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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바둑리그

안형준의 '여자바둑리그 7R 관전기'

순천만국가정원 '선두 탈환 성공적'

2022-07-08 오후 3:14:13 입력 / 2022-07-10 오후 5:04:39 수정

▲순천 선두 탈환을 이끈 주장 오유진.

 

 

​[출처: 프로기사 안형준(바둑리그 컴투스타이젬 감독) ㅣ 블로그 ㅣ 이주의 여자바둑리그 7라운드 ] ▶ 원문보기

 

순천만국가정원이 섬섬 여수에게 3대 0 완승을 거두면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주장 오유진이 선취점을 올리고 이도현이 결승골을 넣었다. 그리고 이영주가 쐐기골까지 넣으며 전반기 마지막 대국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반면 섬섬 여수는 전반기 마지막 판까지 무너지면서 0승 7패라는 충격적인 전반기 성적을 기록했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심리적인 부담감과 만나면서 힘든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1국 순천만국가정원 이도현(승) : 섬섬 여수 이슬주(패)

팀이 선두권에 있지만,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이도현과 침체된 팀의 주전으로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슬주의 만남은 오더가 발표되는 순간 승부판으로 인식됐다.

 

오늘 이슬주는 뭔가 급해 보였다. 행마들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좋은 자리를 많이 선점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약점만 노출을 시킨 상황이 되었다.

 

 

▲백1에 흑은 받아두었어야 한다.

 

 

▲흑2가 무리였으며 백3이 날카로웠다.

 

 

그 빈틈을 이도현이 놓칠 리가 없었다. 애초부터 두텁게 두면서 힘을 비축하던 그녀는 기회가 오자 정확한 수순으로 득점을 올렸다.

 

 

▲백2,4,6 모두 무리였으며 흑은 3,5,7 모두 백이 둔 8자리를 두었어야 했다.

 

 

기세가 오른 이도현은 더욱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였다. 다만 이는 지나치게 기세에 의존한 경향이 있었고, 이슬주는 반격할 기회를 얻은 상태였다.

 

바둑을 둘 때 너무 이기고 싶어지면 급해지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급한 것은 유리해지고 싶은 욕심이 들 때고, 위축되는 경우는 한 번에 질까 봐 무서울 때다. 오늘의 이슬주는 부담감에 눌린 듯 초반에는 서둘렀고 중반에는 위축됐다. 이것은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백1,3은 아주 좋은 수순이다. 백5에 손이 가서는 백의 우세가 확정되었다.

 

 

상대가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이도현의 수순은 더없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내 앞에 있는 적이 흔들리면, 자신감이 상승하면서 멋진 수들이 금방 보이곤 한다. 이도현이 두는 수순은 인공지능 추천 수보다도 더 좋았으며 순식간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리그 4년 차 이도현은 좋은 수읽기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 번에 무너지는 약점이 있어서 대역전패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바둑을 포함 이번 시즌에는 역전패의 빈도가 줄어들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

 

▲2국 순천만국가정원 오유진(승) : 섬섬 여수 김상인(패)

 

2년 전 부안 곰소 소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의 만남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오유진의 압도적인 우위지만 변수가 있다면 지난 라운드 오유진이 김윤영에게 패하면서 연승 흐름이 끊긴 부분과 오늘 상대하는 김상인의 기풍이 김윤영과 비슷하다는 부분을 들 수 있었다.

 

초반부터 김상인은 의욕적으로 판을 이끌었다. 좌변 모양을 넓히면서 오유진에게 전투를 하자고 유혹했다.

 

하지만 오유진 입장에서는 김상인의 기풍을 뻔히 알면서 전면전을 할 이유가 없었다.

 

가볍게 침투를 하면서 좌상 쪽을 압박하는 잽을 날렸는데, 그 잽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흑1과 흑7이 연계되는 수법이다.

 

 

▲흑1의 패감을 받았어야 한다. 백2로 대마를 살리는 사이 흑은 우세를 가져갔다.

 

 

좌상의 돌과 연관 지어서 좌변을 견제하려고 하는 전략이었는데, 김상인이 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이에 중앙을 관통하면서 큰 득점을 하게 된 것이다.

