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1선의 아름다움에 대해
제한시간 늘어나면서 묘수 자주 출몰
2014-07-23 오후 4:38:48 입력 / 2014-07-23 오후 7:01:09 수정

▲ 사라장의「G선상의 아리아」연주 모습.(Sarah Chang-Air on
the G string / Bach. 사진출처=네이버블로그)
어릴 적 경남 진주에서 문명근 사범님 댁에서 내제자 생활을 마치고 서울 한국기원 연구생이 되었다. 지금은 바둑리그 감독들인 김영환 이상훈 윤현석 등과 함께 홍종현 사범님 댁에서 '신독헌(愼獨軒)' 생활이 시작되었다. 비록 선생님의 건강문제로 3년만에 떠나왔지만, 이듬해 프로로 입문에 성공했다.
선생님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책과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걸 즐겼는데, 그 때 들었던 비발디의 사계(四季)와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들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도 그 당시 처음 들었던 곡이다. 개인적으로 바흐의 곡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고, 고교시절 바흐의 음악들을 CD로 사 모았던 추억이 있다.
장중한 분위기에 가득차고 선율이 아름다워 널리 애청되고 있는 G선상의 아리아. 원곡은 1730년경에 작곡되었고 1871년 빌헬미(1845∼1900)에 의해 편곡되었는데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G선)만으로 연주되는 데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바이올린 음계 중 가장 낮은 음이 G선이라면 바둑에서는 1선이 가장 낮은 곳이다. 처음 바둑을 배우면 사선(死線 죽음의 선)이라는 1선을 초반에 두면 안 된다고 배운다. 언제가 바둑교실을 다니던 아들녀석이 "2선은 패망선, 3선은 실리선, 4선은 세력선, 5선은 우주선"이라고 음율에 맞춰 노래로 암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중반에도 연결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손이 가지 않는 곳이 1선이다.
▲ 중국의 신예 통멍청.
끝내기를 배우려면 1선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고 돌의 연결과 사활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부를 결정짓는 부분 중 가장 많이 알아야 하는 부분이 1선이기 때문에, 자칫 실수를 할 경우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선은 바둑의 꽃과 같은 아름다움도 있지만 죽음의 향기 마냥 섬뜩할 때도 많다.
만약 실전에서 1선의 묘수가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때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보통은 짜릿함을 많이 느끼게 되고 결정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5일 중국리그 시합에 1선 묘수가 등장했다. 타이젬에서 유명 ID인 중국의 신예 통멍청(97년생, 중국 국가대표)이 저장팀의 주장 김지석을 상대로 보여 준 묘수는 바둑 역사상 손 꼽힐만한 1선 묘수이기에 소개한다. 아쉬운 것은 묘수를 당한 이후에도 상대의 응수가 좋아, 묘수를 두고도 형세는 좋지 않았고 결국 패하며 가치가 많이 떨어진 점이다.
장면도1 중국리그 10R 통멍청(흑)-김지석
흑1이 흑 돌의 수를 늘리는 기사회생의 묘수다. 수상전 상황에서 흑은 이 수 외의 다른 방법은 망한 결과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백4는 사석작전을 하기 위한 수 흑은 5로 넘는 순간 이미 수가 늘었다. 백6 역시 수를 늘리는 수. 흑도 7로 타협이 최선책. 다행인 점은 김지석은 8까지 상대의 묘수를 인정하고 차선책을 찾은 것이 좋았다.
참고도1 흑1,3은 백6,8로 패를 할 경우 초반
팻감이 없는 흑으로서는 대책이 없다.
참고도2 흑1,3으로 두고 넘는 것을 생각하게 되
는데 백10까지 흑 모양에서 흑이 사는데 급급한
모양. 묘수를 찾지 못했다면 흑은 이 상황으로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리그는 전반기 11R를 마치며 휴식기로 접어들었다. 처음엔 박정환 김지석 이세돌 빅3의 성적이 어떨까 과연 얼마의 용병료를 받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지금은 박정환과 같은 팀 커제(97년생)의 전반기 11전 전승이 후반기(9월4일 속개됨)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리그 연승 최고기록은 이세돌의 19연승.)
지난 주 바둑리그도 전반기를 끝냈다. 제한시간이 늘면서 프로의 어이없게 실수하는 모습이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좋은 수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올해 바둑리그에서도 멋진 1선 묘수가 나왔다. 바로 신민준이 한웅규에게 보여 준 한 수. 묘수가 결국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상대에게 제대로 바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장면도2 바둑리그 신민준(백)-한웅규백1로 넘는 수와 선수로 한집을 만드는 것이 맞보기 흑이 결국 2로 차단했지만 백은 3,5로 크게 살았다. 백에게는 아름답고 예쁘게 사는 한 수지만 흑에게는 저승사자가 장송곡을 부르는 듯하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공배의 묘수, 고전 사활 묘수, 1선 묘수 등 상반기에만 스무 개가 넘는 묘수를 보여 준 올해는 그야말로 묘수 풍년이다. 묘수는 결국 고민 끝에 잉태한 좋은 수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이 일게 하는 좋은 수. 팬들도 실수보다 좋은 수를 보고 싶어 한다. 제한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바둑계에서 좀체 볼 수 없었던 묘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후다. 늦었지만 퍽 다행이다.
TYGEM / 김성룡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