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 혈투가 시작되다 - 개봉박두! 우승상금 40만 달러를 잡아라!
이창호와 최철한이 천하의 주인을 놓고 담판을 짓기 위해 대만으로 향했다. 제6회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5번기 4국이 대만 화룬호텔에서 벌어진다. 5국이 필요하면 25일 최종국을 갖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대회전이다.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상황까지 다다른 것은 영광이지만, 이제는 분명 승자와 패자를 나누어야 한다. 이제 곧 그 개표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을 차지한 승자와 모든 것을 잃은 패자로 나눠질 것이다. 마지막 고비인 것이다. 이긴 자 영광이 있을 것이며 패한 자 치명상이 되고야 마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다.

▲ 싱가포르에서 열린 잉씨배 결승 1국 대국모습. |
2008 최고의 빅 승부-우승상금 5억 호가
요즘 환율로 5억을 호가하는 우승상금 40만 달러와 바둑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기록될 이 한판에 걸린 반향은 실로 막대하다. 바둑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몸에 묻은 모래알마저 터는 장사들의 계체량과 흡사하다. 한 방울의 땀이라도, 하나의 모래라도 들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팽팽하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창호도 05년 춘란배 이후 4년 동안 우승다운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마이너 기전이랄 수 있는 중환배서 겨우 한 번 우승했을 뿐 여태 세계대회 준우승만 5회. 만약 다시 한 번 준우승을 차지한다면 버릇이 되어버렸다고 볼 수 있으며, 6월에 벌어질 춘란배 결승도 만만치 않아 질 터.
최철한의 경우도 절박하긴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경험이 없는 그는 그동안 잉씨배 결승만을 목표로 해서 컨디션조절 중이다. 만약 준우승에 그친다면 그 상실감은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며, 다시 또 이러한 기회가 온다고 절대 가정할 수 없다.
딱 5할 승부를 펼쳤던 전적
상대 전적은 22승22패로 딱 5할이다. 그러나 이 전적을 이창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10년 나이 어린 후배와 기록한 전적 치고는 부끄럽다. 그만큼 최철한은 이창호에게 강세를 보였던 인물이다. 4~5년 전 이창호의 뒤를 이은 이세돌이 한창 뻗어 올라올 때도 “최철한이 이인자인 듯하다. 그 이유는 이창호를 잘 이기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철한은 08년 이후 이창호에게 4승1패를 기록했다. 또한 최철한이 유독 이창호와 주목받는 한판에서는 강했던 기억이 있다. 도전기나 결승 등 번기대결에서는 4승2패로 최철한이 월등히 앞서 있다. 04년 국수전․ 기성전․ GS칼텍스배 등 연이은 타이틀전에서 승리해 이창호에게는 큰 승부에서 강한 상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 2004년 중국에서 열린 제47기 국수전 기자회견 모습. |
이에 대해 최철한은 “서로 간에 기풍이 많이 변하여서 천적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철한이 제 아무리 덕담을 해도 이창호로서는 껄끄러운 상대임은 틀림없다. 천하의 이창호에게 50합 정도를 겨루어서 5할 승부를 벌일 수 있는 후배기사는 최철한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물론, 선배기사 중에서도 아무도 없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다.
최철한은 작년 말 이후 모든 초점을 잉씨배 결승에 맞춰왔다. 총 137회 우승에 세계제패 23회를 기록한 이창호도 ‘고작’ 하나의 기전인 이번 잉씨배에 맞춰져있다. 둘 다 최근에는 제대로 된 성적이 아니다. 대회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여타대국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온 신경이 잉씨배에 집중되어있다.
이창호는 잉씨배 3국 이후 3승3패를 기록했다. 물론 바둑왕전 우승, 후지쯔배 8강진출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3승3패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전적이다. 최철한은 비씨카드배 후지쯔배 한국물가정보배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대회에서 잇달아 패점을 기록하며 7승7패를 기록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4연승을 기록하고 있어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벌어졌던 결승3국까지 최철한이 2-1로 리드했다. 첫판을 전혀 그 답지 못한 내용으로 일관하여 패한 이후 2,3국은 연승하여 흐름으로는 최철한이 매우 좋다. 많은 전문가들도 최철한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말한다.

▲ 제3국에서 이창호 9단에게 승리한 뒤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는 최철한 9단. |
그러나 늘 큰 승부는 의외의 변수들이 작용을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은 1~3국에서도 준비를 많이 했다. 이창호와 최철한은 기다림과 도발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를 통해보면 그러한 기계적인 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풍파괴를 일삼았다. 따라서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어떠한 비기(秘技)를 들고 나올지 또 알 수 없는 일이다.
1~3국을 보노라면, 최철한은 표독스러움은 세계제일이지만 그래도 많이 참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4년의 침잠기 동안 득도를 했음일까? 또한 이젠 수비바둑이라는 도식을 지워야 할 만큼 이창호도 더 달라져있었다. 물론 그 변화의 득실은 지금까지는 최철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 4국에서부터는 또 어떤 무공을 들고 나올 지 피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철한 유리하나 이창호의 복원력도 강점
4국이 변수가 될 것이다. 2:1로 앞서나가는 상황과 한국식으로 덤이 7집반인 잉쓰배의 특성으로 보아, 4국에서 백을 잡게 되는 최철한이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다. 3국에서 승리한 다음 "상대의 백 차례에서 역전승을 거두어 기쁘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막바지에 들어갈수록, 시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도 변수이다. 잉씨배는 주어진 3시간30분이 지나면 매 35분당 벌점 2점씩을 부과하는 독특한 방식이어서, 막판에 다다를수록 2점과 35분의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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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강성하던 때의 이창호가 아니듯 4년 전 팔목이 얇았던 최철한도 더 이상 아니다. 4년 전과 달라진 것은 이창호가 좀 더 약해졌을 것이라는 것이며 최철한은 더 이상 허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저런 정황을 비춰어 본 결과, 최철한이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창호는 자정능력, 복원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비록 막판에 몰려있지만 1달여의 긴 휴식시간이 있어 충분이 만회할 여유는 있었다는 점이다. 이창호가 충분히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최철한이 23일 벌어지는 4국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흐름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최철한의 4국에서 백을 든 것을 과도하게 믿다가는, 지난 1국처럼 느슨하게 끌다가 패할 수도 있다. 4국이 초미의 관심이 된다는 얘기이다.
이창호가 잉씨배 사상 최초의 2회 우승을 기록할지, 최철한이 4년전 준우승 아픔을 딛고 ‘조․서․유․이․최’의 전통을 이어나갈 지 관심을 모은다. 바로 내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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