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진선 한 마디] fools1님은 이창호 팬클 회원님들 뿐만 아니라 타이젬 가족분들에게도 바둑 관련 글로 유명하신 분 입니다. 평소에 fools1님의 글 솜씨를 부러워하고, 이런 분이 타이젬 명예기자가 되어야하는데...하고 생각했던 분 이지요. fools님이 추천한 최고의 명국, 풀스님의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 보시죠^^:: 글은 전혀 수정하지 않았고, 이창호 팬클 회원님들께서 적어주신 덧글도 같이 올렸습니다. 제가 명예 웹기자라서 바둑 기사 좋은 것 없나 항상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는데요...@.@:: 좋은 기사나 좋은 자료 어디서 보시거든 i진선에게 꼭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꾸벅 |
2004년 8월 18일,
제 2회 도요타 덴쇼배에 출전하기 직전 구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말한다.
(8월 16일 제 6회 농심배 최종선발전에서 왕시에게 패해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중략---------
저는 오늘 동료들과 함께, 제 2회 도요타 댄쇼배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납니다. 이
틀 전, 저는 농심배 최종선발전에 왕시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이번 농심배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패배는 저에게는 매우 아픈 일이었으며,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볼 때, 또한 이 패배는 매우 시기적
절한 때에 저에게 찾아 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중국기사들은 세계대회에서 패하게 되면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자조하고는 했었
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한판의 패배는 스스로에 대한 가식의 옷을 벗게 하고, 진실한 자신의 참 모습
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도요타 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습니다
(2004-08-19 京華時報 기사중에서 발췌)
8월 21일,
본선 1회전에서 구리는 일본의 강호 야마시타 게이코를 194수 백불계승으로 제압하며 서전을 장식한
다. 며칠전 한.중 천원전에서 한국의 최강신예 최철한을 2 : 1 로 제압한 후 다시, 일본의 최강신예
라는 야마시타 게이코마저 제압함으로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자존심을 회복한 기쁨, 그러나....
그의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왜냐하면 대국이 종료된 후 곧바로 추첨된 2회전 상대가...
바로 이창호였기 때문이었다.
[바둑컬럼] 내가 보았던 최고의 명국
(2004.08.23)
구리....
이 중국의 젊은 기사는 소위 한국의 잘 나가는 신예들이라고 일컫는 송태곤, 원성진, 최철한 등을 모
두 KO 시킨바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연초에 열렸던 제5회 농심배 대회에서 원성진을 상대로 했던 그
의 침착한 바둑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이 바둑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어떤 한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었다.
[제 5회 농심배 구리(흑) vs 원성진(백)]
.
이 바둑은 상당히 많은 수순이 남아있었음에도 원성진이 반집이라는 결과를 뒤엎을 수 없었던 바둑이
었다. 지금 들어가는 저 백1의 패는 쌍방 패감이 똑같은 패... 따라서 먼저 들어가는 쪽이 지게 되
어 있는 패이다.
이 대국의 차이는 반집, 원성진이 이리 저리 흔들어보지만, 그러나 이 판의 숙명과도 같은 반집의 차
이를 결코 좁힐 수가 없었다. 이날 구리는 평소에 그와는 다르게 매우 신중하고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후에 남은 저 패를 구리가 먼저 들어오게끔 유도할려던 원성진은 결국 어쩔 수 없
이 패배를 각오하고 패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단 1개의 패감부족
으로 패를 지며 이 바둑을 패했다.
구리는 아주 훌륭하게 이 대국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구리가 상대를 앝보지 않는다면 그는 중국랭킹 1위의 일류기사답게 훌륭한 반면운영 솜씨를 갖고 있
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제의 바둑에서도 이창호9단을 맞이하여 초반 포석과정에서 구리
는 정말 훌륭하게 바둑을 짜 나아갔다.
이창호9단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대모양을 형성케 하고 탄탄한 실리를 챙긴 후 삭감하는 작전, 그
야말로 전형적인 이창호 해법이라 불리는 작전인 것이다. 그리고 한층 강화된 이창호의 공격력을 그
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장점인 난전으로 이끌며 초반 대우세를 차지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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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도요타배 16강전 이창호(흑) vs 구리(백)]
.
사실 일류고수들의 대국에서 이런 초반 대실패가 나오게 되면, 역전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구리는
이 대국에서 평소의 경솔함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상대가 이창호이기에....그럴 수 없었던 것
이다.
그는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결코 서둘지 않았으며 가장 안전하고 두텁게 반면을 운영해
가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백의 절대 우세....그런데...
왜 이 바둑이 역전이 되었을까...
