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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을 서울답게 만들겠습니다!"

제3대 서울특별시바둑협회 장학재 회장

2021-02-23 오후 2:12:08 입력 / 2021-02-23 오후 6:03:15 수정

▲제3대 서울특별시바둑협회 장학재 회장.

 

 

지난 주말 경기도를 끝으로 전국 17개 시도바둑협회장이 모두 결정되어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경기단체의 장(長)은 짊어질 부담은 크고 넓으며 생기는 건 제로인 순수 봉사 직이다. 그러기에 ‘회장님이 되시라’고 권유하면 흔쾌히 하려는 분이 잘 없기 마련이다. 더구나 맡아서 부담스런 지역이라면 더더욱 OK사인을 받아내기가 난감할 터.

 

이런 저런 와중에, 지난 1월 초 200만 동호인의 대표가 될 서울특별시바둑협회장을 새로 선출하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때 마침 대한바둑협회 선거가 몹시 달아올랐을 때여서 ‘스몰 뉴스’로 둔갑하고 말았지만 기자는 흘려듣지 않았다. 서울시협회장 자리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닌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약속을 재다가 설 연휴 언저리에 새로운 서울의 수장을 만났다. 

 

“바둑계에 이름정도 알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당선되고 나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바둑사랑은 누구에게도 질 자신이 없지만 사랑만 가지고 되지는 않겠지요. 시 협회와 구 협회를 탄탄히 다져내고,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며, 보급 활동을 통해 동호인확충에 힘을 쏟겠습니다.”

 

제3대 서울시협회장에 선출된 장학재(50) 회장은 훤칠한 높이에 탄탄한 젊음을 자랑했고, 자신 있는 말투와 적극적인 비즈니스맨 스타일이었다. 협회 일과 관계되는 기자와의 딱딱한 질의응답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걸린 시간의 두 세배나 뒤풀이 시간에 할애할 정도로 다정다감하고 친화력이 대단했다. 서울바둑협회 회관에서 2월 상순 인터뷰를 가졌고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1월 서울협회장 당선증을 교부받는 장학재 서울특별시바둑협회장과 한상원 선관위원장.

 

 

늦게나마 서울특별시협회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자기소개부터 간략히 부탁합니다.
바둑인이니까 기력부터 말해야죠. 6단입니다. 71년생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숙부님 회사에서 회계 일을 배우면서 지금까지 회계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석회계법인 이사로 재직 중이며 세금관련해서 컨설팅을 해주는 사무장급이죠.

 

창업지도사· 공인바둑지도사· 바둑심판자격증· 아마6단증 등 이색적이게도 많은 바둑자격증이 눈길을 끕니다. 서울시협회장이 되는데 이런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닐 텐데요(웃음).
제가 만학도여서 그런지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 명지대학교에서 바둑전공 학사학위도 취득했고 현재 동 대학원에서 스포츠코칭을 전공하고 있지요. 사회생활도 바쁘지만 취미가 바둑이니까 바둑이 끼어 들 자리를 만들었지요. 배움을 통해서 또 바둑에 기여하고 공헌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삽니다. 위 자격증은 생활을 위해서 딴 건 아니고 뜨거운 학문적 열정의 산물이라 봐주세요(웃음).

 

바둑에 관한 조예가 꽤 깊으신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인연으로 덥석 서울의 수장까지 진격하게 된 걸까요.
어렸을 때부터 바둑집안이었습니다. 초등1학년 때부터 아버님께서 절 무릎에 앉혀놓고 바둑을 가르쳐주셨어요. 아버님은 9단급 실력자였지요. 작년 3월 아버님을 여의고 나름 자중하고 근신하고 있었는데, 주변 선생님들이 제게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서울시협회장 자리가 쉬운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기에, 다만 저게 그럴 만한 덕과 지혜가 겸비가 되어있는지 고민했습니다. 때마침 다년간 쌓아온 바둑공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은 늘 가졌기에 비교적 수긍을 했습니다.

 

 

▲ 장회장은 만학도로 2018년 명지대학교 바둑전공(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맨 왼쪽이 장회장이다.

 

 

서울시협회장으로서 서울바둑계의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는지요?
남한 면적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서울은 반만년 한민족의 중심도시입니다.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위치하고 대다수 바둑선수들 동호인들이 거주하는 바둑의 중심도 서울입니다. 다만 여러분이 서울을 떠올릴 때 퍼뜩 생각나는 바둑대회나 바둑행사가 별로 없다는 건 퍽 아쉬울 겁니다. 서울시장배 서울시협회장배 서울시교육감배 등 이러한 지자체 대회가 생긴 지 불과 1~2년전에 생겼고, 그나마 예산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여 민망할 정도로 빈약하게 치릅니다. 인구 3~4만 소도시에서도 바둑열기가 끓어 넘치는 현실을 생각하면 꽤 아이러니컬하죠. 2013년 서울시협회가 만들어졌음에도 바둑행정으로는 17개시도 가운데 거의 최하위급에 속할 것이란 판단입니다. 

