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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방송의 신데렐라를 꿈꾸다
복기맨 계시원 방송진행자로 거듭 변신한 윤정희 씨 인터뷰
2015-01-19 오후 2:48:51 입력 / 2016-01-15 오후 6:25:41 수정

▲ 고교시절부터 복기맨 계시원 방송진행자로 변신을 거듭한 바둑방송계 신데렐라 윤정희(24) 씨.
새해 첫 공식대회인 제3회 열린바다배 전국어린이대회가 지난 3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치러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희망 새싹들을 새해 첫 대회에서 맞이하게 되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아 매우 부산스러웠다. 덩달아 기자도 낯익은 바둑계 지인들에게 새해 덕담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
이윽고 개막식. 그런데 단상을 바라보니 꽤 미인이 당장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저 아가씨는 계시원이었는데….' 개막식 사회를 맡은 윤정희 씨였다. 수년째 계시를 담당했던 터라 평소 눈인사 정도는 하고 지낸 사이. 그런데 계시원이 아니라 사회를 보고 있으니 조금은 반갑고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개막식에서 사회는 본다는 것은 계시원 역할과는 또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기자는 혹시 실수나 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조심스레 그녀의 행동거지를 살폈다. 불과 10분 정도 만에 끝난 식이었지만 장내를 가득 메운 어린이 학부모 귀빈 등이 주목하는 가운데 그래도 대과없이 무사히 통과했다. "너무 당황했어요. 제가 준비한 멘트며 지금껏 공부했던 것이 모두 다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담엔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러다 1주일 쯤 후. K바둑에서 열린바다배 본선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방송대국으로 진행되었다. 윤정희 씨는 여기서 또 방송진행자로 데뷔를 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껏 끌어당기는 빼어난 미모에다 정갈한 말솜씨는 처음 도전해본 사람이라도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난생 처음 사회를 보았고 난생 처음 진행을 해보았단다.
윤정희(24) 씨는 명지대 바둑학과 졸업반이며, 이미 고교시절부터 복기맨 계시원을 거친 베테랑이며 지금은 리포터 진행자 사회자로 폭을 넓혀가고 있는 끼 있는 당찬 아가씨. 그렇지 않아도 윤정희 씨는 타이젬 남성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기에 기자가 아니 만나볼 수 없었다.

▲ 대학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키워갔던 윤정희 씨가 GS칼덱스배에서 계시를 보고 있다. 대국이 끝나면 국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리포터로 변신하기도.

▲ 방송진행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열린바다배 어린이대회 생방송 모습. 오른쪽은 해설자 손근기 프로.
방송화면에서 가끔씩 비친 지 꽤 된 것 같다. 또 타이젬 뉴스에서도 얼굴이 비치면 유저들의 반응이 꽤 뜨겁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명지대 바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고, 2월이면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방송일도 하고 방과후학교 선생님 등 바둑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요.
교육이라면 어린이 교육을 말하는 것인데, 대학원까지 가야만 하는 일인가?
하고 싶은 일은 바둑교육이지만 여러 가지 욕심을 내다보니 학부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해서 바둑방송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결국은 방송도 교육인데, 다만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시청자들에 대한 교육이죠.
여러 친구들의 전언에 의하면 학과성적도 굉장하다고 들었다. 자랑 좀 해 달라.
4학년 성적이 올 A+학점입니다. 그래서 성적우수자로 전체장학생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사실 고교 때 1~2등급에 속했는데, 바둑학과에 너무 들어가고 싶어서 재수 삼수까지 생각하고 도전했었어요.
바둑학과를 다니면 다들 바둑에 대해 어느 정도 이력은 갖춘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을 두었나?
부모님은 바둑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들입니다. 제가 워낙 성격이 활발해서 차분해지라고 5학년 때부터 바둑교실을 보냈으니 좀 늦게 배운 셈이죠. 대학합격 후에 유창혁도장 기숙사에 들어가 뒤떨어진 바둑공부를 했어요. 남들은 바둑학과에 들어오기 위해서 바둑공부를 하는데 저는 들어와서 공부를 한 셈이죠.
일전에 개막식 사회를 보던데, 처음 데뷔전을 치른 소감은?
시켜주면 잘할 것 같았는데 막상 처음이다 보니 딱 절반수준만 만족했어요. 대중 앞에 서니까 앞줄 몇 명만 보이고 뒤에는 안개 속이었어요. 앞이 캄캄해요(웃음). 물론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요.

