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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김강근-황이중 대국 분쟁의 진상!

돌 하나로 생긴 사상 초유의 분쟁

2004-08-02 오후 12:40:12 입력

매년 '이변과 파란'으로 그 어떤 세계기전보다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온 삼성화재배가 이번엔 '반집'을 둘러싼 대국 분쟁으로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폭염만큼이나 바둑계를 이글이글 달궜다.

7월 31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벌어진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통합예선3회전 총 64판의 대국 중 김강근-황이중(黃奕中) 판에서 '돌 하나'로 인한 분쟁의 전말은 이렇다.

마지막 공배를 흑(김강근)이 메웠는데도 흑의 반집승이 나와, 황이중 6단이 다시 복기를 하자고 이의 제기한 것. 이에 김강근 4단은 복기를 할 이유가 없고 바둑룰에 의해서 먼저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고 의견을 달리해 문제가 시작됐다.
의문은 1)반집 승부일 경우 마지막 공배를 메운 쪽이 반집 지게 돼 있음에도 어찌하여 마지막 공배를 메운 쪽이 반집 이긴 걸로 나왔으며, 2)복기를 요구하는 황이중 6단의 요구를 김강근 4단은 어찌하여 '바둑룰'에 먼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 김강근 4단.

먼저 김강근 4단의 입장을 들어보자.
김강근 4단의 흑번으로 시작한 바둑은 다른 대국처럼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황이중 6단이 갑자기 흑돌 하나를 김강근 4단의 통에 넣었다. 이때 김강근 4단은 수읽기에 몰입해 있어 상대가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보통 한국기사들끼리 대국할 때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 두 가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백돌통에 흑돌이 섞여 있어 돌려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워 상대방에게 전해주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강근 4단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고, 무엇보다도 수읽기에 몰입해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크게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문제는 잠시 후에 발생했다.

갑자기 황이중 6단이 김강근 4단의 바둑 통에서 흑돌 하나를 다시 꺼내어 간 것. 이때 김4단은 가져간 이유를 물으며 이의를 제기했고, 황이중 6단이 사석 확인을 하자고 했다.


▲ 황이중(黃奕中)
두 대국자는 함께 사석을 확인한 결과 총 4개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중국의 황이중 6단도  자신이 잡은 흑돌은 총 4개라고 확인했다. 따라서 돌통 속에는 4개의 흑돌이 놓여 있었으므로, 황이중 6단은 되가져간 돌을 다시 김강근 4단에게 돌려주었다. 사석이 아니었음을 쌍방 확인한 마당이었고, 재차 이 돌을 돌려주는 데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는 게 김강근 4단의 주장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여기서 두 대국자가 모두 착각한 것이 있었다. 잡은 돌은 4개가 맞는데, 패를 하는 과정에서 따낸 흑돌 하나를 미처 세지 못했다. 일이 꼬이려니 우습게 된 것.

하지만 한국룰은 설령 옷소매 따위로 대국 중 부지불식 간에 바둑돌이 다른 지점으로 움직여 놓여졌다 하더라도 대국 당시 양 대국자가 이를 발견하지 못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갔을 경우는, 뒤늦게 이를 발견하더라도 그대로 둔다는 규칙이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도 서로 사석 확인을 거친 다음 대국 재개에 합의한 만큼 그 순간부터 사석은 4개로 봐야 맞다.

김강근 4단으로서는 서로 합의한 사석 수를 기초로 형세판단을 수없이 하며 끝내기에 들어갔으며 '최소한 반집승을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돌 하나가 더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김4단은 형세판단도 달랐을 것이고, 따라서 그것은 단순히 '돌 하나'의 수학적인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김강근 4단이 전해들은 중국측 입장은 이렇다.
황이중 6단이 돌을 줬다가 다시 가져왔다. 주지 말아야 하는데, 착각을 해서 그랬다는 것. 또한 왼쪽에 사석들을 모아놓았는데, 오른 쪽에 흑돌 하나가 있어 (사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김강근 4단의 바둑통에 넣었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마지막 계가할 때 넣었다는 것이다. 중국룰로는 사석을 상대방 통에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 오늘(8월 2일) 통합예선 4회전서 구리(古力) 7단(왼쪽)과 대국하고 있는 황이중 6단.

이에 중국측은 종국 직후 "복기를 해서 다시 승패를 결정하는 게 맞지만, 한발 양보해 재대국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재대국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강근 4단은 다른 것은 몰라도 "마지막에 (상대가) 넣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겠냐"고 반박. 양 대국자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결국 이날 입회인인 심종식 6단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국제대회에서 나온 분쟁이고 한중 양국간의 우호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보니 입회인 단독으로 판정을 내리기에는 미묘한 부분이 있다고 보아 이 사안을 긴급히 한국기원 기사 상임이사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솔로몬의 묘안은 없었다.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저녁 9시 30분 경에서야 비로소 내린 최종 결정은 '재대국'이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웠고, 상대가 '손님'인만큼 이를 배려해 재대국하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던 듯하다.

이에 두 대국자는 8월 1일 일요일 오전 10시에 재대국으로 다시 승부를 가려야 했다.

김강근 4단은 애초 이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기사화 되는 걸 꺼렸으나 중국 사이트에 '승리를 도둑질하려 했다'는 투의 자신에 대한 비방 글이 올라오는 것을 알고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데 동의했다. 김강근 4단은 "만약 양 대국자에게 다 문제가 있었다면 차라리 양자패가 맞지 재대국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한국기원의 결정을 존중해 더 이상의 이의제기는 하지 않겠다. 한국기원의 판정에 따르겠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사태가 이쯤에 이른 상황에서 재대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고, 재대국을 하지 않는 게 자신의 소신에 맞다고 판단해 일요일 재대국은 기권했다.

결국 황이중 6단은 김강근 4단에게 기권승으로 거두고 구리(古力) 7단과 8월 2일 결승진출을 놓고 이 시간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TYGEM/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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