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배 1라운드(1·2회전)의
히어로는 '젊은 피 원투펀치' 이세돌과 송태곤이었다.
일본의 신흥강호 하네 나오키에 일발필도의 KO승을 거둔 이세돌의
핵펀치도 대단했지만, 독특한 감각과 썬파워로 유명한 '일본판 깡패바둑' 왕밍완을 농락한 송태곤의 솜씨 또한 놀라웠다.
이세돌에 이어 이창호 벽을 넘을 유망주로 첫 손 꼽히는 송태곤은 사실상 세계무대 데뷔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 일본의 맹장들을 연파, 일약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한국바둑의 미래를 짊어진 두 '젊은 피'의 짜릿한 쾌승보,
그 하이라이트를 조명해본다.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 2회전]
○이세돌 6단(한국)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일본)
<2003. 4. 14, 154수 끝, 백 불계승>
장면
(기상천외한 쎈돌의 기습펀치)
치열한 백병전 끝에 서서히 국면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
이때까지만 해도 이 바둑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여기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이세돌의 기습펀치가 작렬한다.
백1이 의표를 찌른 독수(毒手). 바둑께나 두는
사람이라면 금기(禁忌)시할 속수같은데, 이 수가 대마 살육작전의 신호탄일줄이야….
흑2를 기다려 백3으로 따내버리니 졸지에 공룡같은 흑대마의 사활이 도마에 올랐다.
실전진행1(쎈돌의 독수 2탄)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네 나오키는 태연했는지 모른다. 흑1의 맥점이면
수습할 것 같으니까.
그러나 이때 백2가 모든 사람을 경악케
한 독수 2탄이었다. 과연 백6에 이르니 이제 흑대마 빈사지경 아닌가. (다음 흑A는 백B로 살 수
없으므로 흑대마는 보기보다 심각하다.)
참고도1(상식적인
응수)
흑1에는 백2로 젖히는 것이 보통. 그러면 흑은 7까지
완생할 수 있다. 그러면 장기전의 양상. 그러나 A의 허점이 남는 점이 백은 껄끄럽다.
그리고 확실한 KO승의 길이 보이는데, 이렇게
판정승부를 모색할 이세돌이 아니리라.
실전진행2(회심의 묘수 작렬)
흑1이하로 격렬하게
몸부림치자 국면은 심하게 요동친다. 만약 이 대마를 잡지 못한다면 실리의 손실이 치명적이어서 백은 그대로
패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를 잡으러간 이세돌의 대담성이 정말 놀랍다.
그러나 이세돌 6단은 △의 독수를 둘 때부터 미리
봐둔 묘수가 있었으니…. 백24가 회심의 묘수! 백A와 B를 맞보아 좌하 백이 완생한 것이다.
하네는 못보고 이세돌은 본 이 묘수
한방이 이 바둑의 운명을 갈랐다.
참고도2(단순하게는 백 사망)
A로 내려서는 묘수가 없다면 백은 애시당초 수가 안된다. 가령 백1이면
흑2로 오히려 백이 잡혀버리기 때문.
실전진행3(기기묘묘한 포복)
내친걸음, 흑1로 치중하고 보았으나, 백2~10으로 절묘하게 넘어가버리니
헛물켠 꼴.
'사망선'으로 불리는 1선 포복이 승리의 '묘기대행진'이 되었으니, 이세돌의 기기묘묘한 수읽기 능력에
새삼 경탄할 뿐이다.
이제 흑은 꼼짝없이 3곤마가 걸려든 형국. 흑A면
한쪽은 살지만, ●와 ■ 둘 중 하나는 무사하지 못한다.
이후 하네 9단은 몇수 더 버티다 장렬하게 옥쇄하고 말았다.
[제16회 후지쯔배 세계선수권 2회전]
○왕밍완(王銘琬) 9단(일본) ●송태곤 4단(한국)
<2003. 4. 14, 179수 끝, 흑 불계승>
장면(승착이
된 '잽' 한방)
이세돌이 기상천외한 핵펀치로 상대를 KO시켰다면 송태곤은
적시의 잽 한방으로 상대를 녹였다.
우변에서 정석 수순이 펼쳐지고 있는 반상의 아침.
백21까지, 일견 평온한 흐름 같았는데, 이때 송태곤의 잽 한방이 맹장 왕밍완을 녹다운시킨다.
흑22로 톡! 끊어본 수가 기막힌 응수타진!
아니, 응수타진의 차원을 넘어 상대의 뼈를 녹여버린 적시타였다.
참고도1(백, 견딜 수 없다)
계속해서, 백1로 잡는 것은 흑2·4로 △ 한점이 떨어져나간다. 이
결과는 흑이 너무 두터운 모습이라 백이 견딜 수 없다.
실전진행1(원투펀치 작렬)
그래서 왕밍완 9단은 백1로 버티고 보았으나, 흑2로 수를 늘린 다음
4로 콕! 끼운 수가 기막힌 맥점!
▲가 왼손 잽이라면 흑4는 오른손 스트레이트.
원투펀치 한방에 백이 1라운드에 나가떨어지고 만 것이다.
참고도2(백, 망함)
계속해서, 백1·3으로 한사코 버텨보아도 흑4로 끊는 것이 절대선수여서
백이 안된다. 흑10까지의 결과는 중앙이 연탄공장으로 변하고 우상귀까지 막혀 백으로선 완전히 망한 꼴.
실전진행2(흑, 필승지세 구축)
백3은 왕밍완 9단의 궁여지책. 백15까지 귀를 도려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흑14로 우변 백 다섯점이 잡혀버리자 흡사 기둥이 무너진 모습 아닌가. 백으로선 되로 받고 말로
준 꼴.
우상귀에서 10집 정도 벌었지만, 백 다섯점을 잡은 흑의 자세가 그보다
훨씬 두터운 데다 하변 흑진이 웅장해 일찌감치 흑의 필승지세!
이후 송태곤 4단은 왕밍완 9단의 잇달은 승부수를 잘 받아쳐
결국 중반 KO승을 일궈냈다.
참고도3(무난한 처리)
거슬러올라가 백으로선 흑1때 백2로 받는 것이 무난. 이렇게 두텁게 해놓고 후일을 도모할 자리였다.
왕9단으로서는 흑5를 당하는 게 아파 변화를 모색했겠지만, 실전은 더욱더 망한 결과가 되었으니,
애당초 초반 정석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밖에.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