▲ 생방송 2시간 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하여 메이컵을 하면서부터 그녀의 방송은 시작된다.
바둑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비해 좀 튀는 스타일인 것 같다.
튀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죠(웃음). 사실 어릴 때 꿈은 연예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놀이공원에 놀러가게 되면 가끔 연예기획사에서 눈에 띄는 어린이들을 찾으러 나오곤 했어요. 그 때마다 저는 스카웃 제의를 받곤 했지만, 어머님이 절대 반대했어요. 그러던 날 모 방송국 어린이 프로중에 바둑이 우연하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어린 맘에 '바둑을 하게 되면 방송에서 나오게 되겠구나'하는 유치한 생각을 했어요. 원래 방송을 하고 싶었고 바둑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다 할 수 있는 것은 바둑방송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 어떻게 계시원으로 방송에 발을 딛게 되었나?
대학 1학년에 들어가자 마자 여기저기 관계자들에게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해두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PD께서 '계시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당시 야구장에서 전화를 받아서 무척 시끄러워서, 그냥 '예, 예' 대답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2년 동안 계시만 열심히 했어요.
계시를 한다고 해서 방송진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일단 제가 아는 게 없으니 계시원부터 했죠. 어쨌든 제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계시원은 단순히 시계만 누르는 게 아니고 그분들의 대국모습을 보다보면 느끼는 게 있겠다 싶었지요. 계시하면서 개성 있는 행동을 하는 분들을 수첩에 적기도 하고 했죠. 그 와중에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오디션을 받으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더 꿈을 진행시켰어요. 사실 2013년부터 오디션을 보고 참 많이도 떨어졌어요. 계속 오디션 보고 떨어지고 오디션 보고 떨어지고 하다가 작년에 조그만 꿈을 또 이루었어요. GS칼텍스배에서 계시를 하면서 끝나고 승자 인터뷰를 하는 짧은 진행이었어요. 남들은 별 것 아닌지 몰라도 제게는 큰 추억이었어요.
수첩에 적은 내용을 알려 달라. 유명기사들 습관 같은 것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이세돌 사범님은 긴요한 순간이 되면 손가락을 만지는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눈 깜빡이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최철한은 늘 졸린 눈으로 반상을 안 보는 척 하지만 결국 속으로 다 수읽기 하는 타입이죠. 허영호는 반상에 얼굴을 쭉 빼고 수읽기를 하더군요. 미남인데 목관절이 안 좋을 수 있어요. 나현은 손톱을 깨무는 습관도 있고 바둑판 대신 손톱 보는 시간이 많아요.

▲ 방송준비를 위해 미리 대국자들에게 신상명세나 임전소감 등을 인터뷰하고 있는 윤정희 씨.
차츰차츰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그래도 처음 방송에 얼굴이 비치기 시작할 때 많이 감격했을 것 같은데?
맨 처음 복기맨을 했을 때는 제 손이 나온 장면을 보고도 너무 황홀했어요. 그러다가 계시를 하게 되었는데 카메라가 3초쯤 제가 앉은 모습을 잡는 것이에요. 제 욕심엔 3초가 너무 짧아서 '이것도 때려치우고 프로기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할 만큼 카메라욕심이 많았죠. 그 후로 방송아카데미도 다녔고 여러 방송을 보면서 화술도 익히고 나름대로 여러 장르를 섭렵했어요.
바둑방송에서 자신의 롤 모델이라면?
한혜원 사범님이죠. 바둑방송 뿐 아니라 개그콘서트 무한도전 예능프로에도 나가서 바둑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아빠 어디가' '수퍼맨이 돌아왔다'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둑전도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결국 방송은 끼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고 대중 앞에서 거리낌 없을 정도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그렇죠. 그래서 일단 대학원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콘텐츠가 풍부해지기 위해서 신문기사나 방송에서 좋은 멘트를 수집하는 등 최대한 공부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비교적 연약해 보이는 인상인데, 의외로 보디빌더라고 들었다.
(웃음)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살이 좀 쪄서 몸매관리를 한다고 보디빌딩을 취미로 했어요. 지금은 가장 가벼운 체급인 미스비키니급 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종종 대회도 나가곤 하죠. 결국은 전문 바둑방송인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봐주
요즘 바둑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진행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바둑도 대형무대에서 진행을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진행자 사회자 등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바둑가에서는 바둑이 좋아서 몰려든 젊은이는 많지만 무턱대고 '바둑시장'을 노크하다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봤다. 오늘 만난 윤정희 씨는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단련된 인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꾸는 게 사치가 되어버린 요즘 세상에서 꿈을 간직하며 그 꿈을 차차 이루어가는 젊은이를 보게 되면 입가에 스스르 미소가 번진다.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한 꿈이 그냥 환상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인생의 참 의미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 꿈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했다. 윤정희 씨는 당찬 욕심쟁이 깍쟁이였다.
'시간이 없어서 타이젬 둘 시간도 없겠네요?'
'쪼개서 두어야죠. 타이젬 ID는 '내게반했어'입니다. 제가 접속하면 대국신청 많이 해달라고 꼭 적어주세요!'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