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ALPHAGO
관전기/악전고투 이세돌, 알파고의 극단 시험!
이세돌vs알파고 제3국 대국현장 실시간 관전기
2016-03-12 오후 1:35:44 입력 / 2016-03-12 오후 11:04:08 수정
▲ 제3국은 다시 이세돌의 흑이다. 이세돌이 첫 수를 우상귀 화점에 힘차게 착수했다.
전 세계가 기다린 대결이다. 휴식일이었던 어제(11일) 하루 동안 두문불출 하며 알파고를 깰 비책 연구에 골몰했던 이세돌은 과연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까.
12일 오후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특별대국실에서 이세돌vs알파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이 이세돌의 흑으로 시작되었다.
초반 이세돌은 높은 중국식 포진을 들고 나왔고, 알파고의 좌상 침입에 강력하게 붙여서 끊어가면서 바둑은 시작부터 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0-2로 막판에 몰린 이세돌. 벼랑 끝에서 반격을 펼치며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타이젬에서는 오후1시 대국 시작과 동시에 이세돌vs알파고 제3국을 김형환 프로의 해설로 생중계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 번째 대결을 현장에서 전하는 실시간 관전기로 첫 수부터 따라가본다.
제1보(1~15) 높은 중국식 포진 들고 나온 이세돌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의 해법은 중국식이었다. 이 포진은 사실 이세돌의 라이벌 구리가 애용하는 형태. 이세돌은 흑5로 하나 걸쳐 놓고 흑7로 높은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알파고의 침입을 기다려 맹공을 퍼붓겠다는 전략이다.
알파고는 좌변 혹은 상변으로 즉각 침입하지 않고 백8로 우상귀에 걸친 후, 다시 백10으로 눈목자 해서 우하 일대 모양을 키웠다. 이렇게 눈목자로 두는 수는 이세돌vs알파고 제2국을 현장에서 해설한 국가대표 유창혁 감독의 전매특허. 알파고가 유창혁 감독의 수법으로 이세돌을 상대하고 있다.
이세돌이 흑11로 좌변 모양을 넓힌 것은 절대점. 알파고도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백12로 침투했다. 이세돌은 흑13으로 근거를 빼앗으며 대응한 상황.
알파고가 백14로 두 칸 뛴 수는 가벼운 행마다. 상대의 돌이 많은 좌상 일대에서 강하게 싸우기 보다는 가볍게 탈출한 후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전략. 하지만 이세돌은 오늘 만큼은 알파고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다. 흑15로 강력하게 붙여간 수에서 이세돌의 기백과 오늘 바둑 승리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제1라운드 접전은 좌상귀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펀치를 날린 것은 인류 대표 이세돌이다.
제2보(16~23) 초반 주도권 잡은 이세돌
● 이세돌 ○ 알파고
알파고는 이세돌의 강수를 예상한듯, 1분 정도 생각한 후 백16으로 오솔길을 따라 뚫고 나오는 수를 선택했다. 이세돌이 흑17로 뚫어간 수는 당연한 자리. 하지만 이세돌은 이 수를 두는 데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 현장 해설장에선 이현욱 프로가 이세돌이 흑17에 시간을 들이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시간이 금이다. 이세돌 9단, 당연한 자리는 빨리 결정해야 한다."
백20까지는 외길에 가까운 진행. 이세돌은 흑21로 두텁게 늘어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알파고가 백22로 막은 수 또한 흠 잡을 데가 없다. 여기서 이세돌은 다시 흑23으로 내려서며 계속해서 초반 주도권을 행사한다.
타이젬에서 오늘 대국을 생중계 하고 있는 김형환 프로는 "초반 좌상귀의 접전은 흑(이세돌)이 먼저 주도권을 잡고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
제3보(24~32) 알파고, 또 한 번 '신의 한 수'를 놓다!
● 이세돌 ○ 알파고
백24로 탈출한 수는 당연하다. 중앙 봉쇄를 당하는 건 알파고로서도 견디기 힘들다. 흑25에 백26을 교환하고 백28로 한 칸 뛰는 수 또한 상용 수법. 정상급 프로들의 공방전이 연상되는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이세돌이 흑29로 호구 자리에 힘차게 늘었을 때, 알파고는 백30으로 비껴 받는 수를 선택했다. "보통이라면 A의 곳에 꽉 이어서 응수해야 한다"는 이현욱 프로의 현장 해설이 뒤따랐다. 하지만 알파고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세돌이 흑31로 천하의 요처를 차지하자, 알파고는 채 1분도 고민하지 않고 백32로 묘한 곳을 파고들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알파고의 '신의 한 수'라고 뉴스란이 도배될 것 같네요. 이 수에 대한 기자분들의 문의가 빗발치지 않을까 예상되는데요, 인간 고수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수가 또 한 번 등장했습니다."(이현욱)
▲ 이세돌(오른쪽)과 알파고의 세 번째 대결이다. 한종진 심판이 대국 개시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대국 개시 1분 전부터 나타나는 화면. 드디어 대국 시작! 만약 이세돌이 오늘까지 패한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승리를 빼앗기고 만다.
