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중국, 바둑 규칙 대회 하루 전에 일방적 발표
코칭스태프 격분, 선수들 어리둥절
2010-11-20 오후 5:19:47 입력 / 2010-11-20 오후 5:16:06 수정

▲ 김윤영이 손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있다.
선수들의 손목에 손수건을 두른 이유는?
한국과 더불어 세계바둑의 양대산맥을 형성 중인 중국바둑이 대회 시작 전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40억 아시아인의 축제에 자칫 바둑이 먹칠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홈그라운드 중국의 '텃새 부리기'에 한국을 비롯한 출전국이 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다.
19일 광저우기원에서 열린 바둑 종목의 기술위원회에서 중국이 초시계 사용에 관한 난데없는 규칙을 발표해 한국선수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착점한 손으로 계시기를 눌러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사석을 다 들어낸 후에 계시기를 작동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냥 보기엔 상당히 합리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중요한 사실을 진작에 문서로 통보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벌칙은 상당히 무겁다. 즉 바둑알을 착점한 손으로 계시기를 누르지 않고 반대편 손으로 누르면 주의를 준 데 이어 2집 벌점, 실격패로 이어진다. 이는 페어바둑에서 착점 순번을 어기는 행위가 3번까지 허용(각 2집씩 벌점)되는 것과 비교할 때 '중형'이다.
양재호 감독은 기자단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최측의 횡포"라며 "어느 국제대회에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한 예가 없다. 만약 그 규정을 적용하려 했다면 수개월 전에 공문을 보내거나 기본규칙안내서에 포함시켜 각국 선수단이 숙지하도록 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 중국이 개막 전날 이런 규칙을 내민 의도가 무엇일까. '한국 죽이기'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양 감독의 표현대로 횡포나 다름없다.
많은 한국선수들은 그동안 오른손으로 두고 계시기는 왼손으로 누르는 경우가 습관처럼 굳어져 왔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무의식으로 저지르고 마는 것이 습관의 무서움이다. 집중하다 보면 무심코 손이 나간다.
소식을 접한 한국선수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착점한 손으로 누르기 훈련을 하는 웃지 못할 모습.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착점한 손으로 누르게 하는 것은 미리 누르는 경우를 방지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남자들이 두고 난 다음에도 초시계는 여자기사가 누르기 때문에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대국 당일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표정은 잔뜩 굳은 모습. 너나 할 것 없이 "웃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표선수들은 항의 표시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손목에 손수건을 두른 채 페어전 1회전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당연히 진작부터 훈련을 해왔을 것이다. 중국측에선 2년 전의 마인드스포츠 등에서도 똑같은 규칙을 적용했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모자란다. 현 시점에서 중국과 출전국 간의 의사 소통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바둑인들의 제전이 반상 외적인 승부에 의해 더이상 멍들어선 안 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공동취재단]
TYGEM / AG 특별취재팀 진재호·이정환