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쉽지 않은 中, 그러나 목표는 金
金메달 전망대② 남자단체
2010-11-15 오전 11:56:23 입력 / 2010-11-16 오후 2:57:19 수정

▲ 태릉선수촌 입촌 당시 숙소로 향하는 이세돌.
“금메달은 대대손손 자랑스러울 것이다. 은이나 동메달은 의미가 없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기 위해 팀 전체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이세돌)
아시안게임 3종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남자단체전이다. 남자단체전은 곧 세계최강국이라는 칭호가 덩달아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 이번대회는 단체전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일본이나 대만은 정상급기사가 한국과 중국에 맞서기는 한참 부족하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금메달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회방식을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23일~25일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7개국이 풀리그를 벌인 후 26일 1·2위가 금 은메달을, 3·4위가 동메달 쟁탈전을 치른다.
참가선수는 5명이며 1명은 후보. 순번을 정한 1~6번까지는 대회기간동안 변경이 불가능하다. 단, 6번 선수도 5명 출전오더에 포함될 수 있지만 5장으로 밖에 출전하지 못한다. 또한 중간에 3번 선수가 빠진다고 치면 4번이 3장이 되고 6번은 5장이 되는 식이다. 예선과 본선 공히 하루 2경기씩 열리는 단체전의 제한시간도 1시간이다.

▲ 한국 바둑국가대표선수단.
한국은 이세돌(1위) 최철한(3위) 박정환(4위) 이창호(6위) 강동윤(8위) 조한승 등 6명이 모두 국내랭킹 10위권이다. 조한승은 군 입대로 인해 집계가 안 되었을 뿐, 예전 그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은 없었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랭킹1~4위인 콩지에 저우루이양 구리 씨에허 등 4인방에다 랭킹13?14위인 류싱 창하오 등 역시 정예 멤버가 출전한다.
“딱 반집 승부라는 말이 어울린다.”(한국 양재호 감독)
“알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위빈 감독)
열흘 남짓 남겨놓은 지금 판세를 양 팀 감독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평행선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저울추는 어느 한쪽으로 분명 기울게 되어 있다.
●○…구리·콩지에·씨에허 中 삼각편대의 위용 대단
겉으로 드러난 중국 팀의 전력은 화려하다. 중국대표팀도 선발전을 거친 결과 씨에허 구리 콩지에가 1~3위를 차지했고, 창하오와 저우루이양 류싱은 시드. 콩지에와 구리는 물론이며 씨에허는 이세돌을 잡는 ‘자객’으로 최선의 팀 구성이라는 평가이다.

▲ 최근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한 구리.
지금껏 세계대회 결승전적 6전6승을 과시하며 세계바둑의 패자로 올라섰던 철권 구리는 이세돌의 휴직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1년 동안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미니 세계기전이던 한중일명인전에서 우승하며 부활한 다음, 지난주 벌어진 삼성화재배에서 결승이 진출하며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다는 평가이다.
구리가 1년을 허송세월하는 동안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미스터빈’ 콩지에는 여전히 강한 모습. 작년부터 TV아시아 LG배 삼성화재배에 이어 후지쯔배까지 세계대회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2년 사이 벌어진 8개의 세계대회 중 한국은 비씨카드배(이세돌)와 잉씨배(최철한)를 차지한 반면, 나머지 6개는 모두 중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4개를 콩지에가 독식한 것. 지난 10일 벌어진 LG배 4강전에서도 승리하여 또 결승을 앞두고 있다.

▲ 농심배에서 이세돌을 꺾은 씨에허(오른쪽)
의외로 씨에허를 변수로 꼽는 시각이 많다. 최근 ‘이세돌 천적’으로 알려진 씨에허는 지난 달 벌어진 농심신라면배를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이미 이세돌이 한국의 1번 타자로 나와서 연전연승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승을 거둔 후 그만 멈춰서고 말았다. 중국이 이를 의식한 카드 씨에허를 소방수를 꺼냈기 때문이다.
이세돌마저도 “씨에허는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기사”라고 인정할 정도로 균형 감각이 좋고 유연한 반면운영이 돋보이는 기사. 이 때문인지 평소 이세돌 특유의 돌파력이 씨에허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이세돌이 1승3패로 고전하고 있다.

