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계성고가 전국최초로 바둑부를 창단한다.
이에 관한 배경을 설명하는 유철환 교장. '특기적성'에 바둑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수원에서 8개 초등학교가 동시 실시했던 것이 처음이다. 그 후 '특기적성' '방과후교실' 등 이름은 달리했지만 지금의 바둑교육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어린이 바둑교육의 중차대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었고, 지금처럼 인성순화교육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집중력만점의 바둑은 인기상한가를 칠 수밖에 없었다. 방과 후 바둑은 바둑인구 저변확대의 출발점이었다.
또 하나의 발전 모델은 특성화 학교의 등장이다. 2005년 군포흥진초교를 필두로 이미 몇 개인지 파악이 되지 않을 만큼 특성화 학교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흥진초의 경우 전교생에게 매월 4시간 바둑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학부모가 바둑교육 시간을 확대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할 정도로 인기가 드높다.
다음 단계로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각 급 학교 바둑부의 창단이 있을 수 있다. 10여 년 전 (사)대한바둑협회가 스포츠바둑을 주창하면서 시작된 바둑시장 확대의 청사진 가운데 바로 바둑부 창단이 가장 윗줄에 있었다. 즉, 각 급 학교에서 바둑부 창단 러시가 일어나고 실업팀이 속속 만들어지는 상황은 바둑시장이 활성화와 매우 관련이 깊다. 바둑코치 감독 등 수많은 바둑 일거리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은 아직 유효하다. 현재 바둑부는 하나도 없는 실정.
여기 대구의 명문사학 계성고가 바둑부 창단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이미 유도부 농구부가 유명한 계성고는 야구의 경북고와 함께, 대구 뿐 아니라 한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배출한 명문고. 대구는 그렇지 않아도 덕영배, 내셔널리그 등으로 아마바둑의 열기가 식지 않는 도시다. 이번 계성고 바둑부 창설로 다시 한 발 앞서가는 명실공히 바둑수도라 할만하다.
타이젬에서는 일류 계성고에서 바둑부를 창단한다는 '믿기 힘든' 뉴스를 접하고 곧장 대구로 내려가 계성고 유철환 교장과 그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대구바둑협회 이전기 부회장과 유경민 대구 연구생사범이 배석했다.
▲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계성고 헨더슨관(본관). 1931년 준공되었다. 학교로 들어서니 건물들이 고색창연합니다. 계성고는 대구의 명문사학이니 자랑거리도 많겠습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1906년 선교사 아담스에 의해 개교한 영남지역 최초의 사학입니다. 그동안 6만 명의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사회 나아가 한국의 발전에도 많은 공을 세웠지요. 2010년 대기업 임원배출 상위 11개교, 2011년 고위 공무원출신 상위 20개교에 선정되었습니다. 제계에는 신세계 박건현, SK하이닉스 권오철, HMC투자증권 제갈걸 대표이사가 있고, 문학예술계엔 청록파시인 박목월, 소설가 김동리, 한글학자 이윤재, 민족작곡가 현제명, 시인 정호승이 있습니다. 또 유도가 유명하여 LA올림픽 금메달을 딴 안병근,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이경근도 동문입니다. 혹시 거명이 안 되신 선배님들이 노하실까봐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웃음).
소리 소문 없이 바둑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고 언제부터 나온 얘기인가요.
대구바둑협회장을 맡고 계신 덕영치과병원 이재윤 선배님이 저희 계성고 총동창회 수석부회장입니다. 대구를 무척 사랑하시는 분이신데, 그분께서 2년 전에, 시대가 머리를 쓰는 스포츠를 요구하고 있으니 바둑부 창설을 고려해보는게 어떠냐고 귀뜸했어요. 이재윤 선배님은 계성고 56회며, 여기 이준기 부회장님은 59회, 그리고 저는 63회입니다.
그래도 기존의 교기(校技)가 있는데 새로운 교기를 추가하는 데는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무엇이든지 처음 하게 되면 힘들죠. 만약 하게 된다면 대구바둑협회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조를 하셨습니다. 따라서 그 후 유경민 사범과 대구바둑협회 분들과 조금씩 구체화 시켰지요. 올해 들어서 교육청에 특기종목으로 신청했고, 곧 교육청에 특기자 전형을 포함한 입시전형 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특기자를 몇 명 뽑을 것인지도 6월말까지 확정을 지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교기(校技)를 몇개까지 둘 수 있고, 바둑특기자는 몇 명을 뽑게 됩니까.
