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부따
칼럼-열심히 싸운 조한승과 추쥔
동시에 끝난 바이링배 국수전 이야기
2015-01-16 오전 10:30:34 입력 / 2015-01-16 오후 5:18:21 수정
▲ 국수전 도전4국 박정환-조한승 복기장면.
지난 14일엔 타이젬에서 두가지 기전을 속보로 처리하며 관심을 드높였 정도로 중요한 기전이 동시에 벌어졌다. 하나는 국수전 결승4국이며 또 하나는 중국기사끼리 맞붙은 바이링배 결승5국이 진행되었다. 한중간의 국제전이 아닌 경우 이제 바둑 팬을 하나로 모으는 힘은 많이 약해졌다.
새로운 국수에 오른 박정환 만큼이나 중국의 커제도 타이젬에서 인기가 드높다. 먼저 커제가 자신보다 15살 연상과 상대하다 보니 애초부터 우승은 따 논 당상 같은 분위기였다. 오히려 추쥔(82년생)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커제는 1997년생으로 우리의 변상일과 동갑이다. 중국에서는 1996년생 미위팅 판팅위 판윈러를 두고 '2판1미'라고 닉네임이 있다. 우리로 치면 '송아지 3총사'에 버금가는 황금트리오를 뜻하는데, 최철한 박영훈 보다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원성진처럼 아직 판윈러가 정상궤도에 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역시 기대하는 바가 큰 것까지도 비슷한 흐름이다. '송아지3총사'의 2년 후배인 87년생 윤준상, 이영구 같이 중국도 황금트리오의 2년 후배인 98년생도 뛰어난 기사들이 많다. 이미 중국 내 타이틀을 차지한 양딩신과 리친청이 선두주자.
이들의 관계에서 이른바 '낀 나이'가 등장한다. 우리는 86년생과 88년생 중국은 97년생과 99년생이다. 여기에 커제가 해당된다. 물론 초기의 송태곤이나 뒤늦게 올라선 백홍석 허영호가 있지만 아무래도 관심의 집중에서는 밀렸던 것이 사실. 샌드위치가 되다 보니 늦게까지 더 열심히 해 좋은 결과가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 18세 커제가 바이링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건배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과의 교류전 때 우리 신예들이 '커제가 바둑이 세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다는 정도가 보통보다 나은 정도가 아니고 미위팅 판팅위와 비슷할 정도라는 것. 마치 자신의 끼를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알려 스타가 되는 경우랑 같다고 할까. 그는 공식 시합보다 이미 인터넷 시합으로 워낙 유명해져 있었다.
실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설마 과장 됐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국 모습만 봐도 바둑이 가장 재미있고 질 것이라는 느낌이 없을 때 받는 느낌. 자신의 바둑에 대한 확신이 찬 모습이었다. 자신의 바둑을 미위팅과 연구하면서 미위팅에게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자세도 그렇고, 타이젬에서 대국신청이 오면 바로 응대하고, 안 둘 때는 검토 연구를 하는 걸 보고 바둑에 대한 몰입이 박정환 못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6개월 약간 지난 후엔 중국리그 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바이링배에서도 연전연승하며 박정환과의 4강전도 이겼다. 중국리그 다롄에서 같이 지낸 것도 그렇고, 타이젬 대국을 통해 같이 몇 백판 바둑을 두다 보니 박정환과의 공식 기록이 무의미 했다. 상대를 너무 잘 알았고 승률도 반반. '국내 1위가 왜 중국의 애송이한테 졌냐'는 얘기에 대해, '이미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사실 있었다.
결승 상대 추쥔은 이번이 세번째 세계대회 우승 도전이었다. 그의 별명은 이미 유명해진 마왕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마왕이 아닌 '연마하다' 할 때 마(磨) 자를 써 마왕(磨王)이다. 우리 나라에 안조영 이희성이 있다면 중국은 추쥔이 있다 할 정도로 노력의 화신이라는 뜻에서 마왕이다.
장면1 바이링배 결승5국은 초반 추쥔(흑)이 1로 붙이는 강수를 두었다. 백은 기세로 2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흑3으로 끊어 초반 바둑을 압도하려는 전략. 여기서 백의 기가 막힌 타협책이 등장한다. 바로 백8. 백 석점을 버려 흑 요석 두 점을 취하는 전략. 상대의 허를 찌른 수순으로 이후 커제는 쉽게 바둑을 풀어 나갔다.
장면2 같은 날 벌어진 국수전 결승4국 도전자 박정환(흑)은 상대의 백1 응수타진에 흑2의 초강수를 둔다. 조한승 국수는 커제와 똑 같은 마음으로 3으로 두었다 그곳을 두지 않고는 바둑이 안 된다는 뜻. 하지만 타개수를 알고 있었던 커제와 달리 조한승은 다 잡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승5국을 패하고 추쥔의 인터뷰 내용이 짠하다. "아직 내 실력이 우승할 정도가 아니었다" 라는 얘기엔 아쉬움과 함께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얘기가 덧붙여진 것이 아닌가 싶다.
추쥔과 조한승은 82년생 동갑이다. 모두 어린 후배에게 타이틀을 내줬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2015년엔 한중 마왕(磨王)들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다.
TYGEM / 김성룡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