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뉴스IN 뉴스人

소설'십번기' 수원중앙기원이 배경

자전적 성장소설 십번기 펴낸 소설가 해이수 인터뷰

2015-05-22 오후 9:44:32 입력 / 2015-05-23 오전 8:04:28 수정

▲ 자전적 성장소설 '십번기'를 펴낸 소설가 해이수
.

그대의 학창시절 교양서적 목록에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책이 한두 권쯤은 있었을 것이다. 당장 먼지가 수북이 눌러앉았을 책장 속을 확인해보시라. 해이수(42) 소설가가 성장과 바둑을 주요 소재로 다룬 '십번기'(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하여 화제다.

"나름대로 10대 시절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십번기'는 바둑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고, 바둑을 아는 이라면 더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바둑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답게 작품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바둑에 대한 그의 식견과 시선은 바둑을 분명 접해본 작가만이 형언 가능한 조합일 터.

소설 '십번기'를 쓴 작가 해이수 씨를 만나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육성으로 들어보았다.

▲ 소설 '십번기' 표지(문학과지성사)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궁금한 게 성함이 본명인가요, 필명인가요?
해이수는 필명입니다. 제 본명의 끝 자가 '수'로 끝나는데, 친구들이 편하게 저를 부를 때 '헤이, 수!' 라고 했거든요. 선배 작가들 중에 제 본명과 같은 분이 여럿 계셔서 필명이 필요했지요.

'십번기'라는 제목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어떤 내용인지요?
16세(중3) 여주인공 연희가 시골에서 전학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난하고 부모님이 안 계시는 그녀를 반 친구들은 왕따를 시키지요. 그러나 연희는 담대하게 반응하며, 오히려 장난을 친 친구들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주인공 '나(훈)'는 사범님의 권유로 연희와 '십번기'를 두게 됩니다. 연희가 과연 나랑 맞수인지 의심하지만 막상 대국을 벌이자 훈은 충격적인 5연패를 당하며 연희를 상수로 모시게 됩니다. 9국을 마치자 연희는 미국으로 떠나고, 결국 마지막 대국 10국은 각자의 인생으로 돌리지요. 15년 후 재회하는 스토리입니다.

십번기라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초일류기사들이 벌이던 쟁기(爭棋)인데, 성장소설과는 어울리는 모습은 아닐 것 같은데요?
이팔청춘이라는 말 있잖아요. 16세의 소년소녀는 입시 스타트라인의 직전에 서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입니다. 마음속에서는 매순간 천사와 악마가 전투를 벌이지요. 16세의 소년소녀는 대결 과정에서 상대를 알아가게 되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을 한층 넓혀가는 거예요. 자신이 누군지, 싸움이 뭔지, 세계란 무엇인지 바둑이란 창(窓)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 경기도 산본의 한 북카페에서 작가 해이수가 신작 '십번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왜 하필 그 많은 제목 가운데 '십번기'라고 지었나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바둑용어여서 편집자들도 처음엔 제목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제 소설 '십번기'를 처절한 게임이나 쟁투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를 거예요. 다만, 단판의 대결이 아니고 다음 대결이 앞에 남은, 소년소녀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장치이기도 하죠. 바로 그 연속성 속에서 괴로움과 갈등이 생깁니다. 각자의 강박과 갈등이 대국을 거듭할수록 고조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씩 해결되는 식입니다.

어떤 계기로 이번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나요? 소재가 청소년과 바둑이어서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청소년이 등장한다고 해서 가볍다고만 치부할 수는 없지요. 이번 소설 집필 전에 제가 가장 즐겁고 의미 있게 쓸 수 있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10대 시절을 담아낼 수 있는 틀로 바둑을 선택했죠. 그때는 매일 밤 일기장에 '바둑을 잘 두고 싶다'고 쓰며 기도하던 시절이었어요(웃음).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은 어른은 없잖아요. 세계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도 청소년 소설이에요.

성장해서는 문인의 길로 계속 가셨는데, 왜 새삼스레 10대 시절을 다시 돌아보셨는지요? 기억이 선명해지던가요.
바둑을 특기로 삼고 싶었는데, 결국 특기가 될 만한 실력을 쌓지는 못했어요.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상당히 많은 것들이 기억나더군요. 바둑의 기초 행마를 서너 번 보고 나니까 기력이 늘어서 10급 정도의 아버님를 이겼어요. 지금도 바둑책 30여권이 누가 주인인지도 잊어버렸겠지만 책장에 꽂혀있습니다(웃음).
그 때 초등생이던 김성룡 프로가 바둑 두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굉장히 총명하고 실력이 뛰어나서 그 기재를 보고 '저는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소설 중에 '강 사범'이 나오는데 이재명 사범님이 모델입니다.

작가 본인의 체험담을 소재로 쓴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했는데, 배경이 어딘지 궁금합니다.
수원 팔달문 부근에 중앙기원이 있었어요. 지금도 계신지 잘 모르겠지만, 정우영 원장님과 이재명 사범님이 계셨어요. (기자가 지금도 기원을 하신다고 전해주자, 매우 반가워하며 말을 이어간다.) 정말 제게 잘해주셨던 분들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돌을 만져서 중2 때 기력이 아마추어 2급쯤 되었어요. 수읽기는 2급 정도 되는데, 실전이 약해서 '화초바둑'이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그 시절에 십번기를 자주 두었고 지면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어요. 바둑보다는 기원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더 좋아했어요.

▲ 중1 시절인 1986년 수원 중앙기원(원장 정우영)에서 10번기를 두던 작가 해이수(오른쪽). 등 뒤로 벽에 10번기 대진표가 보인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외국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는데, 소설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작가가 되려는 의지가 막연히 있었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었고 습작을 자주 했어요. 소설을 쓰려면 작가는 축적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이제껏 없던 것을 갑자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들끼리 어떻게 새롭게 연결하는가에 달려있거든요. 밤하늘에 떠 있는 별 자리도 사실은 무질서하게 놓인 것이지만,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연결한 거잖아요. 언어학 공부는 이런 연결대상 범위를 넓혀주고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보게 해주었어요.

마지막으로 작가의 인생관, 즉 '십번기'에서 얘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16세 남자 주인공인 '훈'은 행복의 개념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한 거예요. 그때 연희가 우리 삶에는 항상 훼방꾼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집을 지으려고 하면 상대는 어깨를 짚고 끊고 쳐들어오고… 결국 우리에게 행복이란 훼방꾼이 아예 없는 게 아니고, 훼방꾼의 방해를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나가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죠. 그런 자세를 바둑이 연습시킨 것이고요.

진짜 마지막. 바둑이 취미라면 당연히 프로기사도 좋아하겠지요?
바둑은 전처럼 못 두지만 신문 관전기는 늘 읽습니다. 한참 배울 때는 '면도날' 사카다에이오, '우주류' 다케미야마사키를 좋아했어요. 요즘은 최철한, 김지석 등 '개성파'들을 좋아합니다(웃음). 기회가 된다면 조치훈-고바야시고이치 간 본인방전 혈전을 소설로 쓰고 싶습니다.

소설가 해이수(42세) 약력
1973년 수원에서 태어나 2000년『현대문학』중편 부문으로 등단하여 작품집『캥거루가 있는 사막』『젤리피쉬』, 장편소설『눈의 경전』『십번기』가 있다. 심훈문학상과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 소설가 해이수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조치훈-고바야시 본인방전 대결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