제4보(33~37) 최강수 들고나온 이세돌
● 이세돌 ○ 알파고
고심 끝에 이세돌은 흑33으로 밀어갔다. 흑33을 내려놓은 이세돌은 잠시 자리를 비운다. '인간'의 장고가 무색하게 '인공지능' 알파고는 언제나 1분~1분30초 안에 다음 수를 결정한다. 이번에도 약 1분 정도 생각한 알파고는 백34로 밀어갔고, 자리에 착석한 이세돌은 흑35로 강력하게 끊어간다.
여기서 알파고가 어떤 수를 둘 지 의견이 분분했던 장면. 끊어가는 변화들이 해설판에 놓이고 있었지만, 알파고는 인간들의 예상을 깨고 유유히 백36으로 연결을 시도했다.
오늘 이세돌의 전략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난전, 무조건 난전! 이세돌은 흑37로 '날일자는 건너붙여라'는 바둑 격언을 십분 활용해 강력하게 알파고의 허점을 끊어갔다.
"최강의 수법이다"(타이젬 김형환 해설자)
"이세돌 9단, 오늘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왔다. 초반부터 끊임없이 강수를 연발하고 있다."(이현욱 현장 해설자)
제5보(38~46) 모양 좋은 알파고, 완벽한 대응
● 이세돌 ○ 알파고
알파고는 백38로 막는 수를 선택했다. 처음 이 수가 놓였을 때 현장에선 '어? 거기를 막나요?' 하는 분위기였으나,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 이세돌이 먼저 흑39로 밀고나왔음에도 알파고가 즉각 백40으로 움직이자 이곳 전투도 만만치 않다.
흑45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백이 충분히 해볼만한 모양이다"는 게 타이젬 김형환 해설자의 분석. 백46으로 뛰어나가는 모양이 훌륭하다. 김형환 프로는 "알파고가 모양을 중시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일본 프로기사들의 기보가 많이 입력된 게 아닌가 추측된다"는 감상.
백46으로 모양을 잡자, 현장에선 작은 탄식이 여기 저기서 나온다. 이곳 공방전은 명백한 알파고의 성공이다. 제3보 백32로 파고든 알파고의 '신의 한 수'가 또 한 번 인간계를 크게 흔들고 있다.
"싸움도 잘한다. 알파고가 전투에도 능하다."(이현욱 현장 해설자)
제6보(47~52) 악전고투 펼치는 이세돌, 무리수지만 싸워야 한다!
● 이세돌 ○ 알파고
흑47로 받는 수는 백의 허점을 조금이라도 노리겠다는 수. 부분적으로는 당연히 50의 곳에 한 점을 잡아야 한다. 백50으로 한 점을 선수로 살렸을 때, 흑이 51로 받는 모양이 소위 '빈삼각' 형태, 우형이기 때문. 하지만 우형을 감수하고 상대의 빈틈을 노려 '한 방'을 노리겠다는 게 이세돌의 전략이다.
백48로 한 칸 뛰는 수도 모양이 좋다. 모양 좋은 알파고의 특징이 오늘 바둑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세돌의 초반 강수(흑15)는 알파고의 '신의 한 수'(백32)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이세돌은 한 번 더 "고!"를 외친다. 흑49로 밀고 나온 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
"이렇게 가야한다. 평범하게 두어서는 지금의 형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이세돌 9단의 판단이다. 하지만 한 눈에 봐도 흑의 무리다."
인류 대표 이세돌은 알파고를 상대로 홀로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결에 나서는 이세돌. 대국장으로 향하는 이세돌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진다(사진=구글).
제7보(53~56) 이세돌, 불리한 형세
● 이세돌 ○ 알파고
흑53과 백54의 교환은 명백한 악수. 하지만 이세돌은 흑55로 탈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54로 호구친 수와 백56으로 한 칸 뛴 수 모두 '알파고 스타일'. 너무 깔끔하고 훌륭한, 정말 흠 잡을 데 없는 형태다.