몇 개라고 못 박은 규정은 없고 학교의 형편에 맞게 하는 것이죠. 다만 저희가 내부적으로는 학년 당 350명이니까 약 4%가 한계입니다. 즉, 14명 정도가 됩니다. 1개 종목이면 2%, 2개 종목이면 3%. 3개 종목이면 4%까지 되죠. 현재는 특기자를 10명을 뽑고 있는데, 유도 4명 농구부 6명입니다. 따라서 바둑이 들어가면 4명 정도는 새롭게 충원할 수 있습니다. 1년에 4명이면 3학년까지 최대 12명의 학생은 특기자전형으로 뽑을 수 있죠.
그래도 특기자가 마냥 늘어나면 학교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인데요.
예산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교기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까 애기했듯 대구바둑협회와 바둑계, 그리고 동문들의 지원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길은 가게 되면 뚫리는 것 아닙니까. 먼저 이 길을 가는 것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독이나 코치인선은 되어 있습니까?
학생을 모집한다는 것만 최종적으로 정해졌고, 그 다음은 대구바둑협회와 긴밀한 상의 중에 있습니다. 오래되지 않아 결정할 것입니다.
계성고는 사학의 명문인데, 학교 측의 결단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단을 내리는 데는 대구바둑협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일단 컸습니다. 특성화학교는 더러 있지만 정식으로 바둑부를 창설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계성고는 2010년 이후 자립형사립고로 변화하여 대구에서 꽤 선호도가 높은 학교입니다. 오히려 자사고는 있는 운동부마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죠. 따라서 단체 운동부를 육성하는 학교는 거의 없고 개인 종목만 키우는 학교가 가끔 있습니다. 역시 운영비가 문제가 되죠.
자사고라면 학비가 조금 부담스러울 텐데, 특기생들 학비는 어떻게 됩니까?
재작년부터 감사원에서 정원내로 특기생을 받게 하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따라서 특기생을 받은 만큼 다른 학생이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무리가 있겠죠. 특기생들도 당연히 학비를 내는 게 원칙이죠. 다만, 농구나 유도의 경우는 실적이나 성적에 따라서 장학금 형태로 일부는 돌아갑니다. 바둑도 큰 틀에서는 그렇게 갈 것 같습니다.
▲ 이전기 대구바둑협회 부회장, 유철환 교장, 유경민 대구연구생사범.
바둑부 창설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학내에서 반대의견은 없었나요.
특별한 반대는 없었습니다. 다만, 처음 가보는 길이니까 '과연 되겠는가?' 하는 의구심은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사고와 머리 쓰는 스포츠인 바둑과는 매우 어울리죠. 또 평소에 학교와 동문회는 매우 협력적이며, 힘껏 도와주시겠다고 하니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바둑하면 계성고를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봅니다.
바둑부 창설에 맞춰 특성화학교로 한번 해보실 의향은 없는지요.
전 학년에게 바둑을 기초라도 배우게 하는 것은 지금 현재로서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학창시절에 학업 외 많은 활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전부 유도 유단자를 만듭니다. 체육시간에 유도를 다 배우게 했죠. 또 농구부가 있으니까 농구에 대한 간접 경험도 풍부해집니다. 자연스레 바둑부가 생기면 바둑에 관심도 많아지겠지요.
교장선성님은 혹시 바둑을 두시는 지요? 바둑덕담 한마디 해주세요.
저야 18급입니다(웃음). 바둑은 머리를 쓰는 스포츠이며 보다 어린 나이에 바둑을 접하면 좋겠고, 두뇌발달도 좋지만 인성교육에 그만인 종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성고가 서울권 학교를 제치고 첫출발을 한다는 자부심도 솔직히 있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바둑의 이해도가 꽤 높은 것을 보니, 18급은 아닌 듯한데요(웃음)?
학교에는 바둑을 많이 두는 직업군에 속하지요. 계성고는 '수담회'라고 선생님들의 바둑동아리가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끝나면 바둑행사도 자체적으로 하곤 합니다. 교감선생님이 유단자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3~4급 정도입니다. 나머지 선생님 중에 저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상 첫 바둑부 창설에 앞장 선 교장선생님으로서의 동문 및 학부모님들께 한마디 하신다면?
1911년에 축구부가 창단되었고, 1922년 농구부, 1939년 유도부를 창단했습니다. 이제 또 100년을 갈 바둑부를 창단하려고 합니다. 두려움도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큽니다. 계성고는 이미 6만 동문들의 학교입니다. 여러 동문들을 한데 뭉치게 만드는 데 바둑부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나아가 바둑이 가져다 주는 지혜를 우리 계성고 재학생과 동문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유도나 농구, 그리고 바둑이 경쟁적으로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 1908년 지어진 대구지역 최초의 2층 양옥인 아담스관. 맥퍼슨관 헨드슨관과 함께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아담스관 지하실에서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기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