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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짜 바둑알, 조훈현9단의 증언

[초점] 가짜 바둑알, 조훈현9단의 증언

2008-04-15 오전 12:07:46 입력

'오청원반'법정싸움 뒷이야기
'가짜 바둑알' 근거는 조훈현 9단 증언
가족들 시가 3500만원 주장
바둑 애호가는 '부르는 게 값'
재판부도 재량으로 산정불가

살아 있는 '불멸의 기성(棋聖)' 오청원 기사의 손길이 닿은 바둑알의 가치는 얼마일까. 입신의 경지에 이른 현역 프로 9단과 전설적인 바둑 영웅 오청원(우칭위안), 세고에 겐사쿠 기사가 엮인 '바둑판 법정 싸움'(본지 지난 5일자 1면 보도)이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면서 법정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판부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바둑알의 시가를 놓고 바둑애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재판을 맡았던 부산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프로 9단 B 씨가 A 씨 가족들에게 반환한 '오청원반 세트' 중 바둑알이 가짜라는 판단이 섰지만, 재판부 재량으로 시가를 산정할 수 없었다"고 7일 밝혔다.

'오청원반'과 비슷한 재질로 된 국내 명품 바둑판 세트로 종류에 따라 수백만~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법정에 오른 실제 오청원반은 법원이 공개를 허락하지 않았다.

재판에서 A 씨 가족들은 바둑알의 시가를 3500만 원이라고 주장하며,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비슷한 종류의 조개 바둑알을 증거로 제시했다. 보통 국내에서 일반인들에게 팔리는 바둑알이 6000~20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 반면 같은 구성품으로 된 '세고에반 세트'를 B 씨가 1000만 엔(9400만 원)에 판 사실에 비춰보면 납득이 가는 액수다. 해당 바둑알은 대합 조개껍데기로 만든 명품이며, 조개 바둑알은 일본산을 최고로 친다.

재판부는 그러나 B 씨가 끝까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진품 바둑알을 확인하지 못했다. 진품을 못 본 이상, '상상의 바둑알'을 놓고 가치를 매길 수 없었던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진품의 반환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봤으며,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손해액을 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바둑동호회원 박모(40) 씨는 "웬만한 바둑애호가들은 일생에 한번 구경해 볼까말까한 물건인데, '부르는 게 값'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바둑알이 가짜라고 판단했을까. 여기에는 조훈현 9단의 증언이 큰 역할을 했다. 조훈현 9단은 1972년과 1992년 A 씨에게 바둑판 세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직접 일본 지인을 소개해 준 인물. 또 세고에 겐사쿠가 가장 아꼈던 애제자이며, 오청원과는 같은 스승 밑에서 바둑을 배운 사형 관계다. 조훈현 9단은 법정의 유력한 증인이었으며, 바둑알을 감정하는 데도 한몫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당시 A 씨의 일본 출입국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30년이 훨씬 지난 출입국 관리기록을 조회하기도 했다.

오청원 기사의 생사 여부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쏟아지고 있다. 그는 1914년 중국 청나라에서 태어나 올해로 94세다. 바둑애호가들도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는 아직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기성 오청원'이 개봉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실 민사사건으로만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건이지만,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우리 국민들의 바둑에 대한 애정이 무척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B 씨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 의사를 밝혀 '바둑판 법정 싸움'은 2라운드로 번질 전망이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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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바둑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바둑판은 4년 전 경주 분황사 발굴현장에서 나온 흙벽돌 바둑판이다. 1300년 전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가로 42㎝, 세로 45㎝이니 현대 바둑판 규격과 거의 일치한다. 세 조각으로 깨어진 채 따로따로 발굴돼 처음에는 바둑판인 줄 몰랐으나 유물 정리과정에서 아귀를 맞춰보니 딱 맞았다. 가로 세로 19줄인 요즘과는 달리 15줄씩이고 화점은 없었다. 14세기 전반에 침몰된 신안 해저 유물선에서도 각 15줄짜리 바둑판이 출토된 적이 있다. 바둑판 중 상품이 비자나무 바둑판으로 그중에서도 흉터 자국이 많은 게 최고로 꼽힌다. 잘 비틀어지는 재질 탓에 몇 차례고 물에 재우고 말려야 하는데 그 과정의 횟수와 흉터가 비례한다. 착점하면 바둑판이 돌에 밀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2003년 9월 중국에서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칭하오 9단이 '기행대지(棋行大地) 천하봉황(天下鳳凰)'(대지에 바둑을 두며 천하의 자웅을 겨룬다)이란 이름으로 벌인 이벤트 대국에서는 보통 바둑판의 1만 배나 되는 바둑판이 등장했다. 1000㎡나 되는 암반이 바둑판이었고 소림사 제자들이 바둑돌 역할을 했다. 사석이 된 돌은 이어폰으로 지시를 받고 스스로 걸어나왔다. 승리한 조훈현이 "수고해준 백돌들에 감사한다" 고 말했다.

오청원과 세고에 9단 등 바둑계의 전설들이 서명한 바둑판을 두고 부산에서 법정싸움이 벌어졌다. 소장자가 숨지기 전 바둑판을 프로기사에게 맡겼으나 이를 처분하고 갚지 않자 유족들이 소송을 내 일부 배상 받은 것이다. 음주, 도박, 여자와의 스캔들로 얼룩진 일본 기계(棋界)에 청신한 바람을 일으키고 바둑을 예(藝)와 도(道)로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이가 오청원과 세고에다. 이번 소송을 안다면 고인인 세고에는 그렇다 치고 오청원으로선 입맛이 쓸 것이다.
[국제신문 사설]

 
[i진선 한 마디]
바둑판 소동..갈 수록 태산입니다. 혹여 한국 바둑의 쇠락을 예고하는 사건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런 저런 구설수로 시끄러우면 후원사는 더욱 움츠러들게 마련입니다. 지금 한국 최고의 기전인 국수전 스폰서가 도망(?) 가고 왕위전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표기전이 긴가만가하는 판에 바둑계는 때 아닌 바둑판 재판 문제로 황당중 입니다. 바둑계 원로들이 적극 나서서, 사건을 빨리 마무리졌으면 좋겠습니다. 윤9단님은 이미 지고들어가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고 김영성님 가족들 역시 이기나 지나 한국 최고의 애기가로 이름 높던 고인의 명성에 누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윤9단과 고 김영성님의 명예만 달린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바둑계의 체통이 걸린 문제입니다. 부디 다음번에는 서로 반씩 물러나서 화해를 했다는 기사를 보기를 바랍니다. 제발.
TYGEM / i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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