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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진서를 주목하는 이유

3년연속 영재대회 우승한 신진서

2015-01-12 오전 11:36:34 입력 / 2015-01-12 오후 12:02:35 수정

▲ 한국바둑의 기대주 신진서!

하찬석국수배 영재대회가 끝났다. 3년 전 합천군 초청 바둑대회로 시작해 신인들의 등용문이라는 콘셉트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합천대회다. 마침 2012년 새롭게 시작된 영재입단대회는 신진서, 신민준이라는 스타성 있는 어린 영재들이 입단함에 따라 대회는 더욱 빛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11일 끝난 영재대회 우승은 신진서가 차지했다.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점도 놀랍지만 바둑 내용면에서 상대를 압도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 크다.

3년이 지난 지금 처음 대회가 생겼을 때와 무엇이 가장 변했을까. 3년 전에도 신진서와 신민준은 정상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이미 더 이상 보여줄게 없는 대회가 아닐까. 일반 바둑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의 신진서와 신민준을 보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역대 입단 동기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사는 95년 입단한 이세돌(83년생)과 조한승(82년생)이다. 중학생 입단은 영재, 초등생 입단은 천재라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두 기사는 나이 합이 그 동안 입단 대회를 통해 입단 한 동기 기사 중 가장 어리다.

확률적으로 2명이 입단하는 대회에서는 모두 입단에 성공하거나 모두 주목 받는 경우 역시 드물다. 그런 점에서 '양신'의 입단은 국내 최초의 영재 입단이라는 상징성과 두 기사의 나이 합이 이세돌 조한승과 같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큰 것도 사실이다.

▲ 신진서-신민준 최종 결승국 복기장면.

입단 초기엔 조한승이 이세돌을 앞섰다. 바둑 공부 안 하기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기보를 안 볼 뿐이지 이세돌은 누구보다 실전을 통해 바둑이 늘었고, 조한승은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빠르게 일류들과 대국 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던 둘 간의 성적은 곧 역전되었다.

이세돌이 지금의 신진서 나이였던 90년대 말 부친이 암으로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단 한 번도 조한승은 이세돌 보다 랭킹이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그런 점에서 조한승이 지난해 국수전 대 이세돌을 상대해 3연패 하며 방어한 것은 대단했다.) 이세돌이 특유의 천재성에 독함이 더해지고 바둑에 진지함이 더해지자 또래의 천재 급이라는 조한승을 비롯, '송아지3총사'와 또 하나의 천재라던 송태곤(86년생)도 "세돌이 형은 차원이 다르다"고 얘기했던 것이다. 현재의 신진서가 이세돌의 10대 때와 닮은 점은 집안의 어려움이 신진서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고 천재성과 노력을 통해 완전히 바둑에 몰입했다는 점이다.

마침 입단 이후 국가대표체제가 갖추어지며 각자 도장에서 혹시나 모를 또래와 형들의 시기와 질투를 피할 수 있게 되었고, 상비군이 아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자부심까지 생겼다.(신민준은 육성군) 어려울 것 같던 '90후 세대'인 랭킹10위권 기사들에게 해 볼만 해지며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런 점이 신민준과 격차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그 나이 또래의 막연함이 아닌 '올해는 얼마 이상' '내년엔 또 어디까지'라는 목표를 세워 그것을 실행한다는 점이다. 국가대표 훈련이 끝나면 집으로 이동 후 밤12시-1시까지 다시 타이젬에서 중국기사들과 속기로 실력을 연마한다. 실제 이런 생활을 하는 국가대표는 많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그 생활을 매일같이 소화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대표 코칭 스텝이 요구하는 훈련량을 3년만 똑같이 한다면 우리도 중국과 같은 두터운 선수층이 가능하다.)

유창혁 감독이 아무리 중국기사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설명해도 오늘 조금 안 했다고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우리의 엷은 선수층은 국가대표들 중 일부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다. (김지석의 2014 활약 덕택에 전체적으로 다 잘한 것 같은 착시 효과는 선수들을 느슨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아직 때 묻지 않은 10대 기사들은 훨씬 공부량이 많아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점 역시 아쉽다.

▲ 신진서의 다음 목표인 중국의 천재기사 양딩신.

신진서가 현재 목표로 세우고 있는 단계는 이동훈, 변상일이 아닌 중국의 양딩신(1998년생)이다. 이는 신진서가 영재대회를 우승하고서 어머니와 축하 전화를 듣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양딩신은 첫 타이틀부터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기록의 사나이다. 아직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미위팅, 판팅위의 황금라인을 조만간 위협할 핵심기사다. 중국이 김지석이라는 새로운 강자의 출현에 대해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도 스웨가 지면 그 뒤, 그쪽이 무너지면 다음이 몇 겹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승 1국부터 3국까지 신진서는 이미 같은 레벨의 바둑을 두고 있지 않았다.

1국(신진서 백) 백1의 어이없는 실수(A면 백 승)
를 제외하면 시종일관 바둑은 우세했다.


2국은(신진서 흑) 흑1의 천재적인 한 수(프로들은
이런 수를 볼 때 안구가 정화된다는 표현을 쓴다)
를 보여줬다. (백이 3에 두면 흑은 A로 젖히는
수가 가능해 백이 대책 없다. 흑3까지 실리에서
앞선 모습. 이후 A로 끊는 맛까지 노릴 수 있다.

3국은(신진서 백) 흑1의 실수를 백2 이후 20까지
완벽하게 응징하며 요석 석점을 잡아 승부를 끝냈다.

17일 합천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국은 한국의 이창호와 중국 신예 랴오위안허(廖元赫,2000년 12월생), 창하오와 신진서의 대국이 벌어지고 18일엔 메인이벤트로 한중 신예 대결이 펼쳐진다.

기대가 큰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이번 합천 이벤트에 자체 선발전을 할 만큼 신중을 기해 선수를 통보했다. 단장으로는 국가대표 남자팀 감독 샤오웨이강이 온다는 점도 한국 미래에 대한 전력분석도 겸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실력차이가 많이 벌어졌던 3년 전과 달리 지금은 창하오에게 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정상과의 차이도 실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머니의 고향 합천에 가면 부산의 아들이 아닌 '합천의 아들 신진서'라고 쓴 큰 현수막들이 보인다. 몇 년 후엔 대한민국의 아들 신진서가 되었으면 한다.
TYGEM / 김성룡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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