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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관전기/커제, 백으로는 무적!

2015 삼성화재배 4강전 3번기 제1국 이세돌vs커제 대국 하이라이트

2015-11-03 오후 2:08:19 입력 / 2016-01-11 오후 6:05:06 수정

▲ 중국1위 커제-한국2위 이세돌.


지난 1일 중국기왕전 우승을 차지한 커제는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2015년 내내 백으로는 단 한 판도 진 적이 없는데, 백 바둑에 대한 어떤 깨달음이 있는 것이냐는 중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규정에 문제가 있다. 7집반을 공제하는 것은 백이 너무 우세하다. 나는 덤이 6집반이어도 백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심지어, 돌가리기 결과 백을 잡게 되면 질 것 같지 않다는 얘기도 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오늘, 전 세계 바둑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세돌과의 2015 삼성화재배 4강전 3번기 제1국에서 커제가 또 다시 백을 잡았다. 돌가리기 결과 커제가 백을 잡자 기대감이 고조된다. 과연 이세돌은 커제 백번필승 신화의 제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11개월 동안 이어진 대기록을 깨 부수는 영웅이 될 것인가.

이세돌과 커제는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대국한 적이 없었다. 첫 대결을 벌이는 무대가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세계대회 4강전 진검승부라는 점도 팬들의 흥미를 고취시킨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삼성화재글로벌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세돌-커제 4강전 3번기 1국을 지금부터 따라가보자.

제1보(1~16) 무난한 초반 진행
● 이세돌 ○ 커제
초반은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다. 흑백을 가린다면 전투바둑의 대명사 이세돌과 커제의 대국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

제2보(17~29) 낮게 또 낮게, 이세돌의 실리전법
● 이세돌 ○ 커제
이세돌이 17,21로 계속해서 3선으로 돌을 낮게 깔며 실리에 치중하고 있다. 커제가 18,20으로 우변에 터를 잡은 것은 당연한 자리. 흑21은 24의 곳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백이 먼저 24,26으로 정리하자 상변 모양이 크게 부풀어오른다. 이세돌은 흑27,29로 중앙 제공권 장악을 위해 힘차게 머리를 내밀었다. 

제3보(30~40) 사뿐사뿐 날아오르는 커제
● 이세돌 ○ 커제
백30과 흑31은 프로들의 제일감으로 절대점. 이세돌은 흑35까지 두텁게 호구쳐서 모양을 정비했다. 그러자 커제는 백36,38을 적시에 활용한 후 백40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상변을 튼튼하게 지킨데다가 우변 백 돌도 먼저 중앙으로 진출하게 되어 흑의 포석 실패가 역력한 느낌. 이세돌의 행마가 경직되어 있는 느낌이다. 떠오르는 중국의 태양 커제와의 대국이 천하의 이세돌에게도 부담되는 것일까.

제4보(41~51) 자신감 넘치는 중국1위 커제
● 이세돌 ○ 커제
상상을 하기조차 힘든 수가 등장했다. 이세돌이, 천하의 이세돌이 흑41로 우변 백을 공격한 장면. 보통 프로라면 당연히 이 돌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게 될 장면에서 커제는 과감하게 손을 빼 백42로 하변을 붙여갔다. 이세돌이 흑43~47로 반발하자, 기다렸다는 듯 백50까지 하변을 수중에 넣었다. 주변 흑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하변 백 돌을 잡으러 가기 힘들다. 그렇다면 흑의 리손실이 막심한 상황. 이세돌은 두터움을 통해 뭔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제5보(52~61) 동분서주하는 이세돌
● 이세돌 ○ 커제
커제의 철벽방어를 이세돌이 뚫지 못하고 있다. 백52,54로 튼튼하게 지켜두자 당장 별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이세돌이 흑55, 좌하귀로 손을 돌렸다. 하지만 이곳도 백56으로 귀를 먼저 지킨 후 다시 백58로 진출하자 뾰족한 공격수단이 보이지 않는 장면. 이세돌이 흑59로 급소를 일갈하자, 커제가 또 다시 백60으로 끊어 응수를 물어봤다. 이번엔 참을 수 없다는 듯, 이세돌이 흑61로 반발한 장면. 이곳의 결말은?