 

오유진 스스로도 얼떨떨한 득점이었고, 우위를 점한 채 쉽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판이 서서히 좁아지던 순간, 김상인의 장점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인파이터 기질의 김상인은 불리해지면 저돌적인 강수를 두면서 판을 뒤흔드는 능력이 좋다. 천하의 오유진조차도 김상인의 돌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승부는 안갯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흑1이 문제의 시작이다. 상변을 잡았더라면 쉽게 흑 승이었을 것이다.

 

 

패가 발생하면 선수들이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유리하다고 느끼던 순간에 판이 어지러워지고 초읽기가 쫓아오면 정확한 수순을 찾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강자들은 그 순간에도 냉정을 찾으면서 승리로 가는 길로 향한다.

 

 

▲복잡한 전투 끝자락이다. 상변 패감을 받지 않고 3,5로 둔게 결정타였다.

 

 

오유진은 확실히 강자였다. 패를 하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렸고 상변을 내줬지만 우변을 장악해서는 본인이 이겼다는 것을 확신했다.

 

지난 라운드 패배의 여파는 남아있지 않음을 보여준 오유진은 개인 승수 6승으로 다승 순위 단독 1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팀에게 선취점을 안겼다.

 

 

▲3국 순천만국가정원 이영주(승) : 섬섬 여수 김은지(패)

 

‘작은 거포’ 이영주와 ‘최연소 주장’ 김은지는 수읽기가 강점인 선수들이다. 그런 만큼 난타전이 예상이 되었는데, 바둑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차분하게 판을 짜나 가던 두 사람의 창칼이 처음 마주친 곳은 우변이었다. 김은지가 침투를 하면서 상대의 진영을 깨고 전투를 하려 하자, 이영주는 불을 키우지 않은 채 쉬운 선택을 했다. 김은지가 득점을 했다고 인공지능이 얘기했지만 그 격차는 미미했다.

 

김은지가 가진 장점은 부분 전이 날카롭고 잔수에 밝다는 점이다. 상대의 약점이 보면 지체 없이 수를 내러 가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오늘도 좌변에서 작전을 구사했다.

 

 

▲흑1,3이 김은지 스타일이다. 다만 백4가 아주 좋은 대처였다.

 

 

그러나 오늘은 문제가 발생했다. 상대인 이영주 역시도 수읽기가 강해서 김은지의 작전이 완벽하게 봉쇄된 것이다. 수를 내러 온 돌이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상대 집을 지어준 셈이 된다. 이영주의 집이 늘어나면서 실리의 균형이 무너졌고, 전투의 끝자락에서 이영주가 중앙을 정비했다면 완벽한 이영주의 흐름이었다.

 

 

▲백1,3,5로 활용하고 정리했으면 백이 편한 국면이다.

 

 

▲실전 진행이다. 백이 실리를 챙긴 사이 흑은 6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실리를 외면하지 못한 이영주는 두터움보다 더 많은 실리를 원했고, 바둑은 또다시 균열이 일어났다.

 

바둑에 있어 집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바둑은 집이 많아야 이기는 게임이 아닌가. 다만 전제가 하나 달린다. 약한 돌이 없을 때 실리를 챙겨야 한다.

 

중앙에 흑돌이 쌓이면서 두터워졌고 백돌들은 약한 부분이 있었다. 그 지점을 김은지가 놓칠 리 없었고 방향은 정확했다. 그러나 전투가 끝난 후에는 이영주의 승리가 결정됐다.

 

 

▲흑1 백2를 교환하고 흑3을 두었다면 흑의 우세였다.

 

 

▲실전 진행이다. 중앙의 백돌이 안전하게 살아가서는 백승이 사실상 결정됐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꼭 해놓아야 할 교환을 생략한 것이다. 사소해 보이던 선수 교환 하나가 승패를 바꿔버렸다.

 

그 기회를 놓친 후에는 김은지에게 반전할 공간이 없었다. 이영주의 정리는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고, 무난하게 골인에 성공했다.

 

상대팀 주장을 5번 2지명을 2번을 만나는  어려운 대진에서 5승 2패라는 호성적을 거두면서 팀을 이끄는 이영주의 기세가 후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순천만국가정원이 우승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TYGEM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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