983년 도쿄에서 열렸던 대회였습니다.

▲ 작년 중국 광저우에서 벌어진 주강배 세계바둑대회 중국의 쿵제와 만난 한상대 교수(오른쪽).
▲ 2006년 제자 이하진과 함께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미라벨정원에서.
이하진이 국제바둑연맹(IGF) 사무국장이 되었는데, 인터뷰 때마다 한 교수님을 항상 언급합디다.참 잘 커 주었습니다. (이)하진이 16살 때 한해원과 둘이서 유럽에 한국대사배를 같이 갔어요. 하진이가 그때는 영어를 하나도 못 했는데, 제가 일부러 '너 저 가게에 가서 뭐 좀 사 오너라'고 시켰어요. '뭐라고 하면 되냐'고 하길래, 내가 알려준 대로 말하라고 했죠. 점원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게 생각하더군요. 하진이는 그 후에 하루 종일 영어 공부만 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습니다.
한교수님이 세계적인 고수와 두어본 사실을 부러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작년 주강배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아, 주강배 때는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쿵제와 한판 대결을 했죠, 50수까지는 비슷하게 갔어요. 한 100수쯤 지나서 보니까 실리도 부족하고 두터움도 부족하고 그래요. 그래서 아무데나 밀고 들어가서 막 끊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돌이 다 죽어있었죠.
조치훈과는요? 가슴 떨림은 없었나요?아뇨. 쿵제하고 두어서 그런 지 내성이 생겼나 봐요. 조치훈과는 그냥 막 하수 다루듯이 젖히고 끊고 했는데, 조치훈이 그때마다 한참씩 들여다보면서 생각하는 거예요. 자기보다 훨씬 약한 사람이 분명히 무리수인데도 그걸 다 읽고 나서 두는 것입니다. 수를 다 읽고 나서 결행하니까 일사천리로 내 대마가 다 죽어버렸죠. 어쨌든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마6단이신데, 호주에서 랭킹은 몇 위정도 됩니까?
딱히 랭킹이랄 것은 없고,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한 5명 됩니다. 그 5명 중에 두 명을 내가 어떻게 꺾어서 3위를 했습니다.
1,2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나요? 1위는 오치민이고 2위는 김은국입니다. 다 한국 연구생 출신들이죠. 제가 3위를 했더니 그 친구들은 교수님이 어떻게 3위를 했냐고 놀라더라고요.
끝으로 호주 콩그레스 얘기로 돌아가서요, 한국 팬들에게 참여를 유도하시는 말씀 한번 하세요.
대회 출전비용은 약 20만 원, 방 값이 하루에 8만 원 정도입니다. 유럽이나 미국대회에 비하면 싼 편입니다. 대회 기간에 하루에 식사 두 끼를 제공하고 음료도 거의 무한정 제공하니까. 참가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음 대회도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시드니에 사는 교민들이 한국에서 사람들이 오면 대회 끝난 후에도 집으로 초대해서 머물게 하면서 관광을 시켜주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Go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Baduk 콩그레스를 하는 만큼 의미가 있죠. 대회까지 약 6개월 남았는데, 타이젬 기우들도 호주에 바둑여행을 한번 오세요.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대회참가 신청문의는 대한바둑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http://www.kbaduk.or.kr/notice/notice_view.asp?noti_no=140¬i_site=1)에 관련 글이 있으니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