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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쾌, 기발, 세심 '놈놈놈'

2022년 그들이 온다

2022-01-31 오전 11:32:01 입력 / 2022-02-01 오후 2:44:44 수정

감성과 열정 그 어딘가, 유쾌한 승부사 권효진
독특한 자유로움, 기발한 승부사 이연
담대한 마이웨이, 세심한 승부사 한우진

2022년 유쾌, 기발, 세심한 놈놈놈이 온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완성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간다.

노력의 형태는 다르지만 꿈이 향하는 방향은 같다. 세계무대로 뛰어나갈 꿈이다.

마음 속 품은 성향이 다른 삼총사는 승패가 뒤엉키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대 혼전 속 운명처럼 맞닥뜨렸다.

권효진, 이연, 한우진(이하 ‘권·이·한’)은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과 코치가 선택한 2022년 한국 바둑 유망주다.

 

 

▲바둑국가대표상비군 감독과 코치가 선택한 2022년 유망주. (왼쪽부터) 이연, 한우진, 권효진.

 

 

(권효진) 글쎄요. 남자국가대표 리그전에서 그나마 성적이 괜찮아서 아닐까요.
(이연) 올해 실력이 제일 많이 늘어서. 남들보다 센 것은 아니어도 가장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제 성적하고 내용이 작년하고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고 봐요.
(한우진) 최근에 국수산맥 국내 프로토너먼트 16강에 올랐고, 대통령배도 8강에 올랐어요. 올해 대회에서 성적이 좋고, 최근에 자신감이 많이 늘었어요.

 

자화자찬에 몸이 가려웠는지 이연이 ‘그냥 랭킹 아니었을까요?’ 되물었다. 랭킹은 아니었다. 국가대표 감독, 코치들은 2022년 유망주 선정에 많은 의견을 나눴다.

더 어린 유망주를 꼽아야 하나, 이미 우승 경력이 있는 문민종, 김범서를 꼽아야 하나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토론 끝에 평소 훈련 모습과 성장하는 속도를 평가해 최종 선택된 선수가 ‘권·이·한’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망주로 꼽히고 나면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권효진) 오히려 그런 것에 부담을 느끼면 더 높이 올라가는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어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이연) 신경 안 쓰였는데 방금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우진) 저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즐기는 승부사’로 불리길 원하는 04년생 권효진. 초등학교 6학년에 지역영재입단대회로 입단을 했고, 12월 한국랭킹69위로 삼총사 중 가장 높은 위치다. 우승자가 몇 없는 응씨배 타이틀이 가장 탐난다.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짧은 순간 ‘권·이·한’의 각자 다른 바둑 세계가 그려진다. 목진석 감독의 평가가 궁금하다.

권효진은 노력파.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워낙 좋아했다. 국가대표 청소년 대표에서 성장을 했고 지금은 국가대표 상비군이 훈련하는 리그에서 함께 뛰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다. 후반이 약한 것을 보완해야한다”

 

(권효진) 변화가 나왔을 때 유불리를 직관적으로 봐야하는데 감성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판단력, 계산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승부 근성하면 한우진.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입단하기 전부터 어린이 대회에서 성적을 냈던 선수다. 처음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최근에 바둑을 더 좋아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한 면이 있고, 승부 근성이 뛰어나다. 후반전에 좀 더 신경써야한다”

(한우진) 바둑 둘 때 좋을 때 손이 빨리나가는 것 같아요. 침착해져야할 필요가 있어요.

 

 

끈기로 성장하는 이연.
“처음부터 빛난 것은 아니다. 끈기가 있고,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직 좋은 성적으로 두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보완해야할 곳은 초반이다”

(이연) 길게 못 보고 일희일비해요. 바둑 안에서도 그렇고 바둑 밖에서 봐도 그래요.

 

 

 

 

셋 다 고집이 엄청 세다는 이영구 코치의 평도 있었다. ‘권·이·한’은 고집이 센 기사로 콕 한 명을 지목했다.

 

(이연) 친구들아, 솔직하게 말해봐.
(권효진) 처음 봤을 때부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위험한 것 같아서 공개하기가 어려운데 다만 연이가 중2병이 진행 중이었다는 것, 덩치값을 했다는 것, 저 보다 어른스러웠다고 까지만 말씀 드릴게요.
(한우진) 예전에 게임을 같이 했는데 이기려고 많이 했어요. 이길 때까지 계속하자고 조르더라고요.
(이연)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지금 제가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감이 안와요.

 

 

이연의 중2병을 함께 이겨내며 동고동락한 ‘권·이·한’은 공부 할 때는 각개전투다. 자신들만의 공부 방법이 있다.

 

(한우진) 혼자서 복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혼자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국수산맥배에서 진 바둑을 많이 연구 했어요.
(이연) 다른 사람의 기보도 마치 내 바둑인 것처럼 복기하듯이 보려고 노력해요.
(권효진) 인공지능이랑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을 인공지능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고민하는 시간에 기보 한 번 더 놔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05년생 한우진. 19년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성진이 삼성화재배 우승을 한 것을 보고 바둑을 시작해 삼성화재배가 가장 탐나는 대회라고 꼽았다. 자신을 ‘고독한 승부사’라고 표현했다.

