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 타이젬만화

바둑인물

김명훈 '그의 때가 올 것임을, 느낀다'

2022-06-21 오전 8:41:46 입력 / 2022-06-23 오후 1:51:46 수정

“실력은 계단식으로 오른다는 드라마 대사가 있어요. 사람들은 가만히 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포기한다고.

실제로 계산식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데 바둑 기사들은 분명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을 것 같아요. 대회에서 지고나면 바둑을 왜 하고 있나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이겨내면 실력이 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이 어렵더라고요.”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서 비탈이 아닌 계단식으로 성장 중인 김명훈의 시간을 들어본다.

최근 상승세의 원인이 ‘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알 것 같은데 그는 자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암시

세계대회에서는 실력을 평가 받고 싶은 마음에 중국기사랑 두는 걸 더 좋아하는데 LG배 24강, 16강 김명훈의 상대는 모두 한국 선수였다. 설현준, 변상일이랑 대국했는데 ‘한-한전’은 크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많은 관심이 쏠렸다. 김명훈의 최근 상승세를 눈여겨 본 바둑 팬들의 응원이 아니었을까.

“제 상대방한테 관심이 가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변상일 선수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변상일 선수는 충분히 세계대회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아서 부담이 됐을 것 같아요. 인공지능 ‘절예’ 적합도를 보면 변상일 선수의 실력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해요.”

동갑친구 변상일과의 대국은 초반부터 앞서나갔고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상대전적 3승10패의 열세였는데, 절친이라서 전략을 짜기가 더 수월했을까.

“실력 차이라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편하게 두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그 바둑에 집중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LG배 24강에서 설현준, 16강에서 변상일을 누르고 생애 첫 세계대회 8강에 진출한 김명훈.



대국 전 김명훈은 ‘무조건 이겨야 겠다’는 생각만 한다. 특히 대국 날 아침이면 상대가 누구건 ‘반드시 이길 것’이란 암시를 스스로에게 걸면서 집을 나선다. 하지만 대국이 끝나면 금세 마음이 달라진다.

“일정이 바쁜 기사들이랑 대국을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일 때가 있어요. ‘저 선수도 며칠 있다가 두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어요. 신진서, 원성진 선수랑 대국할 때 특히 그랬어요. 물론 대국할 때는 이겨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기고 나면 실력 외적으로 이긴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한테는 운이 좀 따른 것 같아요.

(힘들어 보인다고 하지만 체력 관리도 곧 실력이 아닐까?)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저는 대회가 많아지면 이기거나, 지거나 상관없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철옹성' 같았던 신진서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승리한 김명훈. [바둑TV 캡쳐] 김명훈은 18세 때 레츠런파크배 결승에서 신진서에게 져 준우승한 것을 평생 기억한다.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이 내 바둑을 둔다는 김명훈의 장점은 ‘YK건기배 신진서와 대국’에서 돋보였다. 마지막 1분 초읽기 하나로 인공지능 추천수를 과감하게 두면서 이기는 것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백홍석 해설위원의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두 선수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바둑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두기 전까지는 포기한 상태로 들어갔어요. 둘 때만큼은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기 전날 까지는 신진서 선수한테 이기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고 뒀어요. 이기고 나서는 내가 진짜 이겼나? 싶더라고요.”

 


#“제 최고 전성기는 아니에요”

6개월 후에 열리는 LG배 8강에서는 딩하오와 대결한다. 최근 기세가 좋은 한중 대표 선수다. 생애 첫 세계대회 8강에 오른 김명훈에게 LG배는 프로기사 인생에 중요한 기로 같다는 평가가 있다.

“아직 제 최고 전성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LG배에서 한판 더 이기는 것이 목표에요. 딩하오 선수와 대결하기 전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기세를 누가 유지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 같아요. 실력적인 부분에서 딩하오 선수가 저보다 좋다고 생각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보완해야할 점들을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LG배 본선에 20, 21, 22, 26, 27회 등 5번 올랐다. LG배를 제외하고 세계대회 본선에 오른 것은 올해 춘란배 16강이 전부다.