후에 구리가 우상귀에서 패를 낸 장면에서는, 그가 자신의 완력을 과시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그 시
점에서 이미 집으로 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그럼으로 그 후의 일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바둑이, 이러한 일류고수들 사이에서의 시합에서 이렇게 어느때인지도 모르게 뒤
집어 질 수 있을까...
그리고 왜 아무도 명확하게 이러한 것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일까...
사실은,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벌써 여러번 이런 바둑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대국이 있다.
바로 제 2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당시 중국의 일인자였던 마샤오춘과의 대국이었다.
- 마샤오춘 -
1997년 10월 9일 제주에서는 제 2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이 열리고 있었다.
한쪽은 김승준과 고바야시 사토루9단이 그리고 다른 한판은 바로 마샤오춘과 이창호9단의 대국이었
다.
이 준결승전은 한국기사가 2명이나 올라가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전망이 대단히 어두웠다. 한창 기세를 타고 있던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이 김승준 7단을 물리치고 이
미 결승에 진출한 상태...
그러나 믿었던 이창호 9단은 천적이라고까지 불려지는 마샤오춘을 맞이하여 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당
초의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절망적인 형세에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대국에서 이창호 9단이 별일없이 지게 된다면 2회 삼성배의 결승전은 중.일의 기사가 다투
게 되는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삼성화재배는 1회때 요다 노
리모토 9단이 유창혁9단을 2 : 1로 누르며 우승컵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이 2회때마저 외국기사가 우
승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최측으로서도, 또한 한국바둑 전체로서는 곤란한 상황이 연
출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때까지 마샤오춘과 이창호9단과의 전적은 3승 13패....
가히 천적이라 불려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전적, 게다가 초반 3승을 빼놓고는 10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마샤오춘이었기에, 이창호9단의 결승진출은 매우 수월하게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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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마샤오춘(흑) vs 이창호(백)]
초반 큰눈사태형 포석에서 이창호9단은 그만 실족하고 만다.
이날 그는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이다.
이 형태를 보고있던 조훈현9단은 이렇게 말했었다.
-백이 선수라면 그런대로 해볼만한 장면이다. 그러나 흑이 선수이기 때문에 백이 망한 것이다-
10연패....
말이 10연패이지 어느 종목이던지 특정인에게 10번을 연이어 지게 되면 누구라도 이미 무대에 올라서
기도 전에 자기최면에 걸리고 만다.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흑을 잡은 마샤오춘은 그가 갖고 있는 모든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날카롭고 경쾌한 감각, 먼저 실리를 챙긴 후 타개에 승부하는 절묘한 승부호흡,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접근적....
이창호만 아니라면 누구도 겁나지 않는다는 마샤오춘은, 그렇게 10연패를 당하고도 결코 굴하지 않
고 또다시 이창호와 맞섰던 것이다. 시합을 앞두고 그가 이렇게 말했다
- 지나간 전적은 오늘의 승부와는 아무 관계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감각으로 말한다면 조훈현9단과 세계 최고라고 인정되는 마샤오춘....
이날 대국에서 그는 절정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흑 49는 당시 검토실의 극찬을 받았던 수
초반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대모양을 좌변과 중앙에 대가를 키우려던 이창호9단의 의도에 찬물을 끼
얹었다.
정말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앉는다...
흑 1,7,13의 선수로 이어지는 경쾌한 흐름....
왜 마샤오춘의 행마를 나비와 같다고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가볍게 처리하면서 어느덧 귀의 실리를 모두 챙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중앙의 세력을 선수로 견제
한 흑일단은 도저히 공격당할 돌같지가 않았다.
초반포석임에도 이미 일반적인 진행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형세가 때이르게 바둑판위에 흐르고
있었다. 차이가 좁혀지기는 커녕 더욱 더 벌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검토실은 심각해졌지만, 그러나
아직도 이창호라는 신뢰가 사람들의 머리속에 강력하게 인식되어 있었다.
.
백으로서 승부를
걸수 있는 오로지 중앙 흑대마를 잡는 것 뿐이다...이미 집으로는 승부할 수가 없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잡힐 것
같지 않은 말, 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마샤오춘은 흑 1로 최대한 챙긴다. 바로 마샤오춘류....