 

 

17세, 18세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하지만 한 분야의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다 쏟는다. 자신이 선택한 길 위의 즐거움과 불만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우진) 본선에 많이 올라가서 즐거워요. 최근에는 크게 불만은 없어요.
(이연) 바둑이 싫어서 게임을 하긴 했었는데, 예전보다 즐거워졌어요. 딱히 불만은 없어요.
(권효진) 바둑에서 이기고 지는 건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즐거움은 산 정상에 올라갔을 때, 운동하고 끝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있어요. 불만이라고 하면 최근에 잠을 잘 못 자고 있는 것이에요. 대회에서 계속 졌던 것 같고, 나이는 계속 먹는데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는 생각까지. 조급함이 조금 있어요.

 

 

이미 ‘프로기사’라는 1차 목표를 이뤘지만 바둑 말고 해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다른 삶을 꿈 꿀 수 있는, 그런 나이니.

 

(권효진) 유일하게 즐겨했던 운동이어서 그런지 ‘탁구 선수’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한우진) 대학가고 싶어요. 바둑만 많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대학에 가서 다양하게 다 공부해보고 싶은데, 특히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이연) 바둑 관련된 것을 하고 싶어요. 보급이나 바둑교육 등이요. 바둑 관련 행정 쪽에는 특별히 관심은 없어요.

 

 

바둑을 잘 두기 위해 온통 공부에 열중한다고 생각하니 ‘가장 부러운 사람, 존경하는 기사는 프로기사 중 그 누군가’라고 생각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니었다.

 

(한우진) 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요. 존경하는 사람, 딱히 누군가를 따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권효진) 부러운 사람은 신진서 선수. 고비를 잘 넘기면서 세계1인자가 됐으니까 부러워요. 1인자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이 받겠지만... 존경하는 사람은 역도에 장미란 선수에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 은퇴하고 기부도 많이 하시고 체중 감량도 많이 하신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어요.
(이연) 딱히 누군가가 부럽지 않아요. 삼성화재배 때 신진서 선수를 이기고 우승한 박정환 선수의 강한 정신력은 본받고 싶습니다.

 

 

▲전통의 기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인 04년생 이연. 7살에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바둑을 접했고 18년에 영재입단을 했다. 스스로를 ‘의지의 승부사’라고 말했다.

 

 

세계1인자가 부럽지는 않지만 대국은 해보고 싶어 했다. 한우진은 신진서를, 권효진은 커제를, 이연은 신진서, 커제를 꼽았다.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권·이·한’은 10년 지기다. 서로를 바라보며 예전이랑 지금이랑 똑같다고 한다. 안경을 벗은 한우진만 ‘어떻게 하다 보니’ 잘생겨졌다고.

 

여자들한테 인기 가장 많을 것 같은 친구로 이연에게 손을 들어줬다. 이연은 ‘실제도 그러면 좋을 텐데’라며 부끄러운 미소를 보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청소년 ‘권·이·한’은 입을 모아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일까.

 

(권효진) 한 달 전쯤에 목진석 감독님이 ‘챔피언의 마인드’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는데 읽고 있어요. 골든아워라는 책도 최근에 읽었는데 추천합니다.
(이연) 지금은 관심사가 딱히 없고, 생길 예정이에요.

 

 

 

 

목감독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국가대표실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에 종종 깔아놓는다. ‘이연이 관심을 가장 많이 보였다.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글을 읽으면서 깨닫는 것이 많은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고. 참고로 ‘권·이·한’은 얼마 전에 목감독이 컴퓨터에 깔아둔 ‘탕웨이싱 응씨배 회고록’을 엄청 재미있게 봤다.

 

(이연) 스트레스 받을 때 책을 보고 다 쏟아냈어요.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자주 읽었어요. 최근에는 좀 소홀히 하고 있는데 목감독님이 선물해주신 ‘챔피언의 마인드’는 다 읽었는데 좋았어요.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둑을 두기도 하고, 다른 사람 바둑 보면서 풀어나가요.
(한우진) 초등학교 친구들 만나서 놀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어요.
(권효진) 졌을 때 그 순간에만 화가 나고, 복기하고 나서는 바로 잊는 편이에요. 가끔 게임도 하고, 산책도 하는데 풀리는 것은 금방이더라고요. 
(이연) 진 것만 금방 잊지 말고, 남의 흑역사도 빨리 잊어줘.

 

 

권효진, 이연은 2004년생 동갑. 한우진은 2005년생으로 한 살 어리다. ‘형 동생 친구’이지만 경쟁의식도 있을까.

 

세계대회 타이틀을 가장 먼저 획득할 것 같은 선수를 지목해달라고 하자 스스로를 택했다. 딱히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연,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라는 권효진, 뭔지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할 것 같다는 한우진의 설명이다.

 

조금 더 경쟁의식을 자극해보기로 하자. ‘내가 그래도 두 명 보다 이건 낫다’는 점은 무엇일까.

 

(이연) 두 명 보다 화면 빨이 제일 좋아요.
(권효진) 바둑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우진) 바둑을 가장 싫어하는 것 같아요.

 

 

 

 

2022년 유망주. 희망의 타이틀은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본, 잘해내길 기대하는 어른들의 선택이다. 정작 당사자들은 2022년,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이연) 내년에도 지금만큼 바둑을 하는 것이 즐거웠으면 합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 받는 이상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권효진) 정해진 스케줄을 세우고,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서 갔으면 해요.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할 테니까 언젠가 성장하는 저를 보게 되실 겁니다.
(한우진) 국내기전에서 우승하고 싶습니다. 제 이름을 잘 기억해주세요.

 

※정통바둑매거진 월간바둑에 타이젬 정연주 기자가 기고한 '유쾌, 기발, 세심 '놈놈놈''을 옮겨왔습니다.

 

 


▲2022년 유망주 '권효진, 이연, 한우진'의 매력 영상으로 살펴보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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