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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조치훈의 '님은 먼 곳에'

조치훈의 아내, 바둑 그리고 한국

2020-01-29 오후 8:35:43 입력 / 2020-01-29 오후 8:57:15 수정

 

 

조치훈이 세계대회나 이벤트대회가 아닌 국내 공식 기전에 참가하는 것은 2017년 시니어바둑리그가 처음이었다.

“아내가 떠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어렸을 때는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몰랐는데 아내가 떠나고 나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고 출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조치훈은 1977년 6살 연상인 교코 씨와 결혼했으며, 2015년 교코 씨는 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바둑팬들은 그리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환영했지만 조치훈은 시니어리그에 출전을 결심하고 많은 걱정을 했다.

“일본기원에서 활동해왔고 한국말도 잘 하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 대회에 출전하면 한국 기사들이 나를 받아 줄 것 인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시니어리그 팀이 만들어지고 팀원들이 나를 다 받아주는 느낌이어서 안심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뻤다”

그래도 걱정이 됐는지 조치훈은 2017년 시니어리그 첫 출전에서 너무 아팠다. 바둑을 두면서 처음 느끼는 아픔이었다. 심판이 와서 괜찮은지 확인을 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너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긴장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있다”고 그 날을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시니어바둑리그와의 인연이 벌써 3번째다. 첫 출전에서 팀이 우승을 했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우승이다.

KH에너지팀이 3회 연속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치훈은 “단체전이기 때문에 개인이 이기는 것 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좋았다. 셋이서 두는데 한 사람이 져도 둘이 이기면 서로가 같이 기뻐했다. 또 내가가 이겨도 두 사람이 진다면 같이 슬퍼했다”고 말하며 “성적이 그렇게 완벽한 팀도, 센팀도 아니었다. 이길 때는 2대1, 질 때는 3대0으로 지기도 했다. 3대0으로 이긴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조치훈은 1968년 11세 9개월 만에 입단해 일본기원 사상 최연소 입단 기록(당시)을 세웠으며 이후 기성(棋聖), 명인(名人), 본인방(本因坊)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 네 차례, 본인방전 10연패 등 74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금도 바둑 공부를 계속 한다고 하지만, 모든 시간을 바둑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공부만 하다가 죽는 것은 아까운 것 같더라”며 “앞으로는 남은 인생이 10년, 20년… 많이 살아도 건강하면 15년 정도 남은 것 같다. 자기 발로 걷고, 자기 입으로 먹고 이래야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 머리는 원래 나쁘니까 (나빠져도) 괜찮다. 하하하.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살아왔으니 살아있을 때 즐거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조치훈의 바둑 공부는 오후 2시쯤부터 시작된다. 인터넷 대국과 한국, 중국 기사들의 기보를 보는 것이 전부다. 아침에는 골프나 산책을 하고, 술도 조금 마시면서 낮잠을 잔다고.

또 요즘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말도 배우고 있다. 한국말을 잘 못해서 답답했는데 최근에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트로트도 좋아한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나미애의 ‘님은 먼 곳에’다. 8시간 바둑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 8시간 사이에 바둑에 할애하는 시간은 조금이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치훈은 2015년 한 인터뷰에서 기대되는 한국 기사로 김지석을 꼽으며 ‘바둑 내용이 좋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중 기사들의 기보를 보며 눈에 띄는 인상적인 대국을 하는 기사가 있냐고 질문하자 “당시에는 김지석이 세계대회 우승도 많이 했다. 김지석 같은 두터운 바둑을 사람들이 존경했다. AI가 없던 시대였다. 지금은 AI가 나오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답을 대신했다.

바둑 AI시대가 온 지금을 조치훈은 “확실히 말해서 지금 시대에는 바둑공부가 하기 싫다. 너무 머리가 아프다.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바둑과 180도 다르다. AI를 활용해서 바둑 공부를 하면 좋지 않냐고 하는데 AI공부는 하기 싫다”고 마음을 전했다.

AI공부는 하기 싫다고 하지만 조치훈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실리 위주의 대국을 했고 또 치열했는데, 요즘은 유연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자 “그런 것이 조금 있다. 적당히 두면 된다. 이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 했는데 지금은 적당히 아무데나 팍팍 둔다”고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었다.

