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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발굴단' 8세 은지가 간다!
SBS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김은지 양
2015-03-18 오후 2:30:39 입력 / 2015-03-19 오후 1:13:13 수정
▲ 김은지(8)양. 바둑입문 2년만에 타이젬 7단에 오르는 등 SBS「영재발굴단」천재바둑소녀로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다. 현재 장수영바둑도장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바둑계는 한 때 신동 천재 아니었던 사람이 없었던 동네인 만큼, 보통 재주 가지고는 신동 축에 들지도 못한다. 천재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인 바둑계에서도 여전히 신동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신동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고 한다면.
바둑을 배운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프로에게 3~4점에 버티는 기력, 즉 타이젬에선 7단으로 7승2패를 거두고 있는 바둑신동이 있다. 올해 초등 2학년이 된 김은지 양(8).
지난 달 SBS에서 설 연휴 특집으로 편성한 프로그램「영재발굴단」에서 천재바둑소녀로 등장한 은지는 현재 장수영바둑도장에서 수학 중이다. 최근 애제자인 박병규 사범에게 도장운영을 맡기고 이선으로 후퇴한 장사범은 요즘 은지 키우는 재미로 도장에 열심히 출근한다. 은지는 스승 장사범에게 4점에 이길 때가 더 많은 짱짱한 실력파.
초등학교 입학 후 특기적성반에서 처음 바둑을 접한 은지는 이내 바둑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학교에서 접하는 바둑으로는 양에 차지 않아 바둑학원으로 옮겼다. 당시 은지네는 서울 노원구에 살아서 은지 어머니는 인근 웅진바둑학원(원장 김종호)에 데려갔다.
▲ 도장 15년동안 이런 기재를 만난 적이 없다는 장수영사범이 은지 바둑을 밀착 복기지도 중.
바둑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바둑홀릭'에 빠진 지 4개월.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실력이 부쩍부쩍 늘더니, 은지는 순식간에 타이젬 2단 실력을 갖추었다. 은지의 기재를 단박에 알아본 웅진바둑학원 김원장은 평소 가까이 지내던 장수영사범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의뢰했다.
은지 부모는 장수영바둑도장이 위치한 마포구로 이사를 가면서까지 은지의 뒷바라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은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바둑으로 시작해 바둑으로 끝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은지가 바둑알을 잡은 지 아직 2년이 안 됐다. 올해 6월이 되어야 만 2년이다. 도장에 올 때 바둑을 4개월 채 못 배운 상태로 당시 타이젬 2단을 왔다 갔다 하는 실력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지도를 받고 난 후 금방 3단을 이기고 4단까지 승단했다. 15년 동안 바둑도장을 운영하면서 숱한 제자들을 길렀지만, 이 정도 나이에 이 정도 기력을 갖추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는 처음이다." (장수영 사범)
은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어린 나이도 아니고, 타고났다고 할 기재도 아니다. 바로 바둑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다. 바로 이것이 은지를 만나본 사람들이 장차 한국여자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 손꼽는 이유다.
은지를 곁에서 늘 지켜봐온 장사범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 특별히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답지 않게 바둑기술을 하나하나 습득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대국을 하는 모습이 세상 그 어느 표정보다도 진지하고 흥미롭게 보인다고 한다.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인 은지도 거침없이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둑이에요."
▲ 은지는 작고 앙증맞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취재 인터뷰를 하는 중에 전혀 애로사항이 없었을 만큼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똑소리나게 총명했다.
"엄마, 학교는 왜 가야해? 내가 좋아하는 바둑 공부만 하면 안 돼?" 어느 날 갑자기 은지가 학교를 가지 않고 바둑 공부를 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때 은지부모님은 걱정스러웠다. 단순한 투정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었지만 은지의 경우는 바둑에 빠져드는 속도로 보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윽고 내린 결론은 꼭 지금 학교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고, 급기야 2학년에 올라간 은지는 학교를 잠시 쉬고 대신 도장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은지는 오전9시 학교 등교하듯 도장으로 가서 바둑공부를 시작한다. 하루 종일 바둑공부에 매진하는 도장연구생 언니 오빠들과 함께 밤9시까지 12시간 동안 바둑과 씨름을 한다. 그리고는 곧장 귀가하여 꿈나라로 갈 것 같지만 타이젬에 또 접속한다. "그날 배운 내용은 타이젬에서 바로 써먹어봐야 해요. 배운 것을 실전에서 써먹어야 제 것이 된다고 사범님이 그랬어요."