LG배 본선에만 5번째 진출이다. 유독 좋은 인연이 이어지는 LG배에서는 없던 자신감이 생긴다. LG배는 돌가리기 후 흑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영향도 있다. 최근에 선수들이 백을 선호하는 편인데, 김명훈은 흑이다. 싸움으로 이끌기에 편한 흑을 잡아서 결과가 좋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김명훈은 줄곧 스스로를 낮게 평가한다. 연구생 때는 세계대회 우승을 꿈꿨지만 입단하고 몇 년을 지내보니 세계대회 8강에 한번 가기도 힘든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미쳐야 8강 진출’이라고 상상했는데 막상 8강 성적표를 받으니 한판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무의식 속 긴장감 ‘머리카락 꼬기’

스스로 꼽은 보완점은 ‘부담감’이다. 세계대회를 앞둔 1주일 전부터는 부담을 많이 느껴서 잠을 통 못 이룬다. 평소에는 8시간 정도 잠을 자는데 대회 날이면 알아서 눈이 빨리 떠진다. 

“10년째 이러고 있어서 해법을 찾아야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을 하는데 LG배 생각하면 지금도 긴장이 될 정도에요. 집에서나 그 외적인 시간에는 바둑 관련된 것은 안 보려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민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빗소리 등 수면에 좋은 소리들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풍경을 보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청계천을 걷다보면 불안한 생각도 어느 덧 줄어든다.


 

 


마인드 컨트롤은 모든 승부사들에게 평생 숙제다. 후반에 가면 형세판단이 안 되는 것을 알아서 심장이 빨리 뛴다. 그의 심장은 대국 전과 대국 중에 유독 긴장한다. 긴장은 ‘머리카락 꼬기’로 이어진다. 

“긴장했을 때나 초조했을 때, 수읽기에 집중하다 보면 꼬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있으면 덜 하려고 하는데, 최근에 인터넷바둑을 두면서 더 그런 같고요. 안 좋은 습관이긴 한데 무의식으로 꼬는 거라서...”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다가 대국이 끝나면 훅하고 식어버린다. 대국 후의 허무함은 어떻게 달랠까. 

“진날에는 가급적이면 바둑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 떠올라요. 음악 들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걸 좋아해요. 신나는 팝송, 가사가 좋은 발라드 등 장르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 노래를 듣고요. 오래 걷는다든지 온라인 바둑을 많이 둔다든지... 이겼을 때 그 하루만큼은 유튜브나 넷플리스 등을 시청해요.”

 

 

▲김명훈은 2017년 '미래의 별' 신예최강전 결승에서 박하민에게 종합전적 2대0으로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정말 승부사. 커제

LG배는 중국 강세가 여전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신진서 외에 세계대회에서 활약하는 기사가 드물어지고 있다. 커제-양딩신-미위팅-딩하오 등 중국 바둑의 ‘베스트4’가 건재한 데, 한국은 질적으로나 수적으로 밀린다고 분석한다. 8강에 오른 김명훈이 힘을 내줘야한다.

“8강에서 딩하오 선수한테 지면 저한테 실망을 할 것 같아서 한판은 꼭 이기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고 계신데 세계대회에서 큰 성적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지금은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그의 활약에는 춘란배도 포함해야한다. 스웨도 잡았고 16강에서는 커제한테 한 끗 차이로 역전패를 당했다. 커제는 얼마 전에 ‘한국의 눈여겨 봐야할 강자는 김명훈’이라고 꼽은 적이 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테니, 느끼는 점들도 남다를까.

“그게 바로 실력 차이입니다. 커제 선수랑도 개인적으로도 둬보고 싶었는데 두기 전날부터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장고파는 아닌데 초중반에 시간을 많이 써서 나중에 시간이 부족했고요. 판단 착오까지 나왔는데 그것도 실력 차이입니다. 긴장감 조절, 기복 탈피, 시간 안배까지 많은 이유들이 승패를 갈랐다고 생각해요. 흔들어가는 능력, 상대가 흔들렸을 때 공략하는 부분까지 커제 선수는 정말 승부사였습니다.”