조치훈은 2016년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DeepZenGo)'와 호선대결을 치러 2대1로 승리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일본 딥젠고가 약했다. 2016년 3월에 (이)세돌이가 알파고와 처음 뒀는데 열심히 공부했으면 이겼다. 그때는 아직 AI가 약했다. 세돌이가 너무 쉽게 생각해서 졌다. AI가 세다는 것을 알고 준비를 했으면 100프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이세돌 은퇴’에 대한 주제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세돌이는 다른 능력이 있어서 은퇴하는 것이 아닐까. 나도 다른 능력이 있으면 은퇴한다”고 말하며 “정말 코미디를 하고 싶다. 코미디도 간단한 것이 아니다. 제가 바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재미가 있는 것이지 바둑을 떠나서 코미디로만 재미있게 하려고 하면 그런 능력은 없다. 할 수 없이 바둑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을 더했다.

또한 “바둑이 많이 약해지면 약해지는 대로 바둑을 더 사랑하게 됐다. 옛날에는 세 번 이기고 한번 지면 슬펐는데, 지금은 두 번에 한 번 이기면 기쁘고 너무 행복하다. 바둑 공부도 술 마시면서 해도 좋고 예전에는 머리도 때리고 하면서 했는데 지금은 반은 취미로 두는 듯 하다”고 바둑에 대한 애정을 말했다.

 

 



조치훈은 2019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포장(褒章)을 받으며 ‘한 번 더 정상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여전히 승부사로서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조치훈이 이룬 타이틀 획득 74개는 일본 통산 1위 기록이다.

“많이 행복했지만 바둑에 대한 목표는 10퍼센트도 못 이뤘다. 더 바둑이 세지면 좋았을 것이고, 어렸을 때는 바둑 공부도 안 했던 것을 후회한다. 과거의 바둑에 대해서 후회가 되는 것이 많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설은 수많은 어록도 남겼다.

조치훈은 1962년 6살,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면서 모자를 벗어서 돌리면서 ‘명인을 따기 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명인 타이틀을 획득하며 당시에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가짜다! 가짜! 저는 비행기를 타서 신난다고 간 것이다. 당시에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 비행기를 탄다고 기분 좋았던 것 뿐이다”고 전했다.

또한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는 명언에 대해서는 “한판 한판이 그랬다. 한판 지면 너무 슬펐다. 일본 사회에서 바둑을 지면 나한테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바둑이 세야지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가치가 있어졌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고 당시를 되돌아 봤다.

지금도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두는지 궁금해하자 “한판 이기면 너무 좋고, 져도 뭐!” 라며 큰 제스처를 취했다.

 

 



조치훈의 휘호가 담긴 부채에는 '자풍'(慈風)과 작은 글씨로 '모'(母)라는 글자가 새겨 있다. '자풍'은 '사랑스러운 바람이 분다'는 뜻이며, '모'는 어머니를 뜻한다.

“아내가 떠나고 딸을 생각하면서 '모'(母)를 쓴 것이다. 딸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가도 “물론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를 다 사랑한다. 아빠가 99퍼센트 고생을 해도 다 엄마를 좋아한다. 하하하”라며 코미디 본능을 드러냈다.

조치훈은 1962년 6살에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나고 11살에 일본기원에 입단한 이후 계속 일본에서 활동해왔다.

일본에서 살아온 인생이 더 많은 조치훈은 아내를 떠나 보내고 “마지막에 죽을 때 한국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살 생각은 없다. 일본에 있으니 한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완전히 살게 되면 한국의 나쁜 점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시니어리그에 출전하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내가 일본에서 했던 것들, 또 일본이 나에게 준 것들도 사랑한다"고 진실된 마음을 말했다.

 

 



#에필로그

조치훈은 요즘 집에서 바둑을 공부하다 여유 있는 시간에 한국 트로트 ‘님은 먼 곳에’를 즐겨 듣는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니가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드문드문 느껴지는 조치훈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조치훈의 먼 곳의 ‘님’은 먼저 떠나보낸 아내, 여전히 사랑하는 바둑 그리고 그리운 한국이었다. 혹은 못다 이룬 제2의 꿈, 코미디언일까?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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