오후 2시40분 현재 국면은 이세돌이 불리한 형세. 빈틈을 노리고 있지만, 모양이 좋은 알파고의 허점이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제8보(57~60)
계산서 나온 알파고의 백58, 한 번 더 "고" 외치는 이세돌의 흑59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흑57로 밀고 들어간 수는 이런 형태의 급소. 다음에 A와B가 선수이므로 C로 넘어가는 수를 보고 있다. 백으로 대국하는 쪽이 인간이라면 이 곳을 넘겨주지 않는 수를 '제일감'으로 떠올릴 장면이지만, 알파고는 백58로 여유있게 '한 칸' 행마를 구사한다. 알파고가 좋아하는 행마 중 하나.
이세돌은 여기서 바로 넘어가지 않고 흑59로 한 번 더 "고"를 외친다. 알파고의 흐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 어떻게든 난전으로 이끌려는 알파고와 쉽게 판을 정리하려는 알파고의 지략 대결이 점입가경이다.
제9보(61~70) 이세돌 빈삼각의 연속, 알파고는 날일자로 훨훨
● 이세돌 ○ 알파고
끊임 없이 알파고를 전장으로 이끌었던 이세돌이 알파고의 빈틈 없는 대응에 막혀 또 다시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세돌은 할 수 없이 흑61,63으로 연결하며 '회군'을 결정했다.
알파고는 백64, 또 다시 한 칸이다. 알파고가 바둑 격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중앙으로 한 칸 뜀에 악수 없다!'
이세돌의 행마는 연속해서 빈삼각이다. 흑65,67로 모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머리를 내밀었다. 알파고는 백68로 밀어간 후, 다시 백70으로 날일자 행마를 하며 중앙으로 훨훨 날아간다.
국내 기자실 현장 분위기는 암울하다. 형세는 이미 알파고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하다.
제10보(71~77) 이세돌, 승부사의 본능이 깨어나다!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흑71,73으로 붙여 끊어가며 변화를 구했을 때, 알파고가 예상밖의 대응을 했다. 백76은 패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A의 곳에 이어야 하는 형태. 하지만 알파고는 '나의 약점은 패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듯, 백76으로 때려냈고, 패를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자세를 취했다.
현장에선 이세돌이 A의 곳에 단수쳐서 패 형태를 만들지 기대가 만발했던 순간, 하지만 이세돌은 흑77로 묘한 곳을 붙여갔다.
"이세돌 9단이 인간과 두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수를 두었다."(이현욱)
제11보(78~90) 냉정한 알파고, 백90으로 보강하자 현장에선 탄식…
● 이세돌 ○ 알파고
알파고는 백78로 바깥으로 젖히는 수를 선택했다. 이세돌이 흑79로 맞젖혀간 수는 상용수법으로 당연한 한 수. 알파고는 여기서 '인간'의 예상을 깨고 백80으로 단수를 치고 82로 이었다. 타이젬 김형환 해설자는 백82로 그냥 잇는 수를 예상하고 있던 상황. 그래도 흑은 81로 잇는 정도이므로, 그 때는 백이 80에 젖히는 수 대신 다른 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변화의 여지 없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약간의 악수는 감수하고, 아니 어쩌면 악수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백80으로 아낌 없이 단수를 치고 백82로 이었다.
이세돌은 흑87로을 선수한 후 흑89로 중앙을 점령한 상황. 알파고가 백90으로 사활의 요처를 차지하자 현장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곳은 현장 생중계를 하고 있는 이현욱 프로와 김지명 진행자가 반드시 먼저 해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던 자리. 알파고가 먼저 공수의 급소인 백90을 차지하자 좌상 일대 백 대마를 크게 공격한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현장에 있는 김만수 프로는 "이세돌의 실수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제12보(91~98) 계산서 나온 알파고, 하변 대가 형성
● 이세돌 ○ 알파고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알파고는 벌써 계산서를 뽑았다. 이세돌이 흑91로 삼삼을 침입하며 우하귀 흑을 살렸을 때, 알파고는 백92~96을 선수로 정리한 후 백98로 경계선을 확실히 그었다. "여기서부터는 다 내 땅이야!"라고 선언한 알파고.
하변에 50집이 넘는 백의 대가가 형성되었다. 이 바둑, 어디서부터 어떻게 전단을 구해야할 지 막막하다. 과연 이세돌은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제13보(99~104) 알파고의 급소 일격 백104, 괴로운 이세돌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흑99로 우상귀를 마늘모로 붙여서 실리를 차지한 상황. 알파고는 다소 악수지만 백100,102를 아낌 없이 선수하고 백104로 날아들었다. 괴로운 상황이다. 모니터로 보이는 이세돌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오늘 바둑을 패한다면 알파고에게 3연속 패배. 이것으로 인간 대 인공지능의 첫 번째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남은 건 그렇게 된다면 오로지 '한 판'을 이길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일뿐이다.