 

 

▲아시안게임 티켓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획득했는데 12명 더블 일리미네이션 리그로 치러졌다. 김명훈은 4연승해 변상일과 함께 출전권을 따냈다.



최근 성적이라 LG배 이야기만 했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따낸 것이 먼저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선발전을 치렀는데 세계대회 예선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부담이 있으면 실수가 많아지는데 부담 없이 뒀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변상일 선수와 함께 출전권을 따냈는데 한국 우승에 꼭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광전사. 누구보다 빠른 수읽기

26승 6패, 8할의 승률. 그 중엔 14연승(2월 6일~3월 6일)이 포함돼 있다. 랭킹도 작년 말 16위에서 8위로 치솟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편안하게 두려고 하는 걸로 성적이 좋아졌다고 하면 이상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자꾸 물어보니까 이유를 생각하고는 있긴 해요. 내용적으로 작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단기적인건지 꾸준한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라서.”

어떤 스포츠라도 승률 8할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명훈은 최근 기세와 컨디션이 좋아서 나온 기록쯤으로 여긴다. 유지하면 실력이고 금방 꺾이면 거품이라고 표현한다.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김명훈 8단이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한 스타일이었다. 특히 상위 랭커들과 상대할 때 스스로 위축이 되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좋아지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명훈의 생각은 어떨까.

“저는 아무리 봐도 실력차이는 있는 것 같아서 한국랭킹 1,2,3등이랑 비교했을 때 부족한 점이 한 두개는 보여요. 누구한테나 질 수 있는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수읽기나 전투가 일어나면 자신감을 가지고 두는 것이 장점이고, 그런 바둑을 이끌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명훈은 입단 전 영향을 많이 받았던 이세돌과의 대국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상대전적은 2승5패로 저조한 편인데 2018 KBS바둑왕전 본선 8강(위 사진)에서 처음 승리를 맛 봤다.

 


김명훈은 ‘광전사’다. 누구보다 빠르게 수읽기를 하는 선수다.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화끈하게 밀어붙인다. 누군가는 ‘바둑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검을 뽑아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는 발검술이 있다면, 김명훈이야 말로 발검술의 달인’이라고 표현했다. 기풍과 다르게 너무 겸손해서 아이러니하다. 

그는 전투 최강자 이세돌과 최철한의 기보를 놔보는 것을 즐겼다. 연구생 시절 당일에 나오는 프로기사들의 기보들을 안보면 뒤처지는 기분이어서 더욱 열심이었다. 세계대회가 있는 날이면 쏟아져 나오는 기보들을 보면서 행복했다.

훗날 입단을 하고 이세돌과 처음 대국했던 날을 기억한다. 2014 렛츠런 파크배 8강이었는데 이왕이면 기억되게 지고 싶었는데 큰 격차를 경험했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런 애도 프로가 됐어?’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현실주의자. 작은 성취감
목표를 작게 잡고 성취감을 맛보는 쪽을 선호하는 김명훈은 현실주의자다. 목표를 크게 잡았다가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것보다는 그 편을 선택한다. 이길 때 기쁨보다는 질 때의 아픔을 훨씬 크게 느낀다. 세계대회 우승이 목표라는 높은 수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신진서와 박정환 선수를 보면 저렇게 노력해야 초일류 선수가 되겠구나 생각해요. 바둑 두는  사람 중에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하면 바로 신진서와 박정환 선수를 꼽을 겁니다. 실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세계무대에 도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참, 9단이 빨리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국내대회 결승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요. 이런 무대를 경험해보면 큰 승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그와의 긴 대화는 겸손과 노력 두 단어로 귀결됐다. 그리고 그의 때가 올 것임을 느낀다.

 

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


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
네 안에는 푸른 보리밭이 숨 쉬고 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時 ‘너의 때가 온다’ -

 

 


▲'김명훈은 모르는 김명훈의 이야기'는 타이젬TV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TYGEM / 정연주

대국실 입장 대국실 입장하기 대국실 다운로드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타이젬바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