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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후야오위는 이창호를 따라다녔다?'

LG배 32강에서 이창호, 후야오위 또 만나

2007-06-04 오전 1:54:25 입력 / 2007-06-05 오전 8:56:05 수정

'전생에 무슨 관계였어?' 이창호·후야오위, 그들의 만남은 LG배에서도 이어졌다.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32강이 열리기 전날인 6월 3일. 오후 6시 서울 서머셋 팔래스 호텔에서는 전야제 및 대진추첨이 한창이다. 하루전에 열린 후지쯔배의 열기가 채 식지도 않았는데 같은 장소에서 LG배가 열리니 전야제가 열리는 호텔 옥상은 내리 쬐는 햇살 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전야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대진추첨이다. 어느 대회든지 대진 추첨에 따라 대회의 흥행 여부가 갈리기 마련.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대가 누구인지가 무엇보다 궁금할 터. 궁금해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전야제가 시작되자 마자 대진추첨이 시작된다.

가장 많은 선수가 32강에 출전한 한국이 추첨을 한다. 이번 대회의 최연장자인 조훈현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대리 추첨을 하고(전날 제사가 있어서 피곤하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음은 이창호 순서.
한국 선수는 15명이 올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한국 선수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크게 궁금하지 않다. 자국 선수와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추첨 번호를 겹치지 않게 조정해 놨기 때문. 진정한 추첨은 한국 선수가 끝나고 부터. 한국 추첨이 끝나고 중국 순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전기대회 준우승자 후야오위. 후야오위는 바로 전날 후지쯔배에서 이창호 9단에게 져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또 이창호 9단이랑 붙는거 아냐? 완전 재미있겠어"라고 주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창하오, 구리, 쿵제 등과 한 자리에 앉아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던 후야오위는 성큼성큼 단상으로 다가간다. 후야오위는 다름아닌 10번을 뽑는다.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고 했던가. 어제 대국했던 이창호의 옆자리를 과감히(?) 선택한 것. 대진 추첨은 요행을 바랄 수 없는 100% 운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 했다.

 

장내 여기저기에서 웃음꽃이 핀다. 이창호를 피했다는 것이 기뻐서 일까, 후야오위와 이창호의 만남이 재미있어서 일까. 여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성큼성큼 단상에 갔던 후야오위는 다시 성큼성큼 자리로 돌아온다. 돌아오자 마자 빈 컵에 맥주를 따르며 꿀컥꿀컥 원샷!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다. 중국 동료기사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시종일관 웃음을 보인다. '어제 졌는데 이창호야?' 아니면 '내일은 꼭 이기리?' 맥주 원샷의 의미가 궁금하다. 앞에 앉은 이창호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역시 무표정으로 일관.
타 사이트 기자들의 의견을 물으니 후지쯔배 여파도 있고 해서 이창호가 이길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는다.

두 기사는 지금까지 세계대회에서 10번 만났다. 이창호가 6승 4패로 앞서고 있는 상태(갑조리그 제외). 대국 결과를 살펴보다 보니 재미있는 점이 보인다. 9개의 세계대회에서 만났는데 대진추첨을 해서 만난 것이 모두 7번. 또한 먼저 추첨을 한 경우는 이창호가 6번. 그렇다면 후야오위가 이창호를 따라다닌 셈이 되는 것인가?

기전
승
패
대진
2002년
제7회 삼성화재배 16강
후야오위
이창호
대진추첨
2003년
제4회 농심신라면배
이창호
후야오위
-
2004년
제9회 삼성화재배 32강
후야오위
이창호
대진추첨
제5회 춘란배 4강
이창호
후야오위
-
2005년
삼성화재배 준결승
이창호
후야오위
대진추첨
후야오위
이창호
이창호
후야오위
2006년
제11회 삼성화재배 32강
이창호
후야오위
제11회 LG배 8강
후야오위
이창호
2007년
제20회 후지쯔배 8강
이창호
후야오위
제12회 LG배 32강
?
?

둘의 만남은 2002년 삼성화재배 16강에서 시작됐다. 후야오위는 이때 이창호를 꺾으며 유명해 지기 시작.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이창호와 후야오위가 대결을 할 때 마다 5대5 승부를 예상하곤 한다.
둘의 인연에 대해서 자료를 찾는 중 주제와 큰 관련은 없지만 이창호가 후야오위에 관해서 이야기한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어서 소개한다. 2003년 농심신라면배에서 '중국에서 후야오위를 [新이창호천적]이라고 부르는데?' 라는 질문에 예상외로 재미있는 말을 남긴다.
"나를 두 번 이겼다고 해서 내가 두 번 졌다고 해서 '킬러'라고 까지 하기에는 아직은 좀 이른 것 같다. 앞으로 몇 번 조우했는데 계속해서 진다면 모를까"

후야오위는 이런 인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제20회 후지쯔배 8강 전야제에서 "이창호 9단하고 자주 두었다. 이렇게 자주 두게 되는 것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후지쯔배의 열기가 식기 전에 LG배에서 다시 만난 이창호와 후야오위.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이틀만에 다시 만나 대결을 해야하는 두 기사. 한 바둑팬은 "인연치고는 정말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백년 안에는 다시 오기 힘든 진기록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하기도.

두 기사의 상대전적을 보면 이창호가 앞서곤 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계속 지는데 만난다면 악연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바둑은 100% 실력만으로 이길 수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날의 컨디션, 대국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인데, 이들에게는 실력을 제외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이틀연속 계속된 만남, 이들의 만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필연? 우연? 악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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