 

과거부터 서울시협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을 정도로 비중이 적었다는 걸 인지하고 계신데, 이렇게 바둑행정이 낙후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이란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왜 시 협회, 구 협회가 활성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지역의 하나로 보기보다는 ‘서울=전국구’라는 의식 때문이었을 겁니다. 시 협회나 구 협회 차원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고 곧장 대한바둑협회로 속해버리려는 속성이 있다는 거죠. 대바협이 큰집이라면 17개 시도는 협력관계이면서 각자 독창성 전통성이 있는데, 서울시협회와 10분 거리에 대한바둑협회가 있으니까 동일시 할만도 했죠.

제가 회장이 되고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한바둑협회 로고를 협회에서 배지로 자체 제작하여 임원들부터 가슴에 달게 한 겁니다. 작지만 이러한 인식개선이랄까, 바둑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사람들은 협회장이 뭔가 뚝딱 만들어내는 마술사로 생각합니다(웃음). 회장님으로서 서울시협회에서 이것 하나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게 있는지요.
서울시협회가 심장이라면 혈관은 구 협회죠. 지금까지 서울이 서울답지 못한 이유는 가장 기초적인 구 협회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25개 구 가운데 현재 8개 구가 정가맹이 된 상태인데, 이미 TF팀을 가동하여 이 숫자를 임기동안 최소 15개 이상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협회장배 구 대항 바둑리그’도 올해 안으로 개최할 구상이 되어있습니다. 대회를 통해서 구 단위의 열성회원 규합하고자 함이죠.

 

 

▲ 지난 1월 서울시바둑진흥 및 지원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던 노승재 서울시의원(왼쪽)에게 장학재 회장이 대한바둑협회 공로상을 전달하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서울다운 서울대회’는 언제 가능할까요?
과거엔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바둑대회를 했다는 얘길 들었는데요, 맘 같아서는 광화문광장에다 바둑판을 펼쳐놓고서 퍼포먼스를 한번 갖고 싶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여파가 최소 중반까지는 갈 것 같은데, 가을쯤 2021 한중일바둑대축제(가칭)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에서 1억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놓았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온오프라인 병행도 할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물론 기본적인 협회장배 시장배 교육감배 구청장배 승단급심사 등은 지속적으로 개최하고요.

 

그렇다면 중장기적인 공약, 서울의 바둑토양을 바꿀 계획으로는 어떤 걸 꼽을 수 있겠습니까.
재정적 기반이 중요하죠. 수익사업 대회유치 그리고 후원금조달 등의 방법이 있을 건데, 아직 구체화하지는 못했습니다.(장회장은 임원회비로 1500만원을 서울시협회 기금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 임기동안 바둑전용경기장 건립을 추진합니다. 꼭 서울시협회에서만 사용할 게 아니라 전국행사나 수도권행사에도 쓰일 수 있으니 수요도 꽤 많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일단 500명 이상이 경기할 수 있는 규모를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 더 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협회 이사진에 건축전문가가 계셔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바둑콩그레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계 70여 개국이 참여하는 국무총리배와 연계하여 선수권전과 축제를 함께 치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서울바둑인과 전국의 바둑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가란 국민이고 학교란 학생입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하고 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폐교가 됩니다. 같은 의미로 바둑이란 바둑을 아끼고 사랑하는 바둑인들입니다. 한분 한분의 소중한 말씀과 열정 그리고 뭉쳐진 힘이 하나 될 때 바둑은 반드시 재 웅비하리라 확신합니다. 서울시바둑협회의 앞길을 많이 격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울을 서울답게 만들겠습니다.

 

 

기자는 지금껏 경향의 많은 협회장을 만나봤지만 대개 초기 단계에서는 ‘앞으로 잘 하겠다’는 추상적인 수사와 덕담이 관례였다. 그는 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두는 치밀한 수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바둑서울의 모습이 머지않아 ‘장학재 Before After’로 확연히 나뉘질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다. 젊고 활기찬 서울다운 서울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 ‘서울을 서울답게 만들겠습니다!’ 광진구바둑협회 김충현 수석부회장, 장학재 서울시바둑협회장, 박만선 전무이사.

 

 

※ 이 기사는 현장에서 작성되었습니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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