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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이창호가 지목한 신예, 한승주

톡톡 튀는 매력의 소유자, 예술과 승부 모두 잡겠다!

2020-05-31 오후 5:04:52 입력 / 2020-05-31 오후 5:12:02 수정


▲이창호 九단이 지목한 신예 유망주, 한국랭킹 16위 한승주 七단.

 

 

올해 들어 연일 상한가를 치는 우량주가 있다. 작년 말 한국랭킹 36위에서 올해 1월에 32위로 네 계단 올라서더니, 2월엔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3월 랭킹에서도 다시 다섯 계단 점프하며 16위, 입단 후 처음으로 20위권 안쪽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경자년, 하얀 쥐의 해를 맞아 비상하고 있는 96년생 쥐띠 대표기사 한승주 七단(24) 이야기다.

 

게다가, 얼마 전엔 ‘한국바둑의 전설’ 이창호 九단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신예기사’로 한승주 七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 七단을 호명했다.

 

일단, 한승주 七단의 바둑은 재미있다. 인공지능 일색인 요즘 바둑 같지 않게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다가 어느 틈에 다가와 벌처럼 톡 쏘는 한 七단의 기보엔 개성이 넘친다.

 

이쯤 되면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내일은 스타> 이번호의 주인공 한승주 七단을 만나본다.

 

 

 

 

2020년 전적 10승2패. 바둑리그에서 김지석·이동훈 九단에게 패했을 뿐, 신민준·변상일·박영훈·홍성지·최정 九단 등을 연파하며 데뷔 8년 만에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거둔 10승에는 박하민·설현준·최재영 등 한국바둑의 기대주로 거론되는 또래 기사들과의 승부도 포함돼 있다. 신진서 九단의 독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 한승주 七단의 활약은 특기할 만하다.

 

“인터뷰 하는 건 좋은데, 사실 제가 해도 괜찮은 건지… 부담이 조금 있어요. 요즘 랭킹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6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일은 스타> 코너의 출연을 요청했을 때 한승주 七단의 첫 마디였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는 달리, 한 七단은 지금까지 이 코너를 거쳐 갔던 기사 중 랭킹이 가장 높다.

 

 

- 올해 가장 좋은 스타트를 끊은 기사 중 한 명입니다. 상위 랭커들을 연파하면서 10승2패를 기록하고 있어요. 갑자기 확 달라진 비결이 있을까요?
“아직 초반이라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10승2패지만 1년 내내 이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냉정하게, 지금 랭킹(16위)이 제 실력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의문이 있죠.”

 

 

- 이미 예상했을 법한 질문인데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창호 九단이 유망주로 여러 차례 언급한 거,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사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그 얘기를 들은 후로 바둑 공부를 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기사에게 과분한 칭찬을 받았는데 설렁설렁 공부하면 큰 실례니까요.”

 

 

- 이창호 九단과 3년 동안 바둑리그 정관장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어요. 그동안 쌓인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고요. 검토실에서 누구보다 이창호 사범님께 질문을 많이 하긴 했던 것 같아요. 이창호 사범님은 대국이 있든 없든 항상 검토실에 나와서 후배 기사들과 연구를 하거든요. 그때마다 계속 귀찮게(?) 해드렸는데, 다행히 그게 싫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 바둑리그 생중계를 보던 도중에 감탄이 절로 나왔던 바둑이 있어요. 신민준 九단과 대국했던 판입니다.
“사실 ‘내 인생의 한 수’ 같은 걸 준비해야 한다고 하셔서 그 바둑도 살짝 후보로 꼽고 있긴 했어요. ‘내 생의 떡수’는 무지하게 많은데(웃음), 특별히 소개할 만큼 잘 둔 수는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림을 그리다!

2019-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4경기 4국 / ○한승주 七단  ●신민준 九단
2020. 1. 19. 바둑TV스튜디오. 제한시간 각 10분, 40초 초읽기 5회 / 212수 끝, 백 불계승

 

 

한승주 七단이 5연패를 당하고 있던 천적 신민준 九단과 올해 초 맞붙었던 일국. 백1·3·7,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세 수가 창공에 흩날린다. 언뜻 엉성해보였던 이 전략은 의외로 주변 배석과 잘 맞아떨어졌고, 신민준 九단의 평정심을 흔드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펼쳐진 중앙 접전에서 특유의 수읽기를 앞세워 득점을 올린 한승주 七단은 대어를 낚는데 성공한다.

 


- 백1~7로 중앙을 날아다니는 행마에서 자유로운 영혼까지 느껴진다고 하면 비약일까요. 인공지능 일색인 요즘 바둑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감각이어서 짜릿했어요.
“사실 저는 인공지능으로 공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 인공지능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그러다보니 초반에 확연히 밀리더라고요. 사실상 ‘답’이 나와 있는데 그걸 피하는 셈이니까요. 요즘엔 어쩔 수 없이 인공지능 공부를 병행하고 있지만 기계한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착잡한 심정이에요. 이세돌 九단이 왜 은퇴를 결심했는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갑니다.”