제14보(105~112) 빈틈 없는 알파고, 좌상귀 백 돌은 완생
● 이세돌 ○ 알파고
고심하던 이세돌이 흑105~111까지 부분적으로 흑 돌을 살리는 최선의 수를 찾아냈다. 하지만 알파고의 목적은 처음부터 좌상귀 흑 돌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 백112로 호구쳐서 완생 형태를 갖춰두는 알파고.
국면이 정리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세돌의 필패다.
제15보(113~115) 표정 일그러지는 이세돌, 두면서도 자책한 흑115
● 이세돌 ○ 알파고
흑113으로 붙여서 우하귀 흑 돌에 대한 구명조끼를 마련해 둔 이세돌은 지금까지와 다른 과격한 제스처를 취하며 흑115로 붙였다.
이세돌은 이 수를 두면서, 그리고 착점한 직후에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괴로워했다. '두면서부터 자책하는' 수를 둔 것.
현장에서 오늘 바둑을 해설하고 있는 이현욱 프로는 "오늘 대국을 이세돌이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여실히 드러내는 한 수다"라는 감상.
"승부를 포기하는 건가요? 흑115으로 붙인 수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타이젬 김형환 해설자)
제16보(116~124) 패, 할 테면 해봐! 알파고의 백124
● 이세돌 ○ 알파고
알파고가 백116으로 늘어둔 수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응. 사실 어떻게 둬도 흑이 잘 안 되는 형태다. 이제 이 교환은 소위 말하는 '보태준 수'가 되고 말았다. 이세돌은 흑117~121까지 우변을 돌려친 후 흑123으로 좌하귀를 단수쳐서 패의 형태를 만든다.
알파고의 약점일 수도 있다고 많은 언론에서 얘기하고 있는 패. 하지만 패를 처리할 수 없는 알파고가 이렇게까지 바둑을 잘 둘 리는 없다. 그렇지만 난전 속에서 패가 나온다면 알파고의 계산 능력이 약간이나마 떨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인간의 기대심리는 아직도 남아있다.
알파고는 패도 완벽히 마스터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듯, 패 모양을 놔두고 백124로 향했다.
제17보(125~127) 최후의 승부 걸어가는 이세돌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흑125로 하변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제15보 흑115로 붙였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침입. 알파고는 백126으로 침착하게 근거를 없애며 공격해온다. 다시 흑127로 붙여가는 이세돌.
이곳이 최후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이세돌 9단은 오늘 바둑을 패하더라도 남은 두 판의 대국에서 승리할 길을 찾기 위해 오늘 해볼 수 있는 걸 최대한 다 해보고 있는 걸로 판단된다."(이현욱 현장 해설자)
제18보(128~129) 알파고 최강수 백128, 이세돌의 흔들기 흑129
● 이세돌 ○ 알파고
알파고가 백128로 치받아간 수는 타이젬 김형환 해설자가 '제일감'으로 지목했던 자리. 상대에게 최대한 여지를 주지 않고 강력하게 공격하겠다는 수다. 하변은 절대 내어주지 않겠다는, 즉 침입한 이세돌의 흑 돌을 모두 몰살하겠다는 알파고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최강수.
이세돌은 다시 흑129로 붙여서 흔들어가고 있다. 이세돌의 '흔들기'는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통할 수 있을까.
제19보(130~134) 쉽게만 두는 알파고, 탄력 생긴 특공대
● 이세돌 ○ 알파고
승리가 확실하다고 판단한 알파고는 쉽게만 두고 있다. 백130~134로 두텁게 정리하고 있다. 이세돌의 특공대는 흑131,133으로 호구 형태를 갖추며 탄력이 생겼다.
현장에 있는 김만수 프로는 "알파고가 상대 돌을 잡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하변 흑 돌이 작게 살아가더라도 형세는 알파고(백)가 우세하다. 알파고는 최대한 살생을 피하고 승리를 가져가려 한다.
제20보(135~140) 천지대패의 기회, 그러나 팻감이 없다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흑135로 호구친 후 다시 흑137로 밀어간 장면. 여기서 알파고가 안형의 급소인 백138을 두었는데, 이 수는 천지대패를 허용하는 수다. 현장에선 '드디어'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야속하게도 팻감이 없다.
참고도1 흑1,3이면 천지대패! 팻감 없는 이세돌 결행 못해…
▲ 참고도1.