▲ 창하오는 이창호를 물리치고 춘란배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한 명의 강자는 한국의 이창호와 비슷한 처지의 창하오. 역시 그도 2009년 춘란배에서 이창호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후, 2010년 비씨카드배 결승에 진출하는 등 큰 승부가 되면 힘을 써줄 주장 격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 중국랭킹 2위에 오른 저우루이양의 파괴력은 한국의 박정환과 엇비슷하다. 2010년 벌어진 세계대회에 후지쯔배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전하여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역시 박정환과 마찬가지로 포텐셜이 터지지 않은 기사이며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회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류싱은 여자기사인 탕이와의 혼성페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철한·강동윤 등 우승 경험 있는 허리층의 복원이 변수
지금까지 흘러가는 상황을 종합하면 중국이 약간 두터운 반집이라는 견해가 다수이다. 그 이유로는 상대국가에서 누가 나와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에이스급에서 중국이 앞선다는 평이 다수이다. 한국에서의 에이스가 이세돌이라면 중국은 구리 콩지에가 더블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에이스 대결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창호의 급락세 때문이다. 애초에 시드가 주어질 때만 해도 이창호는 이세돌과 막강한 투톱을 형성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수개월이 흐른 지금 이창호의 성적은 대략 5할이다. 여태 25년간 선수생활에서 50%대의 성적은 처음이다.
물론 국가대표로서의 농심신라면배에서 기적 같은 연승을 기록한 것 보여준 위용을 한 두 번 본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보기 힘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돌고 있다. 최근 결혼으로 평소 시합에 집중하지 못했으리라 짐작하지만 하루 빨리 이창호의 놀라운 복원력을 기대해본다.
이세돌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금메달을 위해서는 중국전 3승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2승, 3승째를 거두어줄 수 있는 ‘허리층’의 복원이 시급하다. 이창호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최철한 강동윤 박정환 등이 힘을 내야 할 것이다.
랭킹3,4위인 박정환과 최철한을 주목한다. 최근 벌어진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쓴잔을 들이켰으나 열흘이면 회복시간은 충분하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들은 혼성페어에도 출전하는 등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최근 큰 시합이 비교적 적어서 가장 장시간 아시안게임에 타깃을 맞춰 놓은 상황이다.
또한 최철한이나 박정환은 비교적 속기에 능한 스타일이라 본격기전보다는 보다 더 기대되는 점이 있다. 이세돌 이창호에 쏠린 관심이 덜하다는 점에서도 '의외의' 2승째를 기대할 수 있다.

▲ 조한승과 강동윤.
속기에 강한 점과 난전을 즐겨하여 후반 역전승이 많은 강동윤에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올해 들어 이창호(바둑왕전)와 이세돌(kt배)에게 결승에서 두 번이나 패한 바 있는 그는 이미 작년 후지쯔배 우승으로 큰 시합이 낯설지는 않다. 또한 2008년 구리를 물리치고 마인드스포츠게임즈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다. 어쩌면 가장 휘발성을 가지면서도 주목을 못 받는 선수가 강동윤이다.
조한승도 사실은 ‘숨은 1승’ 후보자이다. 그는 군 입대와 동시에 ‘2%부족’이라는 말이 쑥 들어갈 정도로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어있다. 이미 쟁쟁한 상위랭커들과 겨루어 손쉽게 통과한 선발전을 보면 그의 바둑이 강미를 더하고있다는 평가. 최근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원성진과 GS칼텍스배에서 명승부를 연출하고 있는 그는 박정환과 더불어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정신적인 무장이 잘 되어있다.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된 바둑. 역사적인 금메달 획득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금메달과 세계최강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 열흘 남짓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 상대전적 표

TYGEM / AG 특별취재팀 진재호․이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