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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윈뤄의 극단적 선택, 우리 사회에 남겨진 숙제는?

정신건강의학과 김영돈 원장에게 듣는 '멘탈스포츠, 멘탈관리'

2020-07-21 오전 9:33:55 입력 / 2020-07-22 오전 10:29:52 수정

불과 얼마 전 바둑계에 황망한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신예 판윈뤄 선수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판윈뤄는 7월2일 새벽 2시까지 타이젬 대국실에서 한국 선수와 대국을 했기 때문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24세 젊은 나이의 판윈뤄 선수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상하이바둑협회에서 공식 발표를 했는데, 13시경에 자택 아파트에서 추락했으며,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겉으로 보기에 큰 증상이 없었던 주변 사람들이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 때 마다 우리는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바둑은 ‘멘탈 스포츠’
바둑은 멘탈 스포츠로 잘 알려져 있다. 대국에서 졌을 때 ‘멘붕에 빠졌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승리했을 때 ‘멘탈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승리와 패배라는 양극의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는 선수들에게 매순간 발생되는 불안과 긴장은 굉장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이라고 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 당시 미국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100여명의 스포츠심리학자를 뒀다고 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던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자기 최면을 걸었고,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올림픽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심리는 메달 색을 바꿔줄 만큼 선수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바둑 국가대표팀에도 2017년에 짧은 기간 동안 ‘심리주치의’가 있었다. 바로 김영돈 의학박사인데 국가대표 양궁선수단 심리주치의를 10여 년간,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선수단 심리주치의를 맡고 있는 등 이 분야의 전문가다.

멘탈 스포츠 선수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멘탈 관리’에 대해서 김영돈 의학박사에게 자세히 듣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마음편한 정신건강의학과 김영돈 원장. 10년 이상 국가대표 양궁선수단 심리주치의로 활동 중이다.



Q. 2017년에 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심리상담을 진행해주셨는데, 바둑 종목에는 최초였다. 당시 선수들 분위기는 어땠나.
국가대표 양궁 심리주치의를 하고 있는 차에 한국기원에서 요청이 왔다. 당시 바둑국가대표 선수들이 3~40명이 됐는데, 기사들의 기술적 연마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신력 강화가 성적 달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가지고 요청이 와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Q. 여자 기사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반응이 좋았다. 반응이 좋다는 것은 저하고 진솔한 면담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좀 아쉬운 점, 정신적으로 나약했던 점들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은 누구나 다 있다. 남녀의 차이는 없지만 여자기사들이 더 반응이 좋았던 것은 대개 남자들은 좀 씩씩하고 몸과 마음에 약한 부분을 얘기한다는 것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겠나. 남자기사들과도 많이 면담을 했는데 다들 저와 교감을 하면서 무언가 몰랐던 부분을 깨닫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2017년에 바둑국가대표 심리주치의로 활동한 바 있다. 1주일에 1회 한국기원에 와서 국가대표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Q. 바둑심리주치의로 중점을 두고 진행했던 점은 무엇인가.
프로기사들은 완전체 인간의 98퍼센트를 달성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2퍼센트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바둑이라는 것이 혼자 연마하는 스포츠다. 6~7살에 입문을 해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하기보다 바둑이라는 종목 하나를 가지고 연마를 하게 된다. 학문이라는 것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겪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한분에 몰입하니까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생기게 된다.

자기가 느끼고 있는 불안이나 우울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맷집을 키워야 한다. 이런 점들이 바둑을 연마하고 수업을 받는 사람들에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바둑 기술적인 면 말고 바둑을 입문해서 지금까지 겪는 마음의 갈등, 성장하면서 받은 상처들이 마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스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불안과 긴장이 낮아지면 극적인 순간에 자기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초조와 불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자존잠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이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서 인지시켜 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몇 가지 말하지 못하지만, 단점을 말해보라고 하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장점을 명확하게 알면 자신감이 저절로 생기며, 타인과 관계에서도 자존감이 높아진다.

 


Q. 당시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2017년도 6월부터 심리주치의를 맡았는데 그 해에 나현 선수가 TV바둑아시아선수권전에서 이세돌 선수를 꺾고 첫 우승을 했다. 국가대표 목진석 감독이 ‘나현 선수가 많은 도움을 받았나보다’고 이야기 하더라. 나현 선수와 인생에 대해서 논해도 보고, 바둑 이외에 본인이 낯설었던 부분에 대해 서로 얘기를 했다. 해내겠다는 목적 의식에 많은 용기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둑국가대표상비군 선수들과 함께.

 

 

Q. 양궁 선수단 심리주치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멘탈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는가. 바둑과 다른 점이 있는가.
중점을 준 포인트가 같기 때문에 똑같다고 본다. 양궁은 고도의 집중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여러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안이 생긴다. 적절한 불안은 긴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적절함’이 중요한 것이다. 불안감과 두려움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면 평소의 불안을 낮추는 것이다.