흑1,3으로 둔다면 패가 난다. 만약 이 패를 이긴다면 하변 백 진영을 초토화시킴과 동시에 흑 집이 15집 가량 생기게 되는 그야말로 천지대패. 그러나 백이 8로 때렸을 때 마땅한 팻감이 없다.
제21보(141~149) 알파고 전선이탈의 한 수 백148, 이세돌 기회 잡나
● 이세돌 ○ 알파고
흑141,143으로 끊어서 수상전 형태를 만들었다. 백144로 막아가는 알파고. 그러자 흑145,147로 패 형태를 만든다.
바로 이 때, 현장 기자실을 깜짝 놀라게 한 알파고의 한 수가 등장했다. 한창 하변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바로 이 시점, 알파고는 전선을 이탈해 상변 백148의 곳을 젖혔다. 그러자 의외라는 듯 알파고의 대리자 아자황을 한 번 쳐다보는 이세돌.
이세돌은 흑149로 1선에 젖혀서 수를 늘린다. 패가 최소한 두 곳 이상 포함된 수상전의 양상. 알파고는 과연 패의 계산도 완벽할 것인가.
제22보(150~159) 단 패 만들어낸 이세돌, 알파과와의 첫 패싸움
● 이세돌 ○ 알파고
백150으로 두는 수는 당연하다. 이세돌은 흑151로 패를 따내며 알파고를 압박한다. 여기서도 하변 패를 때려내지 않고 백152로 수를 조여가는 알파고.
이세돌은 드디어 알파고와의 패싸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절대 수가 날 수 없었던 하변 백 모양에서 무려 '단 패'를 만들어냈다. 흑155,157로 단수치고, 계속해서 흑159쪽으로 단수를 치자 이 형태는 단패다.
김만수 프로는 "알파고가 극단적인 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된 게 아닌가 싶다. 하변 백 돌을 잡는 수는 프로기사에겐 쉬웠다. 하지만 알파고는 상대의 돌을 모두 잡는다는 식의 방식을 가장 먼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최대한 타협을 하면서, 즉 상대의 돌을 '살려주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23보(160~170) 패 싸움도 빈틈 없는 알파고
● 이세돌 ○ 알파고
이세돌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패. 드디어 알파고와의 첫 패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알파고가 패에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예상은 역시 틀렸다는 게 바로 증명됐다. 알파고는 백160으로 패를 하나 때려둔 후, 이세돌의 악수 팻감 흑161에 즉각 백162로 응수했다. 이어서 이세돌이 흑163으로 때려내자 바로 백164에 이어서 팻감을 사용하는 알파고.
흑의 팻감이 없다. 이세돌은 흑167로 악수 팻감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알파고는 백170으로 기분 좋은 자체 팻감을 사용한다. 알파고가 패싸움에서도 빈틈이 없다.
제24보(171~176) 알파고 3연승! 인공지능, 인간을 꺾다
● 이세돌 ○ 알파고
더 이상 팻감이 없는 이세돌이 흑171로 패를 해소하자 알파고는 백172로 때려낸다. 다시 흑173에 단수쳤을 때, 알파고가 패에 약하다는 얘기를 일거에 '헛소리'로 만드는 수가 등장한다. 바로 백174로 먼저 패를 걸어가는 수.
흑175로 패를 때렸을 때, 알파고가 백176으로 먹여치자 이세돌은 돌을 거뒀다. 오늘 바둑에서 알파고가 패를 피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형세가 우세하다면 굳이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복잡한 패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패를 하는 수가 최선일 때는 알파고는 망설이지 않는다.
"알파고의 패 처리가 완벽하다. 가슴 아프지만 냉정하게 말해 알파고는 정말 강하다. 오늘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는 알파고의 제3보 백32였다. 비록 패했지만 이세돌의 오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내일 속개될 4국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타이젬 김형환 해설자)
그 사실을 확인한 이세돌은 오늘의 '시험 문제'는 모두 출제했다는 듯, 후련한 표정으로 투항했다. 이제 두 판 남았다. 과연 이세돌은 오늘 바둑에서 뭔가 해법을 찾아냈을까.
현장에서 오늘 대국을 끝까지 검토한 김만수 프로는 "이제는 한 판을 이기면 승리하는 게임이 됐다. 알파고가 이 정도 수준인지 알지 못했다. 남은 두 판 중 한 판이라도 이긴다면 다섯 판 안에 해법을 찾아낸 이세돌의 직관이 승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오후5시10분 알파고 백176수끝 백불계승, 3연승으로 인공지능 승리
TYGEM /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