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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배

조훈현·송태곤 승전보 하이라이트

신·구 컴비의 역전극 쌍곡선

2003-04-12 오후 9:39:33 입력

후지쯔배 개막전을 산뜻하게 장식한 조훈현과 송태곤 신·구 컴비의 쾌승은 다름 아닌 '힘의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는 이날 바둑에서 초반 실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으나, 빼어난 위기관리능력과 투지, 그리고 정교한 수읽기를 앞세워 난국을 정면돌파한 끝에 회심의 역전극을 일구어냈다.

한국바둑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두 판의 승부처를 살펴본다.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 1회전]
○송태곤 4단(한국) ●저우허양(周鶴洋) 9단(중국) <2003. 4. 12, 138수 끝, 백 불계승>


장면(송태곤의 배짱)

하중앙 백대마가 초장부터 몹시 시달린 흔적이 나타나는 중반. 송태곤이 틈날 때마다 손을 빼 발빠르게 요소(△)를 선점했기 때문.

그런데, 여기서도 또한번 대마를 돌보지 않고 백1을 차지해버리는 것 아닌가. 그동안 참고 또 참았던 저우허양 9단도 폭발직전에 도달했다(사실 이젠 흑의 집부족).

드디어 흑이 칼을 뽑았다. 과연 흑14에 이르자 공룡같은 백대마의 사활이 풍전등화(風前燈火)! (생중계로 이 바둑을 관전하던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송태곤이 던졌다'는 낭설이 유포되기까지 했다.)

도대체 '소년장사'는 여기서 어떤 타개책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실전진행1(송타이슨의 카운터펀치)


싸움꾼 '송타이슨'이 제시한 해답은 비교적 간단했다.

백5의 절단이 타개의 실마리. 그런 다음 백9·11로 나가끊자 도리어 흑의 포위망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닌가. '절단식' 두 번에 흑이 녹아버린 것이다.


실전진행2(흑, 참패)

계속해서, 저우허양은 혼신의 힘을 다해 좌변 흑대마 수습에 나섰으나, 생각보다 백의 포위망이 굳건해 빠져나갈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미리 차지한 △가 단순한 실리 뿐 아니라 전투에서도 기막힌 원군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백20에 이르러 오히려 흑대마 사망! (패모양이 남아있지만, 백에게는 A, B 등의 자체팻감이 많아 백 역부족)


참고도1(흑, 팻감이 없다)

흑이 돌을 던진 이후의 가상수순.
흑1이하로 끈질기게 패싸움을 해보아도 백14에 이르면 흑의 팻감부족.


참고도2(역시 흑, 역부족)


A로 포위한 수로 흑1로 늦추는 것이 유력한 대안같지만, 이때 역시 백2~6으로 끊겨 흑이 잘 안된다.

좌변에서 아무리 수를 늘리려해 보아도 무려 13수나 되는 하중앙 백대마와의 수상전은 역부족.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 1회전]
○조훈현 9단(한국)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일본) <2003. 4. 12, 305수 끝, 백 3집반승>


장면(조훈현의 찬스포착)

초장 우변접전에서 조훈현 9단이 난조를 보인 끝에 △들이 함몰한 상황. 1회전에 다운을 당한 꼴이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모처럼 우세를 잡은 가토 9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반전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백이 우상귀에서 살자고 할 때 흑6이 지나친 욕심. 백7·9로 끊기자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참고도1(흑의 주문)


가토가 ▲로 막은 뜻은 백3으로 살아달라는 뜻. 그러면 흑4로 지켜 흑이 매우 두텁다. 이제 ○들은 물론 □까지 외로운 신세 아닌가.

그러나 형세도 불리한 판국에 이렇게 고분고분 응해줄 고수는 없으리라. 더구나 '기세'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조훈현임에랴.


참고도2(흑, 깨끗한 처리)


상변을 막지 말고 흑1로 두텁게 잇는 것이 현명했다. 백4로 넘어간다면 흑9까지를 선수한 뒤 흑11이 빛나는 대세점. 이로써 △들은 물론 ○까지 사실상 폐석화되어 흑의 압승지세!

물론 백이 이렇게 순순 응해줄 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흑1이 두텁고 깨끗했다.


실전진행1(천냥짜리 대세점)


흑1·3은 당연한 버팀수. 그런데, 백4로 살고 보니 흑5의 가일수가 불가피하지 않은가.

백10가 백두산같은 대세점이어서 어느덧 백이 제공권을 장악한 형국.


참고도3(흑도 버텨야 했다)


지금은 잡힌 돌에 확인사살할 만큼 한가한 형세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흑1의 대세점을 차지하고 보아야 할 듯.

백2로 수를 늘리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흑도 3으로 나가는 수가 있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백A는 흑B로 연결).

이랬으면 백이 초반의 비세를 뒤집기에 진땀깨나 흘렸으리라.


실전진행2(흑, 나약한 후퇴)


흑1의 게걸음 할 수밖에 없어서는 뭔가 흑이 꼬인 느낌. 백6이 기백넘치는 강수인데, 이때 가토는 조훈현의 기세에 밀렸는지, 흑11로 꼬리를 말고 만다.

백12로 실리를 취하자 이제 집으로도 백은 꿀릴 것이 없게 되었다. 게다가 백18이 멋드러진 '일류감각'으로 백이 대세를 장악한 모습이다. 어느새 완연한 형세역전!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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