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바닷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중일 최정상의 기사들이 만나 한판 거친 승부를 벌이는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번 대회 가장 기대주이자,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세돌 9단을 대국이 열리는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만나보았다. 삼성화재배에 임하는 소감과 프로기사로서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들어보았다.
-16일 후야오위와 일전을 앞두고 있다. 후야오위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직 한번도 후야오위와 대국을 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침착하고
수읽기가 강한 기사로 알고 있다. 지난해 농심신라면배에서 5연승을 거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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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전보다 세계대회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은데?
최근 국내대회에서 많이 졌다. 아무래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하고 난 뒤 해이해진 게 아닌가 싶다. 국내기전에서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었는데, 명인전과 왕위전 모두 마지막에 조훈현 국수님에게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국내대회보다 세계대회가 심적으로 더 부담스럽지 않나?
국내 신예기사들도 워낙 실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국내대회나 세계대회나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점은 세계대회는 실력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신예기사들이 8강 고비를 넘고 준결승전까지 오더라도
마지막 결승전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막상 큰 무대에서 중요한 대국을 가지게 되면 떨리기
마련이다. 이런 점이 국내대회와 세계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행히 나는 예전에 멋모르고 세계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경험이 있어 그 이후로 큰 승부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요즘 신예기사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신예기사를
꼽으라면?
누구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두는 신예기사가 너무 많다. 굳이 한명을 꼽으라면 최철한 5단을 선택하겠다.
아직 큰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기재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현재 한· 중· 일 전력을 평가한다면?
일본은 요즘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긴 하지만 아직 한국과 중국에 비해 조금 뒤쳐져 있는 느낌이다. 중국은 바둑
열기가 대단하고 잠재력도 무한하다. 한국 바로 뒤통수까지 바짝 추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중국은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 나라에 정신적 리드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바둑이 세계최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리드인 조훈현 국수님과 이창호 사범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그런 기사가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멀지 않은 시기에 절대 강자가 나오고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에 중국리그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가 배경은?
중국 바둑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중국 바둑은 굉장히 많이 발전했고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왔다. 직접 현장에서 가서 중국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대우는 조훈현 국수님이나
이창호 사범님보다 적지만 자존심은 세울 수 있는 금액이다. 돈보다는 중국리그에서 다양한 선수들과 대국을 가지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최우선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국 상대가 부족한 편이다.
-만약에 8강전에서 이기고 준결승마저 승리해 결승무대에 오른다면 어느
기사와 만나고 싶은가?
일단은 후야오위와의 8강전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에 행운이 따라서 결승까지 간다면 이창호 사범님과
다시 한번 멋진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 조훈현 국수님과도 결승전에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조국수님과도 한번
겨뤄보고 싶다.
-이창호 9단과 특별히 결승전에서 만나고 싶은 이유가 있는가?
신예기사들은 이창호 사범님을 잘 이기지 못한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1승 10패' 이런 식으로
상대전적이 나오는 건 실력만의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세계 1인자'라는 '이창호 프리미엄'이 아마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예기사들이 이창호 사범님 앞에 서면 자기만의 바둑을 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창호 사범님의 프리미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그 산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다. 세계
1인자라는 큰 산을 뛰어넘어야만 최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국내 본선에서 몇번 이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큰 승부에서 서너번 이상 이겨야 비로소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승전에서 이창호 사범님을 자주 만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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