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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배

반상의 한·일전, ‘이번엔 설욕전’

후지쯔배 8강전 7일 일본 도쿄서 개최

2003-06-05 오후 9:43:38 입력

설욕의 기회가 왔다. 바둑팬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오키나와 사태’가 발생한지 한달. 일본팀에게 1대4로 패하며 우승컵을 빼앗긴 수모를 되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후지쯔배 8강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중국세가 전멸한 가운데, 한국 기사 4명과 일본 기사 4명이 맞붙는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대회가 오는 7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중국과 대만이 전멸한 탓에 말 그대도 ‘반상 한·일전’.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맞붙을 경우 한국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였다. 일본 내에서도 자국 우승에 관해 비관적인 목소리로 높을 정도로 한국 우승은 기정사실화 되었던 것. 하지만, 이번 후지쯔배만큼은 우승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송태곤 등 최강 멤버 4명이 출전하지만, 최근 일본기사들의 사기가 드높아 우승이 불투명한 상태.

이런 상황은 지난 4월 28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제2회 CSK배 아시아대항전에서 한국팀이 일본


▲왕리청 9단과 겨루는 이창호 9단.
팀에 1대4로 참패를 당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패배 이후 한국 선수들이 긴장감이 너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바둑계에서 터져 나왔었다.


▲요다9단과 맞붙는 유창혁 9단.

이번 후지쯔배 8강전은 그 때 당했던 참패가 단순히 컨디션 난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일본이 한국과 대등할 정도로 급부상한 것인지 검증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진표 상으로는 한국선수가 몇 명이나 생존할 지 확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창호 9단대 왕리청(王立誠) 9단의 대국은 이창호 9단의 우세가 확실해 보인다. 3전 전승이라는 통산전적이 말해주듯 객관적 수치로 이창호 9단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다만, 이9단이 최근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창호 9단은 KAT배 결승전 주장전, 패왕전 결승전 등 주요대국에서 줄줄히 패하며 현재 3연패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세계 1인자’ 이창호 9단이 자신의 바둑을 펼친다면 승리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젬에서 최근 실시한 ‘이번 후지쯔배 8강전에서 승리가 가장 확실시 되는 기사’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9%가 이창호 9단이라고 답할 정도로 이9단은 한국의 ‘필승카드’로 첫손 꼽힌다. <설문조사 결과보기>

한국 4명 VS 일본 4명 일본 도쿄에서 정면충돌
유창혁 VS 요다전 최대 빅카드… 타이젬 생중계


유창혁 9단 대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의 대결은 가장 험난한 대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젬 설문조사에서 불과 12.3%만이 유창혁 9단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답변한 것처럼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될 전망이다. 두 기사는 지난 96년 제3회 응씨배와 초대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잇따라 만나 건곤일척의 명승부를 펼친 바 있는 동갑내기 숙적이라서 이번 8강전의 최대 빅카드로 꼽히고 있다.


▲고바야시 9단과 대결하는 이세돌 7단.
이세돌 7단 대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과의 대결도 만만치 않은 승부. 얼마전 LG배 우승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이세돌이지만, 최근 슬럼프 현상을 보인 탓에 확고한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상대가 두터운 기풍에 잘 무너지지 않는 고바야시9단이란 점도 이세돌 7단에게는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 7단의 파워가 고바야시의 두터움을 어떻게 깰지가 관건인 셈.

송태곤 4단 대 다카오 신지(高尾新路) 8단의 대결은 신예들의 기세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천원에 등극한 후 올해 들어 28승 5패로 승률 2위를 달리고 있는 송4단의 기세가 놀랍다. 하지만 일본 십단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급부상하고 있는 다카오 8단 역시 일본이 손꼽는 유망주의 한명이어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유망주 대결답게 대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제16배 후지쯔배는 오는 7일 4판의 대국이 모두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 CSK배 참패 이후 한국선수들이 심기일전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그 때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컨디션만 좋다면 한국
선수들만의 4강전을 치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연 한국이 ‘바둑 최강국’의 명성을 재입증하며 CSK배의 참패를 후지쯔에서 설욕할지, 아니면 일본이 오키나와에 이어 도쿄에서도 이변을 일으킬 지 제16회 후지쯔배 8강전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타이젬은 4판의 8강전 가운데 최대 박카드로 꼽히는 유창혁 9단대 요다9단의 대국을 ‘피노키오’ 김만수 4단의 해설로 화상으로 생중계하는 것을 비롯하며 전 대국을 생중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후지쯔배는 중국의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다른 세계대회가 연기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세계 대회이다. 16강전에서 중국선수가 전원 탈락한 탓에 대국 장소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도쿄로 변경하며 개최가 성사된 것이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

■8강전 대진표

한국
일본
이창호 9단
왕리청 9단
유창혁 9단
요다노리모토 9단
이세돌 6단
고바야시 사토루 9단
송태곤 4단
다카오신지 8단

 


▲다카오8단과 싸우는 송태곤 4단.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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