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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曺徐 그리고 兩李

거장들의 1월 빅매치

2015-01-29 오후 3:07:52 입력 / 2015-02-01 오전 11:36:46 수정

▲ 영원한 빅매치 조서매치는 늘 많은 이의 관심을 모은다.

조서(曺徐) 대결
26일 시니어클래식 네번째 대회인 국기전 결승에서 조훈현 서봉수 간 369번째 대결이 벌어졌다. 시니어클래식은 사라진 전통의 기전이름을 사용해 추억을 유도하며 50대이상 프로에겐 승부에 대한 끊없는 열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시니어대회가 생기려고 하면 '조훈현 좋은 일'만 시킨다는 분위기였다. 선배들의 불평은 도저히 조훈현을 이기지 못한다는 자괴감 섞인 얘기였다. 하지만 대주배에서 joonki 서능욱이 우승을 하면서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서봉수를 제외하면 조훈현에게 수십년간 판맛을 보지 못하던 뭇 시니어들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시니어클래식 1회대회 때 최규병의 우승도 그랬고, '승부'는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했던 노영하의 준우승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오죽하면 도장을 운영하는 60대 원장님들이 타이젬 ID를 만들어 바둑을 다시 연습하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예전에는 별로 들어오지 않았던 시니어기사들이 최근 타이젬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이는 한 동안 잊고 지내던 승부사로서의 묻어두었던 녹슨 칼을 다시 갈고닦는 기쁨이리라.

대국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80년대 도전기가 열리던 운당여관 시절도 아니고 내가 알던 90년대 종로 관철동의 특별대국실도 아니다. 마치 포연처럼 자욱한 꽁초 수두룩한 재떨이도 없고, 유전다방에서 주문해 온 오미자차도 없다. 다만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서명인과 드립커피를 좋아하는 조국수의 모습에서 세월이 지나도 사람의 이미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신기할 뿐이다.

▲ 조훈현 서봉수의 시상식 장면.

그날 바둑의 내용은 싱거웠다. 초반 조훈현 특유의 속력행마를 서봉수는 견디지 못했다. 그렇게도 많이 승부했음에도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버렸다. 초반부터 벌어진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커졌다. 기자들이 사진 찍을 틈을 주지 않을 만큼 복기 없이 바로 돌을 거둬버렸다. 대국종료 사진이 없다.

시상식에서 서로 굳은 얼굴은 펴지지 않았고 서명인이 시상식장을 떠나자 그제서야 조국수는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렇게 많이 우승했음에도 자신이 따낸 타이틀 중 가장 작은 기전임에도 역시 우승은 값진 것이다.

조국수의 인터뷰 내용 중 '김일환 사범과 둔 내용은 99% 진 내용이라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99%?' 호기심에 관심이 없었던 4강 기보를 다시 보았다.

서능욱과 더불어 전투 바둑으로 유명했고, 유독 그의 바둑에는 패싸움이 많이 나와 '패일환'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화끈한 부산사나이가 김일환이다.

과연 초반부터 패가 생기면서 신나게 전투가 이뤄져 끝날 때까지 전투로 끝났다. 이 바둑에서 예전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조국수가 시종일관 전투에서 망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골인만 잘했다면 김일환은 '내 생애 일국'이라고 얘기할만한 내용이었다. 하긴 3~40년전부터 문제점이었던 골인이다.

▲ 전투바둑의 화신이었던 '패일환' 김일환은 조훈현에게 거의 이겨있던 바둑을 아깝게 놓쳤다. 


양이(兩李)대결
27일 오랜만에 양이 대결. 이창호와 이세돌의 맥심커피배 16강전. 이창호는 합천 영재대회 때 만나 새해 인사는 이미 했다.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다는 얘기도 했고 평소와 다른 점 없이 안색은 나쁘지 않았다. 이세돌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가족과 함께 지난 2일 캐나다 벤쿠버로 휴가를 떠난 이후 처음 보았다. '딸 바보' 소릴 들을 만큼 애착이 강한 딸과 오랜 시간 휴식이 도움이 된 것인지 얼굴은 밝아 보였고 올해 당찬 각오도 말해줬다.

바둑 내용은 그야말로 집 바둑양상. 전형적인 이창호의 스타일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바둑이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 과거과 달라진 점이다. 오히려 정리의 이창호를 상대로 이세돌이 멋지게 마무리 하는 과정이 나의 눈엔 일품이었다. 한마디로 실력의 균형이 깨진 상태다. 많은 관심을 받는 대결이었지만 2003년 이후 두 영웅들의 기량의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확인해 줄 뿐이었다.

지난해 '세기의 대결' 10번기를 봐서인지 이젠 웬만한 대결 가지고는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 늦기 전에 '조서 10번기' '이창호:창하오 10번기'를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1월을 마무리 하며 예전 프로의 묘수를 정리하던 중 두 기사의 특징이 들어나는 멋진 장면을 발견했다. 조훈현의 천재적 발상과 서봉수의 실전적인 수를 감상하시라.

▲ 서서히 레전드가 되어가는 이세돌-이창호 격돌.

제4기 배달왕전 도전3국 조훈현(백)-이창호(흑)
흑1로 백 두 점을 잡을 때 백이 축머리를 이용해 2,6의 묘수를 터트리는 장면. 조훈현의 천재적 감각을 알 수 있는 장면.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 서봉수(흑)-조훈현(백)
흑1의 끼움이 실전적인 한 수. 5까지 중앙 주도권을 흑이 장악했다.
TYGEM / 김성룡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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