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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초 초읽기, 저녁 대국… 힘드네요
한국여자바둑리그 출전한 외국용병 4인 소감
2015-03-26 오전 8:06:50 입력 / 2015-08-20 오후 1:38:49 수정
▲ 포항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왕천싱.(사진=중앙
일보 권혁재 사진기자)
올해 출범한 2015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는 국내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기사가 출전했다. 리그 수준을 국제화해 관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첫 외국인 선수로는 위즈잉(於之瑩, 18) 왕천싱(王晨星, 24) 루이나이웨이(芮乃偉, 52) 헤이자자(黑嘉嘉, 21) 등 네 명이 선택됐다.
중국 여자 바둑 1인자 위즈잉부터 '황룡사배 8연승' 왕천싱, 한때 한국에서 조-이 사제를 연파하고 국수 타이틀을 획득했던 루이나이웨이, 대만 여류 강자 헤이자자까지 모두 출중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각각 서울부광탁스, 포항포스코켐텍, 경주이사금, 인제하늘내린 팀에 소속돼 1월16일부터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성적은 기대 이하. 위즈잉 4승3패, 왕천싱 3승1패, 루이나이웨이 2승3패, 헤이자자 1승5패로 합산 전적 10승12패다. 지난해 중국여자리그에서 위즈잉이 13승1패, 왕천싱이 11승3패, 루이나이웨이가 12승2패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승률은 매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유가 뭘까.
이들은 넌지시 한국 여자 바둑의 강세를 원인으로 들었다. 위즈잉과 왕천싱은 "중국에서 이름도 못 들어본 한국 여자 기사들 가운데 잘 두는 선수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2011년 말에 12년간 몸담았던 한국기원을 퇴직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루이나이웨이 역시 "내가 한국에서 바둑을 두던 3년 전과 비교해 한국 여자 바둑이 전반적으로 많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헤이자자는 "대만은 여류 기사가 총 9명뿐인데 한국은 여류 기사도 많고 대외적인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부러움을 표했다.
이들에게 한국 여류 중에서 최강자를 물으니 위즈잉 왕천싱 루이나이웨이가 최정을 꼽았다. 루이나이웨이는 "최정이 입단하기 전에 바둑을 많이 뒀는데 그때보다 많이 세졌다. 지난해 열린 제5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전에 이어 이번 여자바둑리그에서도 최정에게 패배했다"고 말했다.
▲ 루이나이웨이.
▲ 최정과 한솥밥을 먹었던 위즈잉.
외국 선수라 어려운 부분도 많다. 한국여자바둑리그 속기판은 제한시간이 10분(초읽기 40초 5회)인데, 외국인 선수들은 속기대국에 익숙하지 않다. 위즈잉은 "중국에는 속기대국보다 장고대국이 더 많다. 속기대국에 익숙하지 않아 대국할 때 불편했다"고 말했다. 헤이자자도 "대만 바둑에는 40초 초읽기가 없어서 심리적으로 부담된다. 초읽기를 한국말로 해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승률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국이 저녁에 열리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한국여자바둑리그 대국은 바둑TV에 생중계되는데, 시청자 편의를 위해 저녁 7시 시합이 열린다. 루이나이웨이는 "중국은 보통 낮에 대국을 하는데, 한국에서 저녁 바둑을 두는 게 많이 피곤했다"고 말했다. 왕천싱 역시 "저녁에 시합을 하다 보면 졸릴 때가 많다"고 했다.
즐거운 추억도 많다. 루이나이웨이는 "오랜만에 한국에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바둑이 끝나면 팀원들과 복기를 하는데 팀워크가 좋다"고 말했다. 위즈잉은 "권효진 감독이 중국어를 잘해 의사소통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뒤늦게 리그에 합류한 왕천싱은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늦게라도 연락이 와서 기뻤다. 이영신 감독, 조혜연 선수와 영어로 대화하며 재미있게 지냈다"고 말했다.
2015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지난 22일 정규 시즌이 끝났다. 치열한 접전 결과 부산삼미건설, 포항포스코켐텍, 인제하늘내린 등 세 팀이 살아남았다. 2,3위로 플레이오프 고지를 밟은 포항과 인제는 26일부터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3연전에 돌입한다. 승자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부산과 챔피언 결정전을 벌인다.
위 기사는 3월26일자 중앙일보 정아람 기자가 쓴 "40초 초읽기, 저녁 대국… 한국 규정 달라 힘드네요"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 대만미녀기사 헤이자자.
TYGEM / 중앙일보, 편집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