 


Q. 바둑 선수들은 매일 승부를 하며, 매일 함께 지내고 있다. 선수들에게 멘탈 트레이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준다면.
바둑은 혼자 하는 스포츠인데, 선수들이 같이 바둑을 두고 복기를 하면서 의견을 교환 하는 것은 실력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거기서 기사들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게 된다.
대회라는 것은 하나의 위치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 양심의 가책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여리다는 것이다. 또 졌다고 해서 좌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은 내면에 남의 시선이나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양궁 국가대표 장혜진 선수와 리우올림픽에서.

 


Q. 멘탈스포츠 선수들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부분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뉴스들이 많이 들려온다.
모든 사람들은 심리는 부모의 DNA, 외지사람들의 칭찬이나 애정에 따라서 달라진다. 아이가 탄생해 초등학교 2학년 까지 멘토가 20명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면 표현력이 좋아지고 많아지기 때문에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즘은 핵가족화가 되고, 부모들도 맞벌이를 하다 보니 인성의 성숙에 부족함이 많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3-6살에 무한한 사랑과 애정이 격려를 해주는 것이 인간이 성숙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특히 어렸을 때 타인에 대한 거절감은 큰 트라우마가 된다. 어릴 때 상처를 받게 되면 사회생활을 할 때 작은 일 하나에도 ‘나를 거절하는구나’, 혹은 ‘나는 거절만 받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자격지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상처받은 내면아이’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내면의 상처를 되도록 빨리 치료해줘서 내면 아이가 건장해지도록 해야 한다. 어린 나의 모습을 보고 ‘너무 너를 배척한다고 하지마.’, ‘너를 사랑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마.’라며 당시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Q. 사람들이 좌절을 겪고 나면 흔히 말하는 ‘멘붕’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다. 바둑에서도 졌을 때 이런 경우들이 자주 있는데,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람은 하루하루 더 성숙해져 간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신체적으로는 남자는 24세, 여자는 22세까지 성숙된다고 하는데, 정신적인 성숙은 75세까지로 규정이 되어 있다. 75세 전까지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한번 실패했다고 통렬하게 자책하는 것들은 평소에도 자기에게 관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항상 자기한테 관대함이 필요하다.

자기한테 애정과 격려가 필요하다. 자기를 아끼는 마음이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애정과 격려는 정신 건강에 굉장히 좋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니 않으니,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한 것이다.


 

 


▲24세 나이로 생을 마감한 중국 판윈뤄.

 


Q. 중국 신예기사 판윈뤄(24세)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평소 우울증이 심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유망주였던 판윈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은 많은 바둑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편치 않았다. 판윈뤄 선수와 면담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많이 우울증에 시달려 왔을 것이다. 타고날 때 성격도 있지만 대개 그런 사람들은 완벽주의 성향이 많다. 남들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에 대해서 힘들고, 바둑천재라고 사람들이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대회 우승이 거의 없었다. 계속되는 좌절 속에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를 바라보는 평가가 굉장히 예민하다. 작은 실수에도 자존감, 자신감이 박살이 난다.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자신을 다 무시하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Q.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날 새벽 2시까지 인터넷 대국을 했다. 정신건강의학 관점으로 이런 경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우울증이 계속 있었을 것이며, 잘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잤으니 새벽까지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을 것이다. 극도의 피로감과 탈진, 지속된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느 순간 불안이 견딜 수 없이 몰려오는데, 이런 것을 공황장애라고 본다. 숨 쉬기 힘들고, 식은 땀이 나고, 가슴이 떠질 듯이 두근거리고 그런 상태로 불안과 공포가 찾아온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 순간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기사들은 몇 시간에 걸쳐서 대국을 하면서 몰입을 한다. 극도의 탈수 현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감신경계에 영향을 줘 없던 불안도 생길 수 있다.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주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한 체력도 뒷받침이 되어야 정확한 판단력과 결단력이 생겨 바둑을 둘 때 좋은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판윈뤄는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 주장 박정환을 누르고 중국에 우승컵을 안긴 바 있다.

 


Q. 상대방에게 악담을 해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특히 대국에서 진 프로기사들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많이 읽을 수가 있는데.
댓글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들도 많다. 대부분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성격장애자나 분노조절 장애에 속한 사람들이 많다.

특정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다 보면 연민과 동정을 갖게 되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네가 진 바람에 내 자존심, 자신감이 사라졌어.’라는 무의식이 작동을 한다. 악담, 악플은 진정으로 상대방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Q. 코로나19로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는 분들이 많다.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면.
요즘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세계 사람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상황이 두세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2년이 될지, 3년이 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장시간 지속되면 이것이 모든 사람들의 뇌에 각인이 돼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런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이 오래 지속이 될 때는 사소한 일에도 우리가 짜증이나 분노나 우울감, 죄책감을 많이 가질 수 있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새집을 짓는다, 힘이 들지만 그만큼 튼튼하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에 대한 격려, 남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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