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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부따

따따부따 1년이 즐거웠어요!

따따부따 마지막 회

2015-03-19 오후 3:19:49 입력 / 2015-03-19 오후 6:39:37 수정

▲ 1년간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따따부따를 내려
놓은 유쾌한 사나이 '김구라' 김성룡.


지난해 봄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타이젬 (진)재호 형이다. 늘 대하는 사이인데 세삼스레 웬 전화?

'김사범! 시간되면 왕십리에서 보자구.' 이상한 일이다. 결단력 하나는 끝내주는 돌직구 스타일인 대기자 재호형이 미적미적 뜸을 들이더니 말하는 것이다. '형! 무슨 일인지 대충은 알아야지.' 이 동네 일을 하다 보면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이지 궁금했다.

'원고 한 번 써 봐. 이제 그런 것 해볼 시기도 된 것 같은데…' 한국기원 기자실도 아니고 빈 대국장도 아닌 주변 카페에서 느닷없는 제안을 한다. 나보고 칼럼을 써보라는 얘기였다.

사실 바둑이라는 분야도 방송에서 더 재미있는 소재가 있을 수도 있고, 글로 표현해야 맛이 나는 부분이 있다. 바둑 방송도 언제부터인가 사전 준비가 필수다. 그만큼 프로들도 다양해졌고 국제 대회도 많아져서, 자료정리를 못하면 해설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흔히 말하는 장고 타이밍에 시청자의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으려면 자료를 토대로 말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부분 중 방송보다 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없지 않아 있었다. 때 마침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제의였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고민이 진행중인데 그만 나도 무르게 '콜!'이 먼저 나왔다. 적지 않은 원고료 제의가 내 구미를 당겼음이다. '그냥 써보다가 쓰기 싫으면 말아야지' 라는 나의 생각을 재호형은 알아차린 듯, 나로 하여금 도망가지 못하게끔 원고료 얘기로 확실히 족쇄를 채운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열심히 가르치던 후배 기자 한 명이 타이젬을 그만두면서 일손을 좀 덜고자 나에게 제의한 것일 수도 있었다. 1년 사이에 대답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주변 상황이 많이 변해버렸다. 그러나 1년 동안 타이젬 콘텐츠팀의 수고를 덜기보다는 재호형의 일이 더 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의 원고는 타이젬 컨텐츠팀 수정과 교정을 반복하면서 자료사진이 더해지고서야 완제품으로 유저들에게 배달된다. 기자들이 보이지 않는 일이 굉장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 늘 밝은 모습으로 팬들과 함께 한 김성룡의 따따부따.

처음엔 주저리 주저리 쓰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아 항상 원고 양이 많았다. 맞춤법은 애초에 배운 적이 없으니 그렇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쓸 말 안 쓸 말을 구분하지 못해 글을 압축시키는 방법이 가장 어려웠다. 역시 방송해설하면서 얻은 나의 별명 '떠벌이'처럼 너무 떠벌리다가 핵심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1편 위즈잉 이야기는 잠 자던 아내까지 읽어보라고 괴롭히며 밤새 고생한 끝에 A4 4장 분량의 '옥동자'를 탄생시켰다. 다음날 의기양양하게 타이젬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평소에 사람좋던 재호형은 3장 정도 물어보지도 않고 덜어내더니 1장 약간 넘는 양으로 압축시키는 공력을 보여준다.

'아, 피 같은 원고를 자르다니…' 내 이름으로 나간 글이라고 하기엔 자존심도 많이 상할 만큼 아팠다. 프로기사로써 피 같이 생각하는 예선결승 한판을 패한 분함도 원고가 잘려나간 분함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의기양양하게 다시 도전한 2편. 그러나 역시 다시 절반 정도를 들어내자 나는 노골적으로 물어봤다. '형! 바둑으로 치면 난 몇 급이나 되죠?'

'18급!'
'그래? 17급도 아니구?'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 수 있는 18급이지'

나중 한 말은 나를 위로하는 말 같았다. 당시는 24년째인 대기자 재호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프로들이 느끼는 '핵존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18급이라고? 그런데 원고료는 왜 줘. 줄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주는 것 아냐?' 물론 속으로 떠덜어댔다.

그러나 3편 4편 넘어가면서 거짓말같이 잘라내는 양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적응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형이 1년전 말한 '늘 수 있는' 소질이 나에게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새벽 2,3시에도 '원고보냈습니다' 카톡을 보내면 1초후에 어김없이 오케이 답신을 보내오는 재호형이 수고 많이 했다는 말을 꼭 전한다.  

▲ 김성룡은 '안식년'을 거친 후 내공을 쌓은 후 다시 돌아온단다. 사진은 공개해설회의 한 장면. 

2014년 3,4월엔 아침7시 한국기원 기자실로 출근했다. 기사실이 아니고 기자실. 새벽 일찍 공부하던 것은 어릴 적 연구생 시절을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프로기사는 자기가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의 몰입도가 일반인보다 강하다. 글을 이왕지사 늦게 배웠으니, 한자리 급수는 되어봐야 할 것 아닌가.

바둑을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은 자신이 둔 바둑을 고수에게 복기받는 것이 최고다. 다만 복기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자기가 둔 바둑을 주르르 깔아놓을 수 있다. 서양인들은 복기할 능력이 안될 경우 두면서 무조건 기보를 적지 않는가. 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글은 써보는 것 자체가 기록이 남으니 18급도 충분히 복기받을 수 있다.

대부분이 경력 10년차에서 40년차까지 최고의 선생님들이 있는 기자실에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평소에 넉살좋기로 소문난 '김분석' 아니던가(김분석은 국가대표 전력분석관 직함을 가지고 있을 때 재호형이 붙여준 별칭.) 하루 10시간 연습한 글은 쟁쟁한 기자 형님들에게 무조건 복기를 받았다.

"타이젬에 글쓰는데 왜 내게 물어?" 처음엔 다소 퉁명스럽게 얘기하다가 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했던지 많은 기자형들은 빨간펜으로 들이대고 주목조목 복기해주었다.

그러던 중 재호형의 결정적 한마디가 나를 진동시켰다. "김사범! 고생 그만 하고 네가 본 것을 쓰려고 해. 프로가 보는 관점은 또 다르잖아. 글쟁이를 따라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써. 오히려 유저들은 그런 것을 더 좋아해" 말인 즉슨, 글쟁이들 흉내 내다가는 글쟁이보다 절대 잘 할 수 없지만, 스로의 글을 쓰면 장르 최고가 될 수도 있단다. 나를 움직인 동인이었다.

그렇게해서 지난해 화이트데이에 시작한 글이 1년을 끌어왔다. 바둑의 장점 중 자신의 실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급수체계가 참 좋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는 나이가 된 지금은 등산이나 글과 같이 급수가 명확하지 않은 분야가 좋아진다. '이젠 18급은 분명히 아닐 거야'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 여러분도 꼭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지금 급수보다 조금이라도 느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시각을 가져보시길.

이제 '따따부따'를 내려놓습니다. 세계최고의 열성팬 타이젬유저님들- 저 김성룡은 잠시 안식년을 가진 뒤 새로운 소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습작용 칼럼 따따부따를, 그래도 칼럼이랍시고 1년 동안 읽어주시고 격려해준 데 대해 심심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꾸벅!
TYGEM / 김성룡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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