이용찬 지도사범은 은지의 남다른 창의력을 높이 산다. 실력을 떠나서 은지는 돌 가는 방향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단다. "전체적으로 판을 볼 줄 알고 스스로 전략을 짠 후 자신이 주도하는 게 보인다." 덧붙이길, "지금처럼 제대로 성장한다면 초등생 입단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 초등생 입단!' 말만 들어도 배가 남산만 해진다.
은지는 SBS「영재발굴단」에서 삼성화재배 세계선수권자 김지석에게 4점으로 한 수 지도받았다. 국후 복기에서 김지석은 "제가 은지 나이 때 부분에만 몰두했는데, 은지는 판 전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몇 군데에서 받았어요. 어렸을 때 제가 지금의 은지와 둔다면 당연히 은지가 승리할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은지 부모님은 은지가 여자입단대회보다는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하길 바라고 있다. 실력이 우위에 있는 남자 연구생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첫 여자프로가 될 지도 관심이다.
여자들에게는 일반인입단대회, 영재입단대회, 연구생입단대회 등 모든 입단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 따라서 겉으로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함께 경합하지만 현격한 실력차이 때문에 현재 여자프로는 모조리 여자입단대회를 출신이다. 만약 은지가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남자연구생들을 물리치고 입단에 성공한다면 한국바둑도 새 역사를 쓰는 셈이다.
여자바둑리그가 생기고 국가대표 시스템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자프로들이 많아지면서 한국바둑계는 지금 여자바둑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장차 여자바둑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김은지 양이 지금처럼 바둑의 재미에 푹 빠져 열심히 공부하여 한국여자바둑을 이끌 주자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 타이젬 대국하는 모습.
김은지 양과 짧은 일문일답
하루 공부 일과는 어때요?
오전9시에 와서 밤9시까지, 바둑두고 공부하고 복기하고 그러죠.
대회는 나가봤나요?
그럼요. 제일 최근 한바연 3조에서 2조로 올라갔어요. (작년 이창호배(1~6학년) 장려상, 홍맑은샘배 초등 저학년부 1~3학년부 우승.)
한바연 가면 또래 중 제일 잘 둬요?
여자 중에 제일 잘 두는 건 아니에요, 언니들이 잘 둬요.(또래 중에서는 은지가 제일 잘 둔다. 지금 기력은 4~5학년 수준.)
타이젬 바둑뉴스는 봐요?
볼 때도 있고 안 볼 때도 있어요. 뉴스에 제가 나오면 당연히 볼게요^^.
타이젬 두는 횟수는?
매일 매일 두고 자주 둬요. 집에서 주로 둬요. 9시에 도장 끝나고 집에 가서 타이젬 바둑 둬요. 7단에서 7승2패에요. (인터뷰한 그날 밤 은지는 타이젬 대국에 보란듯이 기자를 초대했다.)
좋아하는 프로들은 누구?
1등 김지석, 2등 박정환, 3등 최정 사범님이요. 오정아사범님도…(자신의 도장 선배임을 잊었다 생각난 듯)
기풍이란 말 혹시 알아요?
제 바둑은 싸움 바둑이래요. 수읽기는 자신 있어요.
도장사범님 중 누가 많이 예뻐해 주나요?
양우석 사범님과 두 번 째 뒀어요.
▲ 은지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타이젬 물9단 진재호 기자(왼쪽)가 호선으로 붙었다. 결과는?
▲ SBS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은지의 모습들을 캡쳐했다.

TYGEM /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