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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둑이여, 미국 골프에서 배우자
[칼럼] 바둑이여, 미국 골프에서 배우자
2005-02-24 오전 2:12:1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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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작년 5월경에 중앙일보 바둑 전문기자 박치문님이 쓴 글 입니다. 마침 KT왕위전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많은 이 시점에 딱 맞는 적당한 글이라고 생각되어서 올립니다. |
바둑이여,미국 골프에서 배우자
천재골프소녀 미셀 위 (15 . 한국명 위성미)가 사상 처음 US여자오픈의 예선을 면제받았다고 신문마다 야단이다. 미국여자골프의 최고 권위라 할 US여자오픈, 그곳에 아마추어 선수로써 예선을 면제받고 출전하는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골프협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인 진 마이어스는 "미셀 위는 특별한 재능을 지녔고 이미 정상급 선수들과 겨뤄 실력을 입증했다."며 오는 7월 1일 시작되는 US여자오픈 본선에 특별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남자대회인 US오픈과 시니어들의 대회인 US시니어오픈은 이미 아마추어 선수에게 예선을 면제한 일이 몇 번 있다. 여자대회에선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1)
바둑얘기를 하기 위해서 골프 얘기부터 꺼내는 심정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우선 위의 기사내용은 기분좋은 얘기지만 동시에 오해받기 쉬운 구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와, 미셀 위가 하도 실력이 좋으니까 최고권위의 대회서도 초청하는구나." 하는 느낌과 더불어 "미셀 위가 US여자오픈에 아마추어로서는 사상 처음 출전하나보구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US오픈이나 US여자오픈에 출전했었다. 오픈대회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일정한 자격요건이 있었다. 즉 전년도 US아마추어오픈에서 우승 또는 준우승하거나 '예선전을 실력으로 통과한 아마추어'에 한해서 출전자격을 주어왔다.
이번 미셀 위의 경우는 대회규정에 정해진 자격요건에는 해당이 안되는데도 진 마이어스 위원장이 설명한 것처럼 "특별한 재능을 지녔고 그간 실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특별히 예선을 면제했고 이런 식으로 본선에 직행한 케이스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는 얘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샷을 날려 우승했던 그 유명한 대회가 바로 US여자오픈이고 이 대회의 연장 결승전 상대가 바로 아마추어 선수인 슈아쉬리폰이었다.
미셀 위는 이미 타이거우즈와 맞먹는 스타로 성장할 것이라는게 미국 매스컴의 예측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상품성이 높아 남자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아 고민중인 여자골프의 주가를 크게 높일만한 인물이란 것이다. 바로 이점에 미국골프협회는 주목했고 과감히 그를 초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2)
오픈 대회란 실력이 있으면 아마추어든 외국인이든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대회란 뜻이다.그러나 남자대회인 US오픈의 경우 참가선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면 누구나 혀를 내두르게 된다.
1차 예선전은 미국 50개주와 58개국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올해의 예선 참가자는 8,726명. 아무나 참가하는게 아니다. 나름대로 다 자격을 갖춰야만 나갈 수 있는데 그 수가 이만큼 된다. 예전의 US 챔피언은 물론 중학교 우승자들까지 다 나온다. 이번에는 최고령자가 81세, 최연소자가 13세였다.
2차 예선과 3차 예선전을 거쳐 참가선수가 확정(?)된다. 그러나 물음표를 한 것은 진짜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순번만 정해둔다.
US오픈의 본선 참가선수는 156명. 그러나 예선통과자는 이중 절반 또는 그 이하가 된다. 이유인즉 또 다른 자격요건을 갖출 경우 예선을 면제받고 바로 본선에 초청될 수 있는 케이스가 15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예선면제 자격
1) 지난 10년간 US오픈 우승자
2) 전년도 미국 아마추어 선수권 우승 및 준우승자
3) 다른 메이저대회의 지난 5년간 우승자
4) Players Championship 전년도 우승자
5) 시니어오픈 챔피언쉽 전년도 우승자
6) 전년도 US오픈에서 15위까지 자동출전
7) PGA(미국프로골프협회) 전년도 상금랭킹 30걸
8) 전년도 유럽 투어 상금랭킹 15위 이내
9) 올해 상금랭킹 10위 이내
10) 올해 공식대회 우승 2회 이상 거둔 선수
11) 올해 유럽 상금랭킹 1, 2위
12) 전년도 일본투어 상금랭킹 1, 2위
13) 전년도 호주투어 상금랭킹 1, 2위
14) 세계랭킹 50위 이내
15) USGA가 선정하는 특별초청선수
(3)
예선면제 자격을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US오픈인만큼 이 대회의 우승자들에게 최대한 배려하고 있지만 너무 많이 배려하고 있지도 않다. 다른 대회나 유럽대회, 멀리 일본이나 호주까지도 실력자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않고 있다. 그것들이 구색맞추기 차원이 아니라 실력을 면밀히 따져 안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세계랭킹과 상금랭킹, 유럽랭킹, 전년도 US오픈 15위까지 등은 대부분 중복되겠지만 그래도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가로세로로 치밀하게 기준을 정하고 있다.