처절한 대마추격전....이창호9단은 마침내
패까지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천지대패....이 패는 한치도 늦출 수 없는 외길수순이다. 그러나 이만한 팻감이 없다. 패를
지게 되는 날에는 유일한 백의 집이 전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백2의 패감...이것이 유일한 백의 패감이다.돌다리도
두드려보고는 건너지 않는다...이 당시의 이창호9단의 기풍을 두고 나왔던 말중에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직선적인 대마공격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러지 않고는 형세를 역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이창호는 그가 가장 싫어한다는 직선적인 대마공격에 나선다. 그러나 상대는 세계 제일의 타개솜씨를 가졌다는
마샤오춘....자신의 가장 약한 종목으로 상대의 가장 강한 장점과 맞서고 있는 것 이다. 이미 바둑은 절망적으로 흐르고
있다.마샤오춘은 한치의 허점도, 한가닥의 방심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 장면에서 추호의 망설임없이 중앙의 두점을
따내 버린다. 소위 말하는 50집짜리 거북등 빵때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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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7,9 는 어쩔 수 없는 후수
가일수, 흑14의 선수가 너무나 아프다. 백 15를 두지 않으면 상변백대마가 몰살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선수로
깨지는 백의 보고....검토실은 분산했다. 도대체 이 바꿔치기의 결과는 누가 유리한 것인가?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역전
불가능이라는 판정이 나온다...결과는 2집반.....이 차이를 좁힐만한 곳이 이제 반상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이미
대국을 승리한 뒤 검토실에서 모니터를 함께 보고 있던 고바야시 사토루 9단도 고개를 젖고 있었다. 모양이 다 결정된 후라,
변화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초반포석에서부터 줄곧 불리했던 바둑임에도, 이창호 9단 이날 검토실에 있던 수많은
관전자들을 여러번 놀라게 하는 엄청난 인내력을 보이며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었다. 참고 또 참고....마샤오춘이 나비처럼
날고 있을 때, 그는 개미처럼 한걸음 한걸음 부지런히 걸어서 쫒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인내와 고통속에 만들어진
유일한 기회...그러나 마샤오춘은 조금도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그렇게 지금까지 참고 견디어왔던 유일한 희망이
이것으로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던질 수 없는 바둑..그가 지면, 결승전은 외국기사끼리 붙는 막다른 벼랑끝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절대로 지면 안되는 바둑....이 바둑이 바로 그런 바둑이었다.이창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던 검토실도, 이 장면에서 와서는 서서히 패배의 불안감에 싸이고 있었다. 정막...남은 것은 몇집차이로 지냐 하는 확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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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끝나갈 것 같던 바둑이 다시 한번
요동을 쳤다. 백1로 밀었을 때, 흑 2의 단수...이렇게 단수를 쳐놓은 것이 중앙에서 약간의 맛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선수라고 믿었던 수에 이창호 9단이 손이 나가지 않는다. 모두들 의아해서 보고 있을 때에 나온 독수 백3.....기세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마샤오춘, 그는 결코 사양하지 않고 이 바꿔치기를 결행한다. 바둑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나온
경천지동할 두번째 바꿔치기였다.
백이 귀를 도려내자, 검토실은 다시 벌집을
쑤셔놓은 듯 요란스러웠다.편안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고바야시 사토로9단 역시 이 장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한다.- 과연...승부가 되었다.....-역전이 아니냐는 들썩임도 잠시, 곧이어 나온 젊은기사들의 정밀 계가의 결과가
다시 검토실에 찬물을 끼얹었다.-여전히 백불리...2집반이 2집 반의 차이는 두번의 엄청난 바꿔치기에도 변하지 않고
있었다. 이 대국을 해설하고 있던 서봉수9단이 말한다.- 역전은 불가능합니다..이제 바둑판위에는 돌 놓을 곳도 몇군데
없는데요 뭐...설마했던 불안감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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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또 한번의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세번째 변화....바로 흑 5의 패..마샤오춘이 저 패를 안했으면 한집반 정도 이기는 바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을까....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과정에서 마샤오춘이 작은 실수를 했던
것이다.흑 1은 후수 한집..그러나 백 4의 따냄은 반상최대의 자리였던 것이다. 한집이 그냥 날라갔다.아마도 이 흔들림이
마샤오춘을 결국 패를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패가 나는 순간 이 바둑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그냥 이길 수 있는 바둑을 패를 결행했는지...해설을 맡았던 서봉수 9단이 말한다-패는 무조건 백이 이깁니다. 마샤오춘
또 쓸데없는 재주를 부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군요-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패감은
흑쪽이 많았던 것이다.마지막 순간의 실수로 인해 판이 극도로 미세해진데다가, 추격무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마샤오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사실 냉정하게 이 패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었다.10연패의 그늘....그러나 오늘의 한판은 지난날과도 아무관계 없다는 자신감...그리고 결코
물러서지 않는 집념과 용기....이 바둑은 마샤오춘이 보여주었던 최고의 명국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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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패는 장장 60수가 넘게 진행되는 피말리는
승부패였다. 누가 이기든 결과는 반집, 피말리는 패싸움이 이 파란만장한 바둑의 마지막 순간에 또다시 온통 패싸움으로 반상을
불태우고 있었다.그러나 패감이 백이 모자른다. 초읽기 상황에서도 마샤오춘은 우상귀에서 번개처럼 5개의 패를 만든다.
