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복면기왕 '네 정체는 내가 벗겨주마'
바둑배틀, 복면棋王 대회 선보인다
2017-09-28 오전 11:47:06 입력 / 2017-09-28 오후 2:11:29 수정
두 사람이 얼굴을 가린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대결하고, 승부가 가려진 뒤 패자가 가면(복면)을 벗고 모든 것을 공개한다.
요즘 인기 높은 TV 가요 배틀 프로 '복면가왕(覆面歌王)' 포맷이다. 이를 바둑판으로 옮긴 '복면기왕(覆面棋王)'이 등장한다.
공식 이름은 제1회 SGM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제2개국을 앞둔 케이블 바둑 전문 채널 K바둑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벤트성 형식을 취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눈길을 끄는 야심 찬 행사다. 우선 우승자 상금이 1억원으로 규모부터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도 문호를 개방한 국제 행사다. 프로와 아마 모두에게 개방하고 성별·연령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1인당 10분에 40초 5회만 제공하는 쾌속 초속기 방식을 택한 것도 흥행 요소로 꼽힌다.
온·오프라인 동시 운영 또한 획기적이다. 랭킹 시드 34명(한국 16·중국 12·일본 6)과 와일드카드 10명, 그리고 온라인 통합 예선 통과자 20명 등 총 64명이 인터넷(사이버오로)상에서 예선 결승을 치른다. 승자 32명이 참가하는 본선 1회전부터는 오프라인을 병행한다. 온라인 통합 예선은 12월, 본선은 내년 1월로 잡고 있다.

▲대국자의 얼굴을 가리고 대결한 뒤 패자만 복면을 벗고 신분을 공개하는‘복면기왕’기전이 곧 선을 보인다. 사진은 제작진이 연출한 가상 대국 장면.
K바둑 스튜디오서 벌어질 오프라인 대국 출전자는 반드시 복면을 착용해야 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대국자에 대한 선입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의외의 인물이 깜짝 쇼를 연출하는 등 반전 상황도 기대된다. 제작팀은 출전 기사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얼굴 윤곽을 최대한 가릴 복면을 제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반 바둑 프로와 다른 점은 현장 MC를 따로 배치한다는 점. 현장 MC는 대국장 주변 상황을 실시간 전달하고, 종국 후 복면을 벗은 패자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의 쌓였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출전자들은 이름 대신 임의로 부여받은 별명으로 불리고, 우승자는 결승전이 끝날 때 비로소 복면을 벗는다.
개막을 앞두고 연출 팀이 가장 고심 중인 부분은 출전자의 손과 목소리 처리법이다. 팬들 중엔 프로의 착점 손놀림만 보고도 누군지 알아맞히는 '관전 고수'가 꽤 있기 때문. 정다운 담당 프로듀서는 '손을 가릴 묘책은 안 보인다. 하지만 복기(復棋) 때 육성을 내보내 신원이 드러나는 일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성(假聲) 처리 등으로 최대한 신비감을 유지하겠다는 것.
'복면기왕'의 등장으로 바둑은 전통적 근엄함에서 대중오락 쪽으로 또 한 클릭 옮겨 갈 전망이다. 90년대 후반 바둑 전문 채널이 등장하면서부터 다양한 실험이 시도돼 왔다.
출연자가 눈을 가리고 좌표로 착점을 기억하며 두는 '맹기(盲棋)', 흑백 돌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 한 판을 완성하는 '일색(一色) 바둑', 상대방에게 특정 장면에서 특정 지점에 착점토록 하는 '명령 바둑'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프로들은 단편적,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행사 규모와 형식, 출전 범위 등에 파격적 요소를 안고 쇼 색채와 결합해 선보일 '복면기왕'이 기전(棋戰) 문화 변혁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화요바둑]에 이홍렬 기자가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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