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백합배
관전기/이세돌, 커제 각각 1국 승리
제2회 몽백합배 4강 3번기 제1국, 박영훈-커제, 이세돌-안성준
2015-11-22 오후 12:28:10 입력 / 2015-11-22 오후 8:32:03 수정
▲ 커제-박영훈. 2015년의 대미를 장식할 최고의 빅 매치가 시작되었다.
돌가리기 결과 커제의 백이다. 2015년 메이저 세계대회 무패행진이 LG배 8강에서 강동윤에 의해 보기 좋게 깨진 상황.
중국기원 공식시합에서 올 한 해 동안 백으로 30판이 넘는 대국을 치러 한 판도 지지 않았던 커제의 '백번필승'도 한국에 의해 깨질 것인가. 박영훈이 건곤일척의 승부를 시작했다.
22일 오전11시(한국시간) 중국 허페이에서 제2회 몽백합배 4강 3번기 제1국이 박영훈(한국3위)-커제(중국1위), 이세돌(한국2위)-안성준(한국7위) 대결로 시작되었다.
상대전적을 살펴보면, 박영훈은 커제와 2013년 갑조리그에서 두 번 겨뤄 모두 패했다. 이세돌과 안성준의 상대전적은 이세돌 기준 4승1패.

박영훈은 중국으로 출국하기전 타이젬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커제가 워낙 뛰어난 상대기 때문에 힘든 승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고 본다. 번기 승부기 때문에 흑,백을 번갈아가며 두게 된다. 흑으로 둘 때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 같다.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임전소감을 전했다.
이에 맞서는 중국1위 커제는 "삼성화재배는 스웨와 결승전을 치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반면 몽백합배는 중국 주최 기전이고, 내가 패하면 중국이 우승에 실패하기 때문에 몽백합배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LG배 결승에 진출하는 등 올해 한국선수 중 세계대회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박영훈과, 10월부터 생애 첫 중국1위를 꿰찬데 이어 지난 4일 이세돌을 2-0으로 완파하고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르는 등 중국선수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커제.
그야말로 2015년을 빛낸 한국과 중국 최강자들이 격돌하는 최고의 빅 매치를 타이젬에선 오전11시 대국시작과 동시에 김정현의 해설로 생중계한다.
몽백합배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2700만원), 준우승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9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지난 대회 결승5번기에선 당시 17세였던 미위팅이 구리를 3-1로 꺾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오후4시35분 4강전 3번기 제1국 결과 종합
박영훈-커제(승) 154수끝 백불계승
이세돌(승)-안성준 182수끝 백불계승
이세돌과 커제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어지는 4강전 3번기 제2국은 내일 하루 휴식한 후 24일 오전11시(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속개된다.
제1보(1~15) 박영훈, 흑으로 출발

● 박영훈 ○ 커제
초반 진행은 지난 삼성화재배 4강전 제1국 이세돌-커제 대국과 유사하다. 박영훈이 흑15, 특유의 유연한 수법으로 커제의 예봉을 피한 장면.
돌가리기 결과 박영훈이 흑을 잡게 되자, 그렇지 않아도 2015년 한중 최고기사간 빅 매치로 설렌 전 세계 바둑 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올해 중국기원 공식시합에서 백으로 단 한 판도 진 적이 없는 '커제의 백'을 과연 상승세의 박영훈이 격파할 수 있을 것인가.
제2보(16~29) 초반은 '박영훈 스타일'
● 박영훈 ○ 커제
오전11시 대국시작과 동시에 타이젬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고 있는 김정현은 "박영훈 선수는 타개와 끝내기가 아주 강합니다. 전투보다는 장기전으로 이끈 후 승리를 거두는 바둑이 많습니다. 커제 선수는 아주 실전적이고 개성 넘치는 바둑을 보여주며, 수읽기가 아주 강한기사입니다. 오늘 대국에서는 전투바둑이 될지 아니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흑29까지 현재는 전투바둑 보단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상황. 박영훈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판을 잘 이끌고 있다.
제3보(30~45) 하변 확정가 확보하는 박영훈
● 박영훈 ○ 커제
백이 42로 삭감온 장면. 타이젬 김정현 해설자는 "제가 흑이라면 공격을 먼저 생각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박영훈은 흑43,45로 침착하게 받아둔다. 하변과 우하 일대에서 먼저 확정가를 확보해 불만이 없다는 판단.