백으로서는 한집이라도 손해보면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받을수 밖에 없다. 그리고 계속 되는 패싸움, 이미
결과를 짐작하고 있던 검토실의 젊은 기사들은 너나 할것 검토를 멈추고 모두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숨막히는
정적....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백의 패감이 나온다. 바로 백 1의 상상을 초월한 1선의
붙임수....
이적수 처럼 보이는 이상한 패감,마샤오춘은
얼른 단수되는 곳을 이어버린다. 한집 이득으로 보이니까...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이 바둑을 지게 된 것이다. 연이어
나오는 4개의 팻감....어쩔 수 없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으로 패싸움은 백이 이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확히 반집......이창호9단의 대 역전승이었다.
.
패감으로 쓰인 백의 수가 바로 이 바둑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무도 여기에 5개의 패가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후에 임선근9단은 이 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물러서서 받았으면 아무 문제없는 수였습니다. 그것으로 패를 이기게 되고 그래서 적어도 반집은 이기는
바둑이었지요. 그러나 한집 득을 볼려는 순간, 바로 역전이 되고 말았습니다.이러한 시점에, 이러한 수....그 상황이 되면
어느 누구라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창호9단은 정말 무섭군요... 이 바둑을 두고 사람들은 마샤오춘이 또
재주를 부리다가 결국 역전을 당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무너졌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
그러나...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대국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던 나의 감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이 바둑은 마샤오춘 최고의 바둑이었다. 이창호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티었던 기사는 이제까지 마샤오춘밖에 없었다. 물론 이창호도 진다. 그러나 한국기사가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오직 그만이
남은 절대상황에서 벌어지는 외국기사와의 대국에서는 내가 아는 한 단 한번도 진적이 없었다.마샤오춘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초일류 기사들이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모든것을 다 쏟아서 벌이는 시합에서는 실수란 있을 수 없다.
실수라는 것은 바로 상대방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말의 다른 빛깔의 단어일 뿐이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한테는 모든
수가 날카롭고 훌륭해 보인다. 그러나 똑같은 수를 강자와 두었을때는 아주 작은 허점이라도 바로 반격을 당한다. 모르는
사람들만이 아직도 그것을 실수일 뿐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고심과 집념을 보이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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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오춘 이 바둑에서 시종일관 자신의 바둑을
두었다.반드시 이 판을 이겨야만 하는 이창호의 집념, 그리고 종반으로 갈수록 숨막힐 것 같은 엄청난 압박에도, 그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맞서 외로히 전진하고 있는 돛단배처럼 그렇게 자신의 바둑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절대라고
불리는 이창호의 어떤 부분을 이날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느꼈다. 마치 숙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맞서,
인간이라는 자신의 한계에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너무나 인간적인 마샤오춘을 나는 그날 느꼈었다.자신의 숙명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던 마샤오춘....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대국이기에...너무나 괴로웠던 형세에도 그 모든 것을 참으며 끝끝내
승리를 거두었던 이창호..두번의 엄청난 바꿔치기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형세가....300수가 넘어서야 마지막 순간에 뒤바뀐
반집승... 국제경기로서는 거의 볼 수 없는 313수까지 갔던 처절한 이 대국은 내가 보았던 이창호9단의 최고의 명국이었던
것이다.- 구리가 왜 졌냐고? -어제 구리도 잘 싸웠다. 사람들은 또 다시 구리에게 경솔하다느니 종반이 약하다느니 할 지
모르겠지만, 어제 보았던 구리는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다만....아직 승리할 만한 용기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졌을 뿐이다.16살때부터 언제나 벼랑끝 같던 세계대회의 결승무대에서,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매번의 대승부를 해왔던 이창호9단에 비해서 다만 경험과 그만한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다.구리가 왜 졌냐고?나는
바둑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수준이야 그냥 아마츄어의 수준일 뿐이니까, 어떻게 초일류 프로기사들의 기술적인
부분을 평할 수 있겠는가?다만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한 사람이, 가장 절박한 순간에, 그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그
용기와 신념이 바둑의 기술보다도 더 강하게 승부에 작용한다고....그리고 그러한 사람의 자세는 언제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