지난해 뿐 아니라 올해 성적을 낸 선수에 대해서도 인정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맨 마지막에 특별초청선수의 규정이 있다. 그러니 미셀 위의 초청도 규정에 따른 것이지 그걸 어긴 파격적인 행동은 결코 아니다.
올해의 US오픈에서 이렇게 자격을 통과한 선수들은 현재 64명. 최경주 선수도 이미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사이트 어디를 뒤져봐도 예선에서 몇 명이 통과했다는 얘기는 없다. 대회 직전까지 다른 대회서 우승하거나 상금을 벌어 새롭게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이 정해져야 예선통과자의 수도 정해진다.
(4)
전 미국과 세계각국에서 예선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참 부럽다. 3번의 예선전.
1차만 통과해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음엔 2차를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매진한다. 프로골퍼만 10만 명이 넘는다는 미국이다. 그들 대부분이 레슨프로다. 이들이 다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도 이처럼 세계 전역에서 골프 지망생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레슨을 받지만 선수들이나 선수 지망생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는 US오픈이란 하나의 대회를 TV 뉴스를 통해 보는 정도지만 그 이면에는 실로 무수한 사람들의 치열한 대결이 숨어있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우승자에겐 상상을 초월하는 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5)
골프엔 오픈대회도 있지만 오픈대회가 아닌 것이 더 많다.
이런 대회엔 아마추어 선수는 참가하지 못한다. 지난해 프로랭킹 125위 이내의 선수, 2부 투어 상금랭킹 20위 이내, 그리고 수많은 단계를 지닌 Q-스쿨(일종의 프로예선전)을 통과한 선수들이 참가한다. 6단계로 치러지는 Q-스쿨은 전세계 프로지망생들의 관문이다. 최종단계는 6라운드를 연속해서 치르는 체력전이다. 지금은 스타가 된 최경주 선수는 Q-스쿨 시절을 회상하며 "지옥의 레이스였다. 다시는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성적이 나빠지면 다시 그곳을 통과해야 한다. 절대 그런 좌절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결의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미국엔 대회가 많고 때로는 동시에 열리기도 하며 유럽에도 큰 대회들이 있다. 그래서 참가자격을 얻은 프로들이라 해도 모든 대회에 나가는게 아니다. 따라서 Q-스쿨 통과자가 시합에 참가하는 수는 10명~30명까지 매우 신축적이다. 상위 10명 정도는 출전이 보장되지만 그 이후는 빈 자리를 메우는 식인 셈이다.
(6)
우리 바둑계는 한번 프로가 되면 실력이나 성적과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모든 시합에 나갈 수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한국기원 입장에서 볼 때 프로기사 수가 너무 많아져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프로의 입구를 좁게 막아두고 있다.
이런 낡고 불공정한 제도로 바둑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가. 저 말단의 예선전이나 어느 동네, 어느 구석의 예선전까지, 그리고 아마추어 선수권까지 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관심 속에 진행되는 미국 골프에서 바둑은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 바둑대회는 애석하게도 결승전만이 살아있다.
바둑팬들의 다양한 관심과 열기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결승전만으로는 어림없다.
바둑은 다양한 방식으로 문을 넓혀야 하며 각종 권위있는 오픈대회를 확대시켜 실력대결의 참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일류기사들조차 "예선의 지옥 같은 레이스는 다시 해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멘트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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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진선 한마디] 밑의 두개 기사와 함께 이 기사까지 박치문 님의 글이 기사로 자료로 모두 올라오게 되었네요. 자료 편집하다보니...우연인데... 나중에 박치문 칼럼 특집 기사를 한 번 내어보려고 합니다. 박치문 님과 인터뷰도 해보고...바둑인 중에 가장 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 중에 한 분이죠. 윗 글은 몇달전에 이미 KT 왕위전 사태를 예상이라도 한 듯이 꼭 들어맞는 글 입니다. 관련 글 찾아서 업글 하겠습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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