 

 

- 그럼에도 이 바둑처럼 인공지능을 참고하면서도 본인의 바둑을 두는 기보를 남기고 있어요.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만약 졌다면 랭킹도 훨씬 높은 기사를 상대로 무모한 도전을 하다 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을 지도요.”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관장황진단 소속으로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던 한승주 七단(왼쪽에서 두 번째). 바둑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중국 갑조리그 챔피언 중신베이징과 한중챔피언스리그를 치르기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갔을 때의 사진이다. 정관장은 여기서도 승리해 한중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한승주 七단 우측으로 이창호 九단의 모습도 보인다.

 

 

- 인공지능을 토대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는 듯합니다.
“요즘 바둑을 보면, 초반에는 인공지능을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복제하듯 따라두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기기가 어려우니까요. 제 색깔을 담은 바둑을 두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공지능의 모범 답안을 거부하기는 정말 쉽지가 않죠. 하지만 인공지능을 맹신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어떤 대국에선 팻감 하나만 시간연장책으로 잘못 써도 15%씩 승리 확률이 떨어지더라고요. 인간은 읽어낼 수 없는 수준의 수읽기를 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 어느덧 입단 8년차가 됐어요. 기억에 남는 승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작년에 국수산맥 국내프로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박영훈 九단과 뒀던 대국이죠 뭐. 프로 입단 후에 가장 큰 승부였어요.”

 

 

▲KB리그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바둑을 누구보다 많이 보여주는 한승주 七단. 사진은 정관장황진단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대국하고 있는 모습.

 


- 그 바둑은 본지 관전기로도 소개가 됐었죠. ‘박영훈 스타일’에 밀려 다소 무기력하게 패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맞습니다. 전략의 실패였어요. 사실 그 바둑 초반에 나왔던 형태는 인공지능이 그렇게 두지 말라고 이미 알려줬던 모양이거든요. 심지어 제가 동료 기사들에게 그 얘기를 해주기도 했고요. 결승 당일 날, 박영훈 九단과 무난한 바둑을 두면서 계가 바둑으로 가는 것보다는 인공지능 승리 확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복잡한 바둑을 만드는 게 더 승산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렇게 선택했던 거였어요. 하지만 간과했던 게, 그 이후의 변화는 제가 잘 싸울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박영훈 九단에게도 선택지가 많은 국면이란 점이었죠. 결국 결과는 보셨던 바와 같이… 많이 아쉽긴 했지만 여러 모로 배운 점이 많았던 승부였습니다.”

 

 

- 올해 용성전에선 박영훈 九단에게 설욕하며 본선에 올라 승승장구 하고 있어요.
“2020년에 이긴 판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판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그 바둑입니다. 사실 신민준 九단에게 이겼던 판보다 박영훈 九단을 이긴 게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더 컸어요. 그 바둑을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올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기세가 지속된 거 같아요.”

 

 

▲ 2019 국수산맥 국내프로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박영훈 九단(왼쪽)과 격돌했던 한승주 七단. 프로 입단 후 맞이한 가장 큰 승부였던 탓에 전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고. 내용 면에서도 완패였는데, 전략 실패였음을 자인했다. 아픈 패배 이후 한층 더 성장한 한승주 七단은 올해 초에 다시 만난 박영훈 九단에게 설욕하며 상반기를 자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 용성전 본선 16강에선 동갑내기인 최정 九단과 맞붙었어요. 이 대국은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했었죠(용성전은 일본 주최 기전이라 통상 녹화 방송한다). 부담은 없었나요?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실력적으로는 최정 九단이 이미 저보다 약할 리가 없기 때문에 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 부담보다는,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찾아온 좋은 기회인데 지고 싶지 않다는 데서 오는 승부의 부담이 오히려 더 컸던 것 같아요.”

 

 

- 최정 九단을 꺾고 올라가니 이번엔 신민준 九단이 기다리고 있어요. 용성전 8강에서 리턴매치를 펼치게 됐는데.
“올해 바둑리그에서 이겼을 때나 지금이나 신민준 九단에 비해 제가 모든 면이 부족하죠. 하지만 이제는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 이길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승부는 하늘에 맡기고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목표예요.”

 

 

- 향후 어떤 기사가 되고 싶나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점점 더 온라인을 통한 공부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한국기원 인근에 동료 기사들과 함께 만든 연구실이 있는데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자주 가진 못하고 있고요. 인터넷 대국을 평소에도 자주 합니다. 저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채팅을 통해 바둑 팬 분들과도 자주 소통하는 편이에요. 항상 먼저 다가가는 기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팬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바둑을 보여주고, 팬들과 소통하는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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