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씨배
최철한, "저에게 돌을 던지세요"
최철한 인터뷰
2005-03-06 오전 12:58:48 입력
| 3월 5일 제5회 잉씨배 결승전은 창 하오 9단의 승리로 끝나며 시상식만 남겨놓고 있다. 승자에겐 모든 영광과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오겠지만, 패자는 마치 이 세상에 나홀로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창하오 9단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석패한 최철한 9단을 결승4국이 끝난 저녁에 만나보았다. 방금 진 최9단에게 전화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호방하게 웃으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방엔 최철한 9 단 혼자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최철한 9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너무나 수고 많았다. 가슴 아프겠지만 지금의 심정과 이날 대국을 총평 해 달라. 이날 정말 열심히 뒀다. 하지만 갈수록 동네바둑으로 변한 것 같다. 후반 들어 벌점을 받고 난 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계가도 되지 않았다. 끝내기에 들어가선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벌점을 안 받는다 면 미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이날 대국에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 었는데 창하오 9단이 너무 잘 두었다. 너무나 답답했다. 시간은 별로 없고 수는 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계가도 되지 않고, 너무나 어 려웠다. 잘 두었다면 이길 수도 있었을 텐데. 내용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난 최선을 다했다. 이에 만족한다. -국후 곧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듣자니 어떤 기사들은 큰 승부에서 지 면 기절도 한다던데, 최9단은 방에서 무엇을 했나? 기절까지야(웃음). 대국할 때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에 눈이 아팠다. 그래서 눈을 감고 침대에 누 워 이날의 바둑을 생각했다. 지금도 이날 바둑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 그러다가 저녁 먹고 쉬었다. -아버지 최덕순 씨와 스승인 권갑룡 7단이 뭐라 위로해 주던 가. 그냥 다음에 더 잘하라는 말씀만 하셨다. 위로를 받았지만 별로 느끼지는 못하겠다. 차라리 욕을 먹는 것이 속 편하다. 며칠 편하게 지내다보면 곧 잊혀지지 않겠나. 아버지가 "내가 따라와서 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도 오셨는데 져서 아쉽다. 아까 저녁 때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을 만났는데 '고맙다'고 하더라, 얼마나 승리에 목말랐으면 저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고 별로 개의치 않았다. 중국기원 원장으로서 그동안 얼마나 급박했겠는가.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는 했는가? 평소에도 어머니와 통화는 잘 하지 않는다. 내 형은 활발한 성격이지만 난 집에 가면 조용하고 또 무심한 성격이다. 게다가 우승해야 명분이 있는 것 아닌가, 전화를 못하겠더라. 바둑 진 것보다 주변의 외적인 것 이 더 신경쓰인다. 열심히 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옛날엔 지는 경험이 득이 된단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평소 이세돌 9단과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이세돌 9 단이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 '최철, 왜 그랬어', '창하오가 늘었네' 라고 말할 것 같다(웃음). 중국 바둑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망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취재진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바둑에 관심이 있단 소리 아닌가, 매번 지고 이창호 9단 팬들이 더 많긴 하 지만(웃음). 중국의 바둑인기와 일본의 예절, 그리고 한국의 대국하기 좋은 여건이 합쳐진다면 정말 좋을 것이 다. 한가지씩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잉씨배 시상식이 7일에 벌어진다. 그때까지 이곳에서 지낼 생각인가? 그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귀국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중국기원도 들러보고 싶고 권효 진 4단이 운영하는 도장도 가보고 싶다. 권효진 사범이 밥 사준다고 했다(웃음). -앞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진할 것인가? 조만간 박영훈 9단을 상대로 기성 방어전이 벌어진다. 그땐 부담없이 둘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기 사들끼리의 결승전이 더 좋다. 그래서 국내용이란 소리를 듣나?(웃음). 아무래도 난 승부사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대회든 부담없이 재미있는 상 대와 재미있게 겨루는 그 자체가 재미있다. -앞으로 많은 팬들로부터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돌을 던지세요, 그럼 맞겠습니다." 결승전에 진출한 만큼 나에겐 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에선 운이 없었고 상대가 강했기 때 문에 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지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늦게까지 최9단을 응원해 준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 한마 디 해달라. 미흡하지만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면목없다. 정말 죄송하고 또 고맙다. 바둑을 어렵게 만들어 놓고선 결국 지고 말았다. 결승1국에선 이겼지만 결과적으로 져서 너무 아 쉽다. 그때로 돌아가면 정말 자신있는데. 잉씨배는 어차피 끝났다. 한국에 가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기성전을 열심히 둘 것이다. 세계대회 는 많다. 여기 저기 찔러봐야 하지 않겠나.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나 또한 연패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이후로 더 진다면 슬럼프설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섭다. 그래서 더 이기고 싶다. |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