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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②이세돌과 이별대화 ‘중·일 은퇴투어 하고 싶었어’

대기실에서 만난 이세돌의 솔직한 이야기

2019-12-22 오후 10:26:57 입력 / 2019-12-23 오전 8:53:44 수정

이 기사는 [①이세돌과 이별대화 ‘쉬면서 다음 행마 준비할 것’] 편에서 이어졌습니다. ▶1편 보러가기

 

 


 


1국에서 승리를 해 2국에서는 이세돌이 흑을 잡고 두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룰이 변경됐다. 1국이 끝나고 이세돌이 2국에서 돌가리기를 하고 싶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한돌 측에서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고 2국은 돌가리기와 함께 시작됐다. 결국 이세돌이 흑을 쥐게 됐다.

“돌가리기를 하자고 한 것은 백을 잡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정해진 룰을 깨는 것 같고, 그것이 공평한 것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좀 이상해서 백번을… 이라는 말이 나오려다가 참았다.”

백을 잡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2국 전날에는 긴장돼서 잠을 못 잤는데, 백을 원했다 진짜. 백 바둑만 연구를 했다. 흑 바둑은 포기를 했기 때문에. 이건 거의 제로다. 백을 잡으면 0.1퍼센트라도 있지 않겠느냐. 지금 생각해보니깐 냉정하게 백 잡겠다고 할 걸 그랬다. 하하하”

“냉정히 봐서 백을 잡는 것이 맞다. 그래야 재미있다. 퍼센트를 보면 백과 흑이 56대 44로 출발을 한다. 한 수도 안 뒀을 때 백이 56퍼센트다. 앞뒤로 12퍼센트 차이면 굉장히 차이가 큰 것이다. 초반에 20수가 진행되면 인공지능은 승률이 7~8퍼센트 올라간다. 내가 어느 곳을 당했는지 모르겠는데 승률 그래프가 올라가더라. 만약 인공지능이 흑이라면 44퍼센트로 출발해 20수 후에는 52퍼센트가 되기 때문에 내가 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2국은 내가 흑이었으니 인공지능이 56퍼센트로 출발해 20수 후에는 이미 승률이 64퍼센트이기 때문에 이미 답답한 상황이다. 2국에서 때 이르게 패착이 나왔는데 아마 그 실수를 하는 순간 승률이 70퍼센트 이상이 됐을 것이다.”

옆에서 이세돌을 지키던 형 이상훈은 “오늘 바둑 흥미진진했어. 바둑, 그렇게 재밌게 두기도 쉽지 않아.”라며 말을 거들었다.

 

 

 


이세돌은 2016년 말부터 은퇴 이야기를 했다. 2019년 3월 중국 커제와 3·1절 기념 대국을 끝내고 다시 한번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2018년에 마무리를 하려다 시기를 놓쳤다. 은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가버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려고 했다. 3월에 말을 했는데 그 자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말을 했다. 올해는 승부를 하는 해가 아닌 정리를 하는 해로 하자고 생각했는데 사실 정리를 제대로 못했다”

이세돌은 프로기사회 탈퇴 문제로 한국기원과 수년간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은퇴 선언 이후 7월 '기사회 소속 기사만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한국기원 규정이 신설되면서 대회에 전혀 나서지 못했다.

“7월 이후로 대국 기회가 없어 굉장히 우울했다. 아, 은퇴를 내가 이렇게 하게 되는 구나 하면서. 어차피 몇 개월 후에 은퇸데 그걸 굳이 뭘 그렇게까지 하나 생각했다. 공개석상에서 말해놓고 은퇴를 안 할 이유도, 못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바둑계를 떠나겠다는 사람한테 그건 참 유감이었다. 바둑을 뒀던 것이 좋은 기억이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흠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지나면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근래에 있었던 일이어서 그런지 아쉽다.

“3월이면 은퇴까지 9~10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정리를 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까지도 가서 대국하고 싶은 상대와 기념대국 형태를 치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 의도가 깔려 있었다. 제가 그걸 일일이 추진하러 다닐 수는 없었다. 솔직히 그런 자리가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 기대가 있어서 일찍 말을 꺼냈다. 어찌 보면 챙겨달라고 어필을 한 것인데 이상하게 돼버렸다. 정리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많이 아쉽게 됐다.”

은퇴대국 투어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까?
“하고 싶었다. 24년간 해왔는데 은퇴를 한다고 하면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번에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를 열어주신 분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기념대국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는데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해줬다.”


 

 


▲마지막 대국에는 이세돌의 어머니가, 2국에서는 이세돌의 딸이 대국을 관전하러 왔다.

 

 


▲고향 신안에서 열린 이세돌 은퇴대국의 최종국. 신안군민들도 응원에 나섰다.

 


이제 바둑팬은 더 이상 이세돌의 바둑을 볼 수 없다. 이세돌의 재치 넘치는 인터뷰도 볼 수 없다. 항간에는 중국에서 대국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바둑과는 영영 이별인 것인가.

“이제 공식적으로 바둑을 둘 일이 없다. 중국에서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잠깐 있더라. 그럼 은퇴를 할 이유가 없다. 진짜 공식 대국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 있을까? 세상일은 모르니 50살이 되면 다시 바둑을 둘까 모르겠다. 최소한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이번 은퇴대국을 돌아보니 1국과 2국에서 아내와 딸이, 3국에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대국장에 온 이세돌 어머니는 박양례 씨는 ‘아버지가 바둑 스승인데 세계적인 인물로 커서 영광이다. 그만큼 해준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고향에서 마지막 대국을 치른 만큼 아버지 고(故) 이수오 씨도 생각이 날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가 20년인 넘었다. 9살까지 아버지 밑에서 바둑을 배웠다. 바둑을 배울 때 기본이 중요한데 힘든 와중에서도 기본을 잘 잡아주셔서 제가 어느 정도 바둑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부모-자식 간의 당연한 이야기는 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바둑에서는 정말 좋은 스승님이 아니셨나 한다.”

이세돌은 대화 말미에 "어찌 됐든 마지막이니 좀 울컥하네요"라고 전하며 잠시 말을 멈추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제가 그럴 줄 몰랐는데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마지막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의미가 아무래도 남다르지 않나 한다”고 마지막 말을 마무리하며 24년간 지켜온 반상을 내려왔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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