하지만 몽백합배는 흑이 7집반을 공제해야 한다. 무난하게 집 바둑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백의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 쌍방 큰 실수가 없었기 때문에 형세는 호각이라는 것이 김정현 해설자의 분석.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4보(46~55) 고수의 눈에만 보이는 힘겨루기

● 박영훈 ○ 커제
커제가 백46으로 들여다본 후, 백48,50으로 행마하자 "지금 백의 행마는 좋은 수로 보인다"는 김정현 해설자의 멘트가 전송된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면, 일견 좁은 자리에서 악수 교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 하지만 이 수는 흑이 A의 곳으로 늘어서 응수할 경우, B의 곳을 찔러가겠다는 심모원려가 깔린 수법이다.
커제의 의도를 간파한 박영훈은 흑51,53으로 활용한 후 흑55로 응수했다. B의 곳을 방비했다는 것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이것이 고수들의 힘겨루기다. 세계최정상급 기사들의 대국에선 아주 작은 빈틈만 보여도 가차없이 찔러들어가기 때문에 단번에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
제5보(56~65) 첫 번째 선택의 기로, 좌상귀 접전
● 박영훈 ○ 커제
백56으로 단수 치는 것으로 우변 접전이 일단락 된 장면. 선수를 뽑은 박영훈이 흑57,59로 좌상귀 백의 약점을 찔러간다. 이어서 백60~흑63까지 진행은 외길수순. 여기서 백의 선택은 두 가지다. 고분고분 흑59자리에 이어둘 수도 있지만, 패를 빌미로 반격에 나설 수도 있는 것.
하지만 패를 결행하기엔 당장 백의 팻감이 마땅치 않다. 커제는 먼저 백64로 우상귀 흑을 압박하면서 팻감 공작에 나선다. 박영훈은 튼튼하게 흑65로 응수. 커제가 패 싸움을 하지 않고 순순히 굴복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장면.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 커제가 장고에 들어갔다.
제6보(66~84) 패 싸움, 결과는 커제(백)의 성공
● 박영훈 ○ 커제
(△…74,80 / 71…77)
팻감 공작을 이어가던 커제가 백70으로 패를 결행했다. 이어서 백72는 절대팻감. 박영훈이 흑75로 팻감을 사용하자 커제는 고심 끝에 백76으로 받아둔다. 그리고 백78, 악수 팻감을 사용하는 커제. 사실 백78과 흑79의 교환은 백의 입장에서 대 악수다. 프로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환 중 하나인 것. 하지만 흑75의 팻감을 받지 않았을 때 발생할 피해가 백78로 악수를 해주는 것 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전진행과 같은 수순이 판에 놓였다.
백이 80으로 패를 때려낸 장면. 여기서 박영훈이 흑81로 붙이는 팻감을 사용하자, 커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시원하게 백82로 패를 해소한다. 흑83으로 좌변을 연타하자, 백84로 붙여가는 커제.
타이젬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하고 있는 김정현 해설자는 "흑이 하변을 지켜둔다면 흑은 65집 정도 난다. 백은 55집 형태지만 덤이 7집반이고 중앙이 두텁기 때문에 백이 편한 형세로 보인다"는 감상. 흑81로 팻감을 사용한 것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분석인데, 어떤 팻감이 있었을까.
참고도1
백이 1로 패를 때려냈을 때(제6보 백80), 흑이 2로 좌하귀에 붙여가는 수가 더 강력한 팻감이었다는 것이 김정현 해설자의 분석. 받아준다면 다음 팻감이 마땅치 않은 백은 3으로 좌상귀 패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서 흑은 4,6으로 좌하귀를 파괴하는 진행. 이렇게 된다면 실리면에선 실전보다 낫다. 하지만 박영훈은 좌하 흑 돌과 좌변 흑 돌이 양분되어 공격대상이 되는 형태를 우려했을까. 실전(제6보)은 집으로는 참고도1 보다 다소 손해처럼 보이지만, 좌변 흑 돌이 확실하게 안정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진행이 더 나았을지는 이 대국의 결과가 증명하게 될 터.