제6보(62~81) 바꿔치기, 결과는 커제 우세
● 이세돌 ○ 커제
흑이 우변 백 돌을 잡자 우하귀 처분권은 백에게 넘어왔다. 커제가 62,64로 단수치고 이어 두자 우변 흑 한 점은 백의 수중에 떨어진 형태. 백76까지 정리가 되고 보니 공격 대상이었던 백 돌이 10집에 가까운 집을 만들고 완생했다. 이른 시기에 벌써 이세돌의 비세. 흑77~81로 하변을 압박해보지만, A의 곳에 뒷맛이 고약해 잡더라도 활용을 많이 당해야 하는 형태다.

제7보(82~92) 커제 승세, 최후의 승부처는 상변
● 이세돌 ○ 커제
커제가 백82로 들여다봤을 때, 이세돌이 흑83으로 타협한 수는 어땠을까. 하변을 확실하게 잡은 것은 크지만, 커제가 백84로 뚫어버리자 공격의 여지가 있었던 좌변 백 돌이 거꾸로 흑 돌을 잡고 좌하귀와 연결했다. 하변은 아무리 잘 봐줘도 25집 정도밖에 되지 않는 크기. 백이 84로 뚫은 것은 집으로만 15집을 상회하고 공격당할 돌이 연결했다는 안정감과 두터움은 수치로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점점 승부처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세돌이 흑85로 묘한 곳을 응수타진했다. 하지만 백86으로 받자 당장 별다른 수는 없는 형태. 흑87,89로 좌상귀를 눌러간 이세돌이 마지막 시험문제를 낸다. 흑91로 막은 곳은 15집 정도로 평소라면 큰 끝내기. 하지만 지금 국면에선 백92의 곳이 훨씬 더 탐나는 자리다. 과연 상변에서 흑85 한 점을 준동하는 뒷 맛은 있는가?

제8보(93~106)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
● 이세돌 ○ 커제
이세돌이 흑93으로 젖혀서 상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제는 반의 반 보도 물러서지 않고 백96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며 잡으러 간 상황. 이제 이 흑을 살리지 못한다몀 93과 94의 교환 마저도 백이 큰 이득이다. 울며겨자먹기로 흑97까지 움직여보지만, 백98까지 되고 보니 살 길이 없다. 흑99는 부분적인 맥점으로 보이지만, 커제는 이미 이 수에 대한 대비책도 모두 세워두고 있었다. 흑101로 젖혔을 때 맞끊지 않고 백102로 젖힌 수가 결정타. 만약 끊는다면 단수를 당해 잡더라도 활용을 당하는 형태였지만, 실전은 백106으로 덮어씌워 단 하나의 활용조차 허용하지 않고 흑 돌을 몽땅 잡겠다는 무시무시한 전략이다. 이 돌이 잡힌다면 승부도 여기서 끝난다. 이세돌에게 어떤 비책이 있을까.

제9보(107~124) 승부 끝, 1국은 커제 완승
● 이세돌 ○ 커제
흑107로 끼워간 수도 부분적인 맥점. 보통 프로들이라면 간담이 서늘할 법한 멋진 수를 이세돌이 연이어 터뜨리고 있지만, 중국1위 커제는 이 수 또한 이미 계산에 모두 넣어두고 있었다. 백108로 끊어서 정리하는 수가 최선의 응수. 백116까지 정리되고 보니 상변 흑이 모두 잡힌 댓가로 흑이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흑117로 계속해서 비틀어보지만, 백124까지 커제의 빈틈없는 응수에 막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상변이 모두 백의 수중으로 들어가서 승부도 여기서 끝났다. 초반 포석, 중반 전투, 승부처에서의 수읽기 대결까지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커제가 이세돌과의 4강전 3번기 1국에서 완승을 거뒀다.

▲ 내일은 백을 잡게되는 이세돌.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전성기 시절 구리를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주는 중국1위 커제.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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