제7보(85~98) 백이 두터운 형세
● 박영훈 ○ 커제
오후1시30분(한국시간)부터 2시30분까지 점심시간을 갖고, 대국이 속개되자마자 박영훈이 흑85로 하변을 지켜둔다. 백98로 막는 곳이 눈에 띄는 큰 자리지만 커제는 서두르지 않는다. 먼저 백86으로 좌상귀에서 전리품을 챙긴 후, 백92,94를 선수해 상변 모양도 깔끔하게 정리한다. 결국 백98의 요처는 선수를 뽑은 백의 차지.
김정현 해설자는 백이 두터운 형세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신산' 박영훈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제8보(99~111) 최후의 승부처는 중앙
● 박영훈 ○ 커제
어려운 형세라는 점을 의식한 박영훈이 흑99,101을 선수한 후 반상최대인 흑103을 차지하면서 집으로 버티고 있는 장면. 하변 흑 돌의 간격이 넓어 뒷 맛이 고약한 형태지만, 가일수 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커제는 우세를 의식하고 있는지 백104,106으로 침착하게 두어간다. 박영훈은 흑109로 하나 찔러서 백 모양에 흠집을 만들어둔 후 불안했던 하변을 흑111로 지켜둔다. 이제 최후의 승부처는 중앙. 중앙에서 과연 백 집이 얼마나 날지에 이 바둑의 승부가 달렸다.
제9보(112~132) 흰 눈이 내리는 중앙, 커제 우세
● 박영훈 ○ 커제
커제가 기다렸다는듯 백112~116을 선수한다. 흑의 입장에선 따끔한 선수활용. 이어서 백118,120을 교환해두고 백122로 막아가자 중앙 모양이 구체화되고 있다. '두터움'이었던 중앙이 약30집에 이르는 '확정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이대로 백 모양이 전부 집이 된다면 도저히 7집반이나 되는 덤을 낼 방도가 없다.
"평범한 끝내기로 간다면 백이 우세하다. 중앙에서 최대한 이득을 봐야 한다."(김정현)
제10보(133~148) 커제의 철벽방어, 박영훈 비세
● 박영훈 ○ 커제
박영훈이 수순을 비틀며 반격을 해보고 있지만, 좀체 역전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흑133으로 중앙을 노리자 백134로 하나 단수 쳐서 흑을 끊어 놓고 백136으로 받는 수가 좋다. 중앙은 이제 별다른 뒷맛이 없는 형태. 박영훈이 흑137로 좌하귀 큰 곳을 차지하자 커제가 백138로 하변을 찔러온다. 중앙 뒷맛과 연계된 수로, 백 모양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의미가 있는 수.
여기서 박영훈이 하변을 응수하지 않고 흑139로 끊어서 변화를 구해봤지만, 백146까지 진행되고 보니 흑이 이득을 봤다고 하기 어려운 모습. 커제의 철벽방어를 뚫기가 어렵다. 박영훈의 비세.
제11보(149~154) 끝날 줄 모르는 커제의 '백번필승'
● 박영훈 ○ 커제
흑149로 끊어서 어떻게든 중앙 뒷 맛을 노려보지만, 백152로 응수하니 별다른 수가 없다. 흑이 상중앙 부근 A의 곳에 젖히는 수는 백에게 B의 곳을 끊겨서 안 된다. 백 모양에 빈틈이 없는 형국. 중앙에 약35집 가량의 백 집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오후4시10분 현재 154수끝 백불계승, 커제 1국 승리
박영훈이 결국 돌을 거두고 말았다. 이로써 세계바둑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제2회 몽백합배 4강전 3번기 제1국은 커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중국기원 공식시합에서 백으로 올해 단 한 판도 패하지 않은 커제의 '백번필승'이 이어졌다.
박영훈이 심기일전해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제2국은 내일 하루 휴식한 후 24일 화요일 오전11시(한국시간)에 속개된다.

▲ 이세돌-안성준.
▲ 박영훈.
▲ 커제.
▲ 이세돌.
▲ 안성준.
▲ 취재진과 바둑 팬들의 방문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대국장.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중국의 바둑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TYGEM /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